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탐구

가정의 달 맞이 동대문 일대 전문 상가 탐방 창신동의 장난감 거리, 청계천 애완동물 거리, 그리고 신발 도매상가

[도시탐구] 장난감부터 도마뱀까지 구할 수 있는 동대문

2024. 05. 03 by 강대호 기자

[뉴스포스트=강대호 기자] 동대문 일대는 시장이 많기로 유명하다. 밀리오레나 두타 혹은 평화시장처럼 패션 관련한 모든 제품을 살 수 있는가 하면 광장시장처럼 다양한 먹거리를 맛볼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그뿐만 아니라 동대문에는 장난감 가게와 문구점이 모여 있는 거리가 있고 그 옆에는 수족관 거리와 애완동물 거리가 있는 등 전문 상가가 모여 있다.

창신동 장난감 거리의 한 점포. 방송에 나와 더욱 유명해졌다. (사진= 뉴스포스트 강대호 기자)
창신동 장난감 거리의 한 점포. 방송에 나와 더욱 유명해졌다. (사진= 뉴스포스트 강대호 기자)

창신동의 장난감 거리

동대문 장난감 시장은 지하철 1호선 동대문역 4번 출구 근처에 있다. 이 시장이 시작되는 골목 입구에 ‘문구 완구 종합 도매시장’이라 쓰인 플래카드와 팻말이 있어 찾기 쉽다.

동대문 장난감 시장은 창신동 골목, 정확히는 종로52길과 종로54길의 약 300미터 구간에 펼쳐진 시장이다. 창신동 장난감 거리로도 불린다. 그런데 전문 시장이라고 해서 쇼핑센터 같은 건물을 상상하면 안 된다. 전통시장처럼 길 양옆으로 점포가 늘어서 있다.

창신동 장난감 거리는 1970년대 중반 문구류를 취급하는 가게가 생기기 시작해 점차 완구류, 운동용품, 파티용품 등으로 범위를 넓혀왔다. 초기에는 주로 전국의 문구점을 대상으로 하는 도매 영업을 위주로 했으나 10여 년 전부터 입소문이 나면서 소매 비중이 커졌다고 한다. 

창신동의 장난감 거리. 길 양쪽으로 완구와 문구 등을 취급하는 점포들이 늘어서 있다. (사진= 뉴스포스트 강대호 기자)
창신동의 장난감 거리. 길 양쪽으로 완구와 문구 등을 취급하는 점포들이 늘어서 있다. (사진= 뉴스포스트 강대호 기자)
창신동 장난감 거리를 찾은 어린이들. (사진= 뉴스포스트 강대호 기자)
창신동 장난감 거리를 찾은 어린이들. (사진= 뉴스포스트 강대호 기자)

골목에 들어서니 길 양옆으로 점포들이 나란히 서 있고 야외 매대에는 각종 장난감이 펼쳐져 있다. 눈에 익은 캐릭터를 모델로 한 장난감이 있는가 하면 재밌는 동작으로 눈길을 끄는 장난감도 있었다. 이 골목을 찾은 어린이들은 가게마다 들러서 매대의 장난감들을 구경했다. 길을 재촉하는 어른들의 보챔은 소용없는 듯 보였다.

2010년대 중반의 신문 기사들을 보면 이 골목에 120여 점포가 있었다고 하는데 지금은 그 정도는 아닌 걸로 보인다. 한 가게 사장은 “지난 코로나 시국 때 견디지 못하고 문 닫은 곳이 꽤 된다”고 했다. 또한 “방송에 나온 후 성인은 물론 외국인들도 많이 찾아오지만 대개 사진만 찍고 그냥 간다”고도 말했다.

올 2월 MBC <나 혼자 산다>에서 코군이 창신동 장난감 거리의 한 점포를 방문해 친구 딸들을 위한 장난감을 샀었다. 그 후에 이 거리를 찾는 이들이 더 늘었다고 한다. 그런데 장난감을 찾는 이가 어린이뿐만은 아닌 거로 보인다.

