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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페이 신규고객 유입 효과 4~5개월 그쳐 실적 악화, 높은 수수료 등 신규 사업 진전 더뎌

현대카드, 애플페이 독점 끝...도입 망설이는 카드사 속내는?

2023. 12. 20 by 이해리 기자

[뉴스포스트=이해리 기자] 현대카드의 애플페이 독점 계약 서비스 기간이 지난 9월 말 끝났지만, 타 카드사들의 협약 소식이 조용하다. 앞서 애플페이의 국내 상륙이 많은 화제를 모아 독점 기간이 종료되면 카드사들의 진출이 활발할 것이란 예상이 나왔지만, 어려운 업황에 눈치게임 중인 모습이다. 고금리 상황이 이어지면서 실적 악화를 겪고 있는 만큼 신규 사업 도입에 신중을 가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애플페이 결제 모습. (사진=뉴스포스트 DB)
애플페이 결제 모습. (사진=뉴스포스트 DB)

20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지난 6월 신한·KB국민·BC카드 등이 애플페이 사업 참여 의향서를 애플에 제출했으며, 최근 애플은 의향서를 제출한 카드사들을 대상으로 애플페이 계약 조건을 전달했다고 알려졌다. 

다만 해당 카드사들은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이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현업 부서에 문의한 결과 사실무근이다"고 밝혔다. 또 다른 카드사 관계자도 "관련 내용에 대해 확인해줄 수 없다"고 답했다. 

현대카드는 애플과 손잡고 올해 3월 말 애플페이 서비스를 국내에 처음 선보였다. 애플페이를 도입한 3월 21일부터 9월 21일까지 6개월 동안 현대카드가 독점 서비스 해왔다. 

선점 효과를 통해 현대카드는 신규 가입자를 대거 늘리며 시장점유율(국내·개인 신용카드 이용금액 기준) 업계 3위에 오르기도 했다. 애플페이 출시 효과로 회원이 급증하고, 신용카드 이용 실적이 늘어난 영향이다.

현대카드의 회원 수를 보면 2022년 말 1135만 명에서 지난 11월 말 1197만 명으로 62만 명 증가했다. 신규 회원 수도 애플페이 도입이 본격화한 3월 20만 3000명을 기록하며 정점을 찍었다. 이후 4월 16만 6000명, 5월 14만 5000명, 6월 12만 5000명, 7월 12만 명, 8월 11만 5000명 등을 기록했다. 

다만 신규 회원 수의 증가폭이 둔화되는 양상을 보이며 신규고객 유입 효과가 4~5개월에 그친다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지난 6일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에서 열린 ‘제12회 연신금융포럼’에서 오태록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지난 3월 애플페이를 도입한 카드사(현대카드)는 신규고객 유입 효과가 약 4~5개월만 지속되는 등 간편결제 확대가 단기적 효과에 그치는 경향이 있다"며 "간편결제 확대가 수익성에 미치는 영향을 다양한 각도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수익성에 대해서도 한계성이 드러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오 연구위원은 "올해 상반기 가맹점수수료 수익은 전년 동기 대비 706억 원 증가했으나, 제휴사 지급수수료 비용은 2074억 원 급증했다"며 "간편결제 확대가 총소비를 진작하는지, 매출 증대가 곧 순수익으로 귀결되는지는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수익 증대 효과가 명확하지 않은 가운데, 타 국가에 비해 높은 수수료율도 제휴를 망설이는 이유 중 하나다. 같은 간편결제 서비스인 삼성페이는 수수료 무료 정책을 유지하고 있다. 

정확한 수수료율이 밝혀지진 않았지만 업계에선 현대카드가 애플페이 수수료로 건당 0.15%를 애플에 지불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는 애플페이를 도입한 국가 중 가장 높아 올해 10월 열린 금융위원회 국정감사에 김덕환 현대카드 사장이 소환되기도 했다. 

당시 양정숙 무소속 의원은 "현대카드가 애플페이 서비스 계약을 하면서 애플페이에 건당 0.15% 세계 최고 수준의 수수료를 지급하기로 했다. 중국은 0.03%고, 이스라엘도 0.05%다"며 "애플이 다른 나라에 비해 (한국에서) 많은 수수료를 받고 있는 것에 대해 애플이 시장 내 지위를 남용하는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나"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현대카드가 높은 수수료를 주고 애플과 계약을 한 것은) 다른 후발주자들이 계약을 할 때 이렇게 높은 수수료를 줄 수밖에 없다"며 "그리고 이 수수료가 결국은 소비자와 영세상인에게 전가될 수 있다"고 질타했다. 

실적이 악화된 상황에 높은 수수료를 부담하며 제휴에 나서기엔 무리라는 의견이 나온다. 실제로 올 3분기 신한·삼성·현대·KB국민·롯데·우리·하나·BC카드 등 8개 전업카드사의 합산 당기순이익은 7369억 원으로 1년 전(8626억 원)보다 15% 감소했다. 누적 기준으로는 2조 781억 원으로 전년(2조 3530억 원)보다 11.7% 줄었다. 

이외에도 국내 근거리 무선통신(NFC) 단말기 보급률과 교통카드 기능 부재 등이 매력도를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꼽힌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고금리 상황과 경기 침체로 인해 애플페이와 같은 신규 사업 진행은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제휴를 검토하고 있는 회사에서 확인이 가능한 수준으로 가려면 어느정도 진전이 돼야 하는데, 아직 그 단계까지 가지 못 한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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