팩트체크

[팩트체크] 폭우로 숙박 예약 취소, 환불 안 될 수 있다?

2023. 07. 25 by 이별님 기자

[뉴스포스트=이별님 기자] 2023년 여름 대한민국을 할퀴고 간 수마의 위력은 각종 기록을 갈아치웠다. 24일 기상청 가뭄정보 시스템에 따르면 장마가 시작 하루 전인 지난달 24일부터 전날인 23일까지 전국 누적 강수량은 총 624.3mm로 같은 기간 대비 역대 1위를 기록했다. 집중호우로 인한 희생자 역시 50명(실종자 3명 포함)으로, 78명을 기록했던 2011년 이후 12년 만에 가장 많았다.

17일 오전 경북 예천군 은풍면의 한 도로가 집중호우로 인해 유실돼 있다. 숙박업소와 관련 없는 사진. (사진=뉴시스)
17일 오전 경북 예천군 은풍면의 한 도로가 집중호우로 인해 유실돼 있다. 숙박업소와 관련 없는 사진. (사진=뉴시스)

전국 대부분 지역이 기록적인 장마의 영향을 받았지만, 일부 지역은 특히 피해가 컸다. 윤석열 대통령은 충북 청주시와 괴산군, 세종시, 충남 공주시, 논산시, 청양군, 부여군, 전북 익산시, 김제시 죽산면, 경북 영주시, 문경시, 예천군, 봉화군 등 13개 곳을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했다.

집중호우 여파는 피해 지역민뿐만 아니라 휴가를 즐기려던 소비자들에게까지 도달했다. 거센 장맛비를 우려한 소비자들이 숙박업소를 예약 취소하고 환불을 요구했지만, 일부 숙박업체들이 환불을 거절했다는 것이다. 숙박업소 관련 소비자 피해는 각종 언론 매체를 통해 속속 보도되고 있다.

조선일보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인용해 A모 씨가 충남 공주의 펜션을 이용하려다 예약을 취소했지만, 환불을 거절당했다고 이달 18일 보도했다. 19일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은 전북 전주의 숙소를 예약했다 취소한 B모 씨가 업주로부터 70%만 환불받은 사례, 충남 보령의 펜션을 이용하려다 취소한 C모 씨가 환불을 받지 못한 사례도 보도하기도 했다. 세 사람 모두 폭우 피해가 컸던 이달 15일 숙박업소를 이용하려다가 이용 당일 또는 하루 전에 예약을 취소했다.

숙박업소들마다 기준은 다르지만 이용 당일 또는 직전에 예약 취소 시 전액 환불을 하지 않거나, 일부만 하는 경우는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다만 폭우와 같은 예기치 못한 자연재해가 일어났을 때에도 소비자들은 숙박업소로부터 전액 환불을 받지 못할 수 있을까. <뉴스포스트>가 사실을 확인해 봤다.

A모 씨는 집중 호우로 펜션 예약을 취소했지만, 환불을 받지 못했다고 온라인 커뮤니티에 문자 메시지를 게재했다. (사진=보배드림 캡처)
A모 씨는 집중 호우로 펜션 예약을 취소했지만, 환불을 받지 못했다고 온라인 커뮤니티에 문자 메시지를 게재했다. (사진=보배드림 캡처)

소비자 권리 보장 방법은?

현행 소비자기본법에 따르면 국가는 소비자와 사업자 사이에 발생하는 분쟁을 원활하게 해결하기 위해 대통령령이 정하는 바에 따라 ‘소비자분쟁해결기준’을 제정할 수 있다. 소비자분쟁해결기준은 소비자와 사업자 사이에 발생하는 분쟁을 원활하게 해결하기 위한 합의 또는 권고의 기준이다. 분쟁 당사자 사이에 분쟁 해결 방법에 관한 별도의 의사표시가 없는 경우에 한해 적용한다.

