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포스트=이상진 기자] 오인태 홍대 진짜파스타 대표는 2019년부터 전념하고 있는 ‘선한영향력가게’ 운동을 말하면서 활짝 웃었다. ‘선한영향력가게’는 결식아동 대상 무료 식사 운동을 하는 자영업자들의 모임이다. 오인태 대표가 2019년 7월 결성해 운동을 이끌고 있다. 

현재 ‘선한영향력가게’는 한 끼 식사는 물론, 교육 등 다양한 분야로 아동을 지원 방식이 확대된 상태다. 요식업과 피아노 학원, 안경원, 장례지도사 등 2,579곳의 자영업자들이 결식아동과 도움이 필요한 아동들을 위해 뜻을 모으고 있다.

그동안 오 대표가 운영하는 홍대 진짜파스타는 ‘돈쭐난’ 대표적인 업체로 알려졌다. ‘선한영향력가게’ 운동이 SNS를 타고 퍼지면서 “오 대표 가게를 돈으로 혼쭐내주자”는 소비자들의 발길이 이어져서다. 

하지만 지난 20일 만난 오 대표는 뉴스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당장 내일 가게가 망해도 이상하지 않다”면서 “아이들을 위한 무료 식사는 망할 때까지 할 것”이라고 말했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전으로 돌입하면서, 여느 자영업과 마찬가지로 생존의 위기를 겪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날 인터뷰는 서울 양천구 중앙로 소재 홍대 진짜파스타 사무실에서 코로나19 방역 수칙을 준수해 진행했다.
 

결식아동·소방공무원·혈액암 환자 대상 기부 활동

오인태 대표는 우리에게 ‘선한영향력가게’ 운동으로 알려졌지만, 그동안 다른 사회 구성원을 위한 기부 활동도 이어오고 있다. 대표적으로 소방공무원 대상 무료 식사 대접 활동이 있다. 오 대표는 자신의 생명을 내던져 다른 이들의 생명을 구하는 소방공무원을 위해 한 끼 식사를 차려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저희 셰프가 응급구조사 출신이어서 평소 소방공무원들이 얼마나 고생하는지 많이 들었죠. 위험에 처한 생면부지의 시민들을 위해 목숨을 위협하는 재난에 몸을 던지는 분들에게 한 끼 식사를 대접하고 싶었어요. 홍대 진짜파스타는 가격대가 낮아 아무리 드셔도 김영란법에 저촉되지 않아 문제가 없습니다. (웃음)”

또 오 대표는 혈액암 환자를 위한 헌혈증 기부 운동도 하고 있다. 가게에 오는 손님들이 헌혈증을 기부하면 가장 비싼 메뉴 하나와 교환을 해주는 방식으로 헌혈증을 모았다는 설명이다. 이렇게 모은 헌혈증은 300장 단위로 묶어 한국혈액암협회에 기부한다.

“한국혈액암협회에서 혈액함 환자분들에게 한 달에 50장씩 지원해준다고 하더라고요. 협회 측에서 300장 단위로 끊어서 기부하는 게 좋다고 해서, 300장이 모이면 기부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1,500장 정도를 기부했고요. 지금 200장 정도를 모았는데, 300장이 되면 또 전달해야죠.”

오인태 대표가 찜통더위가 이어지는 여름철에 ‘장발’을 고수하는 이유도 어린 암환자들을 위해서다. 본래 짧은 헤어스타일이었던 오 대표가 머리를 기르기 시작한 건 ‘어머나 운동본부’ 활동을 듣고 나서다. ‘어머나 운동본부’는 어린 암환자들을 위한 머리카락 나눔활동을 하는 단체다.

