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을 꾸는 아이는 세상을 구합니다. 무한 경쟁 사회 속 아이들의 꿈을 응원하기 위해 <뉴스포스트>가 직업 멘토 프로그램 ‘마이리틀히어로’를 시작합니다. 수의사, 변호사, 요리사 등 다양한 분야의 현업 멘토들이 다문화 가정의 아이들을 만나 ‘무엇이 될 수 있을지’ 나눕니다. 당신도 아이들에게는 작은 영웅이니까요. -편집자주-
[뉴스포스트=이별님 기자] 대한민국 국민들이 가장 존경하는 직업 1위 소방관. 화재 현장은 물론 국민들의 안전을 위협받는 상황에는 어김없이 이들이 나타난다. ‘히어로’라는 수식어가 어색하지 않은 소방관은 아이들에게도 꿈의 직업이다. 미래의 소방관을 꿈꾸는 학생 2명이 지난달 29일 서울 송파소방서를 찾아 현직 소방관들과의 멘토링 시간을 가졌다.
초등학교에 재학 중인 이윤서(12) 학생은 소방관과 과학자 등 다양한 꿈을 가지면서 진로를 고민하고 있다. 올해 중학교에 입학했다는 김우진(14) 학생은 소방헬기 조종사의 꿈을 안고 멘토링 장소를 찾았다. 멘토링 진행은 송파소방서 소방행정과 소속 이영호 소방관이 맡았다. 아이들은 구체적인 질문을 적극적으로 이어나갔다.
이윤서 소방관이 되신 계기는 무엇인가요.
이영호 저는 요즘 인기 예능 프로그램인 ‘강철부대’에 나온 그 부대를 제대했는데, 당시에는 소방 관련 예능 프로그램이 엄청나게 인기였습니다. 프로그램을 보고 구조대원이 돼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사실 제빵도 하고 싶었지만, 급여가 너무 부족했었죠. 제빵업과 소방관 두 가지를 고민하다가 1996년 7월 소방관이 됐고, 지금까지 24년 10개월째 근무 중입니다. (웃음)
김우진 소방관이 되려면 어느 대학교에 가야 하나요.
이영호 소방관이 되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공개 경쟁 채용과 특별 경쟁 채용. 즉 공채와 특채가 있습니다. 특채는 관련 학과를 나와야 하지만 공채는 학력 제한이 없어요. 시험 보고 들어오면 됩니다. 구조대 같은 경우 ‘강철부대’에 나오는 그 부대를 제대해야 합니다. 구급대는 응급구조학과나 간호학과를 나오고 응급 구조사 자격증을 따야 합니다. 하지만 공채로 들어왔다고 해서 구조를 못하는 건 아닌데요. 소방관이 되고 나서 기술을 배운 다음 근무할 수 있어요. 들어와서 관련 자격증을 취득할 수 있습니다.
김우진 소방헬기 조종사가 되고 싶어요. 어떻게 해야 하나요.
이영호 아직까지는 우리나라에서 헬기를 배우는 게 힘듭니다. 보통 외국에서 조종 면허를 따오거나, 공군에 입대해서 배웁니다. 비행기 용어가 다 영어기 때문에 영어도 잘해야 합니다. 군대에서 준위라는 계급을 달면 헬기를 조종할 수 있는데, 헬기 조종 시험에 합격해도 계속 교육을 받아야 합니다. 면허를 땄다고 바로 시켜주는 건 아니고 수년 간 경력이 있어야 해요. 우리나라에서 헬기를 배우려면 군대에서 배우는 게 좋습니다. 아니면 사비를 들여서 다른 나라에서 배워야 합니다. 보통 공군 전투기 조종사 분들은 제대해서 항공사 쪽에 취직을 하시는데, 소방헬기 조종사도 마찬가지입니다.
이윤서 소방관 업무는 한번 정해지면 바꾸지 못하나요.
