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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때부터 장애‧비장애 아동 만남 이뤄져야 통합 사회 가능 장애 아동, 특수한 놀이시설 원하지 않아…기존 놀이기구 경험 원해 통합놀이터의 법제화 필요성 지적…“강제성 없어 확산 어려워”

[인터뷰] 김남진 “동네 놀이터서 장애아가 노는 장면 자연스러워야”

2021. 02. 17 by 홍여정 기자

[뉴스포스트=홍여정 기자] “모든 어린이는 충분히 쉬고 충분히 놀 권리가 있다. 정부는 아동이 문화와 예술활동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해주어야 하며, 아동 모두가 이런 권리를 누릴 수 있도록 동등한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1989년 선언된 유엔 아동권리협약 제31조에는 아동의 놀 권리에 대해 이렇게 규정하고 있다. 놀 권리는 생존권, 보호권, 발달권, 참여권 중 아동의 4대 권리 중 발달권에 속한다. 발달권은 아동이 한 명의 개인, 사회의 일원으로 성장하기 위해 필요한 요건을 보장받도록 하는 권리로 교육 받을 권리, 여가를 즐길 권리, 문화생활을 하고 정보를 얻을 권리 등이 포함된다.

‘놀이’는 아동에게 단순한 여가생활의 의미를 넘어 반드시 누려야 하는 ‘권리’다. 이는 모든 아동에게 속하는 말이지만 장애 아동의 사정은 다르다. 동네마다 놀이터가 있지만 장애 아동이 편하고 안전하게 놀 수 있는 곳은 거의 없는 실정이다.

이를 위해 지자체에서는 장애아동의 놀 권리를 위해 자체적으로 통합 놀이터를 만들기 위한 사업 계획을 수립하고 있다. 뉴스포스트는 국내 최초 통합 놀이터인 ‘꿈틀꿈틀 놀이터’ 사업에 참여한 (사)장애물없는생활환경시민연대 김남진 사무국장을 만나 통합놀이터의 특징, 사회적 의미, 앞으로의 과제에 대해 이야기를 들어봤다.

김남진 (사)장애물없는생활환경시민연대 사무국장 (사진=뉴스포스트 홍여정 기자)
김남진 (사)장애물없는생활환경시민연대 사무국장 (사진=뉴스포스트 홍여정 기자)

- ‘통합 놀이터’란 무엇인가.

“장애 아동과 비장애 아동이 함께 놀 수 있는 놀이터다. 어떤 특정 공간 안에 들어가 있는 장애 아동만을 배려한 공간이 아니라 누구나 놀 수 있는 공공 놀이터에 장애 아동도 자연스럽게 섞여서 같이 놀 수 있는 공간이라고 보면 된다.”

- 통합 놀이터가 생겨난 배경은.

“해외에서는 이미 ‘인클루시브 플레이그라운드’라는 개념으로 장애인, 어린이, 노인 등 사회적 약자를 위해 디자인된 놀이터가 존재했다. 우리나라에도 장애 아동이 놀 수 있는 ‘무장애 놀이터’가 있었지만 그 공간은 오롯이 장애아동을 위한 공간이다. 굳이 장애 아동과 비장애 아동이 같이 놀기를 추구하는 곳은 아니다. 그러나 함께 노는 공간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일반 놀이터에서 비장애 아동들의 놀이처럼 장애 아동도 하고 싶은 놀이, 할 수 있는 놀이를 혼자 가서 다른 아이들과 섞여서 노는 경험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이에 아름다운재단에서 놀이터를 만들어 보자고 했고 2016년 서울 어린이대공원 내에 ‘꿈틀꿈틀 놀이터’가 생겨났다.”

- 일반 놀이터와 어떤 점이 다른가.

“전체적으로는 일반적인 놀이터와 다르지 않다. 미끄럼틀이 설치된 조합놀이대, 그네, 회전무대 등 놀이기구는 기존 놀이터와 비슷하다. 하지만 이용자에 장애 아동도 포함된 것이 다르다. 기존에 장애 아동의 일반 놀이기구 접근은 아주 어려웠다. 계단이 많거나, 진입 공간이 좁거나, 턱이 높거나 등의 이유로 놀이 공간에서 배제되고 있었다. 이에 일반적인 놀이기구에 베리어 프리(무장애) 디자인을 접목해 모든 아이들이 놀 수 있도록 만들었다. 현재 만들어져 있는 서울어린이대공원 내 통합 놀이터 ‘꿈틀꿈틀 놀이터’를 기준으로 보면 우선 되도록 많은 장애 유형을 고려해 설계했다. 발달장애인의 경우 성인이지만 정신연령이나 활동들이 유아동에 속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이용자 연령대를 넓게 잡았다. 조합놀이대의 경우 휠체어 타는 아이들이 자연스럽게 이용할 수 있도록 계단 대신 경사로로 설치했다. 아래쪽에 공간도 폭을 넓게 설계해 모든 공간을 이용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그네는 일반 그네 외에 등받이가 있고 안전벨트를 하고 타는 그네와 네트형 그네도 설치했다. 그네 이용자의 제한을 두지 않고 다양한 그네를 놓고 자기가 탈 수 있는 걸 선택하도록 했다. 회전무대의 경우 단차를 낮춰 휠체어나 보조기구를 이용하는 아동들도 편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점은 무엇인가.

