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패트롤

정자교 붕괴·수내역 역주행 사고 이어 묻지마 칼부림 난동까지 부동산 뉴스 대신 사고 뉴스 장식한 분당, 여전히 불안한 주민들

[르포] “또 분당이 뉴스에...” 사고 트라우마 앓는 주민들

2023. 08. 26 by 강대호 기자

[뉴스포스트= 강대호 기자] 한때 ‘천당 아래 분당’이라는 말이 있었다. 분당은 1기 신도시의 대표 주자이면서 강남과 가까운 이점으로 사랑받는 곳이었다. 

하지만 분당은 과거 평가가 무색한 곳이 되어 가는 듯하다. 전 국민에게 트라우마를 안긴 범죄가 발생하기도 했지만, 그 전조라도 되는 듯 안전사고가 발생한 곳이기도 했다.

2023년 8월 14일 22시부터 전면 통제된 성남시 분당구의 수내교. 정밀안전진단에서 E등급을 받은 결과다. (사진=뉴스포스트 강대호 기자)
2023년 8월 14일 22시부터 전면 통제된 성남시 분당구의 수내교. 정밀안전진단에서 E등급을 받은 결과다. (사진=뉴스포스트 강대호 기자)

출근길에 발생한 에스컬레이터 사고

8월 어느 날 오전 8시 즈음 수내역 2번과 3번 출구 앞 광장은 지하철역 대신 백화점 안으로 들어가거나 나오는 사람들로 붐볐다. 2번과 3번 출구가 에스컬레이터 공사로 막혀 있어 반대편의 1번과 4번 출구를 이용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 모든 게 수내역에서 벌어진 에스컬레이터 역주행 사고로 바뀐 일상이다.

이 사고는 지난 6월 8일 오전 8시 20분경 수인·분당선 수내역 2번 출구 상행 에스컬레이터가 역주행해 발생했다. 모두 14명이 다친 사고였는데 CCTV 화면이 공개돼 사고 당시의 위급함을 알 수 있다. 

“뉴스에서 역주행 사고라고 나오는데 우리 직원은 에스컬레이터에 탄 사람들이 그냥 떨어지는 거 같다는 순간적 느낌을 받았다고 했습니다.”

당시 사고로 직원이 경상을 입었다는 수내역 인근 식당 주인 A씨는 만약 출근을 조금 일찍 했더라면 그 에스컬레이터에 자기가 탔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2023년 6월 8일 발생한  에스컬레이터 역주행 사고 여파로 폐쇄된 수내역 2번 출구. (사진=뉴스포스트 강대호 기자)
2023년 6월 8일 발생한 에스컬레이터 역주행 사고 여파로 폐쇄된 수내역 2번 출구. (사진=뉴스포스트 강대호 기자)

수내역은 인근에 아파트단지가 여럿 있고 기업들의 사옥도 여럿 있다. 그래서 출근 시간이면 수내역을 통해 서울이나 경기도로 가는 사람들이 많지만, 수내역에서 내려 인근의 회사들로 출근하는 직장인들도 많다. 또한 수내역이 들어선 건물 자체가 백화점이라 많은 직원들이 근무하기도 한다.

그래서 출근 시간 즈음 에스컬레이터 상행 노선에서 발생한 이번 사고로 출근길에 나선 시민들의 피해가 클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사고 후 석 달 가까이 지나도록 2번 출구의 에스컬레이터는 복구되지 않고 있다. 사고가 난 2번 출구와 가까운 3번 출구 또한 에스컬레이터를 새로 설치하고 있어 수내역의 네 출구 중에 두 개가 막혀 있는 상황이다. 2번과 3번 출구를 주로 이용하던 주민들의 불편이 큰 이유다. 

“예전에는 2번이나 3번 출구를 이용했지만, 지금은 백화점 반대편인 4번 출구를 이용하고 있어요. 한 100m쯤 더 걷는 거 같지만 요즘처럼 더운 날씨에서는 더욱 멀게 느껴집니다.”

수내동 로얄팰리스 아파트에 사는 김현호(72세) 씨의 말이다. 그는 공사 중인 에스컬레이터가 언제 완공될지 궁금해했다. 

한편 사고가 난 2번 출구는 구조물로 아예 막혀 있고 ‘승강설비 교체공사’를 진행하고 있다는 플래카드가 붙어 있다. 안내문에는 공사 기간이 12월 31일까지라고 명시되어 있었다. 에스컬레이터를 새로 설치하는 3번 출구에는 9월 30일까지 완료하겠다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수내역 3번 출구. 사고 난 2번 출구 바로 옆에 있는데 에스컬레이터를 새로 설치하고 있다. (사진=뉴스포스트 강대호 기자)
수내역 3번 출구. 사고 난 2번 출구 바로 옆에 있는데 에스컬레이터를 새로 설치하고 있다. (사진=뉴스포스트 강대호 기자)

무너진 다리와 통제된 다리

지난 8월 14일 오후 5시 44분 즈음 분당 주민들은 성남시청으로부터 안전 안내 문자를 받았다. 수내교가 정밀안전진단에서 E등급으로 판정받아 전면 통제된다는 안내였다.

그런데 통제가 시작되는 시각이 8월 14일 오후 10시부터였다. 그러니까 통제되기 약 4시간 전에야 통보가 된 것.

수내교가 통제된 건 지난 4월 5일에 발생한 정자교 붕괴 사고의 연쇄작용이다. 당시 사고 원인이 교량의 보도를 받치는 기둥이 없어 발생한 거라 같은 공법으로 지은 탄천에 있는 모든 교량을 임시로 보수하고 정밀안전진단을 진행하던 중이었다. 

