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을 꾸는 아이는 세상을 구합니다. 무한 경쟁 사회 속 아이들의 꿈을 응원하기 위해 <뉴스포스트>가 직업 멘토 프로그램 ‘마이리틀히어로’를 시작합니다. 수의사, 변호사, 요리사 등 다양한 분야의 현업 멘토들이 다문화 가정의 아이들을 만나 ‘무엇이 될 수 있을지’ 나눕니다. 당신도 아이들에게는 작은 영웅이니까요. -편집자주-
[뉴스포스트=이별님 기자] 현재 대한민국에서는 TV만 틀면 4차 산업혁명 이야기가 나온다. 인공지능(AI) 기술이 인간의 업무를 대처하고 있다는 소식도 더는 낯설지 않다. 실제로 과학 기술은 눈 깜짝할 새 빠르게 변하고 있다.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 과학 인재 양성이 그 어느 때보다도 중요한 과제로 떠오른다.
하지만 과학자를 꿈꾸는 어린이와 청소년들은 점점 감소세다. 이공계 기피 현상과 신 직업군의 발달로 과학 꿈나무들은 감소해왔다. 지난 2월 교육부가 발표한 조사 결과 지난해 초등학생들의 희망 직업 중 과학자는 1.8%로 17위에 머물렀는데, 과거 과학자가 희망 직업 3~4위권에 머물던 것과는 확연한 차이를 보였다.
과학에 대한 현실과 이상의 격차가 벌어지는 상황에서 과학자의 말을 경청하기 위해 용기 있게 문을 두드린 청소년들이 있다. 고등학교 3학년 수험생 이정민(19) 양과 초등학교 6학년 졸업반 강세윤(13) 군이다. 지난 19일 서울 송파구 <뉴스포스트> 본사에서는 한국과학기술연구원 AI·로봇연구소 인공지능연구단 선임연구원 김학섭 박사와의 멘토링이 진행됐다.
공통 질문 얼마나 공부를 해야 과학자가 될 수 있나요.
김학섭 좋은 질문입니다. 사실 공부를 많이 해야 합니다. 저는 대학교와 대학원에서 공부를 하고, 현재는 한국과학기술연구원에 있습니다. 초등학교 6학년 때까지만 해도 저는 제가 세상에서 제일 똑똑한 줄 알았는데, 중학교에 올라가면서 똑똑한 친구들을 너무 많이 봤습니다. 그때부터 조금씩 공부를 했지만, 성적이 좋지는 않았습니다. 고등학교 때는 수능의 경우 조금 더 창의력이나 좀 사고할 수 있는 문제가 나오고, 내신은 외워서 풀 수 있는 것들이 나옵니다. 하지만 고등학교 공부는 내신이나 수능이나 과목이 정해져 있고, 과목 내에서 풀잖아요. 이 때문에 공부를 막 했던 거 같아요.(웃음)
공과대학에 진학하고 나서는 외워서 하는 공부를 더 이상 안 하게 됐습니다. 성적이 잘 나오지 않아 힘든 1~2학년 시절을 보냈다가, 3~4학년 때부터 감을 잡게 됐습니다. 저도 제가 이렇게 공부를 많이 하게 될 줄 몰랐습니다. 사실 공부는 하면 할수록 부족함이 느껴집니다. 대학원에 진학하면 더 부족함이 느껴지니까 더욱 겸손해지더라고요. 공부를 하다 보니 계속하게 된 것이지, 처음부터 공부를 길게 하겠다는 생각은 안 했었던 거 같습니다.
공통 질문 인공지능(AI)의 원리는 무엇인가요.
김학섭 원리를 설명하는 게 참 어렵긴 합니다. ‘지능’이라는 건 사람이 가진 것인데, 이걸 인공적으로 만들겠다는 거잖아요. 이전에는 ‘기계학습(Machine Learning)’이라는 표현이 있었습니다. 쉽게 말해서 컴퓨터나 로봇을 학습시키는 것입니다. 기계학습의 범주 내에서 ‘딥 러닝(Deep Learning)’이라는 게 나왔습니다. 알파고 같은 사례가 뜨다 보니 이제는 ‘딥 러닝=인공지능’이 됐는데, 사실 인공지능은 그것보다 더 큰 범주예요. 단순하게 딥 러닝, 기계학습만 포함하는 것은 아닙니다.
어쨌거나 저는 인공지능연구단에서 딥 러닝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사람이 학습하는 것과 비슷해요. 물병을 예를 들어보자면, 인간은 물병 모양이 달라도 기능만 같으면 다 물병이라고 인식하잖아요. 그런데 기계는 몰라요. 각종 물병 데이터를 엄청 많이 만들어 기계에 학습을 시키면, 나중에는 기계가 인식할 수 있어요. 이게 인공지능의 가장 간단한 콘셉트라고 생각하시면 될 거 같아요.
이정민 저는 과학수사에 관심이 많아요. 여기서도 인공지능을 많이 이용하나요.
김학섭 되게 좋은 포인트입니다. 영화를 보면 위성사진에서 범인의 얼굴을 확대해 찾는다든가, CCTV 화면에 찍힌 차 번호판을 선명하게 복원하잖아요. 하지만 경찰서나 CCTV 관제센터에서 그런 식의 기술은 적용되지 않고 있어요. 저희는 이런 기술을 인공지능 기반으로 개발하고, 과학수사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연구하고 있습니다. 범죄자가 어디로 도망을 갔을지 예측해 수사에 도움을 주거나, 치매노인 등 실종자들의 위치를 찾아 집으로 돌아오도록 하는 등의 연구를 조금씩 진행하고 있습니다.
