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회부터 10회까지 다문화가정 아이들을 위한 직업 멘토링으로 진행한 '마이리틀히어로'가 기존 구성에서 벗어나 특별한 시간을 준비했다. 뉴스포스트는 코로나19와 장마철 무더위에 지친 이주여성 가족을 응원하기 위해 '마이리틀히어로'를 특집 구성으로 마련했다. 이번 특집에는 한국 이주 생활 16년째인 '장징' 씨 가족과 조영은 '이해와공감' 대표원장이 함께했다. -편집자 주-
[뉴스포스트=이상진 기자] "자기야, 중국에서 한국이란 먼 곳으로 시집와줘서 고마워. 우리 아이 셋 모두 잘 챙겨주고 있어서 정말 고마워. 직장 다니면서도 우리 가족 아침이랑 저녁 다 챙겨줘서 고마워. 사랑해"
남편 오영국(48) 씨의 진심을 담은 고백에 아내 장징(47) 씨는 손을 맞잡은 남편의 눈을 바라보며 그 손을 꼭 쥐었다. 평소 속은 깊었지만, 표현에는 서툰 남편이었다. 이런 남편의 진솔한 사랑 표현에 아내 장징 씨도 "사랑해"라고 말하며 눈물을 떨궜다.
뉴스포스트는 지난 4일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소재 '이해와공감 분당센터'에서 조영은 임상심리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한국 이주여성 가족의 심리상담을 진행했다. 오영국·장징 부부는 아들 오준희 군의 '앞 머리카락을 뽑는 습관' 때문에 심리상담을 신청했지만, 추가적인 부부상담을 통해 서로의 사랑을 확인하는 선물 같은 시간을 가졌다.
이날 상담은 조영은 임상심리전문가가 사전에 장징 씨와 오준희 군이 작성한 수백 문항의 객관식 심리검사와 주관식 심리검사를 검토한 뒤에 이뤄졌다.
"준희는 아주 건강하게 잘 크고 있어요"
"오늘 심리상담을 통해 얻어가고 싶으신 게 뭔가요?"
조영은 '이해와공감' 대표원장의 질문에 남편 오영국 씨와 아내 장징 씨는 "준희가 손으로 앞머리카락을 뽑는 습관이 우려된다"고 답했다. 부부는 신체적·정신적 성장기라는 중요한 시기에 있는 10살 아들이 지나친 스트레스 상황에 놓인 건 아닌지 걱정했다.
부부의 요청에 따라 준희 군에 대한 심리상담이 먼저 진행됐다. 조영은 임상심리전문가는 '그림 카드 고르기'와 '가족 그림 그리기' 등 놀이 위주로 아동상담을 진행하며 준희와 마음을 나눴다.
지난 일주일 동안 자신이 느낀 감정을 고르는 '그림 카드' 심리검사에서 준희는 '긴장되다'와 '아쉽다'를 골랐다. 최근 배우고 있는 중국어의 시험 점수가 생각보다 잘 나오지 않았다는 게 이유였다. 준희 군은 "나중에 커서 아픈 사람들을 치료해주는 의사가 되고 싶다"면서 "중국어는 물론 공부를 잘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진 '가족 그림 그리기' 시간에서 준희 군은 지난달 온 가족이 탔던 '모노레일' 기구 체험을 그렸다. 그림 속에서 준희 군 등 세 남매와 함께 장징 씨 부부가 함박웃음을 짓고 있었다. 소원이 무엇이냐고 묻는 조영은 임상심리전문가에게 준희 군은 "지금처럼 가족이 행복하게 사는 것"이라고 답했다.
사전에 진행된 여러 심리검사를 비롯해 준희 군의 '그림 카드 고르기'와 '가족 그림 그리기'를 분석한 조영은 임상심리전문가는 "아이의 자존감과 자기 효능감이 대체로 잘 발달하고 있다"면서 "심리적으로 강한 면과 자아탄력성이 보인다"고 했다. 다만 "아이가 스트레스를 받을 때 머리를 뽑는 행동이 나타나고 있어 관심을 기울이는 게 필요하고, 감정을 건강하게 표현할 수 있도록 독려해주는 것이 좋겠다"고 덧붙였다.
"어머님이 행복해야 가족 모두가 행복할 수 있어요"
"제가 우려되는 건 준희 군보다, 어머님이에요"
이날 심리상담에 며칠 앞서 수백 문항에 걸친 장징 씨와 준희 군의 심리검사지를 분석했던 조영은 임상심리전문가가 조심스레 말문을 열었다. 장징 씨 부부가 아들에 대해 주로 관심을 기울이고 있지만, 정작 어머니인 장징 씨가 강한 스트레스를 받고 있어 가족들의 지지와 관심, 그리고 도움이 필요하다는 분석 결과가 나와서다.
