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재택 근로 환경에서 경력관리의 핵심은? -경력관리 전문가 이대성 경희대학교 경영대학원 교수 인터뷰

[인터뷰] 이대성 교수 “언택트 근로 환경 속 세대 갈등...가업(家業)에 해답”(上)

2020. 09. 24 by 이해리 기자

[뉴스포스트=이해리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은 우리네 삶의 풍경을 바꿔놓았다. 어디를 가든지 마스크는 필수로 착용해야 하고, 오랜만에 만난 사람들과 악수 대신 주먹인사를 주고받는다. 늦게까지 사람들로 북적이던 번화가의 식당 앞에는 폐업 안내문이 붙어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영업종료를 알리는 한 식당 안내문. (사진=김혜선 기자)
영업종료를 알리는 한 식당 안내문. (사진=김혜선 기자)

코로나19의 여파로 그동안 경험하지 못한 많은 일이 벌어지고 있지만, 이 중에서도 우리 사회는 기본적인 업무 영역에서 가장 큰 변화가 일어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지난 5월 유명순 서울대 보건대학교 교수 연구팀이 ‘코로나19 사태 이후 예상되는 사회 변화’를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일과 학습 방식’을 꼽은 국민이 88.4%에 달했다.  

실제로 코로나19 확산 이후 학생들은 각자 집에서 컴퓨터나 스마트폰 등을 통해 선생님의 강의를 듣고, 대부분의 기업에서는 시행하기 어려웠던 유연 근로, 재택 근로를 도입했다. 

변화된 근로 환경에 적응해나가고 있지만, 현재 상황에 맞는 경력관리에 대해서는 방향을 잃은 직장인들이 많다. 세대별로 재택 근로 환경에 대한 태도 등도 차이를 보이면서 어려움을 겪는 부분도 각각 다르게 나타나고 있다. 

<뉴스포스트>는 경력관리 전문가인 이대성 경희대학교 경영대학원 교수와 재택 근로 환경에서의 경력관리에 관해 이야기를 나눴다. 인터뷰는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서면으로 진행했다. 

이대성 경희대학교 경영대학원 교수. (사진=이대성 교수 제공)
이대성 경희대학교 경영대학원 교수. (사진=이대성 교수 제공)

-코로나19 확산으로 국내 대기업의 88.5%가 원격근무 등 비대면 방식의 업무를 시행하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재택 근로 환경의 장단점은 무엇인가?

장단점을 각각 개인, 조직, 사회적 측면에서 살펴볼 필요가 있다. 우선 개인적인 측면에서 출퇴근 시간과 비용의 절약, 경력단절 예방, 업무 방식의 다양성 실현, 장애인·고령자·요양 중인 자·임산부의 고용 참여 기회 확대, 근로 시간의 유연성 향상, 워라밸 기반의 요구 충족, 가족과 보내는 시간이 증가할 수 있다는 점이 장점으로 지목된다. 단점은 의사소통의 질적 감소, 고립감과 상대적인 외로움, 사무실 인프라와의 상호작용 감소, 조직 내 지원 서비스 이용에 대한 어려움, 일·가정 경계의 불명확성, 가정 내 에너지 사용의 증가가 대표적인 사례라고 볼 수 있다.

조직 측면에서의 장점은 사무실 인프라 축소로 인한 비용 절감, 유연 근로제로 인한 핵심 인재 확보-유지, 비상 및 재난 상황에 대한 업무 연속성의 확보, 온실가스 감축 규제 준수, 워라밸 기반의 기업문화 구축으로 숙련인력 이직 방지, 업무 생산성 향상 기여 등이 있다. 단점은 온라인 업무 시스템 구축 및 유지 보수에 따른 비용 증가, 교육 및 훈련비용의 증가, 보안 위험성, 재택 근로와 비재택 근로자와의 평가 기준 재구축, 의사소통이 실패 가능성과 팀워크의 저하, 업무 과정상의 유연성과 연속성 저하가 발생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사회적인 요인으로서의 장점은 환경보호 및 온실가스의 감축, 취약계층에 대한 취업 기회의 증가, 일자리 창출, 교통량 저하, 비대면 산업 육성, 감염병 예방, 일-가정 양립 문화의 확산이 대표적다. 단점은 사회적인 요인이기보다는 개인, 조직의 단점이 많아 사회적으로는 재택 근로를 비교적 지지하는 원인이 되는 것이다.

-한국은 세계적인 디지털 선도국인데, 오히려 재택 및 원격근무 도입은 늦은 편에 속한다. 그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2020년 코로나19의 창궐로 재택 근로가 급속히 확산하면서 업무의 새로운 기준(New normal)으로 자리를 잡고 있다. 미국의 경우 글로벌 IT 리딩기업인 GAFAM(구글, 아마존, 페이스북, 애플, 마이크로소프트)과 트위터 등 수많은 기업들이 재택 근로를 시행 중이며 독일은 코로나19 이전 12%에서 약 25%로 재택 근로가 증가했다.

