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민 생명 지키는 규제를 경영 위축으로 비약하는 게 문제 - 법안 처리 소극적인 더불어민주당...국민 심판받을 것 - 김종인 비대위원장 진정성에 의구심...보여주기식 행보 - 정의당, 21대 첫 정기국회서 법안 통과되도록 최선 다할 것

[기획특집-기업징벌3법]③ 강은미 원내대표 “국민의 생명이 절대 우위”

2020. 12. 04 by 이상진 기자

산업재해 사망률 OECD 1위 국가, 연간 10만 건의 산업재해가 발생하는 국가, 매해 2천 명이 산업재해로 사망하는 국가. 대한민국 산업재해 실상을 나타내는 다양한 지표다.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2019년 산업재해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에선 모두 10만 9,242건의 산업재해가 발생했다. 이 가운데 2,020명이 산업재해로 사망했다.

산업재해 사망률 수치와 지표 너머엔 스러진 삶이 있다. “다녀올게”라는 약속을 지키지 못한 우리네 아버지가, 주택청약계약금 때문에 근로하던 우리네 어머니가, 등록금 마련을 위해 건설현장에 뛰어든 청년이, 산업재해 사망률이라는 단어 속에 숨어있다.

지난 6월 강은미 정의당 원내대표가 대표발의한 ‘중대재해에 대한 기업 및 책임자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정안을 놓고 논란이 거세다. 여기에 최근 법무부가 ‘집단소송법’과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입법예고하면서 이른바 ‘기업징벌3법’에 대한 우려의 시선도 확산하고 있다. ‘기업징벌3법’이 사업주와 경영자에게 과잉 책임을 지운다면서다.

뉴스포스트는 일곱 차례에 걸친 기획 기사를 통해 ‘기업징벌3법’을 둘러싼 기대와 우려를 살펴본다. 1부와 2부에선 ‘기업징벌3법’ 논란과 이에 대한 노동계와 재계의 목소리를 전한다.

3부에선 중대재해법을 대표발의한 강은미 정의당 원내대표에게 ‘기업징벌3법’의 의의와 도입 취지를 듣는다. 4부에선 박상인 서울대학교 행정대학원 교수와 함께 ‘기업징벌3법’이 가져올 경제적, 행정적 효과를 살펴본다.

5부에선 이필우 법무법인 강남 변호사를 만나 ‘기업징법3법’에서 논란이 되는 과잉처벌 등의 법적 문제를 짚어본다. 6부에선 임우택 한국경영자총협회 안전보건본부장을 통해 중대재해법 도입에 대한 재계의 입장을 살펴보고, 7부에선 추문갑 중소기업중앙회 경제정책본부장에게 법무부가 입법예고한 집단소송법과 징벌적 손해배상제에 대한 중소기업의 목소리를 들어보고 도입의 실효성을 따져본다. - 편집자주

[뉴스포스트=이상진 기자]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등한시하고, 무슨 생각으로 국회 운영하는지 도통 모르겠어요. 민주당 내 의견조율이 왜 안 되는지, 도대체 기업들 경영 위기 운운하면서 누구 편에 서 있는 건지 분간이 안 됩니다. 정기국회 내 이 법 하나를 통과 못 시키는 집권 여당은 국민에게 심판받을 겁니다.”

강은미 정의당 원내대표. (사진=강은미 의원실 제공)
강은미 정의당 원내대표. (사진=강은미 의원실 제공)

강은미 정의당 원내대표는 3일 뉴스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자신이 지난 6월 대표발의한 ‘중대재해에 대한 기업 및 책임자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법) 제정안을 21대 국회 첫 번째 정기국회에서 처리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중대재해법을 둘러싼 각 정당의 의견이 엇갈리면서 내년 국회로 공이 넘어갈 것이란 전망에 대해 강은미 원내대표는 “거대 여당과 야당 모두 법안 처리에 소극적”이라면서 “국민 생명을 지키는 일을 등한시하면 국민의 심판을 받을 것”이라고 쓴소리를 했다.

이날부터 정의당은 강은미 원내대표를 중심으로 국회 본청 로텐더홀 계단에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을 위한 농성에 돌입했다. 정의당의 비상 농성은 매일 아침 8시 30분부터 저녁 8시까지 진행된다.

뉴스포스트는 강 원내대표에게 중대재해법과 집단소송법, 징벌적 손해배상제 등 이른바 ‘기업징벌3법’ 도입에 대한 당위를 들어봤다. 인터뷰는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서면으로 진행했다.

