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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절보다는 휴가로 보내려는 추석 연휴 성묘와 가족모임은 축소, 여행은 여유롭게 명절 앞두고 새옷 장만 하는 풍습도 사라져

"성묘는 짧게 여행은 길게"...달라지는 명절 세태

2023. 09. 17 by 강대호 기자

[뉴스포스트= 강대호 기자] 젊은 세대에게 <추석이란 무엇인가>라는 칼럼이 인기를 끈 적이 있다. 김영민 서울대 교수가 명절 가족 모임에서 친척 어른들이 던지는 곤란한 질문을 피해 가는 방법을 유머러스하게 풀어낸 글이다. 김영민 교수의 글이 젊은 세대에게 공감을 준 이유는 달라지는 명절 세태에 대한 깊은 이해에서 비롯되었기 때문이다.

김포국제공항. 예년 보다 연휴가 긴 이번 추석에는 여행객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사진=한국공항공사)
김포국제공항. 예년 보다 연휴가 긴 이번 추석에는 여행객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사진=한국공항공사)

추석이 다가오고 있다. 봄과 여름에 흘린 땀을 거름 삼아 자라난 곡식을 기쁨으로 수확하는 가을에 맞이하는 명절이다. 이렇듯 추석에 농경 사회의 전통이 깊게 담겨서일까 도시화가 짙어지고 있는 한국에서 추석을 대하는 세태는 달라지고 있는 모양새다.

명절이라기보다는 휴가

판교에서 IT 관련 회사를 운영하는 A씨는 다가오는 9월 말과 10월 초가 두렵다. 추석 연휴가 더욱 길어져 프로젝트 일정에 차질이 생길 지경이기 때문이다. 들뜬 분위기라 혹시 개발하는 프로그램에 오류가 생길까 봐 걱정이라고.

“내달 2일이 대체 휴일이 되니까 아예 추석 연휴 전 월요일부터 연차 휴가를 내는 직원들이 생겼어요. 해외로 여행 간다면서요. 팀장들이 휴가자들 일정 조율하느라 곤란을 겪었다고 하더라고요. 10월 중순에 런칭하는 프로젝트를 준비하고 있었는데 저만 마음이 급한가 봅니다.” 

A씨 회사 직원들은 주로 20대와 30대인데 거의 다 이번 추석 연휴에 여행을 계획했다고 한다. 해외가 아니더라도 국내 여행지로 떠날 거라고. 가족 모임에는 참석하지 않거나 미리 인사드리겠다는 직원이 많다고 덧붙였다.

지난 5월에 아들이 결혼한 임모 씨(58세)는 추석 연휴 전에 가족 식사 모임으로 추석을 대신할 거라고 했다.

“아들을 결혼시킨 후 처음 맞는 명절이지만 며느리는 물론 아내까지 명절 모임에 부담감을 느끼는 거 같아서 외식으로 때우기로 했습니다. 미리 그렇게 선언했더니 아들 내외가 연휴 기간에 여행 일정을 잡았다고 하네요. 마치 기다리기나 한 것처럼요.”

이번 추석은 공식적으로만 6일간 연휴다. 여유롭게 명절을 즐기며 내수를 진작시키자며 정부는 대체 휴일까지 정했다. 그래서인지 여행을 계획하는 이들이 많다는 취지의 언론 기사들을 흔히 볼 수 있다. 

명절 휴가 때 여행을 가는 세태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닌 것으로 보인다. 9년 전인 2014년 9월경 조선일보에 실린 ‘고향엔 하루만… 추석 여행은 10년 만에 3배’ 기사는 제목부터 달라진 추석 세태를 담고 있다. 이 기사는 2014년과 2004년의 추석 관련 통계를 비교하며 추석 세태의 변화를 전한다.

그 10년간의 변화는 역귀성이 늘었고 여행은 세 배 정도 늘었다는 것이다. 연휴를 이용해 성묘와 가족 모임은 짧게 마치고 여행을 떠나는 세태가 생겼음을 반영하는 기사다. 이 기사가 나온 후 약 10년, 명절 연휴에 여행을 가는 세태가 더욱 짙어진 건 분명하다. 

특히 예년보다 길어진 올해의 추석 연휴는 해외 여행객이 많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여행업계는 해외 여행객이 작년보다 두 배 정도 늘어날 거로 예측하기도 했다. 따라서 내수 진작의 효과는 예상보다 적을지도 모른다. 

성묘 대신 가족 모임 

경기도의 한 도시에 사는 강모 씨(58세)는 부모님을 문중 봉안당으로 모신 후 세 번째 추석을 맞는다. 부모님 산소는 원래 조상들 산소가 모여 있는 선산에, 즉 부모님 고향에 모셨었다. 하지만 선산 곁에 사는 친척 어른들이 세상을 떠나자 산소 관리가 어려웠다. 일 년에 두 번 하는 벌초로는 산소에 접근하는 길조차 내기 어려웠다. 그래서 문중 봉안당에 모시게 되었다.