영국은 4월 취업자의 약 46%가 재택 근로를 했고 이들 중 86%가 코로나19로 인한 재택 근로였으며, 일본의 경우 도쿄도에서 종업원 규모 30명 이상의 기업을 대상으로 3~4월 원격 근무 도입률을 조사한 결과 24%에서 62.7%로 증가했다.

그러나 한국은 1997년 근로기준법에 의해 유연근무제에 대한 도입 근거를 마련하고 지속적으로 노력을 하였으나 그 효과는 매우 미흡한 상황이다. 한국의 재택 근로의 활용 비율은 약 4.5%(2019년, 일가정양립실태조사)다. 이는 코로나19 이전의 외국 재택근무 활용 비율(미국 43%, 프랑스 29%, 영국 27%, 독일 12%, 일본 13%)보다 월등히 낮은 수치다.(갤럽, 영국통계청, 코트라 뉴스 인용)

고용노동부-잡플래닛의 2020년 8월 ‘재택근무 활용실태 설문조사(인사담당자 400명, 근로자 878명 대상 조사)’에 따르면 재택 근로 시행 시 조직 내 인사담당자의 어려움은 의사소통 곤란, 재택 근로가 곤란한 직무와의 형평성 문제, 성과관리와 평가의 어려움, 기업 정보의 유출 우려, 재택 근로를 위한 인프라 비용의 부담 순으로 나타났다. 근로자 측면의 어려움은 근로와 휴식식의 경계가 모호, 업무 공간 미분리로 인한 효율 저하, 상호작용의 부재로 인한 소외감, 업무성과 도출에 따른 부담, 승진 등 인사상 불이익 우려, 가사 및 육아 병행에 따른 피곤감으로 조사됐다.

인사담당자가 재택 근로를 시행하지 않는 이유로는 인사노무관리의 어려움, 사업주 또는 경영진의 반대, 인프라 구축 등 비용 부담, 재택근무가 가능한 직무가 없어서, 도입 방법 및 절차와 규칙을 몰라서, 근로자 또는 노조의 반대순으로 나왔다. 아직 한국은 재택 근로에 있어서 이 같은 다양한 걸림돌이 존재하고 있다.

​​. 는 지난 3월과 팀장급 인사를 제외한 나머지 직원들은 재택근무에 들어간다는 방침을 내린 바 있다. 
​​뉴스포스트는 지난 3월과 9월 팀장급 인사를 제외한 나머지 직원들은 재택근무에 들어간다는 방침을 내린 바 있다.  (사진=뉴스포스트DB)

-근로 환경이 갑작스럽게 변하면서 경력 관리의 방향을 잃은 사람들이 늘고 있다. 재택 근로 환경에서 요구되는 경력관리는 무엇인가?

재택 근로가 요구하는 경력관리의 핵심 키워드는 ‘온라인 소통 능력, 모든 근로자가 관리자 역할을 겸임하는 근로자와 관리자의 역할 영역의 유연한 파괴, 기업 정보 유출 주의 및 보안 관리, 성과 위주의 직무수행’이다.

우선 비대면 소통에 필요한 화상회의 시스템에 대한 숙련이 필요하다. 화상회의 시스템은 전용 화상 시스템, PC 및 노트북용 화상 시스템으로 크게 구분이 되는데 특히 PC 및 노트북을 활용하는 화상회의 시스템은 다양한 소프트웨어 화상회의 솔루션(ASP : Application Service Provider) 서비스를 이용하기 때문에 메이커(Zoom, MS Teams, Google Meet 등) 별로 장비 사용법의 차이점을 숙지해야 한다. 또한, 장비 사용법 이외에 온라인상의 소통에 있어서 짧고 간결한 의사소통 능력과 이미지메이킹은 유연한 소통을 유지하는 데 매우 중요한 역량이 되고 있다.

다음은 ‘대리인 이론(Agent theory)’과 관계된 내용으로 재택 근로는 해당 업무의 관리자(또는 감독자)와 동일한 공간에서 근로하는 것이 아니므로 근로의 주체인 근로자가 관리자의 역할을 충분히 고려하여 직무를 수행해야 한다는 점이다. 즉 시간 관리, 업무 우선순위, 진행상 주요 변수, 진행상 예측 변수, 주요 관리 포인트, 업무 완성도, 직무수행에 필요한 정보 자원을 스스로 관리해야 한다는 뜻이다. 독립된 공간에서(재택) 놓칠 수 있는 직무 수행의 관점을 근로자가 아닌 관리자, 팀원, 고객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 법적, 사회적인 측면을 모두 고려해야 하므로 직무 수행에 따른 개인 체크리스트 등을 준비해 최대한의 문제를 예방하고 비용을 절감해야 한다.

세 번째는 데이터 저장에 필요한 활동으로서 직무상 발생하게 된 데이터는 조직이 요구하는 시스템에 정확하게 저장해 기업 정보가 무분별하게 유출되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

네 번째는 사이버 보안으로서 최근 이에 따른 피해 사항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우선 재택 근로의 공간은 ‘집(Home)’으로 하여 PC방, 카페 등 공용 컴퓨터, 네트워크 및 WI-FI를 통해 문제가 될 수 있는 정보 유출을 원칙적으로 차단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암호화를 생활화해 어떠한 상황에서도 데이터가 유출되지 않도록 노력하는 모습이 필요하며 안전한 PC(또는 노트북) 사용을 위한 S/W의 업데이트, 방화벽 설치, 최신 백신 프로그램을 수시로 업데이트하여 기업의 정보 자산을 안전하게 관리해야 한다.

