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포스트=이별님 기자] 한글날 제577돌을 앞두고 우리말과 글에 자부심과 함께 무분별한 외국어 사용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지난 6일 대한민국 정책브리핑에는 메뉴판에 한글이 없어 당황했던 사연이 보도됐다. 카페나 식당 등의 메뉴판에 한글 대신 알파벳이 가득했다는 내용이다.
보도에 따르면 한 음식점 메뉴판에는 빵으로 추정되는 디저트들이 영어로 'Jambon beurre'라거나 'Ang Butter'라고만 적혀 있다. '잠봉뵈르'와 '앙버터'를 알지 못하면 메뉴가 무엇인지 알기 어려운 수준이다. 더욱 심각한 것은 'Ciapple tea'와 'M.S.G.R'와 같은 정체불명의 음료다. 각각 '사과 시나몬 차'와 '미숫가루'를 지칭한 것이다.
한글날을 앞두고도 무분별한 외국어 사용은 끊이질 않고 있다. 특히 음식점 등 전 세대가 사용하는 공간에서의 외국어 사용은 노인이나 어린이, 저학력층 등 특정 계층을 소외시킬 수 있어 문제가 심각하다. <뉴스포스트>는 한글날을 맞아 식당 등의 메뉴판에 한글이 없을 경우 규제가 가능한지 확인해 봤다.
"외국어 메뉴판 규제 대상 아냐"
결론부터 말하자면 현재 음식점 메뉴판에 대한 법률 또는 시행령 등 마땅한 규제는 없다. 행정안전부 관계자는 본지에 "간판과 같은 옥외광고물 문자에 대해서는 한글 표시가 있어야 한다는 원칙이 시행령에 마련됐다"면서도 "식당이나 카페 등의 메뉴판은 제재 대상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메뉴판의 경우 개별 사업장 영역이라서 행안부가 포괄적으로 담당하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전했다.
식당이나 가게 등의 간판은 시행령에 따라 한글 사용이 권장된다. 현행 옥외광고물 등의 관리와 옥외광고산업 진흥에 관한 법률 시행령에 따르면 광고물 문자는 원칙적으로 한글 맞춤법, 국어의 로마자표기법 및 외래어표기법 등에 맞춰 한글로 표시해야 한다. 외국어로 표시할 경우 특별한 사유가 없으면 한글과 병기해야 한다. 다만 시행령 위반에 대한 벌칙 조항은 따로 없다.
대신 면적 5㎡ 이상이거나 건물 4층 이상에 표시된 간판이 특별한 사유 없이 외국어로만 표기됐을 경우 관할 지방자치단체 등으로부터 사업주가 시정요구를 받을 수 있다. 시정요구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사업주가 500만원 이하의 '이행강제금'을 부과받을 수 있는 게 현재로서는 무분별한 외국어 사용에 대한 가장 강력한 규제다.
한편 외국어 메뉴판에 대한 비판 여론이 커지자 입법부가 움직이고 있다. 조명희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7월 음식점 등의 메뉴판에 한글 표기를 권장하도록 하는 '국어기본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개정안에는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공중접객업을 운영하는 자에게 해당 시설에서 제공하는 안내판 및 메뉴판을 한글로 작성하거나 한글로 병기하도록 권장해야 한다'는 조문이 신설됐다.
조 의원은 "최근 카페나 음식점 등에서 영어로만 작성된 메뉴판이 제공되고 있는 등 일상적인 영역에서의 무분별한 외국어 사용 증가가 바람직한 국어문화 형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소비자들의 정확한 메뉴 이해를 통해 건강 증진을 돕고, 올바른 국어문화가 확산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검증 결과]
전혀 사실 아님. 현행법령과 시행규칙 상 식당 등의 메뉴판에 관한 조항과 규정은 전무하다. 따라서 외국어 메뉴판은 규제가 불가능하다.
[참고 자료]
'메뉴판에 한글이 없어 당황했던 사연', 정책브리핑, 2023.10.06
옥외광고물 등의 관리와 옥외광고산업 진흥에 관한 법률 시행령
행정안전부 관계자 전화 인터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