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환경 시대

코로나가 키운 택배·배달... 쓰레기 1년 새 15% 늘어 환경오염 주범 플라스틱, 생태계 악영향 심각 정부 정책, 사전 예방 위한 법적 수단 미흡 한계

[脫 플라스틱]① 리사이클 수요 없는데...‘쓰레기 쓰나미’ 온다

2021. 02. 09 by 이해리 기자

“재활용 쓰레기는 늘어나는데 리사이클 수요는 없고, 수요가 없으니 가격은 계속 떨어지고...쓰레기를 수거해 가려는 업체가 없어요. 예전에는 할머니들도 다 주워가던 폐지가 요즘은 길바닥에 그대로 있어요. 가격이 안 맞아 받지 않거든요. 쓰레기는 넘쳐나지만 수거업체는 망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에요.”

재활용 수거업체 관계자의 얘기다. 이 관계자는 코로나19로 급증한 플라스틱 사용으로 인해 ‘제2의 플라스틱 대란’이 일어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코로나가 낳은 언택트 시대,  일회용 제품 사용으로 코로나로부터 우리를 보호하지만 우리가 사는 지구는 점점 병들어가고 있다. 

<뉴스포스트>는 플라스틱 재활용에 대한 오해를 짚고, 수거 현장 동행취재를 통해 현장의 목소리를 들어본다. 또한 쓰레기 배출 방지를 위한 ‘제로웨이스트’ 체험기, ‘제로웨이스트샵’ 방문기 등 5편의 기획기사를 통해 환경보호 및 개선의 길을 모색한다. -편집자주-

[뉴스포스트=이해리 기자] 지난 2018년 수도권 일대에 이른바 ‘폐플라스틱 대란’ 사태가 일어났다. 재활용 수거업체들이 비용 부담을 이유로 폐비닐, 폐플라스틱 등의 수거를 중단하면서 도시 곳곳에 혼란이 빚어진 것. 아파트 단지에는 수거되지 않은 비닐과 플라스틱, 폐지 등 쓰레기가 넘쳐났고, 비닐을 버리는 주민을 말리던 경비원이 폭행을 당하는 사건까지 발생했다. 당시 환경부는 근본적인 개선을 위하는 종합 대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별다른 타개책을 마련하지 못한 채 지자체의 노력으로 사태를 수습했다. 

3년 후인 2021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생활양식의 변화로 플라스틱 사용이 급증하며 ‘제2의 쓰레기 대란’이 예고되고 있다. 

코로나19로  택배·배달 소비가  늘면서 플라스틱 사용이  증가했다. 사진은 서울 한 아파트의 분리수거 현장. (사진=뉴스포스트 이해리 기자)
코로나19로  택배·배달 소비가  늘면서 플라스틱 사용이  증가했다. 사진은 서울 한 아파트의 분리수거 현장. (사진=뉴스포스트 이해리 기자)

비대면 소비 증가... 플라스틱 폐기물 발생 심각 


코로나 사태 1년 사이 배달음식 등 온라인 음식 서비스 거래액은 두 배 가까이 급증했으며, 온라인 식품 쇼핑도 절반 이상 늘었다. 

통계청이 3일 발표한 ‘2020년 12월 및 연간 온라인 쇼핑 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온라인 쇼핑 거래액은 161조 1,234억 원으로 1년 전보다 19.1% 늘었다. 특히 피자·치킨 등 온라인 주문으로 배달되는 음식 서비스 거래액이 17조 3,828억 원으로 전년보다 78.6% 증가했다. 불과 1년 사이 1.8배 규모로 거래가 확대된 것. 농축수산물과 음식료품도 각각 71.4%, 48.3% 늘어 식품을 온라인으로 사는 경우도 두드러졌다. 

생활 속 거리두기, 재택근무 등 ‘집콕 생활’로 택배와 배달 위주의 소비 증가와 함께 바이러스 전파를 막기 위한 지자체의 일회용용기 사용이 전면 허용되며 플라스틱 폐기물 발생량이 크게 늘었다. 

