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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임 후 ‘어닝쇼크’ 성적표·사망사고 마주한 서강현 현대제철 사장 다운사이클 시기 차기 회장 최종후보 오른 장인화 포스코 전 사장 서강현 현대제철 사장 “수익성과 효율성 중심의 ESG경영 강화” 이산화탄소배출량 1위 포스코, 수소환원제철 전략 투자 향방 주목

억울한 서강현, 억울할 장인화...현대제철·포스코 '생존 ESG' 돌입

2024. 02. 20 by 이상진 기자
왼쪽부터 장인화 포스코 전 사장, 서강현 현대제철 사장. (사진=각사 제공)

[뉴스포스트=이상진 기자] 포스코와 현대제철 등 국내 대표 철강기업들이 생존을 위해 ESG경영에 돌입했다. 건설 등 전방산업 부진이 이어지면서 지속가능한 미래 먹거리 찾기에 나선 것이다. 가장 눈에 띄는 기업은 지난해 영업이익이 반토막 나는 등 악재가 겹친 현대제철이다. 상대적으로 실적을 선방한 철강업 맏형 포스코는 긴 호흡으로 수소환원제철 기술개발에 착수했다.


현대제철 4중고...‘실적 반토막’ ‘통상임금 패소’ ‘잇단 중대재해’ ‘전방산업 침체’


지난해 12월 취임한 서강현 현대제철 사장은 연이은 악재를 맞고 있다. 현대제철에 실적 감소와 통상임금 소송, 중대재해 발생, 전방산업 침체 등 파고가 닥친 까닭이다.

서 사장이 취임 두 달여 만에 받아 든 현대제철 실적 성적표는 어닝쇼크 수준이다. 지난해 현대제철은 건설업 침체에 봉형강 제품 판매량이 감소하며 실적이 악화했다. 제품가격 하락과 전기요금 인상도 실적 침체의 원인이다. 지난해 현대제철의 매출은 25조 9148억 원, 영업이익은 8073억 원이었다. 각각 전년 대비 5.2%, 50.1% 줄어든 수준이다. 증권가 컨센서스인 영업이익 1조 2555억 원보다도 4500억 원 감소한 실적이다.

지난달 11일 이기로 전국금속노동조합 현대제철지회장이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정기 상여금 통상임금 관련 상고심을 마친 후 발언하고 있다. 1심과 2심에서 원고인 노동자 측이 승소해 현대제철이 상고했지만, 이날 대법원은 2심 판결
지난달 11일 이기로 전국금속노동조합 현대제철지회장이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정기 상여금 통상임금 관련 상고심을 마친 후 발언하고 있다. 1심과 2심에서 원고인 노동자 측이 승소해 현대제철이 상고했지만, 이날 대법원은 원심을 확정했다. (사진=뉴시스)

통상임금 소송 패소도 현대제철에 뼈아픈 지점이다. 지난달 11일 대법원은 현대제철 근로자들이 현대제철을 상대로 낸 임금 청구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해당 판결에 따라 현대제철은 근로자들에게 443억 원과 함께 지연손해금도 지급한다. 

현재 계류 중인 통상임금 사건들에서 현대제철이 모두 패소한다면 현대제철은 근로자들에게 3500억 원에 달하는 금액을 지급해야 한다. 이에 따른 현대제철의 충당부채도 늘어나고 있다. 1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기준 현대제철의 소송충당부채는 3759억 원(유동 16억 7765억 원, 비유동 3742억 원)에 달한다.

근로자가 사망에 이르는 등 잇단 중대재해 발생도 현대제철의 발목을 잡는 암초다. 설 연휴를 앞둔 지난 6일 현대제철 인천공장의 폐기물 처리 수조에서 청소 중이던 근로자 7명이 사상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30대 근로자 1명이 사망하고 2명이 중상을 입는 등 인명피해가 발생했다. “사업장 안전 등 안전 문화를 체화해달라”고 당부한 서 사장의 올해 신년사가 무색해졌다. 2022년 1월 27일 중대재해법 시행 이후 현대제철에서는 중대재해법 적용 사고가 네 차례 발생했다.