창신동 장난감 거리의 한 점포 내부. 어린이뿐 아니라 어른들도 좋아하는 장난감이 많다. (사진= 뉴스포스트 강대호 기자)
창신동 장난감 거리의 한 점포 내부. 어린이뿐 아니라 어른들도 좋아하는 장난감이 많다. (사진= 뉴스포스트 강대호 기자)

‘승진완구’의 송동호 대표는 “어른들도 장난감을 사러 온다”고 말했다. 주로 “레고나 피겨 제품을 많이 찾는다”고.

송대표의 가게는 방송에서도 여러 번 소개됐는데 1층과 2층에 온갖 종류의 장난감이 빼곡하다. 규모가 큰 만큼 유모차가 지나갈 수 있을 정도로 진열대 사이가 넓다. 직원에게 가격을 물어볼 필요 없이 바코드로 확인할 수 있는 코너가 있기도 하다.

송대표는 또한 “주말이면 가게는 손님들로 크게 붐빈다”고도 말했다. 어린이가 주 고객인 특성상 어른들이 함께 오기 때문에 더 붐빈다고. 

창신동 장난감 거리가 가족 나들이나 데이트 코스로 좋은 이유가 또 있다. 이 골목에서 청계천 방향으로 조금만 가면 수족관 거리와 반려동물 거리가 나오기 때문이다.

관상어와 조류, 그리고 파충류를 볼 수 있는 거리

관상어와 관련 제품을 취급하는 수족관 거리는 종로54길과 종로44길이 만나는 지점 주위에 모여 있다. 장난감 거리와 연결되는 골목이다. 

이곳과 가까운 청계천 변에는 1960년대 말부터 금붕어를 파는 노점이 있었다고 한다. 수족관 관련 가게들이 본격적으로 영업하기 시작한 건 청계천 일대 개발이 마무리된 2005년경부터였다. 물이 흐르는 청계천의 분위기와 관상어가 어우러진 상권이었다.

청계천 일대의 수족관을 다룬 과거 신문 기사들을 참고하면 2000년대 후반쯤에 60여 곳 이상의 수족관이 모여 있었다. 하지만 골목 곳곳을 돌아보니 문을 닫은 가게가 많아 보인다. 그래도 동대문 장난감 시장이 있는 골목과 연결되는 지점이라 동반 효과가 있다고 한다.

청계천 수족관 거리의 한 점포. 주말이면 가족 단위 손님들이 많다고 한다. (사진= 뉴스포스트 강대호 기자)
청계천 수족관 거리의 한 점포. 주말이면 가족 단위 손님들이 많다고 한다. (사진= 뉴스포스트 강대호 기자)

‘천안기구 수족관’의 서정국 대표는 “주말이면 어린이를 동반한 가족 손님이 무척 많다”고 말했다. “구경만 하는 이들도 있지만 금붕어나 열대어를 사가기도 한다”고도 덧붙였다. 

수족관 거리에서 금붕어나 어항만 살 수 있는 건 아니다. 본격적으로 관상어를 키우기 위한 수족관과 관련 기구를 모두 구할 수 있다. 수족관은 원하는 규모에 따라 제작과 설치까지 이곳에서 해결할 수 있다.

서대표는 많은 가게가 문 닫았지만, 여전히 한국을 대표하는 수족관 관련 상권이라고 했다. 그는 “관상어는 꼭 현장에서 산후 직접 데려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간혹 “택배로 물고기를 보내줄 수 있냐는 문의가 있는데 응하지 않는다”고 했다. 생명을 다루는 사업인 만큼 함부로 취급하지 않는다는 소신이 읽혔다.

한편, 인터넷을 검색하면 다양한 반려동물을 취급하는 인터넷 상점이 많다. 이들은 택배로 동물을 배송해준다고 홍보하고 있다.