- ‘중대재해에 대한 기업 및 책임자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법) 제정안 대표발의 취지가 궁금하다.
“하루 평균 7명, 연간 2000명이 넘는 국민이 산업재해로 죽어간다. 지난 주말 영흥화력발전소, 9월 태안화력발전소 등 제2의 김용균이 매일 집으로 돌아오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대부분 하청노동자들이고 중소규모업체 노동자들이다. 기업의 이윤을 위해 위험한 업무나 안전설비가 제대로 되지 않은 업무를 하청으로 돌리는 까닭이다. 
고용과 위험의 외주화는 산업 안전을 위협하는 고질적 병폐다. 중대재해는 사실상 기업범죄나 다름없다. 기업주와 경영 최고책임자가 직접 나서서 안전예방을 최우선으로 해야 한다는 판단으로 20대 국회에서 故 노회찬 의원이 제출한 법안을 보완해 발의했다.”

- 하루 평균 7명...우리나라의 산업재해가 얼마나 심각한 수준인가.
“우리나라 산재는 OECD 국가 가운데 1위다. 하루에 7명이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지 못하고 있다. 2018년부터 산업재해 발생이 연간 10만 건이다. 사망자 수는 2000여 명에 이른다. 지난 국정감사 기간 이후 정의당 국회의원 6명이 매일 1명씩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촉구 시위를 하고 있다. 이 기간에도 2달 동안 150명이 사망했다. 지금도 다녀오지 못한 죽음의 행렬은 이어지고 있다.”

- 사실상 기업들이 “살인을 방치했다”고 표현하면 될까.
“맞다. 중대재해는 기업범죄다. 영국은 이와 같은 취지의 법을 ‘기업살인법’이라고 부른다. 40명이 사망한 2008년 이천 냉동창고 화재 사고, 같은 해 8명이 사망한 GS리테일 물류창고 화재 사고, 38명이 사망하고 10명이 다친 2020년 이천물류센터 공사장 화재 사고 등 기업이 살인을 방치한 사례가 셀 수 없이 많다. 대부분 안전이 확보되지 않은 상태에서 무리하게 공사를 진행해 발생한 참사다. 기업의 이윤을 위해 노동자들의 생명안전을 버린 거다.”

지난 5월 이천 물류창고 공사장 화재 합동분향소에서 엄수된 추도식에 참석한 유가족. (사진=뉴시스)
지난 5월 이천 물류창고 공사장 화재 합동분향소에서 엄수된 추도식에 참석한 유가족. (사진=뉴시스)

- 중대재해법이 산업재해의 사전 예방이 아니라, 사후 징벌적이라는 점에서 사고 예방의 효과가 없고 기업에게 부담만 지운다는 지적이 있다.
“지난 이천물류센터 화재 참사 때 발주처 팀장과 원청 대표이사는 불구속됐다. 원청은 사고가 일어난 바로 그달에 다른 사업장에서 산업재해 사망자를 또 발생시켰다. 금전적인 이유로 추락 방호망을 설치하지 않은 작업 환경이 원인이었다.
현행 산업안전보건법도 사업주의 예방 의무와 안전보건 조치 의무를 규정하고는 있다. 문제는 산업안전보건법 체제하에 담당 관리 책임자에게 그 책임이 한정됐다는 거다. 위 사례는 경영책임자에게 책임을 지우지 못하면, 사고 예방 효과가 없다는 것을 방증한다. 핵심은 경영책임자에게 책임과 처벌을 강하게 해 실질적인 안전 예방 조치에 나서도록 해야 하는데, 그걸 중대재해법이 가능하게 한다.” 

- 지난 6월 대표발의한 법안의 7조를 두고 논란이 거세다. 경영인뿐만 아니라, 국토부와 산업부 등 관리 감독을 게을리한 공무원도 징역과 벌금 등으로 처벌할 수 있다는 조항인데, 처벌 범위가 너무 모호하다는 지적이 있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 경시에 대한 경각심 필요성은 민간기업뿐만 아니라 공무원 조직에게도 필수다. 지금까지 문제가 발생하는 경우 담당 공무원선에서 마무리하는 경우가 많았다. 중대재해법은 감독과 인허가 과정에서 직무를 게을리하거나 의무를 위반해 노동자가 사망 등 중대재해에 이르게 되면, 권한이 있는 기관의 장 또는 상급자에게 책임을 묻는다. 권한 있는 위치에 있는 자에게 책임을 묻는 체계는 민간기업과 같다. 산업재해를 발생시킨 민간기업과 공무원 조직에 대해 책임의 경중을 달리해야 할 이유가 없고, 또 형평성에도 맞지 않는다.”

- 경총 등 재계는 중대재해법에 대해 “기업경영을 과도하게 위축시킨다” 등을 이유로 반발하고 있다. 기업 경영 위축 등을 우려하는 재계의 지적에 대해선.
“구의역 김군 사망사고는 2인 1조 작업이 지켜지지 않고 하청 직원과 원청과의 소통단절이 가장 큰 원인이었다. 2년 전 태안화력발전소 김용균 씨 사망 사건, 지난 9월 화물차주 사망 사건, 지난 주말 화물차주 사망 사건, 이천 화재 참사 등은 모두 기업이 조금만 관심 기울여서 안전비용을 들였다면 막을 수 있는 재해였다. 국민의 생명을 지키는 걸 기업 경영 위축으로 비약하는 게 문제다.” 

