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환경·사회·지배구조)가 투자와 경영의 글로벌 기준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연기금 등 국내외 재무적투자자는 기업의 ESG 지표에 따른 지속가능경영 수준을 투자 기준으로 삼고 있다. 뉴스포스트는 국내 공기업의 ESG 경영을 짚어본다. - 편집자주
[뉴스포스트=이상진 기자] 한국수자원공사의 ESG 경영은 박재현 사장 취임 전후로 상전벽해의 차이를 보인다. 지난해 2월 취임한 박재현 사장은 취임 일성으로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탄소중립 물관리 △자연과 사람이 함께하는 우리 강 △경제를 살리는 물산업 혁신 생태계 △삶의 질을 높이는 미래 물순환 도시 등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박 사장의 비전은 △국내 최초 수상태양광 환경성적표지 인증 △지자체와 지역상생 그린뉴딜 협력 △경영 환경 변화에 대응하는 혁신 조직 운영 등의 모습에서 구체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ESG 항목 가운데 환경과 지배구조에서 강점이 있다는 평가다.
반면 한국수자원공사는 △수상태양광 추진 과정에서 지역주민과의 반목 △‘꼼수’ 의심을 받는 낙제점의 장애인 고용률 △댐 방류로 1조 원 규모 침수피해 유발 등 S(사회) 항목이 취약점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박재현 수자원공사 사장, 환경·탄소중립·기후위기 대응 맞춤 경영
지난 2020년 2월 28일 취임한 박재현 사장은 취임사를 통해 “미세먼지 저감을 위한 친환경 물 에너지를 활성화하고, 중소 물기업 성장과 해외 진출, 신규 물 산업 발굴로 경제활력 제고와 일자리 창출을 이루어 내겠다”며 “선진 경영관리 체계를 갖춰 업무 혁신과 성과를 창출하고, 공정성과 투명성에 기반한 역량 중심의 인사 혁신으로 일과 가정의 조화, 개인 삶의 질 향상을 도모할 것”이라고도 했다.
박 사장 취임 이후 한국수자원공사는 △수변 생태벨트 조성 △2025년까지 한국수자원공사가 관리하는 모든 상수원 수질 2등급으로 향상 △2030년까지 상수도를 통해 공급하는 수돗물의 음용률 90%까지 향상 △수상태양광과 수열에너지 등 청정물에너지 확대 △급변하는 경영환경에 대응하는 혁신적 애자일(Aglie) 조직 운영 등을 추진하고 있다.
박재현 사장의 ESG 경영 면모를 보여주는 분야는 수상태양광 사업이다. 대표적으로 한국수자원공사가 지난해 10월 경상북도, 안동시, 한국수력원자력, 한국에너지공단 등과 맺은 ‘지역상생 신재생에너지 활성화를 위한 업무협약’이 꼽힌다. 한국수자원공사가 신재생에너지 사업개발을 총괄하고, 경상북도가 사업대상지를 제공하기로 하는 내용이 골자다.
이날 협약에서 한국수자원공사는 첫 삽을 뜬다면 국내 최대규모 댐 수상태양광 사업이 될 ‘임하댐 수상태양광’도 추진하기로 했다. 56MW 규모로 조성 예정인 ‘임하댐 수상태양광’은 지역주민의 소득 창출을 돕는 주민참여형 사업으로 추진될 계획이다.
한국수자원공사는 지난해 12월에는 국내 최대규모로 조성되는 경남 합천군 합천댐 수상태양광 사업에 착수하기도 했다. 합천댐 수상태양광 사업은 41MW 규모다. 연간 약 6만 명이 사용할 수 있는 전력이다. 오는 2021년 준공 예정이고, 총사업비는 924억 원이다. 역시 주민참여형 사업으로, 이 사업에 투자한 지역주민은 20년 동안 4~10%의 고정 이자수익을 배분받는다.
지난해 한국수자원공사는 한국환경산업기술원(KEITI)으로부터 수상태양광 발전 전력에 대해 ‘환경성적표지’ 인증서를 받기도 했다. 박재현 사장의 적극적인 신재생·친환경 에너지 행보가 인정받은 것이다.
‘환경성적표지’ 인증은 KEITI가 운영하고 환경부가 총괄한다. 제품과 서비스의 제조 단계부터 사용, 폐기까지 전체 과정에 대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계량화해 평가하는 제도다. 경남 합천댐과 충남 보령댐, 충북 충주댐의 수상태양광에서 생산한 전력의 온실가스량을 평가한 결과 친환경 기준에 부합했다는 설명이다.
댐 방류로 홍수피해 유발, 저조한 장애인 고용률 등은 ‘약점’
지난해 전병현 용담댐비상대책위원회(용대위) 사무총장은 뉴스포스트와의 통화에서 “주민들이 침수피해를 본 지 여러 달이 지났지만, 이제야 정부와 주민이 함께 참여하는 조사위원회 구성에 합의를 했다”며 “주민들은 사비로 피해를 복구하고 있는데 조사위원회 조사는 빨라야 내년 초에 끝날 것으로 보여 피해보상은 기약이 없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한국수자원공사가 늦장으로 댐을 방류해 주민을 상대로 살수대첩을 벌였다”면서 “수자원공사의 과실이 100%”라고 지적했다. 이어 “법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시골 주민들이 손해배상소송에 나서기도 어려운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지난해 8월 한국수자원공사의 댐 방류로 피해를 본 지역주민의 호소다. 용대위는 충남 금산군과 충북 영동군, 옥천군, 전북 무주군 등 4개 지자체 주민들이 모여 침수피해 대응을 논의하는 주민단체다.