청계천 변의 애완동물 거리. 조류와 파충류를 파는 점포들이 모여 있다. (사진= 뉴스포스트 강대호 기자)
청계천 변의 애완동물 거리. 조류와 파충류를 파는 점포들이 모여 있다. (사진= 뉴스포스트 강대호 기자)

수족관 관련 가게가 2010년대 초반까지는 청계천 변의 신청계의류상가 1층에도 많았었다. 지금도 몇 점포가 남아 있지만 조류나 파충류 등을 파는 점포들이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이곳은 청계천 애완동물 거리로 알려졌다. 1970년대 초반부터 동물을 취급하는 점포가 있었다고 한다. 과거 한창 번창했을 때는 악어나 원숭이 같은 동물도 구할 수 있을 거라는 소문이 나기도 했다. 

최근 방송에서 코쿤이 도마뱀을 입양한 가게도 신청계의류상가 1층에 있다. 점포 관계자에 따르면 희귀하고 이색적인 동물을 취급하고 있어 방송 섭외나 인터뷰 요청이 잦다고 한다. 가게에는 다양한 파충류와 양서류, 그리고 사육 관련 상품이 진열되어 있었다.

청계천 애완동물 거리의 한 점포. 파충류가 전시되어 있다. (사진= 뉴스포스트 강대호 기자)
청계천 애완동물 거리의 한 점포. 파충류가 전시되어 있다. (사진= 뉴스포스트 강대호 기자)

신발 도매상가도 청계천 변에

청계천 변의 애완동물 거리 옆으로는 동대문 신발 도매상가가 펼쳐진다. 모두 세 개의 상가 건물이 있는데 동대문 쪽의 A동과 B동은 소매를 주로 한다. C동은 도매 전문이라 새벽에 연다.

이곳에 상가 건물이 들어선 건 1968년이다. 그런데 처음부터 신발 도매상가가 입점한 건 아니었다. 1970년대에 한국이 국제적인 신발 생산기지로 발돋움하고 남대문 시장 등에서 장사하던 신발 상인들이 대거 모여들면서 신발 도매상가로 변신했다고 한다. 

신발 시장은 상가 뒤쪽 통로에 펼쳐져 있다. 이 통로는 상가 건물 내부에 있는 게 아니라 동대문 신발 도매상가 건물과 뒤쪽 건물 사이에 난 골목이다. 즉 두 건물 사이에 차양을 쳐서 시장 골목을 만든 것이다. 통로를 마주한 점포들에서 슬리퍼와 운동화, 구두와 등산화 등 각종 신발을 팔고 있다. 

동대문 신발 도매상가. 건물 사이의 길이 시장 골목처럼 펼쳐져 있다. (사진= 뉴스포스트 강대호 기자)
동대문 신발 도매상가. 건물 사이의 길이 시장 골목처럼 펼쳐져 있다. (사진= 뉴스포스트 강대호 기자)
동대문 신발 도매상가. 다양한 신발을 구할 수 있는 시장이다. (사진= 뉴스포스트 강대호 기자)
동대문 신발 도매상가. 다양한 신발을 구할 수 있는 시장이다. (사진= 뉴스포스트 강대호 기자)

평일 낮이긴 하지만 한산해 보였다. ‘위드슈’의 조미양 대표는 “인터넷몰을 겸하는 곳이 많지만, 코로나 시절보다 더 힘들다고 느끼는 사장님들이 많다”고 말했다. 그래도 “시중보다 저렴하고 디자인과 품질 좋은 신발이 많다”며 손님이 많이 찾아주길 당부했다. 

이처럼 동대문 일대에는 특정 분야의 상품을 파는 전문 시장이 형성되어 있다. 마침 5월은 선물이 떠오르는 계절이다. 물론 인터넷이나 모바일 쇼핑이 편해진 세상이다. 하지만 현물을 직접 보고 만지며 때로는 흥정까지 할 수 있는 시장의 매력은 찾아본 사람만이 느낄 수 있는 특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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