“장애 아동들의 놀이 형태를 오랜 기간 관찰했다. 장애 아동들은 보통 병원이나 복지관에서 치료나 재활 목적으로 놀이를 하다보니 순수한 놀이라고 보기 어려웠다. 장애 아동별 특성이 다양하기 때문에 그 아이들이 실제로 놀이터에서 어떻게 노는지 파악하고 놀이 시설물을 설계했다. 사실 장애 아동이 특별한 놀이기구를 원하는 것이 아니다. 기본적으로 해보는 경험들 예를 들어 높은 곳에 올라가보기, 올라가서 아래 친구들 관찰하기, 미끄럼틀 타기, 그네 타기 등을 이 아이들은 원한다. 보조기구를 착용하고도 아이들 스스로 놀이기구 활동의 목적을 경험할 수 있는 경험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서울 종로구 대학로 마로니에공원에 설치된 휠체어그네. 아동도 탈 수 있는 그네지만 KC인증을 받지 못해 놀이시설물이 아니다. (사진=뉴스포스트 홍여정 기자)
서울 종로구 대학로 마로니에공원에 설치된 휠체어그네. 아동도 탈 수 있는 그네지만 KC인증을 받지 못해 놀이시설물이 아니다. (사진=뉴스포스트 홍여정 기자)

- 통합놀이터 설치가 확산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이라고 보나.

“꿈틀꿈틀 놀이터 이후 통합놀이터, 혹은 무장애 통합놀이터라는 이름으로 놀이터들이 오픈했다. 또한 기존 놀이터를 리모델링할 때 통합놀이터를 적용하는 곳도 몇몇 있다고 들었다. 예전에 비해 통합놀이터에 대한 인식이 바뀐 건 사실이지만 아직 미비하다. 여전히 장애아동 가족은 놀이 공간을 찾아 한두시간 씩 차를 타고 이동하기도 한다. 저는 장애 아동이 놀 수 있는 놀이터를 설치해야 한다는 책무를 어느 부처에서든 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 법제화가 이뤄져야 지자체에서 놀이터를 계획할 때 통합놀이터를 반영할 것이라고 본다. 그러나 여전히 놀이터에 관한 법은 안전에 대한 기준만 있다. 다양한 놀이터를 활성화시키기 위한 법은 없는 상황이다. 작년 8월에 이와 관련된 법안을 발의했지만 결국 통과 못했다.”

- 해외는 어떠한가. 통합놀이터의 현황, 장애 아동을 위한 놀이시설에 대한 제도에 대해 설명해 준다면.

“해외에서는 놀이터 및 놀이기구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우리나라보다 명확하다. 미국의 경우 공공놀이터를 지을 때 그 안에 들어가는 놀이시설 중 몇 퍼센트는 휠체어나 보조기구를 탄 채로 이용할 수 있게 만들도록 법으로 정해져 있다. 유럽의 경우 수치를 따지진 않지만 장애아동이 같이 놀 수 있는 환경을 기본적으로 만들도록 한다. 다른 나라의 놀이시설물 업체 홈페이지에서 ‘인클루시브’ 제품 라인업을 살펴보면 아주 다양하다. 우리가 아는 정글짐 중간중간에 쉴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준다던가, 시각장애 아동들이 청각적 놀이를 즐길 수 있게 어떤 행동을 하면 동화나 동요가 나온다던가 하는 식이다. 한 가지 특이했던 건 시소였는데 기본적으로 우리가 아는 시소의 모습이 아니었다. 넓고 긴 기구 양 끝에 많은 아이들이 올라 탈 수 있었는데 넓이가 휠체어를 탄 아이가 내리지 않고 바로 탈 수 있을 정도의 넓이였다. 굳이 내리지 않고 양 쪽 끝을 왔다 갔다 할 수 있어 장애아동과 비장애아동이 함께 시소놀이를 즐길 수 있었다. 그런 기구들이 많이 개발돼 놀이터에 설치돼있다. 또한 우리나라랑 비교했을 때 설치도 쉽다. 우리나라는 제품을 만면 KC인증을 받고 놀이터에서 설치 검사를 또 시행해야 놀이터를 사용할 수 있다. 하지만 외국은 업체에서 자기 제품에 대한 보험을 들기 때문에 비교적 시스템이 간편하다.”

