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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징계권 삭제는 아동인권 진전의 시작 -아동인권교육, 자녀는 부모의 소유물이 아니라는 인식 확산 필요 -분리 아동 보호할 충분한 시설, 인력, 예산 등이 부족한 현실

[인터뷰] 정태영 사무총장 “부모를 화나게 하려는 아이는 없다”

2020. 12. 11 by 이해리 기자

[뉴스포스트=이해리 기자] 2015년 인천에서 11살 소녀가 친아버지와 동거녀의 학대를 피해 가스 배관을 타고 탈출했다. 발견 당시의 키는 120cm, 몸무게는 4살 평균인 16kg밖에 미치지 못했으며, 늑골이 부러지고 온몸에 멍과 함께 타박상을 입은 상태였다. 

국민적 공분을 산 이 학대 사건이 알려진 이후 정부는 2016년을 아동학대 근절의 원년으로 선포하고 장기 결석 아동 전수 조사 등 다양한 정책을 마련해 왔다. 

4년이 흐른 지금 아동학대 실태는 어떨까. 보건복지부 산하 아동권리보장원에 따르면 올해 1~8월 아동학대 의심 신고 건수는 약 2만 6,000건에 달한다. 또한 최근 5년간 아동학대 건수는 지난 2015년 1만 1,715건에서 2019년 3만 45건으로 5년간 156% 늘었다. 

아동학대를 예방·근절하기 위한 새로운 제도가 계속 생겨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동학대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특히 올해는 창녕 학대아동 탈출 사건부터 천안 가방 감금, 16개월 입양아 사망까지 아이의 목숨을 앗아간 아동학대 사건이 잇따라 발생했다. 아이들이 사망하거나, 목숨을 걸고 가정을 탈출해야만 학대 사실을 알아차릴 수 있는 걸까. 

<뉴스포스트>는 세이브더칠드런 정태영 사무총장과의 인터뷰를 통해 체벌과 훈육 등 아동의 인권과 아동 학대 관련 제도의 문제점, 필요한 조치 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인터뷰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서면으로 진행했다.

정태영 세이브더칠드런 사무총장. (사진=세이브더칠드런)
정태영 세이브더칠드런 사무총장. (사진=세이브더칠드런)

- 최근 16개월 입양아 아동 학대 사망 사건 등 잇따른 학대 사건을 살펴보면 공적 아동보호체계가 개입하고도 이를 막지 못했습니다. 무엇이 문제였나요? 
“세 차례 신고에도 불구하고 경찰과 아동보호전문기관 그리고 입양전문기관이 필요한 조치를 하지 못했습니다. 방임, 정서학대 등 물리적 상처가 없음에도 아동의 생명이 위협 되어 즉각 분리가 필요한 상황에 대한 적확한 판단이 가능하도록 공통의 세부적인 매뉴얼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2017년 은비 보고서(입양아 학대 사망사건 진상조사)의 제도 개선 제안에서 큰 진전이 없었습니다. 입양 절차상 공적 개입 강화가 필요하며, 입양 적격 결정에 대한 엄격한 기준과 절차 도입, 사후관리체계에 있어 아동의 안전을 면밀하게 살펴보아야 합니다.”

- 지난 10월 가정 제915조 징계권 조항을 삭제한 민법 개정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했습니다. 이러한 변화를 어떻게 보시는지요?
“정부는 지난해 5월 ‘포용국가 아동정책’을 통해 징계권이란 용어가 자녀를 부모의 권리행사 대상으로만 오인할 수 있는 권위적 표현이며, 친권자의 징계권의 범위에서 체벌을 제외하는 등 한계를 설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당시 법무부는 “친권자의 징계권에는 체벌권이 포함되어 있지 않다”라며 징계권 조항의 전면 폐지를 내비쳤으며, 앞선 4월 가족문화를 위한 법제개선위원회도 “민법 제915조 징계권을 삭제하고 민법에 체벌 금지를 명확하게 규정할 것”을 권고한 바 있습니다. 이를 거쳐 현재 민법이 시행된 지 60년 만에 징계권 삭제하는 민법개정안이 국회에서 심의, 의결을 앞두고 있습니다.
민법 제915조, 일명 징계권의 삭제는 자녀를 부모의 훈육의 대상으로만 보지 않고 권리의 주체로서 보는 아동인권 진전의 시작이며, 모든 아동은 폭력으로부터 보호되어야 한다는 것을 명백히 한다는 선언적 의미가 큽니다. 이후 체벌 금지에 대한 홍보, 아동인권교육, 자녀가 부모의 소유물이 아니라는 인식 확산, 법이 개정된다면 경찰 등 현장에서 가정 내 체벌을 어떻게 다뤄야 되는지에 대한 대응 교육 등이 필요합니다.”

