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유병권 서울시립대학교 국제도시과학대학원 교수 인터뷰 다양한 가치관 늘어날수록 분절화 발생, 도시문제는 필연 “연간 1조 투자하는 尹 ‘뉴빌리지’ 계획, 현실적으로 가능”

[도시재생 르네상스④] 유병권 교수 "불확실성의 세계, 답은 도시재생"

2024. 03. 27 by 이상진 기자

한국경제의 새로운 뇌관으로 떠오른 부동산PF 위기에 10년 묵은 도시재생법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글로벌 금리인상과 원자재값 상승으로 대규모 부동산PF을 일으키기 어려워져 1군 건설사들조차 서울 노른자위 정비사업을 마다하면서다. 단순히 물리적 도시정비가 아닌 도시쇠퇴의 근본적인 처방을 제시하는 도시재생, 뉴스포스트는 3부에 걸쳐 국내외 도시재생의 역사와 현재를 짚어본다 – 편집자주

[뉴스포스트=이상진 기자] “수많은 철학자·사상가·경제학자가 이론을 확립하고 계획을 세우고 문제를 사전에 차단하려고 했어요. 하지만 결국 불확실성이란 블랙홀이 모든 계획을 빨아들였죠. (웃음) 도시화 문제도 마찬가지입니다. 계획을 세운들, 필연적으로 발생할 수밖에 없어요. 지금의 도시화 문제를 해결할 해답은 도시재생입니다.” - 유병권 서울시립대 국제도시과학대학원 교수

유병권 서울시립대 국제도시과학대학원 교수. (사진=뉴스포스트 이상진 기자)
유병권 서울시립대 국제도시과학대학원 교수. (사진=뉴스포스트 이상진 기자)

유병권 교수는 25일 뉴스포스트 취재진을 만난 자리에서 지금의 도시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해답이 ‘도시재생’이라고 강조했다. 금리 인상과 건축 원자재값 상승 등으로 부동산PF 위기가 잠재된 상황을 고려하면서 도시화 문제를 해결하기에 도시재생이 적격이라는 진단이다.

유 교수는 “사회가 다양한 가치를 받아들여 성숙할수록 중앙정부와 지자체, 관료제와 준관료적 기구, 시민사회 등 다양한 영역에서 분권화와 분절화가 발생해 불확실성도 점차 커진다”며 “지금 국내외 경제 상황으로 볼 때 도시재생 사업이 도심쇠퇴와 공동화 문제, 주거여건 악화, 인구감소 등 도시화 문제를 해결하기에 맞는 방향”이라고 말했다.

이날 뉴스포스트는 서울 동대문구 소재 서울시립대학교에서 유병권 교수를 만나 도입 10년을 맞은 도시재생법에 따른 국내 도시재생 사업에 대한 평가와 향후 도시재생 사업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한 제언을 들었다.

― 앞서 영·미·일 선진국이 겪은 도시화에 따른 문제를 한국도 겪고 있다. 도심쇠퇴 등 문제를 사전에 막을 수는 없나?

“인류는 문제를 사전에 차단하려는 다양한 시도를 해왔다. 플라톤의 ‘국가’, 토마스 모어의 ‘유토피아’ 등 통치철학을 시작으로 유효수요를 위해 공공지출이 필요하다고 주장한 경제학자 존 메이너드 케인스까지. 이런 개념을 도시공간으로 가져온 사상가가 ‘가든시티’ 개념의 창시자인 도시공학자 에벤에저 하워드다.

하지만 세상은 항상 변수가 발생한다. 도시계획과 무관하게 인구감소, 환경오염, 글로벌 산업지형의 변화 등 다양한 변수들에 의해 문제가 발생한다. 도시계획은 필요하겠지만, 계획으로 도시화에 따른 모든 문제를 막을 수가 없다는 얘기다.”

― 글로벌 금리인상과 건축비 및 인건비 상승, 부동산 수요 감소, 부동산PF 부실까지. 다양한 위험요소가 잠재된 상황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올바른 도시정비 방법은.

“정비사업은 10여 년 전 부동산 경기침체로 일반분양을 통해 수익성 확보가 어려웠다. 특히 주택재개발 대상 지역도 자연스럽게 도시재생을 통해 주거환경을 개선하고자 했던 것이 사회적 분위기였다.

부동산 경기침체, 인구 및 가구감소, 전통산업 쇠퇴 등 최근 여건을 보면 도시재생제도가 도입됐던 10여 년 전과 큰 차이가 없다. 지금의 국내외 위기로 도시재생이 도시화 문제를 해결할 방법으로 떠오르고 있다는 거다. 다만 10여 년 전과 달리 정치, 경제, 사회 환경이 바뀌어 도시재생 정책도 새로운 시대에 맞게 변화하고 진화할 필요가 있다.”

― 2013년 도시재생법이 제정됐다. 10년마다 기본 방침을 정하는 규정에 따라 올해 1월 ‘제2차 도시재생 기본 방침’이 공고됐다. 지난 10년간의 ‘제1차 도시재생 기본 방침’에 따른 국내 도시재생 성과를 평가한다면.