환경부 통계에 따르면 2020년 상반기 플라스틱 폐기물 발생량은 하루 평균 848t으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15.6%, 비닐 폐기물 발생량은 하루 평균 951t으로 11.1% 증가했다. 이 수치는 지자체별 공공 폐기물 선별장의 기록을 합친 것으로 차후 민간 선별장에서 처리한 폐기물량을 합치면 훨씬 늘어날 전망이다.


생태계 위협하는 플라스틱


석유가 기반인 플라스틱은 생산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5초, 평균 수명은 6개월이지만 분해되는 데는 수백 년이 걸린다. 재활용도 어려워 대부분의 플라스틱이 매립지나 바다, 소각장으로 향하게 된다. 

문제는 플라스틱 폐기물은 소각할 경우 유해 물질이 배출되고, 매립될 경우 분해가 되지 않고 작은 입자로 쪼개지면서 생물체에게 유해한 영향을 준다는 것이다. 

 

지난 2015년 코스타리카 연안에서 한쪽 코에 흰색 물체가 박힌 거북이 한 마리가 구조된 영상이 공개됐다. 흰색 물체는 바로 플라스틱 빨대였다. 숨을 헐떡이던 이 거북이는 코에서 빨대를 뽑아내자 그제야 숨을 제대로 쉴 수 있게 됐다. 

이전에도 버려진 플라스틱이 동물에게 피해를 끼친 사례가 공개되긴 했지만, 이 영상은 특히 많은 이들에게 충격을 안겨, 환경보호의 중요성을 전한 상징적인 사건이 됐다. 

2019년 그린피스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바다에서 발견되는 쓰레기의 82%는 일회용 플라스틱 폐기물이다. 2017년부터 연근해에서 폐사한 거북이 44마리를 부검한 결과 20마리가 플라스틱을 삼키고 죽은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에서 밝힌 국내의 물질 재활용률은 20% 안팎이다. 반면 매립장과 소각장의 숫자는 줄어들고 있어, 처리하지 못한 플라스틱 폐기물의 환경적 위험이 우리에게 돌아올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정부 대책 근본적 해결 안돼... 개선 필요


환경에 대한 시민들의 문제의식이 높아지면서 정부에서도 이에 대응하는 정책을 마련하고 있다.

환경부는 2018년 ‘재활용 폐기물 관리 종합대책’을 통해 2030년까지 플라스틱 폐기물 발생량을 50% 감축하고 재활용률을 기존 34%에서 70%까지 끌어올리기 위한 종합대책을 내놨다. 폐기물에 대한 공공관리를 강화하고 재활용 시장 안정화 방안을 중점적으로 검토키로 했다. 

종합대책에 따르면 2020년까지 모든 생수 및 음료용 페트병을 무색으로 전환하는 등 재활용이 어려운 제품을 생산 단계부터 점차 퇴출시킨다. 포장재 등급평가 개정 및 표시를 의무화하는 내용도 담겼다. 재활용 의무가 없던 비닐·플라스틱류 등을 재활용 의무 대상에 단계적으로 편입하고, 유통·소비 단계에서 2022년까지 1회용 컵 및 비닐봉지 사용량을 35% 저감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2019년 11월 후속 조치로 ‘1회용품 함께 줄이기 계획’을 발표했지만 이미 시장을 중심으로 사용 감축이 이뤄지고 있는 일회용 컵, 비닐봉지, 스티로폼 박스 등 소수 품목에 대한 규제로만 이뤄져 있었다.

쓰레기 대란 이후 정부가 내놓은 각종 대책은 근본적인 한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일회용 플라스틱의 생산 및 사용 금지, 발생 억제 조치 등 사전 예방을 위한 법적 수단이 소극적이고 미흡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생산 단계에서부터 재활용이 용이한 제품을 만들고, 정확한 분리배출 등 근본적인 폐기물 체질 개선이 필요한 상황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기사 댓글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