“최소 25cm는 돼야 기부할 수 있다고 하더라고요. 잘랐을 때 기준이라, 지금보다 더 길러야 한다고 해요. 올해 연말이나 내년 초에 기부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래서 덥지만, 꾹 참고 있습니다. 그런데 요식업에 종사하는 사람이 머리카락이 기니까 오해를 많이 받아요. 요리할 때는 위생모를 반드시 쓰니까 가게를 찾는 손님들이 걱정하지 않으시면 좋겠어요. (웃음)”
 

기부 활동 나서게 만든 건 ‘분노’...재단법인 설립이 꿈

코로나19 시국 ‘선한영향력가게’ 운동을 주도하며 대표적인 ‘돈쭐난’ 가게로 알려진 홍대 진짜파스타. 하지만 이날 인터뷰에서 오인태 대표는 과거 이태원발과 홍대 클럽발 코로나19 확산과 최근의 델타 변이 확산 등 코로나19 시국이 이어지면서 ‘태어나서 처음 보는 규모의 적자’를 경험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도 ‘선한영향력가게’와 소방공무원 등을 위한 기부 활동을 이어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결식아동들을 위한 무료 식사를 개인적으로는 2019년 6월부터 시작했죠. 다른 자영업자분들과 함께하는 ‘선한영향력가게’는 7월부터 했고요. 금액이요? 생각해 본 적은 없는데, 판매 금액으로 따지면 몇억 됩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지난해부터 계속 적자지만, 아이들을 위해서 망할 때까지 해보려고요.”

오인태 대표는 자신을 여러 기부 활동으로 이끈 건 사실 ‘분노’ 때문이었다고 말했다. 결식아동 무료 식사 운동인 ‘선한영향력가게’는 경기도 오산시 소속 한 공무원의 행태가 시발점이었다. 지난 2018년 7월 경기도 오산시청의 한 공무원이 2015년부터 결식아동 복지카드를 몰래 빼돌린 사실이 경찰에 적발된 바 있다.

“오산시의 한 공무원이 복지카드 수십 장을 빼돌려서 부정하게 편취했어요. 그런데 그 사람이 2019년 7월에 집행유예를 받았더라고요. 그거 보고 분노가 치밀어서 ‘선한영향력가게’를 시작했죠. 소방공무원분들에게 무료로 식사를 대접하는 것도 마찬가지인데요. 그때 한참 소방공무원 국가직 전환이 이슈가 됐을 때인데, 우리나라 소방공무원들이 ‘방화 장갑’도 없어서 목장갑을 끼고 화재 현장에 나가고 있다고 하더라고요. 그 소식 듣고 화가 나서 우리가 식사라도 한 끼 대접하자고 했죠.”

오인태 대표는 향후 목표를 사단법인 설립이라고 전했다. ‘선한영향력가게’를 사단법인으로 만드는 것이다. 그동안 혼자 감당했던 ‘선한영향력가게’ 운동을 다른 자영업자들과 함께 이끄는 게 목표다. 현재 보건복지부에 서류 접수를 마친 상태다. 올해 말 사단법인 설립을 목표로 하고 있다.

“2,500곳이 넘는 자영업자들과 혼자 소통하며 운동을 하다보니, 정말 새벽까지 일해야 했어요. 그래서 책임 있는 분들 7명과 함께 사단법인을 설립해 함께 운영하려고요. 저희 사단법인 임원은 급여를 받지 않아요. 오히려 1년에 200만 원 이상 기부해야 임원으로 활동할 수 있습니다. (웃음)”

인터뷰 말미에 오 대표는 향후 기부와 봉사활동을 목표로 한 재단 설립이 꿈이라고 말했다. 오 대표는 “사단법인은 5,000만 원이면 설립하는데, 재단법인은 20억 원 정도가 필요하거든요. 제 꿈은 누구에게도 후원금을 받지 않고, 온전히 제가 번 돈으로만 사회 구성원들을 돕는 재단법인을 설립하는 거예요. 정치색에 물들지 않고, 대기업의 입김에도 영향을 받지 않는, 온전히 기부와 봉사활동만 목표로 하는 재단 설립이 제 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