이영호 아니요. 바꿀 수 있어요. 구급대원도, 구조대원도 할 수 있어요. 배치받는 데에 업무를 할 수 있어야 합니다. 자격증을 따는 등 관련 분야 업무를 배워야 하죠. 저는 구조대원으로 들어와서 구조대원을 오래 했습니다만, 소방관으로 일하면서 응급 구조사 2급 자격증을 취득해 구급대원도 했습니다. 다른 소방서에서는 진압 대원도 했습니다. 지금은 안전 교육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소방관은 한 가지만 해야 하는 게 아닙니다. 맡기면 다 해야 합니다.
소방서에서 가장 힘든 게 출동이 많은 구급 업무입니다. 사람을 상대하는 게 가장 힘듭니다. 구급대원들이 나중에 체력적 한계가 오면 다른 업무를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헬기 조종사 업무로 들어온 경우에는 업무를 바꾸기가 힘듭니다. 계속 조종 업무를 해야 합니다. 보통 소방헬기 조종사는 5년마다 계약을 연장합니다.
김우진 소방 호스의 수압은 어느 정도인가요.
이영호 보통 kg으로 따집니다. 수압이 5~10kg만 돼도 손으로 잡기가 힘들어집니다. 물이 나올 때 놓치면 호스가 수압에 의해서 춤을 춥니다. 그걸 맞고 사망한 소방관 분도 계십니다. 그래서 보통 두세 명이 호스를 잡고 있습니다. 보통 수압은 5~7kg 정도입니다. 하지만 고층 아파트 등 높은 장소에서 불이 나면 수압을 15kg까지 올립니다. 높이가 높을수록, 거리가 멀수록 화재 진압은 어렵습니다.
호스는 45mm와 65mm를 사용합니다. 큰 불이 났을 때는 (지름이) 두꺼운 65mm를 씁니다. 물이 다 차면 수압이 매우 셉니다. 앞에 노즐을 잡는 사람을 관창수라고 하는데, 보통 숙련된 소방관이 합니다. 노즐 뒤를 잡는 소방관을 관창 보조라고 합니다. 이들도 매우 중요합니다. 노즐의 방향 전환은 수압이 높을수록 힘들기 때문에 관창 보조가 뒤에서 잘해줘야 합니다. 훈련을 통해 숙달해야 합니다.
김우진 화재 진압할 때 방화복 입고 들어가도 뜨겁나요.
이영호 방화복이 섭씨 500도까지 보호해주지만, 덥고 뜨거운 건 마찬가지입니다. 온도가 500도 이상 올라가면 옷이 타거나 화상을 입을 수 있습니다. 다만 불이 붙지는 않습니다. 겨울에는 괜찮지만, 여름에는 체온이 올라가니 더 힘들어요. 사람이 지칩니다. 소방관들도 불길은 무서워합니다. 흰 연기는 괜찮지만, 지금은 전부 화학제품을 쓰니까 화재가 발생하면 검은 연기나 회색 연기가 나옵니다. 그러면 앞이 보이지 않습니다. 벽이나 호스를 잡고 가는데, 이를 놓치면 안에서 헤매거나 나오지 못할 수도 있어요.
공기통을 들고 화재 현장에 들어갑니다. 공기 사용시간은 숨이 가쁠 경우 20~30분, 길면 30~40분 정도입니다. 과거 대구지하철 참사 때처럼 검은 연기로 앞이 안 보이는데 깊은 지하까지 20분 안에 다녀오는 건 불가능합니다. 공기탱크도 나와서 갈아 끼워야 하니까요. 그래서 소방관들은 평소 운동으로 폐활량을 길러야 합니다.
이윤서 소방차가 출동할 때 차들이 잘 비켜주나요.
