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인 미만 사업장 ‘노무 관리 꼼수’ 난무할 것 특별연장근로·탄력근로제 등 영세사업장에 도움 안 돼 개별 사업장 조건에 따른 유연한 정책 적용해야 OECD 숫자 예쁜 것 중요하지 않아...현장 목소리 들어야

[소통광장-주52시간제]④ 이한상 교수 “정부 ‘책상머리 정책’ 문제”

2021. 07. 02 by 이상진 기자

주 52시간 근무제가 7월 1일부터 5인 이상 50인 미만 사업장에 시행됨으로써, 본격적인 ‘주52시간제’ 시대가 도래했다. ‘주52시간제’는 도입 초기부터 제조업의 근간을 흔들 것이라는 우려와 노동자의 삶의 질을 높일 것이라는 기대가 양립했다. 뉴스포스트는 기획 기사를 통해 ‘주52시간제’ 논란을 짚어본다. - 편집자주

[뉴스포스트=이상진 기자] 5인~49인 사업장 대상 ‘주52시간제’가 지난 1일 계도기간 없이 본격 시행됐다. 앞서 뉴스포스트는 세 차례에 걸친 ‘소통광장-주52시간제’ 기획 기사를 통해 ‘주52시간제’ 도입 의의와 이를 둘러싼 기대와 우려의 목소리를 들어봤다. ‘소통광장-주52시간제’ 4부와 5부에서는 해당 정책에 대한 전문가의 평가와 제언을 듣는 시간을 마련했다.

뉴스포스트는 2일 이한상 고려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를 만나 영세사업장 대상 ‘주52시간제’에 대한 평가와 우리나라 뿌리산업 보호 방안을 짚어봤다. 이날 인터뷰는 서울 성북구 안암로 고려대학교 소재 이한상 교수 연구실에서 진행했다.

이한상 교수는 개별 사업장 사정에 맞는 유연한 정책 필요성을 강조했다. (사진=뉴스포스트 이상진 기자)
이한상 교수는 개별 사업장 사정에 맞는 유연한 정책 필요성을 강조했다. (사진=뉴스포스트 이상진 기자)

- 5~49인 사업장 ‘주52시간제’ 도입, 어떻게 평가하나.

정부의 대표적인 ‘책상머리 정책’이다. ‘주52시간제’가 논란이 되는 건 노무 관리 때문이다. ‘주52시간제’ 때문에 영세사업장의 노무 관리에 온갖 꼼수가 난무할 거다. ‘주52시간제’를 도입하면 생산성이 못 받쳐주니까. 세상에서 가장 어렵고, 경영학에서도 가장 어려운 게 사람 다루는 일인데, 이걸 너무 급하게 밀어붙였다.

- ‘주52시간제’ 도입 취지를 달성하지 못할 거란 말인지?

현실성이 없다. 물론 도입 취지는 좋다. 근로자들이 과로하지 않게 해서 산업재해를 줄인다, 저녁과 주말 휴식해서 노동 가치를 제고한다, 일과 삶의 균형을 실현한다, 등등. 문제는 노동시간이 줄어들면 주어진 시간에 바짝 생산성을 높여야 하는데, 그게 안 되는 곳들이 있다. 대표적인 게 용접과 표면처리, 주조 분야 영세사업장이다.

이런 분야는 진짜 시간으로 때워야 한다. 그게 아니면 자본을 투입해 기술력을 높여야 하는데, 이건 점진적인 변화가 필요하다. 인력도 자본도 부족한 영세사업장은 당장 급한 불 끄기도 어려울 거다.

- 정부가 50인 미만 사업장에 ‘주52시간제’를 도입하면서 계도기간을 부여하지 않았는데, 향후라도 계도기간을 부여하면 영세사업자의 숨통을 틔워줄까?

계도기간의 문제라고 보지 않는다. 모르핀 좀 더 맞는다고 죽을 환자 안 살아난다. 또 분기나 반기나 계절 등 시점마다 개별 사업장의 경영상황이 다르다. 계도기간에 따라, 그나마 일시적인 모르핀 효과도 누리지 못하는 영세사업장도 있을 거다. 에어컨 부품을 제조하는 영세사업장은 상반기가 성수기일 테고, 난방용품 제조사는 그 반대일 테니까.

미국은 주(州)마다 규제가 다르고, 카운티마다 또 규제가 다르다. 다 사정에 맞게 경영 활동을 규제한다. 그래서 뉴욕 스타벅스와 지방 소도시 스타벅스의 가격이 다르다. 거기서 일하는 근로자들의 임금 체계도 다 다르고. 반면 우리나라는 서울 명동 한복판 편의점이나 전라남도 완도 편의점이나 최저임금이 똑같다. 우리나라 정부도 개별 사업장에 맞춘 유연한 정책 접근이 필요한데, 아쉬운 지점이다.

- OECD 기준으로 우리나라 근로시간이 많은 까닭에, 국제 기준에 맞춰 근로시간을 줄여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선.

OECD 랭킹 숫자 예쁘게 보이기 위해서 우리나라 국민이 생계활동을 하는 건 아니지 않나. 뭐 OECD 기준을 반영하는 건 상관없다. 그래서 지금 여력이 되는 50인 이상 사업장에 전부 적용하고 있고. 이 정도면 됐다. 나머지 50인 미만 영세사업장은 융통성 있게 접근해야지.

