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팩트체크] 지역특화형 비자로 인구 유입·경기 회복 가능할까 107개 지역으로 비자 적용 확대, 배우자 취업 허용해 정착 유도 인구감소 지역 상당수는 농·어촌…양질의 일자리 턱없이 부족 기능 인력도 최저임금 지급…안정적 정착 위해 맞벌이 반강제 의무거주 3년으로 늘고, 소비 여력 감소해 지역경기 침체 가속화 "비자 늘리기보다는 세금 투입한 기업의 사회적 역할 강조해야"

지역특화형 비자로 이주노동자 늘리면 지역 경기 살아날까? [고용허가제 논란⑧]

2025. 09. 19 by 최종원 기자
인구감소지역 지정 현황. (자료=법무부)
인구감소지역 지정 현황. (자료=법무부)

[뉴스포스트=최종원 기자] 정부가 지역소멸·인구감소 위기극복을 위해 올해 지역특화형 비자를 개선했다. 해당 비자의 대상지역을 확대하고, 쿼터를 늘려 더 많은 외국인을 지역 내 정착시켜 경기 회복과 성장의 마중물로 삼겠다는 취지다.

특히 인구감소 지역에 적합한 외국인 우수인재(F-2-R)를 많이 유치해 전 국민의 50.7%(2023년 기준)가 수도권에 거주하고, 일자리의 58.5%가 수도권에 몰려 있는 병목 현상을 해소한다는 심산이다.

정부의 이같은 방침에 비수도권에는 이주노동자 유입세가 더욱 가파르게 늘어날 전망이다. 이미 전북·전남 등 일부 지역은 외국인 거주 비율이 수도권 이상으로 늘어나며 '외국인 집중거주지역'으로 분류되고 있다.

하지만 농·어촌 지역의 경우 양질의 일자리가 부족하고, 도시에 비해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지 않아 지역비자 신청이 많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저임금 고착화에 따른 소비여력 감소로 지역경기가 더욱 침체되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단순 비자 확대보다 양질의 일자리 확충이 더 중요하다는 제언이 나온다.


지역특화 비자로 기능인력 늘리고, 인구감소 지역 정착 장려


(사진=법무부)
(사진=법무부)

정부는 2022년부터 지역특화형 비자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인구감소지역의 산업, 대학, 일자리 특성에 적합한 외국인들을 유치해 지역 정착을 장려하고 지자체 생활인구 확대, 경제활동 촉진, 인구유출 억제 등을 이뤄낸다는 복안이다.

올해부턴 인구감소관심지역(18개)까지 포함해 총 107개 지역으로 비자 적용을 확대하고, 해당 지역 내 모든 업체에 취업을 허용했다. 지역특화 숙련기능인력(E-7-4R) 비자를 신설해 고용허가제(E-9) 비자로 온 외국인도 국내에 정착할 수 있도록 대상에 포함했다.

구체적으로 E-9과 선원취업(E-10) 비자로 2년 이상 체류한 외국인은 기존 숙련기능인력(E-7-4) 점수제 요건을 갖출 경우 지역특화숙련기능인력(E-7-4R)로 전환이 가능하다. E-7-4 소지자가 107개 지역에서 일정기간(3년) 이상 체류하면 지역특화우수인재(F-2-R)로 전환할 수 있는 제도도 신설했다.

(자료=법무부)
(자료=법무부)

E-7-4R의 동반가족도 지역 내에서 단순노무 분야 취업활동이 가능하도록 하고, 외국인 고용인원은 내국인 고용보험 가입인원의 50% 범위 내에서 업체 규모에 따라 최대 50명(기존에는 20명)까지 고용할 수 있도록 해 이주노동자가 더 많이 유입될 수 있게 했다.

여기에 한국어 능력 기준을 기존 사회통합프로그램 3단계(혹은 TOPIK 3급) 이상에서 4단계(TOPIK 4급)로 상향해 한국어에 익숙한 우수한 인재가 지역에 정착할 수 있도록 조치했다.


일자리 적고, 사업장·지역 변경 어렵고, 저임금까지 '총체적 난국'


(자료=법무부)
(자료=법무부)

지역특화형 비자로 인구 유입과 지역경기 활성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을까. 인구감소 지역은 주로 농·어촌 등 1차 산업 위주라 숙련인력 이주노동자가 근무할 수 있는 양질의 일자리가 부족한 실정이다. 수도권 대비 열악한 인프라도 신청을 꺼리는 요소다.