“긍정적 측면은 도시정책의 프레임을 도시재생으로 바꿨다는 점이다. 전통적으로 강조해왔던 물리적 재생에 더해 경제적, 사회적, 환경적, 문화적 재생이라는 지금까지 소홀했던 복합적 가치를 도시정책에 부여했다. 부정적 측면은 부동산경기가 활성화되면 도시재생 정책이 갖는 프레임이 제대로 작동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정비사업을 대체하는 수단의 도시재생만 강조하고 정비사업, 리모델링과 같은 전통적 도시재생도 함께 운용하는 신축적 자세가 부족했다. 또 기반시설 정비를 통한 근본적인 도시개조보다 도시재생활성화지역 위주로 부분적 외형적 개선에 치중하고 예산도 배정하는 편협성도 있었다.”

― 도시재생법은 도시재생전략계획 수립 시 주민의 의견수렴을 위해 ‘도시재생지원센터’를 설치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일부 시민단체와 정치권에서 ‘도시재생지원센터’ 설치를 강행법규로 규정해야 한다고 주장하는데.

“정치적 맥락이다. 도시재생지원센터는 관료제와 시민을 잇는 중간 조직 개념이다. 박근혜 정부 당시 도시재생법을 제정했을 때 보수에서는 도시재생지원센터가 시민단체를 양성하는 온상으로 봤다. 반면 진보는 시민의 목소리를 듣기 위한 도시재생지원센터 설치를 강행법규화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큰 개념으로 보면 도시재생지원센터는 도시재생과 관련해 행정부서가 수행하기 어렵거나 행정부서가 하는 일을 보완하는 역할을 한다. 도시재생센터의 운영은 행정비용이 수반된다. 지자체마다 여건이 달라 일률적 설치를 의무화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고 본다.”

유 교수는 윤석열 대통령이 19일 밝힌 '뉴빌리지' 도시재생 정책 재원 마련이 현실적이라고 평가했다. (사진=뉴스포스트 이상진 기자)
유 교수는 윤석열 대통령이 19일 밝힌 '뉴빌리지' 도시재생 정책 재원 마련이 현실적이라고 평가했다. (사진=뉴스포스트 이상진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9일 ‘뉴빌리지’ 정책을 발표하며 도시재생 패러다임을 바꾸겠다고 선언했다. 추가 재정부담 없이 10년간 10조 원을 투자하겠다는 계획인데, 어떻게 평가하는지?

“도시재생 뉴딜 당시에도 연간 1조 원 얘기가 나왔다. 순수하게 국가재정을 넣는 개념은 아니었고 국가재정과 공기업, 또 국가재정 중 여러 부처가 가지고 있는 분산된 재원을 특정 지자체 공간 모아서 투입한다는 개념이었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주택도시기금 활용방안도 가능하다. 이래저래 모으고 금융방법을 고민하면 추가 재정부담 없이 연간 1조 원 재원 마련은 현실적으로 가능하다고 본다. 정부도 아직 정교하게 계산한 것은 아니고 이전 정부에서 했던 것 이상은 하겠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 도시재생에 대한 투자와 함께 정부는 일산과 분당 등 1기 신도시의 재건축, 고양 창릉, 하남 교산 등 3기 신도시 조성을 추진 중이다. 구도시의 교외화 문제로 도심쇠퇴가 야기된다는 점에서, 부작용은 없을지?

“도시 내부의 인구포화, 지가상승 등으로 집적의 불이익이 생기면 교외화되는 현상이 발생한다. 교외화는 교통문제, 환경오염 등의 부작용을 초래하고 원도심으로 회귀하는 복원력을 가진다. 교외화가 기존 도시에 미치는 영향이 긍정적인지 부정적인지는 도시별 발전단계, 도시정책 등에 따라 판단해야 한다.

기존 도시가 쇠퇴하고 있는 단계에 교외화를 부추길 수 있는 정책이 외생적으로 주어진다면 기존 도시는 더 쇠퇴될 수 있다. 과거 공공기관 지방이전 정책에 의해 수도권에서 이전하는 공공기관을 쇠퇴해가는 기존도시 외곽으로 이전해 기존도심 상권이 쇠퇴한 사례가 있다. 이 사례에 비추어볼 때 신도시 건설은 광역적 지역분석을 토대로 도시 간의 조화로운 상생 방안을 점검하면서 개발 방향을 설정하는 게 필요하다고 본다.”

― 끝으로 도시화 문제와 도시재생 방향 등에 대해 제언한다면.

“기존 도시정책은 거시적 경제지표만 강조하며 국가경제정책의 희생양이 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GDP는 도시문제와 관련해 환경문제, 불평등, 사회적 통합 등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도시는 가장 많은 GDP 창출공간이지만 가장 많은 범죄, 에너지소비, 오염배출 공간이다. 사회적, 환경적, 물리적 성과지표들도 감안하는 도시관리정책이 필요하다.

또 헌법이 추구하는 분권화는 시민의, 시민에 의한, 시민을 위한 도시행정을 지향한다. 주민이 주도적으로 도시재생 정책을 입안하고 결정에 참여할 수 있는 제도 마련 및 운영방안 모색이 필요하다. 관련 조례를 제정 및 개정하고, 주민협정과 같은 제도를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본다.”
 


※ 유병권 서울시립대 국제도시과학대학원 교수 약력

학력사항
- 서울시립대학교 도시행정학과 행정학 박사
- 미시간주립대학교 도시및지역계획학 석사
- 서울대학교 행정대학원 행정학 석사
- 전남대학교 경영대학 경영 학사

경력사항
- (재)대한건설정책연구원 원장
- 국토교통부 국토도시실장
- 국토교통부 중앙토지수용위원회 상임위원
- 국토교통부 토지정책관
- 국토교통부 부산지방국토관리청장
- 제33회 행정고등고시 재경분야 합격(19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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