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포스트=이해리 기자] 코에 플라스틱 빨대가 꽂혀 괴로워하는 거북이, 비닐봉지가 위장을 막아 폐사한 고래상어, 플라스틱 조각을 삼켜 괴로워하는 바다새, 백화된 산호초 등 인간의 이기심에 흘러 들어간 쓰레기가 해양 생태계를 파괴하고 있다.
우리가 관심을 두고 행동하지 않으면 생태계를 파괴하고 황폐화하는 관행들은 멈추지 않을 것이다. 5월 31일 바다의 날을 맞아 <뉴스포스트>는 해양환경관리공단 인천지사의 ‘청항1호’에 동승해 해양쓰레기의 실태를 알아보고 수거 작업을 체험했다.
청항선은 말 그대로 항계 내 해양부유 쓰레기를 청소하는 선박이다. 해양부유 쓰레기 수거 작업은 해양오염과 선박 사고 방지를 위해 이뤄진다. 선박 프로팰러에 부유 쓰레기가 빨려 들어가면 운항 및 입출항에 문제가 생겨 사고가 발생하기 때문.
해양환경공단은 전국 14개 무역항(부산항, 인천항, 여수항, 광양항, 울산항, 대산항, 마산항, 동해항, 군산항, 포항항, 평택항, 목포항, 제주항, 서귀포항)에 22척의 청항선을 운영하고 있으며 매년 5,000t 정도의 해양부유 쓰레기를 수거하고 있다.
인천 연안부두에 있는 청항1호, 청항2호, 인천937호 등 3척의 청항선으로 인천지사가 매년 수거하는 부유 쓰레기양은 1000t이 넘는다.
24일 인천항 연안 부두에는 해양부유 쓰레기를 수거하기 위한 ‘청항1호’가 분주하게 출항 준비를 하고 있었다. 청항선 순찰은 보통 하루에 한 번 오전에 이루어지며, 북항과 팔미도를 들른다. 이후 쓰레기 수거를 요청하는 신고가 들어오면 추가로 출항에 나선다. 선장, 항해사, 기관장, 기관사 등 총 4명의 선원이 탑승한다.
청항선의 앞쪽에는 해양쓰레기를 수거하기 위한 컨베이어벨트 수거 장치와 크레인이 있다. 뒤편에는 기름 유출과 같은 사고가 발생했을 때 기름이 퍼지는 것을 막기 위한 오일펜스가 설치돼 있다.
청항선에 탑승하기 위해 기자는 작업복으로 갈아입고 구명조끼와 안전모를 착용했다. 25도의 더운 날씨임에도 불구하고 청항선에 탑승해 바람을 맞으니 꽤 쌀쌀했다.
청항선이 바다로 나간 지 10분 남짓 지났을까 바다에 떠다니는 비닐과 종이컵, 플라스틱병, 스티로폼 등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해양 쓰레기는 여객선이나 어선에서 배출되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육상에서 발생한 쓰레기가 바람이나 인력에 의해 버려진 것이다.
함께 작업에 나선 조찬연 해양환경공단 인천지사장은 “바다에는 생각보다 정말 다양한 종류의 해양 쓰레기가 떠다니는데 원목, 그물, 폐타이어뿐만 아니라 육지에서 주로 사용하는 페트병, 비닐도 있고 냉장고, TV, 자전거 등도 있다”라며 “요즘은 특히 플라스틱과 스티로폼이 매우 많다”라고 말했다.
한참 동안 광활한 바다를 달리던 중 나무판이 떠다니고 있다는 신고를 받고 급히 출동했다. 이정훈 선장은 “신고 접수 후 바로 출동해도 그 사이 조류가 바뀌어 쓰레기가 사라지는 경우도 많아, 두 번 세 번 신고를 받고 나가는 일도 비일비재하다”라고 전했다.
다행히 나무판은 신고 위치에 있어 컨베이어벨트 수거 장치를 통해 들어 올렸다. 실제로 원목의 무게는 500kg 가까이 나가 사람 손으로는 한계가 있어 기계 작업이 필수다. 나무판의 정체는 전깃줄을 감아주는 통이었다.