이어진 장징 씨 단독 상담에서 그 이유를 찾을 수 있었다. 장징 씨는 IT 개발업무를 위해 중국을 찾았던 남편 오영국 씨를 만나 결혼을 했다. 이후 장징 씨는 한국으로 건너와 이주 생활 16년째를 맞았다. 지금은 13살 딸과 10살 쌍둥이 남매를 키우면서, 무역 회사 직장생활도 하는 워킹맘의 삶을 살고 있다.
장징 씨는 커리어를 이어가면서도 가족을 위해 아침밥과 저녁상을 차리고, 아이들 교육도 담당하고 있었다. 그는 지난 일주일간 자신이 느낀 감정을 살펴보는 '그림 카드 고르기' 심리검사에서 '괴롭다', '걱정되다', '짜증난다' 등의 카드를 골랐다.
장징 씨는 "아이 셋에게 정말 좋은 교육 환경을 제공해주고 싶은데, 한국어가 어려워 아이들의 말을 잘 이해하지 못할 때가 있다"면서 "소통에 어려움이 없는 중국에 있었다면 아이들에게 더 많은 걸 가르쳐줄 수 있었을 텐데 그게 속상하고 아쉽다"고 토로했다.
이어 "스스로 교육을 챙기는 데 어려움이 있다 보니, 아이들이 숙제를 미루면 혼낼 때가 있다"면서 "그럴 때마다 아이들에게 미안하고, 스스로 답답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조영은 임상심리전문가는 "어머님이 심리적으로 강하고 가족에 대한 사랑이 커서 지금까지 버틸 수 있었던 것"이라면서 "소통이 어려운 타지에서 16년 동안 아이 셋을 직장 다니면서 키운다는 건 보통 사람은 하지 못할 힘든 일이라는 것을 어머니께서 스스로 알고 자신을 껴안아 주셔야 한다"고 위로했다.
부부상담으로 서로 사랑 확인한 '행복하고 건강한 장징 씨 가족'
"가족의 행복을 유지하기 위한 열쇠는 아버님에게 있습니다. 남편의 도움이 있으면 아이들 엄마가 힘을 내고, 그러면 아이들까지 덩달아 행복지수가 높아지거든요!"
조영은 임상심리전문가는 가정 내 남편 역할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예정에 없던 부부상담을 추가로 진행했다. 장징 씨가 받는 스트레스 상황을 분석한 뒤 남편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판단해서다.
조영은 임상심리전문가에게 아내의 사정을 전해 들은 남편 오영국 씨는 "앞으로 하루 30분 이상 꼭 아내와 함께 이야기를 나누겠다"고 약속했다. IT 대기업 개발자로 일하는 오 씨는 그동안 평소 잦은 야근과 주말 출근으로 아내와 얘기할 시간을 거의 내지 못했다.
아내 장징 씨도 "저도 무역 회사에서 일하는 데다, 남편도 바쁘다 보니 최근 서로 이야기할 시간이 부족했다"면서 "앞으로 시간을 내서 이야기를 나누겠다"고 했다.
부부상담이 끝날 무렵 조영은 임상심리전문가는 장징 씨 부부가 서로 손을 맞잡고 진심을 나누는 시간을 마련했다. 평소 속은 깊지만, 무뚝뚝하고 표현에 서툰 남편이었던 오영국 씨가 아내 장징 씨의 손을 잡고 어렵게 이야기를 시작했다.
오영국 씨는 "그동안 당신의 어려움을 몰라줘서 미안하다"면서 "먼 곳으로 시집와줘서 얼마나 힘들었을지, 그 마음을 내가 잘 몰라줬던 것 같다"고 했다. 이어 "아이들 학교 준비물, 숙제 등도 잘 챙겨주고 있어서 고맙고, 가족을 위해 직장생활을 하면서도 아침밥과 저녁상을 차려줘서 항상 고맙고 사랑한다"고 고백했다. 남편의 진심을 들은 장징 씨는 "당신의 말 외에는 선물이나 돈이나 다 필요없다"고 말하며 눈물을 흘렸다.
상담이 끝난 뒤 장징 씨는 "우리 가족에게 정말 뜻깊었던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오영국 씨는 "아내에게 큰 도움이 된 시간인 것 같아 참여하길 잘한 것 같다"고 소감을 전했다.
※ '공익 목적'의 <마이 리틀 히어로> 기획은 멘토의 재능기부로 이뤄집니다. 또한 코로나19 방역 수칙을 준수해 진행하고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