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패트롤

코로나19가 불러온 ‘층간 소음’ 공포 수차례 민원에도 “예민하다”며 무시

“층간소음 때문에 이사 고민”...신고해도 예방 한계

2021. 07. 27 by 선초롱 기자

[뉴스포스트=선초롱 기자]  “이사 가려고 집을 알아보고 있어요. 층간 소음 때문에 더는 못 살겠어요. 새벽까지 이어지는 소음에 정말 미쳐버릴 것 같아요.”

경기도 하남 감일지구의 한 아파트 단지. (사진=선초롱 기자)
경기도 하남 감일지구의 한 아파트 단지. (사진=선초롱 기자)

1년 넘게 층간 소음에 시달리고 있다는 권 모(32·남) 씨의 말이다. 층간 소음은 코로나19 여파로 집에 있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더욱 심해졌다. 걷는 소리, 발 망치 소리(발뒤꿈치를 바닥에 세게 찍으며 걷는 소리), 물건을 떨어트리는 소리, 아이들이 뛰는 소리 등이 아침 6시부터 저녁 9시까지 꾸준히 이어졌다. 심하게는 새벽 2시에도 이 같은 소리가 들렸다.

지난 22일 뉴스포스트 취재진이 직접 찾아간 경기도 하남 감일지구의 한 아파트. 지난해 3월 입주를 시작한 신축 아파트로, 깔끔하고 조용한 모습이다. 그러나 내부에서 들리는 소리는 조금 달랐다. 취재진은 권 씨의 협조를 받아 집 안으로 들어가 직접 소리를 들어봤다. 오후 1시경. 집안을 걸어 다니는 소리, 발 망치 소리가 크게 들려왔다. 생활 소음으로 판단되기는 하나 확실히 귀에 거슬리는 정도의 소음이었다.

“층간 소음이 들리기 시작한 것은 윗집이 이사 오고 나서부터예요. 지난해 3월 말부터였으니 벌써 1년이 넘었네요. 아이가 있는 것도 알고 있고, 부분적으로 매트도 깔아놨다고도 하더라고요. 물론 낮에는 그럴 수 있어요. 저도 아이를 키우는 입장이니까요. 하지만 새벽까지 들려오는 소리는 정말 참기가 힘듭니다.”

지난 7월 13일 새벽 2시. 경기도 하남의 한 아파트에서 들리는 층간소음. 운동기구 소음으로 추정된다. (영상=독자제보)

권 씨가 들려준 새벽 시간에 들리는 소리는 생활 소음과는 확실히 달랐다. 일정한 박자로 ‘쿵쿵쿵’ 하는 소리는 깊은 잠을 이루지 못할 정도로 심각했다. 당시 동영상을 촬영한 시간은 새벽 2시. 망치 소리처럼 들리는 소음은 한동안 계속됐다. 특히 새벽녘에 들리는 층간 소음은 주로 잠을 자는 안방에서 크게 들려왔다는 게 권 씨의 주장이다.

층간 소음과 관련해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권 씨는 관리사무소에도 여러 번 조율을 요청했고, 시행사인 LH 공사에도 민원을 수차례 넣었다. 권 씨는 “관리사무소에선 아래층이 이해를 하라며 LH에 민원을 넣으라고 해서 넣었는데, LH에선 ‘왜 민원을 넣었냐. 넣지 말라’고 답변을 해왔어요”라고 말했다. 권 씨는 윗집과도 수차례 직접 얘기를 나눴었다. 당시 윗집은 ‘그쪽이 예민한 것이다. 계속 이렇게 항의하면 부분적인 매트도 치워버리겠다’는 협박 섞인 말을 전해왔다.

이 같은 층간 소음 문제는 권 씨만 겪고 있는 상황은 아니었다. 해당 아파트의 커뮤니티 사이트에는 층간 소음과 관련된 글이 수십 개에 달했다. ‘관리소에 전달을 해도 해결이 되지 않는다’, ‘윗집에서 뛰는 소리에 심장이 쿵쿵 뛴다’, ‘화장실 배수관을 두드리는 소리에 잠을 못 자고 있다’, ‘12시가 넘어서도 뛰는 소리가 들린다’, ‘옆집 또는 윗집의 코 고는 소리가 들린다’ 등 층간 소음과 관련된 게시글을 쉽게 볼 수 있었다.