일례로 농·어촌 중심의 전북과 전남에선 지난해 지역특화형 비자를 각각 703명, 425명씩 배정했지만 실제 취득 외국인은 각각 289명, 64명에 불과한 것으로 전해진다. 강원도 역시 배정 인원 210명 중 59명만 비자를 취득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HD현대삼호)
(사진=HD현대삼호)

사업장·지역 변경이 어려운 점도 한계다. E-7-4R은 E-9과 마찬가지로 폐업이 아닌 이상 사업장 변경이 쉽지 않고, 의무거주기간은 E-7-4 대비 1년 늘어난 3년으로 지역에 더 오래 머물러있어야 한다. 지자체 추천도 필수라 배우자 취업이 허용된다는 점을 제외하면 메리트가 떨어지다 보니 비자 신청에 소극적인 것으로 풀이된다.

정주화를 어렵게 만드는 저임금 고착화가 더 문제라는 주장도 나온다. 윤 사무장은 "가족이랑 한국에 와서 살고 싶어하는 이주노동자들 많지만 최저임금으로 식구들을 어떻게 먹여 살리겠나"라며 "고향에선 그돈으로 살 수도 있지만 정주화와는 먼 얘기고 언발에 오줌누기 식의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이정식 전 고용노동부 장관이 2023년 7월 경기 안산 대부도 외국인근로자 고용 어업사업장을 방문해 현장을 점검하고 있다. (사진=고용노동부)
이정식 전 고용노동부 장관이 2023년 7월 경기 안산 대부도 외국인근로자 고용 어업사업장을 방문해 현장을 점검하고 있다. (사진=고용노동부)

일례로 이주노동자가 E-7-4R로 자격을 변경해도 사업주는 연봉을 2600만원 이상에만 맞춰 지급하면 된다. 여기에 농축산·어업의 최저 연봉은 2500만원으로 더 낮은 편인데, 이는 올해 최저연봉 2515만5240원(시간 당 1만30원 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소비여력 줄어 지역상권 침체…"정주화 위해선 기업이 기여해야"


HD현대삼호 영암조선소 근처 중앙아시아 식당. (사진=뉴스포스트 최종원 기자)
HD현대삼호 영암조선소 근처 중앙아시아 식당. (사진=뉴스포스트 최종원 기자)

실제로 거제·울산·영암 등 조선소가 위치한 지역에 이주노동자는 크게 늘고 있지만, 저임금 고착화로 지역경기 침체는 되려 심화되고 있다. 지난 4일 HD현대삼호 영암조선소 근처 중앙아시아 식당을 직접 방문했을 때도 손님을 찾아볼 수 없었다. 근처 세계음식 식당도 손님이 뜸해 분위기는 비슷했다.

배우자 취업 허용도 저임금을 고착화하고 있다. 식당 접객 등 서비스업은 조선소 근무 이주노동자의 아내들이 도맡는 경우가 많은데, 이들도 대부분 최저임금을 받는 실정인 데다 상권 붕괴로 구직마저 쉽지 않다.

HD현대삼호 영암조선소 사외 식당에서 이주노동자가 식판에 음식을 담고 있다. (사진=뉴스포스트 최종원 기자)
HD현대삼호 영암조선소 사외 식당에서 이주노동자가 식판에 음식을 담고 있다. (사진=뉴스포스트 최종원 기자)

다만 정주화를 위해선 집도 있어야 하고 자동차도 구매해야 하는데, 최저임금인 만큼 맞벌이라도 해야 현실적으로 정착이 가능한 실정이다.    

윤 사무장은 "예전에는 월급날이었으면 가게에 빈 자리가 없었는데, 이주노동자들이 쓸 돈이 없어 술집도 안가고 외식도 안한다"며 "조선업은 초호황이라는데 저임금 문제는 여전히 해결이 안되고 있고, 단순 비자를 늘린다고 해결될 문제는 아닌 것 같다"고 의문을 표했다.

이주노동자들이 편의점에서 물건을 구매하는 모습. (사진=뉴스포스트 최종원 기자)
이주노동자들이 편의점에서 물건을 구매하는 모습. (사진=뉴스포스트 최종원 기자)

공적자금(세금)을 투입해 조선업 등 산업이 살아났으면 기업이 사회에 더 기여해야 한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윤 사무장은 "조선업이 불황일 때 세금 수십조원을 투입했고, 4대보험도 유예시켜 사업자에게 유리하게 했다"며 "호황이 왔는데 국민의 세금으로 살아난 기업이라면 그 값을 해야하지 않겠나"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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