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마다 세종에서 군산까지 1시간20분 달려 코로나19 방역봉사 수십만 원 달하는 전문방역장비와 소독약 자비로 구입해 방역 힘써 ‘공무원은 국민전체에 대한 봉사자’라는 대한민국 헌법 7조가 좌우명 “어렸을 때부터 남을 위해 봉사하라는 어머니 가르침이 컸죠”

[선한영향력]② 최승훈 주무관 “봉사활동 하려 공무원 해요”

2021. 04. 07 by 이상진 기자

살인과 폭행, 방화, 극단적 선택 등 잔혹한 사회 이슈가 온갖 자극적인 수사를 붙여 보도되는 요즘. 맘씨 좋은 이웃의 따뜻한 일화들은 흔히 “미담은 뉴스 가치가 떨어진다”라는 핑계로 뉴스 순서를 뒤로 밀거나 아예 보도하지 않곤 한다. 그래서 준비했다. 뉴스포스트가 우리 사회에 ‘선한 영향력’의 고운 향기를 퍼뜨리는 인물을 만나보는 시간을 마련했다. - 편집자주

[뉴스포스트=이상진 기자] 뉴스포스트에 코로나19 팬데믹 시국에 자비로 방역 봉사활동을 하고 있는 공무원이 있다는 제보가 들어왔다. 주인공은 최승훈(37) 주무관. 

제보를 받은 뉴스포스트는 어렵사리 최승훈 주무관과 연락이 닿았다. 사진 속 인물은 최승훈 주무관. (사진=최승훈 주무관 제공)
제보를 받은 뉴스포스트는 어렵사리 최승훈 주무관과 연락이 닿았다. 사진 속 인물은 최승훈 주무관. (사진=최승훈 주무관 제공)

자신을 수혜자라고 밝힌 제보자를 통해 어렵사리 연락이 닿은 최 주무관은 뉴스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연세가 많으신 어머니께서도 아들이 좋은 일 한다며 매주 동행하며 봉사활동을 하고 계시다”면서 “동행해 도와주시는 어머니께 너무 죄송하고 감사한 마음이 매우 크다”고 했다. 이어 “어머니는 제가 어렸을 때부터 남을 돕고 베풀어야 한다고 가르치셨다”고 말했다.

최승훈 주무관의 타인을 위해 봉사하는 고운 맘씨는 어머니로부터 물려받았다. 최 주무관의 어머니(65)도 주말이면 세종시부터 군산시까지 방역 봉사활동을 위해 먼 길을 나선다. 모자가 함께 군산시에서 방역 봉사활동을 하는 것이다.

제보자가 찍은 최 주무관의 방역 봉사활동 사진. (사진=제보자 제공)
제보자가 찍은 최 주무관의 방역 봉사활동 사진. (사진=제보자 제공)

최 주무관은 지난해 겨울부터 매주 주말마다 코로나19 방역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토요일은 아침 9시부터 저녁 7시까지, 일요일은 서너 시간을 방역 활동에 투자한다. 최 주무관은 방역 봉사를 위해 세종시부터 군산시까지 왕복으로 2시간 40분을 달린다고 했다.

지난 2015년 1월 전라북도교육청 행정서기보로 공직에 입문한 최 주무관이 현재는 교육부의 그린뉴딜 국정과제 업무를 지원하는 행정주사보로 세종시에 거주하는 까닭이다. 군산시에서 했던 방역 봉사활동을 세종시로 근무지가 바뀌었어도 유지하는 것이다. 방역 활동 시간에 더해 이동 시간까지 합하면, 그의 주말은 온종일 봉사로 가득한 셈이다.

주말을 포기하면서까지 하는 봉사활동이지만, 소속된 단체도 없이 혼자 하는 활동이라 모든 활동비는 개인 부담이다. 최 주무관은 50만 원에 달하는 코로나19 전문 방역장비와 매달 6만 원에 달하는 소독약을 자비로 충당하고 있다.

최 주무관이 군산시 복지단체의 열악한 방역 현장을 목격한 게 봉사활동의 계기가 됐다. 최 주무관은 “업무차 방문한 한 복지센터에서 우연히 마시다 남은 소주를 분무기에 넣고 뿌리며 코로나19 방역을 하는 것을 봤다”면서 “제대로 된 방역 없이 지역사회 약자들이 코로나19에 노출되고 있다는 생각에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다”고 토로했다.

지난해 겨울부터 현재까지 최 주무관은 한국산재장애인협회 군산시지회, 장애인재가복지센터, 한국교통장애인협회 군산시지회 등 장애인복지단체를 중심으로 방역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최근엔 방역 봉사활동을 해달라고 최 주무관을 찾는 단체들이 늘고 있다. 그의 활동이 지역사회에서 입소문이 난 것이다.

제보자가 찍은 최 주무관 방역 봉사활동 사진. (사진=제보자 제공)
제보자가 찍은 최 주무관 방역 봉사활동 사진. (사진=제보자 제공)

최 주무관은 자신을 찾는 곳들이 많아질수록 공무원이 된 게 실감이 난다고 설명했다. 그는 자신이 공무원이 된 이유를 “마음 편히 봉사활동을 하기 위해서”라고 밝혔다.

최 주무관은 “30살에 공무원이 되기 전부터 항상 돈이 생기면 봉사활동을 했다”면서 “그땐 제가 아르바이트하면서 봉사하다 보니까 수혜자분들이 오히려 제 처지를 걱정했다. (웃음)”고 말했다. 그러면서 “수혜자분들이 불편하지 않고 마음 편하게 봉사활동 받으시라고 공무원이 됐다”고 했다.

이어 “공무원이 된 이후 ‘공무원은 국민전체에 대한 봉사자’라고 규정한 대한민국 헌법 7조를 인생의 좌우명으로 삼았다”면서 “공직에 있는 한, 그리고 공직을 떠난 후에도 봉사활동을 계속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 최승훈 주무관 약력

2015.1.1. 전라북도교육청 행정서기보 임용
2020.9.21.~현재 교육부 근무지원(그린뉴딜 국정과제 업무 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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갬동쓰 2021-04-08 09:41:45
봉사하며 살아야겠다는 생각은 하지만 실천에 이르기까지는 어렵고... 또 꾸준히 지속하는 삶을 살고 계시다니 정말 대단하신 것 같습니다. 마음이 뭉클해지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