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탐구

잊혀 가는 옛 강남의 흔적을 찾아 기록한 '나의 살던 강남은' 강대호 작가 "아파트 온수 신기해, 친척 오면 목욕 권하기도"

[인터뷰] "나의 살던 강남요? 아파트와 토막촌이 공존했죠"

2025. 07. 01 by 이별님 기자
(사진=강대호 작가)
(사진=강대호 작가)

[뉴스포스트=이별님 기자] 격동의 시대를 거쳐 수도 한복판 농촌에서 도심 최대 부촌으로 거듭난 강남. 서울의 중심지인 강남 지역에 관한 흥미로운 책이 나왔다. 본지에서 '도시탐구' 코너를 연재한 강대호 작가의 신작 <나의 살던 강남은>이 바로 그 책이다.

책에는 '도시탐구' 코너를 통해 소개된 강남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가 담겼다. 서울에 채소류 등을 공급하는 농촌이었던 강남이 어떤 과정을 거쳐 고가의 부동산이 들어선 신도시가 되었는지, 역말·독구리·홍씨마을 등 이곳의 전통 마을들은 현재 어떤 모습이 되었는지, 고급 식당과 대형 교회 등이 어쩌다 즐비하게 들어서게 되었는지 등 강남의 역사는 물론 사회문화 현상까지 저자 특유의 시각으로 쫓아가 보는 책이다.

제목에서 보듯 <나의 살던 강남은>에는 저자인 강대호 기자의 실제 경험담도 담겨 있다. 강북의 주택가에 살던 저자의 가족은 1976년 12월에 강남구 역삼동의 아파트로 이주했다. 당시 강대호 기자는 10살이었다. 그 시절 강남의 모습은 호기심 많은 소년이었던 저자의 기억에 사진처럼 남았다. 그렇게 어린이 시절과 청소년 시절을 거쳐 청년 시절까지 강남에서 살았던 기억, 즉 목격담과 경험담이 <나의 살던 강남은>에 담겨 있다.

(사진=강대호 작가)
(사진=강대호 작가)

다음은 저자인 강대호 기자와의 일문일답이다.

-올초에 첫 책을 출판했는데 비교적 빠른 시기에 두 번째 책이 나왔다. 비결이 무엇인가. 

2025년 1월에 나온 <슬렁 씨의 도시탐험: 서울 강남>은 현북스의 '천천히 읽는 책' 공모전에서 심사위원 추천작으로 뽑혀 책이 나왔고, 이번에 나온 <나의 살던 강남은>은 산지니 출판그룹에서 출간을 의뢰해서 나오게 된 책이다. 산지니 출판사에서 지역 관련 책을 저술할 수 있는 저자를 찾다가 <뉴스포스트> 등에 실린 제 글을 보고 접촉해 와 진행하게 됐다. 첫 책을 출판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다음 책을 내게 돼 작가로서 감사하고 행복할 뿐이다. 한 주제를 깊이 파고 꾸준히 글도 쓰다 보니 찾아온 상이라 생각하고 있다. 

-두 책의 소재도 같은 것으로 보인다. <나의 살던 강남은>은 어떤 책인가.

첫 책이 어린이 대상으로 강남의 역사에 치중했다면, 이번 책은 성인 독자를 대상으로 강남 개발사는 물론 개인적 경험과 사회 문화 현상 등도 담았다. 같은 역사를 다루지만, 전혀 다른 결의 책이라고 할 수 있다.

1970년대 중반 아직 도시 모습이 채 갖춰지지 않은 강남으로 이주한 어린이의 시각에서 봐도 강남이라는 지역은 뭔가 이질적인 요소가 많았다. 그래서 마치 사진에 담듯 기억으로 선명하게 남았다. 그런데 기억은 개인적 경험이라 할 수 있어 문헌 등을 통해 실제는 어떠했는지 증명하듯 글을 쓰게 됐다. 그런 면에서 고향을 탐구하는 글이기도 하다. <나의 살던 강남>이라는 제목에도 이런 마음이 담겼다.

즉 이 책은 고향을 그리워하는 도시인의 고향 탐구기다. 다시 말해 고향인 강남을 그리워하는 저자의 마음이 담긴 강남 탐구기라고 할 수 있다. 

-아파트 생활과 관련한 에피소드, 특히 '더운물' 에피소드가 인상적이었다.

우리 가족이 강남으로 이사한 건 1976년 12월이었다. 그전에는 강북 주택가의 단독주택에서 살았다. 아직 아파트가 대중적인 주거 공간이 아니던 시절이었다. 아마도 아파트 생활양식을 두고 주택 생활자들은 이질적으로 느꼈을지도 모른다. 특히 한겨울 실내에서 짧은 소매 옷을 입거나 수도꼭지를 틀자마자 더운물이 나오는 건 당시 주택 생활자들에겐 낯선 경험일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래서 친척들이 집들이 겸 놀러 오면 어머니는 손님들에게 목욕하고 가라곤 했다. 목욕탕에나 가야 목욕할 수 있었던 시절 어머니의 손님 대접법이었다. 이런 기억을 지인들과의 자리에서 이야기한 적 있었는데 다들 흥미로워했다. 그래서 책에도 담았다.