이정훈 선장과 해양사는 수시로 쌍안경을 들여다보며 쓰레기를 찾아다녔다. 이내 그물망에 스티로폼이 한가득 들어있는 꾸러미를 발견하고 크레인으로 들어 올렸다. 어민들이 사용하려고 그물망에 넣어 만든 것이 떨어져 나온 것 같다고 이 선장은 설명했다.
바다 청소는 물때의 영향을 받기 때문에 통상적으로 하루 중 해수면이 가장 높아지는 만조 시에 이뤄진다. 이날도 만조 시간에 맞춰 해양부유 쓰레기가 밀집돼있는 부둣가를 찾았다. 흩어져있던 부유물은 해류에 의해 구석진 곳에 모이게 된다. 작은 생활 쓰레기부터 플라스틱 통, 스티로폼 부표까지 다양한 곳에서 모여든 쓰레기들이 한가득 뭉쳐있었다.
선원들은 3~4m 정도 길이의 뜰채와 핫갯대를 사용해 쓰레기들을 수거장치 쪽으로 보냈다. 핫갓대는 장대 끝에 갈고리를 단 형태로 스티로폼과 같은 쓰레기를 건져 올릴 때 주로 사용한다.
기자도 핫갓대를 들고 쓰레기 수거에 참여해봤지만, 마음처럼 잘 안 됐다. 막대가 길어 조정하기가 어려웠고 무게중심이 앞으로 쏠리면서 빠지지는 않을까 하는 걱정에 몸이 굳어버렸다. 기자가 힘겨워하자 조 지사장이 올바른 자세와 요령을 알려줬지만, 조작이 미숙해 결국 장대로 기관장의 머리를 가격하기도 했다. 작업이 끝나자 손목이 아파오고 온몸이 천근만근으로 구명조끼조차 무거운 느낌이 들었다.
부둣가에서 쓰레기 수거 작업을 지켜보던 시민 A 씨는 “인간이 얼마나 바다를 더럽히고 있는지 모인 쓰레기를 보니 와 닿았다”면서 “너무 당연하게 바다도 우리의 소유라고 생각하며 살아온 것 같아 후회되고 쓰레기를 함부로 버리지 않고 분리수거를 철저히 하겠다”라고 말했다.
컨베이어벨트를 타고 올라온 쓰레기들은 수거망으로 들어갔다. 한 곳에서만 수거 작업을 했는데도 300kg짜리 수거망이 넘쳤다. ‘보이는 것만 이 정도인데, 인간이 버린 쓰레기가 생태계에 얼마나 많은 악영향을 주고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실제로 무분별한 탄소배출로 인한 지구온난화로 2017년 중국에서 가시파래가 넘어와 전 인천해역을 덮은 사건도 있었다.
이 선장은 “당시 가시파래 때문에 백령도로 가는 선박이 5일 동안 출항을 못 해 손해가 굉장히 컸고, 쓰레기 수거 작업에도 지장이 있었다”라고 회상했다.
수거된 쓰레기양에 대해 조 지사장은 “수거량은 시기별로 시간별로 차이가 있어 일률적으로 얘기하긴 어렵지만, 보통 500kg짜리 원목 하나 건진다고 생각하면 된다”라며 “보통 장마철이나 홍수, 태풍이 올 때 육상에 있는 쓰레기도 한 번에 다 내려와 이때가 가장 쓰레기가 많다”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인천은 수도권에서도 유입되는 쓰레기가 많고, 수송하면서 원목도 나오기도 한다”라고 덧붙였다.
수거된 쓰레기는 철판으로 만든 압률박스에 저장해놓았다가 쓰레기 업체에 전달한다. 쓰레기 업체는 재활용 선별 후 매립하거나 소각한다.
조찬연 지사장은 “지구는 물이 있기 때문에 생명체가 살아갈 수 있는 것인데, 돌고 도는 생태계 순환에서 물을 오염시키면 결국 사람도 살아가기 어렵다”라며 “나를 위한다는 마음, 생명체를 보호하겠다는 마음을 갖고 쓰레기를 줄여 사용했으면 좋겠다”라고 당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