강세윤 저는 야구를 좋아해요. 스포츠 관련 인공지능 연구도 있나요.
김학섭 스포츠 관련 AI 연구는 많죠. 제가 하는 분야는 아니지만, 야구는 특히 통계 게임이잖아요. 오른쪽 타자가 나왔을 때 타율과 왼쪽 타자가 나왔을 때 타율 이런 것들을 통해 제일 높은 확률로 전략을 짜잖아요. 전략 분석을 인공지능을 통해 할 수 있게 되는 것이죠. 물론 지금도 잘하고 있지만 (인공지능이) 더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또한 어떻게 운동하는 게 효율적인지, 어떻게 해야 더 근육이 발달하는지 등에 대한 예측 값들을 인공지능을 통해서 연구하고 있습니다.
이정민 인공지능 연구하려면 공과대학을 가야하나요. 공대에 가고 싶은데 성적이 걱정돼요.
김학섭 보통은 공대로 오지만, 그렇지 않은 분들도 계십니다. 물리나 화학, 자연과학 쪽에서도 인공지능 분야로 넘어오십니다. 물리나 화학은 물론 공대에서는 다 인공지능 기술을 쓰려는 시도들이 많고, 실제로 쓰이고 있습니다. 제 생각에는 인공지능이 하나의 연구 분야가 아니라 지금 수학 공부하듯 기본으로 깔리는 과목이 되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아마 공대를 가거나 어딜 가더라도 인공지능이 수업 안에 있을 것입니다.
요즘에는 공대를 학생들이 선호하는군요. 좋은 현상입니다. 공대에 온 여학생들은 참 잘 해냈던 기억이 납니다. 뜻이 있어서 왔으니까요. 확실히 공대 공부는 참 어렵습니다. 시험도 너무 많아요. 의대에서는 한 학기에 시험을 100번 본다는데, 공대도 그에 못지않게 많이 봅니다. 100번까진 아니지만요.(웃음) 저희 같은 경우는 코딩하는 프로젝트들이 많았습니다. 한 달 시간을 줘도 못하겠는 것이죠. 오픈 북으로 시험을 봐도 답을 못 푸는 경험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런 것들을 통해 내공이 쌓이면서 대학원도 가고, 연구도 하게 된 거 같아서 저는 공대에 온 것을 절대 후회하지 않습니다.
이정민 옛날부터 코딩 같은 거는 배웠어요. 쉬운 것들 위주로요.
김학섭 요즘은 청소년들도 코딩을 하나요. 코딩이란 게 참 어렵습니다만, 저는 대학교에 가서 배워도 늦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대학에 가면 코딩을 자연스럽게 배우고, 할 수밖에 없게 돼요. 물론 잘하는 친구들이 간혹 과마다 있지만, 뒤처지지 않고 하면 될 거 같아요. 코딩은 많이 해보면 느는 거 같아요. 요즘에는 코딩 관련 교육들도 인터넷에 많습니다. 지금부터 코딩을 할 필요는 없지만, 코딩은 저희 필드에서는 필수이기 때문에 지속적인 관심을 갖는 것도 굉장히 좋은 방향이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코딩을 잘한다고 해서 연구를 잘하는 것은 아닙니다. 논문을 잘 쓴다고 해서 코딩을 잘하는 것도 아니고, 되게 똑똑하고 코딩을 잘하는데 논문을 못 쓰는 친구들이 있습니다. 연구라는 것은 굉장히 복합적인 요소로 진행됩니다. 제가 볼 때 연구에서는 현상을 잘 관찰하고, 그런 현상에서 문제점을 파악할 수 있는 능력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공통 질문 인공지능이 발달하면 정말 일자리가 줄어들까요.
김학섭 일자리가 줄어들 가능성은 굉장히 높습니다. 데이터를 기반으로 할 수 있는 일들은 대부분 대체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대체된 일자리에서 파생된 또 다른 직업들이 많이 나오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일자리가 없어지는 것과 동시에 인공지능이 발전해서 직업군이 좀 바뀔 수는 있다고 생각합니다.
인공지능은 정말로 빨리 발전을 하고 있습니다. 너무 많은 분야의, 너무 많은 사람들이 연구를 하고 있어요. 굉장히 포화 상태입니다. 엄청난 기술 발전 경지에는 아직 이르지 못했지만, 어떤 패러다임의 변화가 한 번에 오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다만 인공지능이 세상을 지배한다든가, 인간이 기계한테 지배받는다든가 등의 우려는 굉장히 먼 이야기입니다.
강세윤 과학자로서 가장 뿌듯한 점은 무엇인가요.
김학섭 과학자로 살면서 뿌듯한 점은 그래도 제가 공부를 해서 누군가와 이야기를 할 때 ‘나도 알고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 때였던 거 같습니다. 하지만 쌓이는 공부 량보다 과학 발전 속도가 빨라서 어려운 점이 있습니다. 이런 자리에 와서 학생들과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것도 뿌듯한 점 중에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 ‘공익 목적’의 <마이 리틀 히어로> 기획은 멘토의 재능기부로 이뤄집니다. 또한 코로나19 방역 수칙을 준수해 진행하고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