-강남 곳곳을 직접 취재한 모습이 느껴지는데 기억에 남는 소재와 지역이 있었다면.

전통 마을, 즉 과거에 농촌 마을의 흔적을 찾아 나선 과정이 제겐 여행처럼 즐거웠다. 특히 내곡동 일대에 많았는데 지금은 이름 정도로만 남았다. 샘마을, 신흥마을, 헌인마을, 흐능날, 그리고 홍씨마을 등.

이름만 보면 아파트 단지명 같은 지명도 있지만, 모두 농업에 종사한 이들이 살았던 전통 마을이었다. 홍씨마을을 예로 들자면, 말 그대로 홍씨 일가가 모여 산 집성촌이었다.

관련 문헌과 현장 답사를 통해 이들 마을의 숨겨진 이야기를 찾아가는 과정이 흥미롭고 즐거웠다. 지금은 이들 농촌 마을의 흔적은 사라지고 대개 단독주택 등이 들어선 교외 주택지가 돼 있다. 헌인마을처럼 싹 헐려 고급 주택지로 재개발되는 동네도 있지만 말이다.

-대형서점에 가 보면 강남을 소재로 한 책들이 꽤 있다. 다른 책과의 차별점이 있다면.

부동산이나 개발사 등 다양한 시각으로 바라본 책들이 나와 있다. 대개 <나의 살던 강남> 집필을 위한 선행 연구 문헌, 즉 참고 자료가 된 책들이다.

다른 점을 굳이 밝힌다면, 제가 직접 경험하고 목격한 일들을 근거 자료를 통해 쫓아간다는 점이다. 사례를 하나 들면, 고등학생 시절 도곡동의 아파트에서 홀로 살던 어느 남자가 죽은 지 한참 후에 발견됐다는 소문을 들었는데 성인이 된 후 과거 신문 기사 검색을 통해 더욱 자세한 내용을 알게 됐다는 에피소드를 소개했다. 어쩌면 우리나라 최초의 고독사가 강남에서 발생한 건지도 모른다.

-만약 타임머신이 있다면 돌아가고 싶은 시기와 장소가 있는가.

저는 강남으로 이사한 날짜를 또렷이 기억한다. 그날 인상적인 장면을 목격한 터라 일기에 적었기 때문이다. 만약 돌아갈 수 있다면 바로 그 이삿날, 1976년 12월 5일로 돌아가고 싶다.

저는 그날 우리 아파트 앞 빈터에서 움막을 짓고 살던 이들을 목격했다. 굴처럼 땅을 파고 그 위에다 지붕처럼 거적을 올린 집이었다. 마침, 거기서 나오는 작은 아이와 눈을 마주친 기억이 지금도 또렷하다. 하지만 며칠 후 그 집은 없어졌다. 저 또한 그 움막에 사는 사람들이 두려워 다시 접근하지 못했다.

어른이 된 후 그 움막이 토막집이었다는 걸 알게 됐다. 토막집은 조선시대 말기와 일제강점기 도시 빈민들이 살던 집을 말한다. 땅을 파 움막을 지은 형태로 나무 등으로 주택의 형태를 한 판잣집과는 다른 구조의 집이다. 그러니까 1970년대 중반 강남에 움막에서 살던 사람들이 있었다. 이 책을 쓰기 위해 강남 일대의 전통 마을에 살았던 어르신들을 인터뷰하면서 강남에 신도시가 한창일 때 일용직 노동자들이 더러 움막을 짓고 살았다는 증언을 들을 수 있었다.

만약 타임머신을 타고 돌아간다면 그 아이와 제대로 인사를 나누고 싶다. 첫 만남 때 너무 놀라 서로 경계하는 마음이 컸기 때문이다. 그리고 가능하다면, 거기에 살던 이들이 어떻게 됐는지 살펴보고 싶다.

-현재 하고 있는 작업은. 

계속 도시 곳곳을 탐사하고 글도 쓰고 있다. 지난 몇 년 서울 일대가 답사지였는데 올해는 서울과 경계를 접하고 있는 경기도의 도시들을 다니고 있다. 도시 자체를 글감으로 삼고도 있지만 철도나 하천 같은 도시와 관련한 문물이나 시설 등도 탐구하고 있요. 

-마지막으로 독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뉴스포스트>에 '도시탐구' 코너를 연재하면서 강남 관련 책 두 권을 내게 됐다. 이 과정에서 두 출판사의 관계자들이 평소 이 연재를 즐겨봤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꾸준히 봐주는 독자가 있다는 말이기도 해 더욱 열심히 파고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 감사한 마음은 물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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