강씨는 이번 추석에 미리 성묘를 다녀오려고 한다. 추석을 즈음해 전국의 문중 사람들이, 즉 얼굴도 모르는 먼 친척들이 봉안당으로 모이는데 조금은 불편해서다. 그곳이 부모님 고향이라고 하지만 가까운 친척이 살고 있지 않아서 물을 얻어 마시거나 화장실을 얻어 쓸 수 있는 집이 없기 때문이기도 하다.

경상북도의 한 문중 봉안당. (사진=뉴스포스트 강대호 기자)
경상북도의 한 문중 봉안당. (사진=뉴스포스트 강대호 기자)

그래서 강씨는 이번 주말에 봉안당을 열어줄 수 있냐고 봉안당 관리자에게 문의했다. 봉안당 내 유골 안치실은 보통 명절 연휴 기간에만 열어놓기 때문이다. 봉안당 관계자는 이번 9월에는 주말마다 봉안당 문을 열어놓는다고 했다. 매년 추석이면 문중 합동 제사를 치렀는데 참석자가 크게 줄기도 했고 미리 개별적으로 성묘하는 이들이 많아서라고 했다.

강씨는 추석을 기념해서는 다음 주말에 가족 모임을 하려 한다. 집에서 모이는 게 아닌 외식으로 대신할 예정이라고. 그의 지인 중에도 추석 가족 모임을 외식으로 대신하는 이들이 꽤 있다고 한다. 성묘는 미리 단출하게 다녀오는 추세고. 

강씨는 부모님이 생존해 있는 지인들은 명절을 전통에 맞게 보내려는 분위기이고 부모님이 세상을 떠난 이들은 간소하게 보내려는 분위기가 많이 있다고 전했다. 그래서 강씨의 동창들이 모인 단톡방에서는 자기 세대가 일가 중 가장 어른 세대가 되면 명절 분위기가 크게 바뀌지 않을까 하는 이야기가 흘러나오기도 했다고.

물론 강씨와 지인들의 사례를 지금의 추석 세태라고 일반화할 수는 없다. 다만 최소한, 도시인들의 추석 세태는 전 세대에 걸쳐 변하고 있는 건 분명해 보인다. 

한편, 어느 신용카드 회사에서 설문 조사한 바에 따르면 이번 추석에 차례를 지내지 않겠다고 응답한 비율이 10명 중 6명이었다고 한다.

세월 따라 달라진 추석 선물 

추석 하면 떠오르는 건 선물이다. 위에서 인터뷰한 A씨는 직원들 추석 선물 때문에 고민이라고 했다. 

“회사 상황을 반영해 추석 선물을 정성껏 마련했지만, 직원들도 그렇게 생각할지는 모르겠네요. 판교 특성상 직원들에게는 이웃한 회사에 지인들이 많습니다. 그래서 사소한 비교를 많이 합니다. 구내식당 메뉴나 직원 혜택 같은 거요. 아마도 이번 추석에도 무슨 선물을 받았는지 서로 비교할 게 뻔합니다. 저 회사는 이런 것도 받았다는데 하고요.”

명절 선물은 생활상을 반영하는 측면이 크다. 1960년대와 70년대 기사를 보면 추석 선물로 설탕과 조미료 세트가 인기 품목이었다. 실용적인 선물을 주고 받는 게 당시 추세였던 걸 보여준다.  

그 시절에 명절이면 부모는 자녀에게 새 옷을 선물했다. 설빔과 추석빔. 명절에 새 옷으로 단장하고 어른들과 조상들에게 인사드리라는 의미가 있었다. 한편으로는 명절을 핑계로 새 옷을 장만해 준 것이다. 그래서 추석이 다가오면 새 옷을 입고 등교하는 아이들이 그러지 못한 아이들의 부러움을 샀던 시절이 있었다. 

그런 추석빔의 풍습이 달라진 건 1980년대부터였다. 1983년 9월 14일 매일경제의 ‘추석 대목 성수품 패턴 변화’ 기사는 추석을 앞둔 청계천 의류 상가의 매출이 시원찮다고 전한다. 그 이유는 “명절 때에 특별히 새 옷을 장만하는 풍습이” 사라지고 있기 때문이었다. 명절이 아니더라도 새 옷을 사줄 수 있는 경제 상황이 됐다는 걸 반영한다.

오늘날에도 추석빔이 있다. 다만 예전처럼 명절을 기념해 장만해주는 새 옷 개념이 아니라 추석에 어린 아이들에게 입히는 한복 정도로 인식되는 듯 보인다. 

이렇듯 명절 세태는 시절이 변하듯 달라지고 있다. 그래도 맡은 자리에서 많은 수고를 한 가족들을 위로하고 세상을 떠난 이들을 기억하는 명절이라는 가치는 변하지 않았을 것이다. 어쩌면 앞으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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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헌서영순 윤저우 2023-09-27 18:4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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