- ‘체벌 금지’는 세계적인 흐름이라고 볼 수 있나요?
“물론입니다. 현재 OECD 37개 가입국 중 23개국을 포함해 전 세계 60개국이 가정을 비롯해 모든 환경에서 체벌을 법으로 금지하고 있습니다. 유럽 국가 중 체벌에 관대한 것으로 알려진 프랑스 역시 지난해 7월 유럽의회의 권고를 수용해 체벌을 금지했습니다. 2019년 9월 유엔아동권리위원회는 대한민국 정부 심의 결과로 “법률 및 관행이 당사국 영토 내 모든 환경에서 간접체벌 및 훈육’ 처벌을 포함한 모든 체벌을 명시적으로 금지할 것”을 권고한 바 있습니다. 

- 일부 학부모들은 이번 개정안이 비현실적이라며 어느 정도의 체벌은 필요하다고 주장합니다. 
“우리가 체벌을 하는 이유는 자녀를 부모의 소유물로 여기는 인식과 ‘수평적 대화’에 익숙하지 않은 부모의 훈육 방법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것은 장기적인 관계를 볼 때 결코 긍정적이지 않습니다. 아이가 성장해서 어른이 될 때 우리가 원하는 부모 자녀의 관계를 생각해보아야 합니다. 자라는 성장과정에서 자신을 이해해 주지 않고 체벌하는 부모와 친밀한 관계가 이뤄지기는 어렵기 때문입니다. 
아이를 이해하고 키우는 것이 수평적 대화의 시작이며, 긍정적 훈육의 핵심입니다. 세이브더칠드런의 ‘긍정적으로 아이 키우기 부모교육’은 아동 권리에 기반한 비폭력적인 양육 접근법으로, 아동을 성인과 동등한 인격체로서 바라보는 것에서 출발합니다. 아이는 부모를 화나게 하려는 것이 아닙니다. 아이의 행동에 숨어있는 뜻을 부모가 파악하고, 아이의 입장에서 서서 아이가 세상의 규칙을 배울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진짜 양육의 의미입니다. 그러려면 아이가 어떤 기질을 갖고 있고 지금 어떤 발달 단계에 있는지, 아이의 행동과 말이 어떤 의미인지 아이의 입장을 알아야 합니다.”

현재 OECD 37개 가입국 중 23개국을 포함해 전 세계 60개국이 가정을 비롯해 모든 환경에서 체벌을 법으로 금지하고 있다. (그래픽=김혜선 기자)
현재 OECD 37개 가입국 중 23개국을 포함해 전 세계 60개국이 가정을 비롯해 모든 환경에서 체벌을 법으로 금지하고 있다. (그래픽=김혜선 기자)

- 훈육을 위한 ‘사랑의 매’라는 표현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체벌하지 않는 것이 훈육하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 다시 말해 훈육을 위해 징계할 수 있다는 내용이 자칫 체벌을 할 수 있다고 오해하는 부분에 있어 ‘징계권’이 삭제되는 것입니다. 훈육 자체를 하지 말라는 것이 아닌, 아이를 때리면 안 된다는 원칙을 세우는 일입니다. 체벌은 아이가 어른의 말을 따르도록 강압적으로 통제하는 방식입니다. 아이에게 옳고 그름을 이해하기보다는 처벌의 두려움 등 외부 요인 때문에 일시적으로 특정 행동을 하거나 멈추도록 만들기 때문에 훈육의 방법이 될 수 없습니다. 장기적으로 관계를 볼 때 결코 긍정적이지 않습니다.”