소비자분쟁해결기준에 따르면 기후변화 및 천재지변으로 소비자의 숙박지역 이동 또는 숙박업소 이용이 불가해 숙박 당일 계약을 취소할 경우 계약금을 환급해야 한다. 기후변화 및 천재지변의 기준은 기상청이 강풍·풍랑·호우·대설·폭풍해일·지진해일·태풍·화산주의보 또는 경보를 발령한 경우로 한정한다. 기상 경보에는 지진 경보도 포함된다. 

다시 말해서 숙박업소가 있는 지역에 기상청이 호우주의보 또는 호우경보를 발령한다면, 소비자는 숙박 당일에 예약을 취소해도 전액 환불을 받을 수 있다. 다만 소비자분쟁해결기준은 대통령령으로 정한 합의 또는 권고 기준일뿐, 강제성은 없어 업체 측에서 전액 환불이 어렵다고 할 경우 소비자는 다른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가장 쉬운 상법은 국번 없이 1372로 전화해 소비자상담센터의 도움을 받는 것이다. 분쟁이 끝나지 않았다면 소비자분쟁조정위원회를 통해 합의하는 방법이 있다. 한국소비자원에는 소비자와 사업자 사이에 발생한 분쟁을 조정하기 위한 독립 기구인 소비자분쟁조정위원회가 있다. 하지만 소비자분쟁조정위원회 역시 만능은 아니다.

한국소비자원 관계자는 <뉴스포스트>와의 통화에서 “소비자분쟁조정위원회는 소비자와 사업자 양 당사자가 (조정 결정 내용을) 모두 수락해야 조정이 성립돼 효력을 지니게 된다. 둘 중 하나라도 수락하지 않으면 ‘불성립’으로 종료된다”며 “합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소비자가 민사소송을 하는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분쟁 조정 과정에서 사업자가 위법을 저질렀을 경우에는 해당 지방자치단체 측에 위법 사실을 통보하기도 한다”면서도 “자연재해를 이유로 숙박비를 전액 환불 해달라는 소비자의 요구는 정당하지만, 숙박업체가 이를 거절한 것이 위법 사항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사실상 소비자분쟁조정위원회에서 합의를 보지 않으면 민사소송까지 해야 한다는 것이다.

숙박업소가 위치한 지방자치단체에서도 뾰족한 수는 없었다. 공주시청 관계자는 “집중호우로 인한 숙박업소 환불 문제로 시청에 민원이 많이 들어왔지만, 지자체 차원에서 소비자들을 도울 방법은 마땅치 않다”며 “관련 민원이 들어오면 한국소비자원의 도움을 받도록 안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자연재해로 숙박업소와 환불 분쟁이 생겼을 경우 업소 측이 한국소비자원과 지자체의 조정 노력에도 환불을 끝까지 거절한다면, 소비자는 업소 측에 민사소송을 걸어서 승소하는 방법 밖에 없다. 소송까지 감행하지 않는 소비자는 현실적으로 숙박 비용을 환불을 받지 못할 수 있다. 소비자들의 피해가 커지지 않기 위한 대책 마련이 필요할 때다.  

[검증 결과]

사실. 소비자분쟁해결기준에는 자연재해를 이유로 이용 당일 숙박업소 예약을 취소할 시 전액 환불을 해야 한다고 규정돼 있지만, 강제성은 없다. 소비자분정조정위원회로부터 구제받기 위해서는 숙박업소와 소비자가 조정 내용을 전부 동의해야 한다. 둘 중 하나라도 조정 내용에 동의하지 않으면 불성립 종료된다. 숙박업소가 전액 환불할 의사가 없다면 소비자는 민사소송을 걸어 승소하지 않는 이상 마땅한 방법이 없다.

[참고 자료]

“천재지변 아냐, 길 뚫렸다” 물난리 났는데 환불 거부한 펜션, 조선일보, 2023.07.18

폭우로 숙소 예약 취소했더니 수수료 100%...소비자-숙박업체 분쟁 속출, 소비자가만드는신문, 2023.07.19

법제처 국가법령정보센터: 소비자기본법

한국소비자원: 소비자분쟁해결기준

한국소비자원 관계자 인터뷰

공주시청 관계자 인터뷰

기상청 수문기상 가뭄정보 시스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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