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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호석화 박철완 전 상무, 숙부 박찬구 회장과 다시 표 대결 2021·2022 주총 표 대결 밀린 박철완, 행동주의펀드 동맹 “박철완에 위임” ‘주주가치 제고’ 제안에 움직이는 소액주주 박 전 상무, 尹정부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 스탠스도 유리

금호석유화학, "자사주 소각 박철완에 위임" 전운[2024주총]

2024. 02. 21 by 이상진 기자
박찬구 금호석유화학그룹 회장(왼쪽)과 박철완 전 상무. (사진=뉴스포스트DB)
박찬구 금호석유화학그룹 회장(왼쪽)과 박철완 전 상무. (사진=뉴스포스트DB)

[뉴스포스트=이상진 기자] 내달로 예정된 금호석유화학의 정기 주주총회를 앞두고 전운이 감돌고 있다. 박철완 금호석유화학 전 상무가 행동주의펀드와 손잡고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주주제안을 예고하면서다. 

박 전 상무의 주주제안이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 해소 스탠스를 취한 정부 정책과 맞아떨어지고, 18.4%에 이르는 자사주 소각을 제안한 박 전 상무 측에 소액주주들도 종목토론방 등을 통해 “박철완에게 위임하겠다”는 의견을 제시하는 상황이다.


금호석화, 환절기 감기 같았던 ‘조카의 난’...올해는 다르다


금호석유화학그룹의 경영권을 놓고 매년 반복되고 있는 ‘조카의 난’은 올해 금호석유화학의 정기 주주총회에서도 반복될 예정이다. 다만 올해는 박철완 전 금호석유화학 상무의 칼끝이 적재적소를 찌르고 있어 주총 결과를 장담할 수 없게 됐다.

박철완 전 상무는 지난 2021년부터 숙부의 자리를 위협하고 있다. 박 전 상무는 故 박정구 금호그룹 회장의 아들로, 현 박찬구 금호석유화학그룹 회장의 조카다. 두 사람의 악연은 202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박찬구 회장은 금호그룹 인사에서 장남 박준경 금호석유 상무를 전무로 승진 인사하고, 조카 박 전 상무를 승진 인사에 포함하지 않았다. 박 전 상무는 바로 그 다음해인 2021년 3월 주총에서 박철완 전 상무는 숙부를 상대로 표 대결을 벌였다. 재계는 박 전 상무의 표 대결에 아버지 박정구 회장의 뒤를 이어 경영권을 승계받을 것이란 기대가 무산된 까닭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2021년과 2022년의 ‘조카의 난’은 박 전 상무의 완패로 끝이 났다. 박 전 상무는 △배당 확대 △이사진 교체 △박찬구 회장의 특수관계 해소 등을 주장했지만 표 대결에서 패했다. 주총 이후 박찬구 회장은 박 전 상무를 해임조치했다. 내부 핵심 관계자에서 외부인으로 몰려난 셈이다. 박 전 상무는 2022년에도 배당 확대 등 주주제안을 했지만 표 대결에서 패했다.

다만 내달로 예정된 올해 금호석유화학 정기주총에서는 결과를 예측하기 어려워졌다. 박철완 전 상무가 행동주의펀드와 손을 잡으면서다. 금호석유화학의 개인 최대주주인 박철완 전 상무는 최근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사모펀드 차파트너스자산운용(차파트너스)에 권리를 위임했다고 밝혔다.

박 전 상무 측에 따르면, 박 전 상무는 차파트너스와 이번 주총에서 ‘자사주 소각에 관한 정관 변경의 건’, ‘자사주 소각의 건’ 등을 제안했다. 금호석유화학이 전체 주식의 18%에 달하는 대규모 미소각 자사주가 소액주주의 권익을 침해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박철완 전 상무의 개인지분은 9.1%다. 우호지분까지 합하면 박 전 상무 측 지분은 10.88% 수준이다. 박찬구 회장(6.46%)과 박 회장의 아들 박준경 금호석유화학 사장(7.65) 등 우호지분 15.8%와 5%p 차이가 난다. 그간 국민연금(8.25%) 등이 중립을 지킨 만큼 소액주주들의 지지 향방에 따라 표 대결 결과가 달라질 수 있는 것이다. 

네이버 종목토론실 등에는 박철완 전 상무를 지지한다는 소액주주들도 활발한 의견을 내고 있다. “박철완 상무를 지지한다”, “개미들은 박철완에게 위임이 답이다”, “자사주 소각은 시대의 흐름이다” 등의 의견이 제시되고 있다. 


尹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 기업들 자사주 소각 잇따라...박 전 상무에 호기


지난 14일 윤석열 대통령이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외국인투자기업 오찬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지난 14일 윤석열 대통령이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외국인투자기업 오찬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윤석열 대통령이 이달 초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증시 저평가)’ 해소를 강조한 뒤 국내 기업들의 자사주 소각이 이어지고 있다. 

대표적인 기업이 SK이노베이션이다. SK이노베이션은 2011년 회사 출범 이후 첫 자사주 소각에 나섰다. SK이노베이션은 현금·현물 배당을 대신 배당가능이익 범위 내 자사주를 전량 소각하기로 했다. 모두 491만 9974주로 장부가 기준으로 8000억 원 규모다. 

자사주 소각 배경에 대해 김진원 SK이노베이션 CFO는 “최근 정부의 코리아 디스카운트 완화 정책에 부응하고, 주주분들께 약속한 주주가치 제고 방안을 적극적으로 이행한 것”이라고 밝혔다.

삼성물산도 총 1조 원 규모의 자사주 소각을 결정했다. 삼성물산의 자사주 소각 발표 이후 삼성물산 주가는 19일 종가기준 9년 만에 17만 원을 돌파하기도 했다. 이외 HD현대건설기계와 SM엔터테인먼트 등도 자사주를 소각 계획을 밝혔다. 올해 2월까지 자사주 소각 규모만 지난해 전체 자사주 소각 규모의 70%에 이른다.

정부는 오는 26일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위한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의 구체적인 각론을 발표한다. 자발적인 주가 관리 노력 독려를 위한 기업가치 제고 계획과 주주가치가 높은 기업으로 구성된 지수 도입 등 방안이 담길 것으로 보인다. 상장 공기업의 주주가치를 높이기 위한 경영평가 항목도 도입될 전망이다.

박철완 전 상무도 정부의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 스탠스를 의식하며 표 대결을 위한 전략적인 행보를 보인 것으로 보인다. 지난 15일 입장문을 통해 박철완 전 상무는 “현재 정부에서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하기 위해 진행 중인 자사주 소각 의무화가 반드시 도입돼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자사주를 18%나 보유 중인 금호석유화학이 그 대표적인 사례가 되기를 희망한다”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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