이영호 요즘에는 언론에서 문제가 많이 지적돼 사람들이 다들 잘 비켜줍니다. 하지만 안 그런 사람들도 있어요. 운전하면서 음악 듣거나 하면 사이렌 소리를 못 듣는 경우도 있습니다. 소방차는 인도와 갓길도 이용할 수 있는데, 차들이 안 비키면 이곳을 이용합니다. 다만 사고가 나면 안 됩니다. 사고가 나면 어느 정도 책임을 져야 합니다. 그래서 사이렌을 세게 틉니다.
주택가에서 사이렌이 울릴 시 큰 소리 때문에 민원이 들어오기도 합니다. 화재 현장에 가기 전에 주택가를 마주하면 잠깐 사이렌을 끄다가 큰길로 나와서 다시 키는 경우도 있습니다. 출동할 때도 그렇고요. 우리 친구들은 나중에 커서 소방관 사이렌 소리가 시끄럽다고 민원 넣지 말아 주세요. (웃음)
김우진 출동 중에 사고가 나거나 차가 막히면 차를 박고 지나갈 수 있나요.
이영호 출동 중 사고가 나면, 출동이 급하기 때문에 일단 갑니다. 대신 나중에 처리해야 합니다. 차가 도로를 막고 있을 때 아직까지는 미국처럼 막 부딪히면서 가진 않습니다. 골목길에서 본의 아니게 차량과 부딪힌 적은 있지만요. 우리나라는 그렇게 까지는 안 합니다. 일단 시민들 위주로 생각해야 하니까요. 아직까지는 사고 나면 피해 보상을 해줘야 합니다. 소방차에 대한 보험도 있고요. 피해보상 조사팀이 따로 있어서 과실에 따라서 보상해야 합니다.
소방차가 출동 중에 막 가도 된다고 생각하시는데, 그건 아닙니다. 사고가 나면 과실을 따져야 하니 조심해서 갑니다. 운전하시는 소방관 분들은 그래서 어려움을 겪습니다. 빨리 화재 현장에 가야 하는데, 사고 안 나게 안전하게 가는 게 힘이 듭니다. 매우 위험한 곳은 큰 사거리 도로입니다. 큰 교차로. 차가 쌩쌩 달리니까요.
이윤서 부상당하는 소방관 분들이 많나요.
이영호 전체 소방서 인원을 놓고 봤을 때 부상자가 막 쏟아져 나오는 것은 아닙니다. 송파소방서에는 5개 센터 318명의 직원이 있습니다. 간혹 한두 명씩 발생합니다. 보통 구급대원들이 들것을 들고 환자를 옮기기 때문에 허리 부상을 많이 당합니다. 정확한 자세로 들어야 하는데, 실제 업무를 하다 보면 그러지 못할 때가 있습니다. 화재 진압을 하다가 넘어지거나 불에 살짝 데어서 다치는 경우도 있습니다. 큰 부상은 골절이나 허리디스크 등입니다. 전국적으로 1년에 한두 명씩 소방관들이 순직하기도 합니다.
한편 김우진, 이윤서 학생은 멘토링을 마친 후 이영호 소방관 등 송파소방서 관계자들을 통해 소방서 내 설치된 소방안전교실을 체험했다. 학생들은 소방안전교실에서 ▲ 방호복 착용 ▲ 소화기 사용 ▲ 지진 체험 ▲ 완강기 대피 ▲ 연기 피난 등을 경험했다. 빈 공기탱크를 맨 두 학생은 “생각보다 무겁진 않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에 이영호 소방관은 “공기를 주입하면 훨씬 무거워진다”고 답했다.
송파소방서 관계자는 “구조대원들끼리 체육대회와 같은 활동을 하는데, 이를 두고 소방관들이 일하지 않고 논다고 생각하는 여론이 있다. 하지만 절대 노는 게 아니다”라며 “구조대원들은 무거운 것들을 들고 일을 하기 때문에 평상시에도 체력 관리가 필수다”라고 설명했다.
※ ‘공익 목적’의 <마이 리틀 히어로> 기획은 멘토의 재능기부로 이뤄집니다. 또한 코로나19 방역 수칙을 준수해 진행하고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