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극복 위해 3D프린팅 마스크 고리 3000개 기부 마스크 고리 만드는 데 3000시간 이상...원재료 비용만 1000만원 “손톱 뭉개지는 고통 있었지만...더 좋은 기부품 만들지 못해 아쉬워”

[선한영향력]③ 이대권 뜨리디 대표 “손톱 깨질 정도로 봉사했죠”

2021. 04. 26 by 이상진 기자

살인과 폭행, 방화, 극단적 선택 등 잔혹한 사회 이슈가 온갖 자극적인 수사를 붙여 보도되는 요즘. 맘씨 좋은 이웃의 따뜻한 일화들은 흔히 “미담은 뉴스 가치가 떨어진다”라는 핑계로 뉴스 순서를 뒤로 밀거나 아예 보도하지 않곤 한다. 그래서 준비했다. 뉴스포스트가 우리 사회에 ‘선한 영향력’의 고운 향기를 퍼뜨리는 인물을 만나보는 시간을 마련했다. - 편집자주

[뉴스포스트=이상진 기자] “전체 직원 네 명인 3D프린팅 업체에서 수천 개 분량의 마스크 고리를 만들어 기부하는 게 쉽지는 않더라고요. 손톱이 다 깨져서, 여자 직원들은 한동안 네일을 못 받는 설움이 있었습니다. (웃음)”

이대권 뜨리디 대표가 지난해 기부한 '뜨리디 마스크 고리' 기부품을 들고 있다. (사진=뜨리디 제공)
이대권 뜨리디 대표가 지난해 기부한 '뜨리디 마스크 고리' 기부품을 들고 있다. (사진=뜨리디 제공)

이대권 뜨리디 대표는 23일 뉴스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지난해 마스크 고리 3,000개를 만들며 겪은 ‘고생담’을 말하면서 너털웃음을 터뜨렸다. 이 대표는 “직원 모두 고된 시간을 보내면서도, 더 기부할 수 없는 현실에 안타까움을 느꼈다”고 토로했다.

뜨리디는 광주 북구에 소재한 직원 네 명 규모의 중소 3D프린팅 업체다. 뜨리디 임직원들은 국내에서 코로나19가 본격적으로 확산한 지난해 초부터 마스크 고리를 만들어 기부 활동에 나섰다. 지난해 초 예기치 못한 코로나19 발생으로 마스크 착용이 의무화되면서, 오랜 시간 마스크 착용으로 인해 귀 통증을 호소하는 사례를 보고 아이디어를 얻었다는 설명이다.

뜨리디가 기부한 마스크 고리. (사진=뜨리디 제공)
뜨리디가 기부한 마스크 고리. (사진=뜨리디 제공)

이대권 대표는 “마스크를 착용한 채 장시간 업무와 일상생활을 하면서 귀 통증을 호소하는 주변 지인들을 보고 어떻게 하면 고통을 조금이나마 덜어 줄 수 있을까 고민했다”면서 “그러다 우리 사업인 3D프린터를 활용하자고 결심해 ‘뜨리디 마스크 고리’를 제작하게 됐다”고 말했다.

지역 시민사회를 위해 나서야겠다는 마음으로 시작한 ‘뜨리디 마스크 고리’ 기부 활동이었지만, 그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지난해 뜨리디가 기부를 위해 제작한 마스코 고리는 모두 3,000개가 넘는다. 마스크 고리 하나당 출력시간이 평균 1시간이 걸리는 데다, 출력한 마스크 고리 덩어리를 손으로 직접 뜯어내야 해, 3,000시간 이상을 기부 활동에 투자한 셈이다. 이 과정에서 임직원들의 손톱이 뭉개지는 ‘신체적 고통’도 겪었다.

3000개의 마스크 고리 기부품을 만들며 뜨리디의 임직원들은 손톱이 뭉개지는 고통을 겪었다. (사진=뜨리디 제공)
3000개의 마스크 고리 기부품을 만들며 뜨리디의 임직원들은 손톱이 뭉개지는 고통을 겪었다. (사진=뜨리디 제공)

이 대표는 “3D프린터가 5대뿐이라 목표한 생산량에 한계가 있어 지역에 있는 3D프린터 센터에서 임직원들이 번갈아 가며 마스크 고리를 출력했다”면서 “힘들지만 좋은 마음으로 마스크 고리에 우리의 염원을 담아서 필요한 분들에게 마스크 고리 3,000개를 전달하자고 다짐하며 작업을 했다”고 말했다.

기부 활동을 위해 뜨리디는 1,000만 원이란 ‘자체 비용’을 지불해야 했다. 인건비를 제외한 순수 원재료 비용이다. 중소 규모의 3D 프린팅 업체로서 적지 않은 비용지출 때문에, 이대권 대표는 아쉬움이 남는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기부 활동에 정부와 지자체의 후원과 지원이 있었더라면 부담을 조금 덜고 제품 개선에 시간을 투자해서 제품성과 편리성, 완성도가 높은 기부품을 만들 수 있었을 텐데 지금도 아쉽다”고 고백했다.

기부가 목적이었던 마스크 고리 프로젝트였던 만큼, 특허 등록을 하지 않아 일어난 에피소드도 있었다. 한 단체에서 뜨리디가 무료로 배포한 ‘마스크 고리 3D모델링 데이터’를 무단 도용해 데이터를 재배포한 것이다.

당시 상황에 대해 이 대표는 “특허 등록을 통해 방어하지 않으면 있을 일이라고는 생각했지만 실제로 겪으니 당황스럽고 힘이 빠지는 상황이었다”면서 “특허 등록을 해 제품화하고 싶은 생각은 있었지만 선한 마음으로 기부하고자 데이터를 공개했다”고 했다. 이어 “도용 단체와 논의를 거쳐 최초 개발업체를 명시하고 수정 조치를 했다”고 덧붙였다.

코로나19 시국을 극복할 다음 아이템을 개발 중인 이대권 뜨리디 대표. (사진=뜨리디 제공)
코로나19 시국을 극복할 다음 아이템을 개발 중인 이대권 뜨리디 대표. (사진=뜨리디 제공)

현재 뜨리디는 코로나19 시국을 극복할 수 있는 사회적 프로젝트를 추가로 준비하고 있다. 마스크에 익숙해진 탓에 귀 아픔을 호소하는 시민들이 많이 줄어 다른 프로젝트를 계획했다는 설명이다.

이 대표는 “기부에 앞장서는 사회적 기업이란 과분한 칭찬에 힙입어, 코로나19를 예방할 수 있는 마스크 호환형 제품을 개발하고 있다”면서 “마스크를 벗지 않고 음료를 마실 수 있는 원터치 개폐형 마스크를 조금 더 편한 버전으로 선보일 계획”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4차 산업기술은 낯설거나 어렵지 않고, 누구나 쉽게 활용할 수 있다”면서 “단순히 뜨리디의 기부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3D프린팅이 사회적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기술이라는 게 알려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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