무엇보다 재택 근로는 원격, 비대면 근로의 환경이므로 결과 위주 즉 성과 위주의 직무수행이 요구되므로 직무의 성과를 고려하여 기획, 실행, 과정을 관리하는 노력이 요구된다. 결과적으로 코로나19 이후의 상황에서 재택 근로는 ‘더 자주, 더 정확하게, 더 투명하게, 더 안전하게‘라는 용어가 직장인들 사이에 자주 언급이 될 것이다.

-급격한 재택 근로 확산으로 우리 사회에 세대별(직급별), 사용자/노동자 간에 갈등이 발생하기도 했다. 한 재택 근로 만족도 조사에 따르면 20대 중 절반 이상은 긍정적이지만, 40대는 과반수가 보통이라고 답했는데, 재택 근로가 가져온 세대별·직급별 근로 만족 격차를 좁히기 위한 대안은 무엇일까?

간단한 문제다. 이는 가업(家業)에서 그 해답을 찾을 수 있다. 부모님은 해당 업무에 경험이 많고 젊은 자녀는 IT 기기에 친숙하다.  만약 부모와 자녀가 가업을 통해 생존해야 한다면 서로가 존중하고 도와야 할 부분을 어떻게 협의하면 될까?

우선 세대별 특징, 환경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일반적으로 20대는 Z세대(1990년대 중반에서 2000년대 초반에 걸쳐 출생한 젊은 세대를 이르는 말)로서 일부 아날로그와 디지털 문화가 혼합된 환경에서 성장한 이른바 ‘디지털 네이티브(Digital Native‧디지털 원주민)’로 불리는 세대다. 이들은 인터넷과 IT(정보기술)에 매우 친숙하며, TV보다는 스마트폰, 비효율적인 보고 및 지시보다 정해진 시스템과 자율성을 선호하는 특징이 있다. 이러한 세대·환경적인 원인이 20대의 직장인들에게는 재택 근로가 ‘딱’ 맞는 결과를 가져오게 된 것이다.

그러나 386세대(1960년대생)와 X세대(1970년대생)의 직장인들은 Z세대와 매우 비교되는 환경에서 성장해 왔다. 소위 이들은 IT보다는 계산기, PC세대로서 건설업, 제조업, 중공업, 사회간접자본(SOC) 기반의 현장 중심형 산업 군에서, 나아가 비대면보다는 대면적인 현장, 점포, 대리점, 지점을 통하여 고객관계관리(CRM)를 유지해 온 특징이 있다. 또한 이들은 ‘한 번 더 방문’ 및 ‘뭉치자’의 정신으로 항상 대면적인 인간관계의 중요성과 개인보다는 ‘우리는 식구’라는 단체 문화가 익숙한 환경 속에서 성장해 온 세대다. 나아가 이들 모두가 그렇지는 않겠지만 탑-다운형 경영 및 지시 방식에 익숙해 현재의 언택트(Untact) 기반의 재택 근로 시스템에 적응하기가 결코 쉽지 않은 세대다. Z세대와 X세대는 성장해온 환경 자체가 물과 기름인 셈. 즉 이러한 특징을 이해해야만 하는 조직 문화가 무엇보다 필요한 시점이다.

무엇보다 직장은 생존을 위한 일터이므로 급변하는 시기에 개인의 욕구, 세대별 특징을 논하기에 앞서 고객 만족과 이를 위한 효과적인 경영관리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이를 위해 재택 근로가 반드시 필요한 직무를 분석, 설계하여 이에 필요한 인식, 기능, 기술, 교육(HRD)을 통해 빈 공간을 메워 가는 노력이 필요하다.

또한 각각의 근로자(가능한 사업부 내 또는 팀 내 구성원별)들이 재택 근로 시스템이 요구하는 부족한 역량을 직무별, 부서별로 조사해 근로자 상호 간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직무역량을 멘토화 해야 한다. 다음은 부서 내 구성원들이 세대, 직급과 관계없이 자발적인 협력을 통하여 직무 수행상의 문제를 수시로 해결해 나가는 조직문화가 필요하다. 완벽한 세대, 완벽한 근로자는 없지 않겠습니까? 그렇다면 돕고 소통하는 것밖에 방법이 없을 것이다.

또한 재택 근로에 필요한 공통 직무역량은 인사부에서 교육을 정기·수시화해야 한다. 무엇보다 조직이 재택 근로 환경에서 세대별의 특징을 존중하는 문화를 조기에 정착시켜 세대 간, 조직 간에 불필요한 갈등을 통제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나아가 재택근무는 일하는 장소의 변화만이 아닌 일 하는 방식의 변화로서 재택 근로에 따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경영자의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점이다.

(하편에 계속)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기사 댓글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