용대위 소속 주민들은 지난해 8월 8일 한국수자원공사가 전북 진안군 소재 용담댐을 방류하면서 침수피해를 겪었다. 당시 수자원공사가 용담댐 수문을 열어 초당 최대 2,913톤에 이르는 물이 하류 지역으로 방류돼 침수피해를 일으킨 바 있다. 행정안전부의 침수 피해현황 조사에 따르면 지난 8월 용담댐과 섬진강댐, 합천댐 등 하류 지역의 전체 침수 주택은 1,543동, 전체 농경지 침수는 290헥타르였다. 피해액은 모두 1조 372억 원에 달한다.
이날 이수진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본지와의 통화에서 “수자원공사의 급격한 용담댐 방류로 하천 범람이 생겼고, 이는 사전 방류를 충분하게 하지 않았다는 뜻”이라면서 “한국수자원공사 댐 관리지사들이 용수 판매로 성과를 올리기 위해 저수율을 필요 이상으로 유지한다는 의혹도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5월 뉴스포스트가 <[단독] 한국수자원공사, 장애인 고용률 채우려 ‘꼼수’ 예산 운영>이란 제하 보도에서 지적한 바 있듯, 한국수자원공사의 저조한 장애인 고용률도 ESG 경영의 부정적 요소다. 당시 본지는 한국수자원공사가 ‘장애인고용촉진 및 직업재활법’(이하 장애인고용법)에 따른 채용률을 높이기 위해 ‘기념품비’ 예산을 꼼수로 활용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최호윤 삼화회계법인 회계사는 뉴스포스트와의 통화에서 “기념품비를 장애인 직원이나 보훈 직원에게 지급하는 것은 상식적으로도 회계적으로도 틀리다”며 “수자원공사가 잘못 지출한 기념품비가 매출액 대비 소액인 까닭에 회계감사에서 걸리지 않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연 매출이 수조 원 규모인 한국수자원공사의 기념품비 예산이 연 매출액의 0.0015% 수준이라, 회계감사에서 잘못이 걸러지지 못했다는 설명이다.
해당 보도에 대해 한국수자원공사 관계자는 “수자원공사가 장애인고용법에 따른 법률상 고용 기준보다 장애인 고용률이 낮은 게 사실”이라면서도 “하지만 이는 장애를 가진 사람들이 수자원공사에 지원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해명한 바 있다.
한국수자원공사의 ESG 경영 강점으로 꼽히는 수상태양광 사업도 마냥 장밋빛은 아니다. 추진 과정에서 환경오염을 이유로 지역주민과 마찰을 겪는 사례들이 있는 것이다. 대표적인 사업이 전라북도 진안군 용담댐 수상태양광 사업이다.
지난해 5월 전북도청 관계자는 뉴스포스트와의 통화에서 “용담댐은 전라북도 130만 도민의 식수원인 까닭에 수자원공사가 추진하고 있는 용담댐 수상태양광 사업과 관련해 우려가 큰 상황”이라며 “소규모 환경영향평가 결과에 상관없이 수질 오염을 걱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진안군청 관계자도 “당시 수자원공사와 업무 협약을 맺은 건 사실이지만, 주민들의 반발과 수질 오염에 대한 우려로 사업에서 빠지기로 수자원공사에 통보했다”며 “지금은 수자원공사 단독으로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협약 당시 수자원공사는 주민들에게 수상태양광 발전 사업의 이익 20%를 나눠주겠다고 공언했지만, 실제로 법인세와 법인 운영비 등을 따져보니 주민들에게 돌아오는 이익도 크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당시 박민대 환경영향평가협회 회장은 본지에 “용담댐이 전북 도민 130만 명의 식수원이라는 것을 고려해보면 단 1%의 수질오염 가능성만 있어도 사업 추진에 대해 고민해 봐야 하는 게 맞다”고 했다. 그러면서 “비록 현재 과학기술로 해당 사업의 수상태양광이 수질을 오염하지 않는다고 결론 나더라도, 굳이 식수원에 설치해야 하는지는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용담댐 수상태양광 사업의 소규모 환경영향평가는 해를 넘겨 현재까지 답보 상태다. 한국수자원공사가 소규모 환경영향평가 관련 자료를 전북지방환경청에 제출하지 않아 무기한 연기된 상황이다.
4일 전북지방환경청 관계자는 뉴스포스트와의 통화에서 “해를 넘긴 2021년까지 수자원공사 측에서 재보완 자료를 제출하지 않아 소규모 환경영향평가에 진전이 없는 상황”이라며 “소규모 환경영향평가는 보통 30일이 걸리지만 수자원공사가 재보완 자료를 제출하지 않으면서 평가가 중단됐다”고 했다.
전북지방환경청은 한국수자원공사의 요청에 따라 소규모 환경영향평가 관련 재보완 자료 제출 기한을 2021년 말까지 연장했다. 전북지방환경청 관계자는 “한국수자원공사가 지난해 코로나19 확산으로 재보완 자료 제출이 어렵다고 밝혀, 이를 인정했다”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