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포스트=강대호 기자] 서울공항이 뉴스에 나오면 평소와 다른 일이 생긴 걸지도 모른다. 대통령이 해외를 방문할 때 이용하기도 하지만 순국선열의 유해를 봉송하거나 위험에 빠진 국민을 귀환시킬 때 이용하기 때문이다.
2020년 미국에서 한국 공군 수송기로 송환한 한국전 참전 국군 유해 147기와 2021년 카자흐스탄에서 공군 수송기로 봉환한 홍범도 장군의 유해가 도착한 장소가 서울공항이었다. 지난해 10월에는 내전에 돌입한 이스라엘에서 한국 공군 수송기를 타고 온 교민들이 서울공항을 통해 귀국하는 모습이 뉴스를 장식하기도 했다.
그런데 서울공항은 서울에 있지 않다. 성남에 있다. 활주로 북쪽 끝자락이 서울시 강남구 세곡동에 걸쳤다고는 하지만 서울공항 부지 대부분은 경기도 성남시 수정구에 속해 있다.
그런 서울공항을 공군에서는 공군성남기지로 부르는데 이 시설의 유래를 거슬러 올라가다 보면 '여의도 비행장'이 나온다.
여의도 비행장, 한국 공군의 뿌리
1970년대 이전에 여의도 일대를 촬영한 항공사진을 보면 여의도에 활주로가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비행장의 흔적이다.
일제강점기 용산에 주둔하던 일본군은 1916년부터 여의도를 연병장으로 사용했다. 그 한쪽에 활주로와 격납고 등을 설치해 간이 비행장으로도 사용했다.
이 비행장은 군대와 민간이 함께 이용하는 시설이었다. 1922년에는 안창남의 시범 비행이 있었고, 이후에는 모형 비행기 대회나 비행기 헌납 행사가 열리는 공간으로 이용되기도 했다. 그렇게 점차 시설을 갖추어 가며 1928년부터 본격적 비행장으로 자리 잡게 되었다. '경성비행장'으로 불렸다.
경성비행장은 일본과 중국, 그리고 일본과 만주의 중간 지점에 위치했다. 그래서 이 지역들을 항공으로 이을 수 있는 중간 기착지가 되었다. 1929년부터는 경성비행장에서 일본과 중국, 그리고 만주로 가는 우편 비행 항로가 열리기도 했다. 이후에는 만주 지역으로의 민간 항공 노선도 증가했는데 일본의 만주 지배 등 대륙 침략과도 깊은 연관이 있었다.
광복 후 경성비행장은 남한에 진주한 미군이 접수했고, 여의도 비행장으로 불리며 임시정부 요인들이 환국(還國)하는 통로가 되기도 했다. 이를 기념하며 여의도공원에 임시정부 요인들이 타고 온 항공기와 같은 기종인 C-47 수송기가 전시되어 있다.
1948년 5월 5일에는 여의도 비행장에서 대한민국 공군의 전신인 '국방경비대 항공 부대'가 결성되었다. 여의도는 대한민국 공군의 출발점이 되었다.
한국전쟁 중에는 여의도에 공군작전지휘소가 있었다. 당시 미군이 여의도 비행장을 관할했고 1955년에 한국 측에 반환했다. 이후 규모를 키운 한국 공군은 여의도 인근의 대방동에 공군본부를 만들어 이전했다.
그 이후에도 여의도에는 한동안 공군 시설이 있었다. 공군대학이 창설되기도 했고 비행장을 운용하던 기지도 남아 있었다. 이 공군 기지는 1971년에 지금의 서울공항 혹은 공군성남기지로 이전했다.
이러한 여의도 비행장은 한때 국제공항이기도 했다. 1948년에 설립된 '대한국민항공사'는 1954년에 여의도에서 대만과 홍콩을 연결하는 국제 항공편을 운항했다. 하지만 여의도의 여러 한계로 인해 1961년 김포로 국제공항 기능을 넘겨주었다.
한국전쟁 당시 미국 공군은 한국의 군사 비행장들에 고유의 코드(K-Site)를 부여했다. 이때 여의도 비행장에 붙인 코드가 K-16이다. 서울공항 혹은 공군성남기지가 여의도 비행장의 코드를 이어받아 K-16을 쓰고 있다.
서울과 성남의 경계 지점에 자리한 서울공항
오늘날 서울공항 동쪽에는 성남시 수정구가, 남쪽에는 분당구가 있다. 그리고 북쪽에는 서울특별시 송파구가, 서쪽에는 강남구가 있다. 즉 서울공항은 이들 지역 사이에 끼어 있는 듯한 모습이다. 이들 네 지역의 끝자락이면서 경계.
그래서 서울공항이 이곳으로 옮겨온 이유인지도 모른다. 여의도에서 성남으로 옮겨온 1971년만 해도 이 지역은 한적한 시골이었다. 당시 이 지역은 광주대단지로 불리다가 1973년에 성남시로 승격했다. 같은 시기 강남구와 송파구는 성동구에 속했고 비행장 인근은 개발지역에 포함되지 않았었다. 오늘날 이들 지역에는 아파트와 주택 등 주거 공간이 복잡하게 들어섰지만.
지난 9월부터 서울공항 인근 주민들은 항공기 소음에 깜짝 놀랄 때가 많았을 것이다. 10월 1일 국군의날 행사를 위한 연습 비행이 연일 이어졌었다.
헬리콥터 수십 대가 대열을 지어 비행하는가 하면 공군이 보유한 거의 모든 기종의 비행기가 대열을 짓거나 곡예 비행을 하며 서울공항 주변을 날아다녔다.
항공기 소음은 행사가 열리는 서울공항 일대는 물론 성남시, 강남구, 송파구 일대까지 영향을 끼쳤다. 전투기는 멀리서 지나가도 그 소리가 매우 크다. 그런데 저공비행으로 도심을 통과하니 그 소리와 진동은 직접 경험하지 않는 이상 상상하기 어려울 것이다. 소음이라기보다는 굉음에 가깝다.
서울공항 인근의 소음은 지난해에도 있었다. 2023년 국군의날 행사를 위해 9월부터 연습했고 10월 중순에는 격년으로 열리는 '아덱스 2023(ADEX 2023, Seoul International Aerospace & Defense Exhibition 2023)'이 열렸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연습 비행이 연일 이어졌고 행사 기간에는 종일 에어쇼가 펼쳐졌었다.
아무튼 올해 국군의날 행사는 끝났다. 그래서 서울공항 인근 주민들의 불편은 줄어들 것이다. 한동안은.
하지만 수원, 원주, 강릉, 대구, 사천, 서산 등지처럼 공군 기지와 가까운 지역에서는 항공기 소음을 매일 견뎌내야 한다. 우리나라 영공을 지키는 일은 무엇보다 공군 장병의 노고가 크지만, 지역 주민들의 이해를 구하고 민원을 감내해야 하는 일이기도 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