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포스트=이해리 기자] “분리수거? 아파트만 그나마 하는 척하고, 주택이나 빌라는 아예 되지 않는 것 같다. 정확한 분리배출 방법에 대한 홍보가 제대로 이루어지고 있는지 모르겠다.”
지난 3월 영등포구 순환자원센터 관계자는 주택가에서 수거된 생활 쓰레기는 규정을 지키지 않고 배출된 것들이 많아 재활용에 어려움이 있다고 토로했다.
환경부에 따르면 2019년 기준 생활 폐기물의 분리수거율은 87.1%에 달한다. 하지만 이 분리수거율이 실제 재활용률은 아니다. 전문가들은 선별 후 실제 재활용이 되기까지의 비율은 30%에 불과한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재활용 선별 현장에서는 낮은 재활용률에 대해 분리배출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주택가의 생활폐기물을 원인으로 지목했다. 주택가의 분리수거 실태는 어떤지 <뉴스포스트>는 지난 30일 서울 시내와 경기도의 한 주택가를 돌아봤다.
방문하기 전날인 29일은 서울 해당 지역의 재활용품 배출일이었다. 들어선 지 5분 남짓 되었을까. 플라스틱 용기 안에 있던 음식물이 거리에 흩뿌려져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이 지역 배달원은 “다니다 보면 거리에 쏟아져있는 음식물 쓰레기들이 꽤 된다”면서 “전날이 쓰레기 배출일이었는지 알 수 있을 정도로 음식물뿐만 아니라 쓰레기들이 무질서하게 배출돼 있어 솔직히 거리가 지저분하다”라고 말했다.
한 빌라 구석에 놓인 플라스틱 용기는 안에 음식물이 썩으면서 발생하는 가스로 인해 팽창해 있었다. 접힌 치킨 상자 안을 열어보자 치킨 양념이 그대로 묻은 종이가 깔려 있었다. 기본적으로 재활용을 위해서는 내용물 등 이물질을 제거하고 배출해야 하기 때문에, 모두 분리수거 규정을 지키지 않은 것들이다.
이날 2시간 남짓 20여 곳을 둘러본 결과 올바르게 재활용품을 배출한 곳은 5곳이 채 되지 않았다. 음식물 쓰레기를 방치한 곳도 3곳에 달했다. 오염된 플라스틱이 가장 많았으며 이외에도 재활용이 어려운 상태의 오염된 종이, 테이프가 제거되지 않은 박스, 인형, 젖은 의류 등이 놓여있었다.
경기도의 주택가도 비슷한 모습이었다. 재활용품을 공동으로 배출하는 공간은 이 지역 쓰레기들을 다 소화하지 못했으며, 제대로 관리가 되고 있지 않은 모습이었다.
이날 주민 B 씨는 “분리수거 제대로 한 것 같다”라며 분리수거물을 담은 봉투를 내놨다. 하지만 봉투를 열어보니 플라스틱과 캔, 종이 등 재활용품과 일반 쓰레기가 섞여있었다. 플라스틱 용기 안에는 약간의 음식물도 남아있었다.
전문가들은 주택단지에도 분리배출 시스템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김태희 자연순환사회연대 국장은 “일반 주택에서도 아파트와 같이 품목별 분리배출을 원활히 할 수 있도록 ‘재활용 정거장’과 같은 분리배출 시스템 마련과 활성화가 필요하다”라며 “지역의 취약계층을 관리사로 고용해 올바른 분리배출과 함께 일자리 창출도 하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둘 수 있다”라고 말했다.
또 플라스틱을 생산하는 업체도 가능한 한 재질을 단일화해 재활용하기 쉬운 형태로 제품을 만들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김 국장은 “일회용품 사용이 증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아직 갈 길은 멀지만, 예전보다는 플라스틱을 감량하려는 기업의 노력이 나타나고 있다”면서 “제품에 색소를 넣는다거나 복합재료를 사용하지 않고 무색소·단일 재질 제품 등 재활용 친화적인 제품을 생산해야 한다”라고 조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