그런데 E등급은 주요 부재에 발생한 심각한 결함으로 인해 즉각 사용을 금지하고 보강 또는 개축을 해야 할 때 내려지는 등급이다. 즉 수내교는 구조해석 및 재하시험 등을 거쳐 평가된 안전성 평가 항목에서 안전율을 확보하지 못해 E등급으로 판정받았다. 그래서 전면 통제된 것.

통제된 수내교 앞에서 차량들이 서현교 방향으로 우회하고 있다. (사진=뉴스포스트 강대호 기자)
통제된 수내교 앞에서 차량들이 서현교 방향으로 우회하고 있다. (사진=뉴스포스트 강대호 기자)

수내교는 강남으로 연결되는 ‘분당 내곡 간 도시고속화도로’와 서울과 지방으로 연결되는 경부고속도로로 향하는 길목이다. 그래서 여러 노선의 광역버스가 지나는 교량이기도 했다. 성남시 측에서 수내교 좌우에 자리한 서현교나 백현교로 우회하라고 안내했지만 그 교량들도 원래 이용하는 차량이 많은 교량이다.

“평소 아침에 역삼동까지 한 시간 정도면 갔었는데 수내교가 막힌 후 한 30분은 더 소요되는 거 같아요. 우회 경로인 서현교 앞에서 꽉 막혀 있으니 답답하네요. 일 때문에 차를 두고 다니기도 어려운데 말이죠.”

승용차를 이용해 수내동에서 강남의 회사로  출퇴근하는  현모(45세)씨의 말이다. 그는 평소 강남의 사무실에서 경기도 여러 도시의 협력업체로 외근이 잦아 현지에서 바로 퇴근할 때가 많은데 요즘 탄천 인근 도로는  밤 늦게까지 체증이 극심하다고 말했다. 

통제된 수내교 앞의 우회 안내문. (사진=뉴스포스트 강대호 기자)
통제된 수내교 앞의 우회 안내문. (사진=뉴스포스트 강대호 기자)

통제된 수내교에는 ‘긴급 통행제한’이라는 플래카드와 우회하라는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우회 경로인 서현교 앞 교차로에는 평소라면 수내교를 이용했을 광역버스들이 줄지어 신호를 기다리고 있었고.

수내교를 도보로 건너다니는 주민들에게는 탄천의 다른 다리나 수내교 인근의 징검다리를 이용하라고 안내되었다. 하지만 이번 주 계속 내린 비로 탄천 수위가 올라가 징검다리는 잠겨 있는 상황이다. 

사실 정자교 사고 후 수내교 등 여러 교량이 위험하다는 신호가 있었다. 보도가 울퉁불퉁한 모양으로 비틀어져 있다는 신고가 잇따른 것.

그래서 철제 기둥으로 보강했고 지금은 수내교 등 탄천의 교량 아래를 지나는 산책로와 자전거도로에는 시멘트 터널 모양의 안전시설이 설치되었다. 

수내교에 설치된 안전장치. 탄천의 다른 교량들에도 시멘트 터널 방식의 안전장치가 보강되었다. (사진=뉴스포스트 강대호 기자)
수내교에 설치된 안전장치. 탄천의 다른 교량들에도 시멘트 터널 방식의 안전장치가 보강되었다. (사진=뉴스포스트 강대호 기자)

“제가 탄천을 다닌 게 거의 삼십 년인데 다리가 이토록 허술한지 몰랐습니다. 안전장치를 했다지만 그래도 다리 아래를 지날 때면 다시 한번 더 살피게 되더라고요. 아무튼 더 큰 사고 나기 전에 통제한 건 잘한 거 같습니다.”

분당신도시 준공 초기에 이매촌으로 이주했다는 권숙희(68세) 씨는 분당이 사고와 범죄로 알려지는 게 안타깝다고도 했다. 비록 통제 때문에 당장은 불편하지만 “그래도 안전한 시설을 만들어야 하지 않겠냐”고 덧붙였다. 이는 인터뷰에 응한 분당 주민들의 생각이기도 했다.

비단 분당 만의 현실일까. 분당의 사고 사례 덕분에 전국의 교량과 전철역 에스컬레이터를 점검하는 분위기가 일었다. 소 잃은 뒤 외양간 고친 격이라지만 다음에 같은 일이 발생하지 않는다면 다행이지 않을까.

분당에서 만난 시민들은 돌다리를 두드려보지 않아도 주변 사람을 의심하지 않아도 안전한 나라를 꿈꾸고 있었다.

통행이 금지된 수내교. 난간과 보도가 눈에 띄게 휘어져 있다. (사진= 뉴스포스트 강대호 기자)
통행이 금지된 수내교. 난간과 보도가 눈에 띄게 휘어져 있다. (사진= 뉴스포스트 강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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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ANGSUCHUL 2023-08-29 09:22:27
수내역 사고가 많은 사회적인 이슈가 되었습니다. 모든 메스컴에서 많은 이야기를 하였습니다. 그런데 그 사고원인이 동력을 전달하는 연결장치의 파손에 의한것이라는 이야기들만 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 연결장치가 파손된 이유에 대해서는 다들 한마디도 하지 않는 군요. 제가 승강기 전문가인데... 에스컬레이터에서 가만히 서있지 않고 걷거나 뛰어가면 그 충격이 동력전달장치에 수십에서 수백배의 충격이 가해지고 그 충격이 오랜시간 쌓여서 피로가 누적이되면 대부분의 기계장치들이 영구변형이나 파손이 일어난다는 것입니다. 동력전달장치에 피로가 누적되어 파손이 일어나고 그로 인하여 역주행 사고가 발생하는 것은 유독 에스컬레이터를 뛰어다니는 지하철에서만 발생하고 있습니다. 반면에 백화점은 여태역주행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