지난 2017년 4월 26일 오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2017 최악의 살인기업 선정식'에서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정의당 이정미 의원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스포스트 선초롱 기자)
지난 2017년 4월 26일 오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2017 최악의 살인기업 선정식'에서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정의당 이정미 의원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스포스트 선초롱 기자)

- 최근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주호영 원내대표 등과 중대재해법 연내 처리를 놓고 머리를 맞대기도 했는데, 정의당이 국민의힘과 법안 처리를 위한 야권 연대를 한다고 봐도 될까?
“그러기에는 지난주 법사위 법안심사소위에 국민의힘이 불참해 논의는 한 발도 진전되지 못했다. 그뿐 아니라 중대재해기업처벌법 공청회 계획서를 채택하는 전체회의에도 국민의힘 의원은 단 한 명도 참석하지 않았다. ‘산업 안전 문제는 정파 간의 대립 문제가 아니다’라고 말했던 김종인 비대위원장 발언에 의구심이 든다. ‘국민의힘’이야말로 정파 간 대립의 한 가운데서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눈 감고 있는 것 아닌가 생각한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보여주기식으로 이용한 것은 아닌지 우려가 크다.”

- 민주노총은 더불어민주당에 중대재해법을 당론으로 정하라고 압박하고 있다. 반면 민주당은 장철민 의원의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과 박주민 의원의 중대재해법 제정안을 놓고 저울질하고 있는 모양새인데, 민주당의 대응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는지?
“국민들이 눈앞에서 죽어가는데도 정말 안일하다고 생각한다. 제정법 운운하면서 공청회 개최도 겨우 했는데, 이 공청회마저도 면피용으로 운영되지 않으려면, 정기국회 내 반드시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통과시켜야 한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다루는 일에 진전이 없다면, 국민에게 분명히 심판받을 거다. 정의당은 정기국회 내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일을 최우선으로 대 국회 투쟁 수위를 높여갈 예정이다. 우리가 주저하는 동안 매일 돌아오지 못하는 산업현장의 국민에게 국회는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으로 답해야 한다.”

- 거대 여당과 야당 모두 중대재해법 처리에 소극적인 까닭에, 공이 내년 국회로 넘어갈 것 같은데.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최우선으로 안 하고, 매일 사망사고 소식 들려오는데도 무슨 생각으로 국회 운영하는지 도통 모르겠다. 국민이 안타깝게 사망하는 일에 국회가 하던 일을 다 멈추고서라도 엄중하게 대응해야 하는 것 아닌가. 정기국회 내 이 법 하나를 통과 못 시키는 집권 여당은 국민에게 심판받을 것이다. 이 법이 급작스럽게 제출된 것도 아니고 20대 국회, 또 그 이전부터 산재 사망 1위의 오명을 가지고 있었는데, 정부가 국민의 목숨을 지키는 데 의지 있는지 정말 의구심이 든다.
또 민주당 내 의견조율이 왜 안 되는지, 도대체 기업들 경영 위기 운운하면서 누구 편에 서 있는 건지 분간이 안 된다. 지금까지 노동자들 헐값 목숨값으로 유지해 온 기업이라면 그 기업이야말로 살인을 방조한 죗값을 받아야 한다. 김용균씨 어머니 김미숙 김용균 재단 이사장도 그러더라 ‘정부가 기업에게 살인 면허권 부여한 거다’라고, 뼈아프게 들어야 한다.”

- 중대재해법에 더해 ‘집단소송법’과 ‘징벌적 손해배상제’(상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법무부가 지난 9월 입법예고하면서, 이른바 ‘기업징벌3법’이 기업 경영을 옥죌 것이란 우려가 재계를 중심으로 퍼지고 있다. 
“사실 그동안 기업은 IMF와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정부의 친기업적 정책에 이윤을 극대화했다. 그러는 동안 노동자들의 고용은 왜곡되고 하청에 재하청, 고용과 더불어 위험도 외주화됐고. 산업재해가 발생해도 입증책임의 문제가 매우 어려웠다. 반면 기업은 산업 기술 보호라는 미명 아래 정보제공을 극도로 제한했고. 삼성 백혈병 사건이 그 단적인 예다.
최근 산업기술보호법의 비밀 유지 의무는 누구도 기업정보를 가져올 수 없도록 하고 있다. 기업이 아닌 자는 피해를 입어도 기업을 상대로 싸우기 매우 어렵다. 그런 측면에서 기업에게 그에 합당한 책임과 소송 전 당사자 서로가 가진 증거와 서류를 상호 공개하고 쟁점을 명확히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보는데, 집단소송법과 징벌적 손해배상제가 그걸 가능하게 한다고 본다.”

- 끝으로 중대재해법 등에 대해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어떠한 것도 국민의 생명과 안전보다 우선시 될 수 없다. 21대 국회 첫 번째 정기국회에서는 무엇보다 매일 일터에 나가 돌아오지 못하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법안들이 통과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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