- 장애아동과 비장애아동이 함께 놀이하는 것에 대한 우리 사회의 인식은 어떠한가.

“해외 답사를 갔을 때 한 공원에 놀러온 비장애아동 부모에게 물어본 적이 있다. 이 놀이터에 장애아동이 와서 노는 것을 본적이 있냐고. 그랬더니 그 부모가 왜 그런 것을 구분해서 물어보는지 되물었다. 그 부모는 “그 애가 장애가 있든지 없든지 상관이 없고 놀고 싶으면 놀 수 있는거다. 그런 것을 나에게 물어본다는 것이 이상하다”라고 말했다. 반면 우리나라는 같은 질문에 대부분 이렇게 답할 거다. “장애아동들도 같이 와서 놀아아죠. ‘그런데’ 휠체어 타는 아이들이 여기서 다니는데 우리 애가 뛰어다니다 부딪치면 위험하지 않을까요?” 이 말은 공간을 분리하는 게 더 좋지 않을까라는 의미다. 장애아동 부모들도 비슷한 생각을 한다. 시각장애아동의 경우 아이들 특성이 다 다르기 때문에 섞여서 놀 때 다치치 않을까 불안한 것이다. 이런 관점의 차이가 우리나라에는 존재하기 때문에 놀이터도 그렇게 만들어지는 것 같다.“

- 어떻게 바꿀 수 있을까.

“장애아동에 대한 사회적 인식은 교육을 통해선 당위적으로 받아들일 뿐이다. 즐겁게 노는 놀이터라는 공간에서 아이들이 자연스럽게 서로 협력하는 것을 통해 함께 지내보는 경험이 제일 중요하다. 그런데 놀이공간에는 어른이 있다. 부모, 보호자, 선생님 등의 어른은 아이들의 놀이에 개입해 역할을 자꾸 정해준다. “네가 도와줘야 돼”라고. 그런 것들이 줄어들어야 한다고 본다. 일방적으로 비장애아동이 장애아동을 가르쳐주는 게 아니다. 각자의 활동 특성에 따라 같이 협업해나간다. 조금 불안감을 내려놓고 아이들이 놀고 싶은 대로 놔두는 게 좋다.”

서울 어린이대공원에 설치된 회전무대(사진=장애물없는생활환경시민연대 무장애통합놀이터 매뉴얼 갈무리)
서울 어린이대공원에 설치된 회전무대(사진=장애물없는생활환경시민연대 무장애통합놀이터 매뉴얼 갈무리)

- 통합놀이터가 우리 사회에 필요한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계속 분리돼 교육을 받고, 놀고, 살다보니까 서로간의 경험치가 적어 익숙하지 않게 된다. 익숙하지 않으면 부담스럽고 자연스럽게 배재된다. 장애인과 만나 의사소통하는 게 부담인 사람들도 많을 것이다. 만난 적 없다가 갑자기 서로 섞여서 살아가라고 하니 친숙하지 않은 거다. 그런 함께하는 생활을 어릴 때부터 해야 하고 그 경험이 가장 자연스러운 곳은 놀이터라고 생각한다. 놀이터라는 공간은 서로 편견없이 즐겁게 놀 수 있는 곳이다. 그러기 위해선 장애아동에게 불편한 놀이터만 만들어 놓고 ‘함께 놀자’라고 하지 말고 조금 더 편안하게 놀 수 있도록 아이들 특성에 맞춘 놀이시설이 많아져야 한다.”

- 통합놀이터 확산을 위해 정부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

“장애 아동이 공공놀이터에서 놀 수 있는 권리가 있다는 것을 안정하고 같이 놀 수 있게 만들어줘야 함에도 현재 그것을 관리하고 추진하는 주무부처가 없다는 현실이 안타깝다. 놀이터에 대한 법은 안전관리법 하나다. 아동을 위한 놀이터면 조금이라도 관련된 부처가 나서서 공동으로 책무를 인정하고 추진해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사)장애물없는생활환경시민연대(무장애 연대)는 1996년 12월 장애인의 이동권과 접근권에 대해 알리는 ‘장애인편의시설촉진시민모임’으로 시작했다. 지난 2005년부터 통합놀이터에 관련된 연구를 진행했으며 이후 관련 전문가들과 함께 ‘통합놀이터만들기네트워크’를 구축해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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