권 씨는 윗집의 문제도 있겠지만 부실시공 아파트가 아닌가 하는 우려도 있다고 말한다. 그는 “생활 소음이 이렇게까지 시끄럽게 들릴 수가 있는지 모르겠어요. 입주자 커뮤니티 사이트에 들어가 봐도 일상적인 소음이 크게 들린다고들 하더라고요. 저희만의 문제는 아닌 것 같습니다”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한 시공사의 입장은 어떨까. 해당 아파트의 시공사 A 건설 측은 설계 도면대로 시공했다는 입장이다. 시공 과정 중 발주처(LH)의 층간 소음 테스트를 진행하는데, 해당 아파트 단지는 기준에 맞게 시공해 통과됐다는 것. A 건설사  관계자는 “테스트에서 통과하지 못하면 아예 다음 공정으로 넘어가지 못합니다”라고 설명했다.

층간 소음 신고해도 ‘유명무실’

층간 소음이 발생할 경우 피해를 겪은 입주자는 경찰에 신고하거나 환경부 등 기관의 상담을 받을 수 있다. 층간 소음은 소음·진동관리법 및 공동주택관리법 등의 규제 대상에 해당되기 때문이다. 경찰에 신고할 경우 가해자는 인근소란죄로 처벌받을 수 있다. 또 환경부의 전문상담기관인 ‘층간소음 이웃사이서비스’에 상담을 신청해 전화상담, 방문상담, 소음측정 등을 입주민 간 층간 소음 갈등을 완화하는데 필요한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신고와 상담만으로는 완벽히 갈등이 해결되지 않는다는 것이 권 씨의 입장이다. 두 달 전에 ‘층간소음 이웃사이서비스’에 전화상담을 했지만 아직 소음측정은 진행되지 않은 상태라는 것. 또한 경찰에 신고도 해봤지만, 경찰에서도 (윗집의) 문을 한번 열어볼 뿐 별다른 조치는 해주지 않았다는 게 권 씨의 설명이다.

‘층간 소음 이웃사이서비스’를 운영하는 한국환경공단 관계자는 “층간 소음 민원은 보통 동절기에 폭증하는데, 지난해부터는 코로나19 여파로 하절기에도 많은 민원이 들어옵니다. (전화상담부터 소음측정까지) 보통 한 달에서 한 달 반 정도 소요되는 것 같습니다”라며 말했다.

관계자는 “아파트의 경우 입주민의 신고가 접수되면 관리 주체(관리사무소)에 우선 상담을 권고하는데, 이 과정에서 해결되지 않을 경우 관리사무소에서 저희 센터 측으로 다시 신청을 하게 됩니다. 그 이후 센터에서 소음측정 등의 과정이 진행됩니다”라며 “아파트의 경우 ‘층간 소음 관리 위원회’를 구성해 해결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기는 합니다”라고 설명했다.

권 씨는 결국 이사를 결정했다. 근처로 집을 알아보러 다니고 있다는 그는 “신혼 청약으로 힘들게 들어왔는데 안타까워요. 집을 알아보고는 있지만 쉽지 않네요. 저희 말고도 층간 소음 때문에 이사를 결정하거나 이사를 간 입주민들도 있다고 들었어요. LH든 시공사든 환경부든 층간 소음의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 나서줬으면 좋겠습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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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운날 2021-08-09 09:10:25
정말 층간소음 너무 스트레쓰네요 ㅠㅠㅠ
개잣 2021-07-29 13:41:13
LH가 하도 주고 뒷짐만 지고 서민들 상대로 돈벌이나 하고 있으니 공사가 제대로 될 이 있나 LH는 해체가 답이다 개잣 같네 뭔 자회사 분리야 그 놈이 그 놈이지
아파트 2021-07-27 14:22:09
함께 사는 공간. 배려하자. 위에 누가 사는지도 좀 알고 대화도 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