지역마다, 산업마다, 계절마다, 형편마다 조금씩 점진적으로 ‘주52시간제’를 도입할 수도 있었다. 같은 영세사업장도 다 사정이 다를 거다. 서울 소재 49인 사업장, 경기도 소재 20인 사업장, 도서 지역 5인 사업장 등등. 그런데 이거는 뭐 천편일률적으로 그냥 다 해라. 중앙집권적인 관료 사회가 경영 활동을 지나치게 규제해온 오랜 습속이 문제다.

- 우리나라 근로시간이 많은 건 사실이다. 2018년 OECD 기준 멕시코에 이어 2위를 기록하기도 했고. 우리나라 산업구조상 근로시간이 높은 특별한 이유라도 있는 건지.

국제 분업에서 우리나라가 뿌리산업 등 비율이 높은 게 첫 번째 이유다. 두 번째로는 뿌리산업에 종사하는 우리나라 근로자들이 성실해서 그렇다. 물론 OECD 국가 가운데 경제적으로 낙후되고, 뿌리산업에 종사하는 영세사업장이 한국보다 더 많은 나라도 있다. 하지만 이들 국가의 근로자들은 우리나라 근로자들만큼 열심히 일하지 않는다.

우리나라는 생산성이 좀 떨어져도 몸으로 때워서라도 먹고 살려는 부지런함이 있다. 회사가 초과근로를 강제하는 부분보다는 내가 좀 과로하더라도 우리 아내, 우리 아이들 잘 먹이면서 번듯하게 살고 싶은 욕망이 강해서 그렇다고 본다. 남미권 등 낙천적인 국민과 동양권에서도 아주 부지런한 우리나라 국민이 다르니까.

뿌리산업을 보호하고 육성하기 위해선 정부가 뿌리산업 영세사업장의 인수합병을 지원해야 한다고 제언하는 이한상 교수. (사진=뉴스포스트 이상진 기자)
뿌리산업을 보호하고 육성하기 위해선 정부가 뿌리산업 영세사업장의 인수합병을 지원해야 한다고 제언하는 이한상 교수. (사진=뉴스포스트 이상진 기자)

- 정부는 지난달 16일 5~49인 사업장에 ‘주52시간제’ 도입 계획을 발표하면서, 특별연장근로나 탄력근로제 등을 확대 시행하겠다고 했다. 뿌리산업 보호에 도움을 줄 것이라고 보나?

뭐 없는 것보다는 낫겠지. 그런데 이런 특수한 형태의 근로제는 주로 IT산업 등 지식산업종사자들이 프로젝트로 일할 때 적용된다. 단기간 집중해서 일을 끝내고 다음 프로젝트 때까지는 쉬고. 하지만 용접이나 표면처리 등 연속 프로세스 공정은 계속 시간을 투입해야 하는데, 특별연장근로나 탄력근로제 등이 무슨 소용이 있겠나. 영세사업장이 3개월만 바짝 일하고 문 닫을 것도 아닌데. 또 대부분 뿌리산업 영세사업장의 문제가 사람이 없다는 거다. 새로운 인력을 뽑아 ‘주52시간제’에 대응하려고 해도, 인력풀이 없는 게 문제다.

- 뿌리산업 영세사업장이 이번 ‘주52시간제’ 도입을 가장 크게 우려하고 있다. 끝으로 우리나라 뿌리산업을 보호하는 방안을 제언한다면.

보호가 아니라 육성이 문제다. 영세사업장이 문제가 되는 건 영세해서 그렇다. (웃음) 근로자가 적기 때문에 함부로 병가도 쓰지 못한다. 근로시간도 많고. 이렇게 근로시간이 많고 열악한 작업 환경 때문에 청년들은 뿌리산업에 가지 않고. 그래서 기존 60대 이상 근로자들이 초과근로를 하거나, 외국인 노동자를 고용한다. 악순환이다.

이걸 해결하는 두 가지 방법이 있다. 하나는 뿌리산업 분야 전체를 중국에 전부 넘겨버리는 거. (웃음) 그게 아니고 우리나라 뿌리산업을 지키려면 정부가 나서서 50인 미만 뿌리산업 영세사업장의 인수합병을 도와야 한다. 정부는 서로 합병하는 영세사업장에 양도소득세 등 세제 혜택을 주고, 금융 지원도 해줘야 한다. 쉽게 뭉쳐서 자본과 인력을 갖출 수 있게. 50인 사업장보다는 500인 사업장이 기술력과 인력풀이 더 좋지 않겠나.

영세사업장이 중견기업이나, 최소 중소기업 규모라도 갖추면 청년들도 일하러 간다. 자본 투입으로 기술력을 높여서 작업 환경을 개선하니까. 그러면 인력풀이 늘어서 다양한 근로제를 도입할 수 있다. 결과적으로 노동시간도 줄일 수 있고. 영세해서 일어난 악순환 고리를 몸집을 키워서 선순환 고리로 바꿔야 한다고 본다.
 


※ 이한상 교수 약력
2006 경영학 박사 - 미시간 스테이트 대학 (Ph.D., Michigan State University)
2001 회계학 석사 - 텍사스 주립대학 (M.P.A., The University of Texas at Austin)
1995 경영학 학사 - 서울대학교 (90학번) (B.B.A., Seoul National University)
2021 現 고려대학교 경영대학 교수
2021 現 DL홀딩스 사외이사/감사위원회 위원
2019~ 금융감독원 자본시장분과 자문위원 및 <금융감독연구> 편집위원
2019~2020 고려대학교 총무처장
2018-2020 국세청 국세행정개혁위원회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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