취임 두 달여 만에 악재들을 맞은 서강현 사장 입장에선 억울한 면이 없지 않다. 불가항력인 전방산업 침체라는 글로벌 시황은 물론, 통상임금 소송도 11년째 이어오다 지난달에야 대법원 판결이 났기 때문이다.

서강현 사장이 선택한 돌파구는 ESG경영 고도화를 통한 지속가능한 미래 먹거리 발굴로 보인다. 서 사장은 올해 신년사를 통해 △수익성과 효율성 중심의 ESG경영 강화 △전기로-고로 복합프로세스의 탄소중립 로드맵 추진 △친환경·경량화 모빌리티 소재 개발 등 중장기적 전략을 추진해 어려운 업황을 극복해나가겠다고 밝힌 바 있다. 


재수 성공한 장인화 전 사장, 고령 딛고 탄소감축 과제 풀어낼까


지난 8일 포스코그룹 차기 회장 최종후보에 오른 ‘포스코맨’ 장인화 전 포스코 사장도 업황 다운사이클에 임기를 시작한다면 녹록지 않은 갑진년을 보낼 것으로 보인다. 1955년생인 장인화 전 사장은 지난 2018년 포스코 회장 최종 후보자 2인에 올라 최정우 포스코 회장과 경쟁한 바 있다. 재수 끝에 포스코그룹 차기 회장으로 낙점된 것이다.

포스코홀딩스 CI. (자료=포스코홀딩스)
포스코홀딩스 CI. (자료=포스코홀딩스)

오는 3월 21일 정기주주총회에서 이사회 의결을 거쳐 차기 회장을 확정하면, 장인화 전 사장도 실적 개선이라는 숙제를 마주하게 된다. 지난해 포스코홀딩스는 연결기준 매출 77조 1270억 원, 영업이익 3조 5310억 원 등 실적을 거뒀다. 매출액은 전년 대비 9%, 영업이익은 27.2% 줄었다. 특히 주력 사업인 철강부문의 실적 감소가 두드러졌다. 올해도 철강부문 실적 회복은 미지수다. 전방산업 부진이 이어질 것이란 전망에 봉형강 등 제품 판매량 회복을 낙관할 수 없기 때문이다.

ESG 공시와 함께 눈앞으로 다가온 글로벌 탄소감축 강화 스탠스도 포스코그룹 차기 회장이 새롭에 짊어져야 할 짐이다. 한국은 2026년부터 자산총액 2조 원 이상인 기업들을 대상으로 ESG 공시를 시작한다. 당초 2025년부터 공시 예정이었지만, 가이드라인 등 미비를 이유로 1년 미뤄졌다. 미국과 유럽 등은 이미 ESG 항목을 공시하고 있거나, 내년 공시 예정이다. 

2년 뒤로 다가온 ESG 공시 의무화 이후 ‘유럽판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으로 불리는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시행도 가시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른바 탄소국경세 부과로 포스코 등 탄소배출량이 많은 기업은 재무부담이 늘어난다. 포스코가 탄소배출량을 줄이지 않으면 국내는 물론 글로벌 비즈니스 수행에 험로가 예정된 것이다.

20일 국가온실가스종합관리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2022년 기준 포스코는 7018만 이산화탄소환산t(tCO2-eq)를 배출했다. 정부의 목표관리 대상 가운데 1위다. 같은 기간 현대제철은 2850만 이산화탄소환산t(tCO2-eq)를 배출했다. 

정부의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에 따르면 국내 철강업계는 온실가스를 오는 2050년 460만 이산화탄소환산t으로 감축해야 한다. 지난 2022년 기준 포스코와 현대제철 등의 총합 1억 톤에 달하는 온실가스 배출량을 고려하면 95%에 달하는 ‘탄소 다이어트’가 필요하다.  

포스코는 ‘꿈의 기술’로 불리는 수소환원제철 기술로 ‘탄소배출 제로’를 달성하겠다는 목표다. 향후 수십 년에 걸쳐 수십조 원의 개발비를 투자하는 전략 투자의 초기 단계인 만큼, 차기 회장이 될 장인화 전 사장의 경영전략에 따라 사업 완료 시기와 성패가 갈릴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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