- 아이들은 부모의 체벌을 어떻게 받아들이는지 궁금합니다.
“지난 6월 세이브더칠드런이 만 14세부터 18세 아동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체벌 경험 및 인식 조사’에 따르면, 체벌을 받은 이후 생각이나 감정을 묻는 질문에 73.8%의 아동이 ‘싫고 짜증 난다’, ‘억울하다’, ‘체벌을 가해서는 안 된다’, ‘수치스럽다’고 답했습니다. 반면 ‘자신의 잘못 때문에 체벌을 받았다’고 답한 비율은 26.2%에 그쳤습니다. 자신의 행동을 바로잡는 데 도움이 된 부모의 말이나 행동으로는 절반 이상이 ‘그 행동을 하게 된 이유를 물어주며 더 나은 해결 방법을 알려주기’(58.5%)라고 답했습니다.”

- 그렇다면 훈육에 있어 올바른 부모의 자세는 무엇일까요.
“훈육과 체벌, 학대의 경계에서 중요한 것은 부모의 자세입니다. 아이를 기를 때 아이 입장에서 생각을 이해하고 감정을 존중하면서 공감하는 자세인지, 아니면 내가 원하는 답이 있고 그걸 아이로 만들기 위함인지, 그것에 따라서 구별된다고 생각합니다. 부모님이 자신이 원하는 결과를 얻기 위해서 처음엔 칭찬이나 설득을 하면서 참아내고 있다가 마지막에 아이가 나의 뜻대로 되지 않았을 경우 결국 소리를 지르거나 협박을 하면서 체벌을 하게 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어떤 자세로 아이를 대하는가에 따라서 부모님이 아이를 긍정적으로 훈육하는 길로 가는지, 아니면 체벌로 가는지에 대한 결과를 낳게 되는지 결정됩니다.”

- 초기 학대자에게 재학대를 당하는 아동이 점점 늘고 있습니다. ‘원가정 보호’ 원칙의 한계와 미흡한 사후관리 등이 문제로 보이는데요.
“원가정 보호라는 것이 잘못된 것은 아닙니다. 유엔아동권리협약에서는 국가가 아동이 부모 등의 양육을 받거나 복귀할 수 있도록 우선적으로 노력해야 하고 가족으로부터 아동을 분리하는 것은 최후의 수단으로 고려돼야 한다는 원가정 보호 원칙의 중요성을 담고 있습니다. 
현행 아동복지법 역시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아동이 태어난 가정에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아동이 태어난 가정에서 성장할 수 없을 때에는 가정과 유사한 환경에서 성장할 수 있도록 조치하며, 아동을 가정에서 분리하여 보호할 경우에는 신속히 가정으로 복귀할 수 있도록 지원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 ‘원가정 보호 원칙’의 어떠한 부분을 보완해야 할까요? 
”원가정 보호 원칙은 아동의 가정이 아동의 보호 기능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면서 아동을 가정에서 보호하자는 원칙입니다. 아동이 가정에서 분리될 때 아동에게도 큰 충격이 될 수 있습니다. 다만 학대 피해 아동의 경우, 아동을 보호하는 기능이 작동하지 않는 가정으로 아동을 돌려보내거나 분리하지 못하는 등 아동의 안전을 확보하지 못하는 것이 큰 문제이며, 더불어 아동을 분리한다 하더라도 이 아이를 안정적인 환경에서 보호할 수 있는 충분한 시설, 인력, 예산 등이 없는 것 역시 문제입니다. 
그렇기에 학대 피해 아동에 대한 보호와 지원을 위한 예산 확보는 물론 아동보호 전문기관이나 관련 종사자, 피해 아동을 조사하는 공무원 등 다양한 인프라가 확대 마련돼야 함은 물론이며, 분리 조치 기간이 만료되었다거나 보호자가 아동의 복귀를 요구해서, 법원이 명령한 교육을 이수하였다고 해서 아동을 복귀시키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아동이 복귀했을 때 안전할 수 있는지 다양한 전문가가 참여해서 확인하는 절차가 필요합니다.”

(하편에 계속)

 


*기관 소개
세이브더칠드런은 1919년에 창립돼 아동의 권리를 실현하기 위해 인종, 종교, 정치적 이념을 초월해 전 세계 약 120개 국가에서 활동하는 국제 구호개발 NGO(비정부기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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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예찬 2021-10-03 17:06:33
신고됨과동시에
아보전과 경찰의 조작으로
아동은 납치되고 언제 돌아올수 없는 상황속에
더 힘들어집니다. 무엇보다 시설의 후유증 고통입니다.
https://www1.president.go.kr/petitions/601092
경찰,아보전으로 삼형제의 꿈인 축구, 교회 반주자의
꿈까지 짓밟혔습니다. 청원글에 동의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