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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 인터뷰 “정부는 청년층의 이행을 위한 다리가 돼줘야”

[길 잃은 청년들]④ “정부, 세대 간 징검다리 역할해야”

2021. 08. 05 by 선초롱 기자

[뉴스포스트=선초롱 기자] 20·30대 청년들은 ‘취업’, ‘결혼’, ‘부채’ 등 여러 가지 문제를 떠안고 살아가고 있다. 청년 실업에서 시작된 불안감은 결혼·출산 기피로 이어졌고, 부채라는 벽에 가로막히기도 한다. 이 같은 청년 문제에 대해 전문가들은 ‘구조적인 문제’라고 입을 모은다. 해결책 역시 실질적으로 청년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지원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뉴스포스트는 4일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와 청년들이 겪고 있는 여러 문제를 짚어보고 대안을 찾아보는 시간을 마련했다. 인터뷰는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전화통화로 진행됐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 (사진=공공상생연대기금)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 (사진=공공상생연대기금)

- 2030세대를 두고 경제적으로 풍족하게 자란 세대라고 말하기도 한다. 하지만 정작 그들은 자신들을 불우한 세대라고 평가한다.

상대적인 개념으로 이해를 해야 한다. 그들의 부모 세대에 비해서는 풍족하게 자란 세대라고 표현할 수는 있겠지만, 청년층 내에서도 편차·불평등이 존재하기 때문에 그들 모두가 풍족하다고 하는 절대 기준은 세울 수 없다. 요즘 청년들을 두고 ‘단군 이래 최고의 스펙을 갖춘 연령층’이라고 말한다. 70~80%에 달하는 대학 진학률은 물론 PC, 스마트폰 등 디지털에 익숙한 만큼 지적인 측면에서는 이전 세대에 비해 스펙을 잘 갖추고 있다는 의미다. 이 부분도 풍족하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겠다. 다만 고(高) 스펙임에도 불구하고 청년층이 사회로 이행하는 점에서는 이전 세대, 부모 세대에 비해 매우 큰 좌절을 겪거나 경쟁에 시달리게끔 요구받고 있다. 그런 점에서 2030세대 스스로가 본인들을 ‘굉장히 불우하다, 암울하다’라고 표현한다고 볼 수 있다.

청년층을 학문학적으로 정의할 때 ‘이행 세대’라는 표현을 사용한다. 부모로부터 부양을 받고, 학교 교육을 이수하고, 사회로 진출하는 그런 이행의 세대라는 의미다. 부모 세대 등 현재 청년보다는 앞선 세대에서는 학교를 졸업한 뒤 취업 등으로의 사회 이행이 쉽게 진행됐다. 반면 현재 세대는 고학력, 고스펙 등을 갖췄음에도 ‘노동시장의 수급 구조’ 등의 문제로 이행의 다리를 건너는 것이 매우 힘든 상황이다. 그런 상황에 몰려있는 청년들의 문제로 집약해볼 수 있지 않나 싶다.

- 청년들은 ‘취업난’이 가장 심각한 문제라고 꼽았다. 청년 실업이 해결되지 않는 근본적인 이유는.

청년실업은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공통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우선 사회 연령층을 나눴을 때 장년층은 이미 사회로의 이행이 끝난 세대로, 노동시장에서 이미 자리를 잡은 이들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런 이유로 이들의 실업률은 평균 3~4% 정도로 집계된다. 청년층의 실업률은 이들의 3배 정도를 곱한 값으로 나타난다. 이 부분은 한국뿐만 아니라 해외도 마찬가지다. 이렇게 연령층 별로 실업률이 다르게 나타나는 것은 경험치의 차이 때문이기도 하다. 이미 노동시장 내에 진입한 장년층은 직장 생활 경험은 물론 이미 구성된 네트워크 등으로 능력, 조건 등이 갖춰져 있어 이직 등 취업에 빠른 속도로 대응할 수 있다. 또한 가계를 책임지는 절박함 등도 포함돼 있기 때문에 실업률을 높게 유지할 수 없다고 볼 수 있다. 반면 청년들은 사회에 첫 진출이다 보니 본인에게 맞는 일을 찾아가는 과정이 필요할 수밖에 없다. 안정적이고 만족스러운 일자리를 구할 때까지 실업·구직 상태가 유지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실업률이 높게 나타난다. 평균 9%대로 나와야 하는 청년 실업률이 국내에서는 10%가 넘는 수준이라는 점은 심각한 상태에 놓였다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다만 이 같은 공식적인 청년 실업률(10%)은 실제로 청년들이 체감하는 상황과는 차이가 크다. 취업 준비생, 취업 단념자, 니트족, 알바를 하는 청년 등을 모두 포함하면 25~30% 정도가 실업자 상태다.

이 같은 취업난은 청년 노동시장의 수급 구조의 문제 때문이다. 청년들이 희망하는 일자리는 안정적이고, 일정 금액의 소득이 보장되는 곳이다. 그러나 최근 기업들은 신입 채용보다는 구조조정을 진행하고 업무 외주화를 하는 등 일자리를 줄이는 모습이다. 또한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격차가 워낙 크다 보니 대기업 취업 경쟁률이 높아지고 있다. 일자리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임금, 복지, 처우 등의 격차 탓에 청년들이 중소기업에 입사할 생각을 못 하는 것이다. 고학력 청년들이 노동시장에 매년 늘어나고 있지만, 그들이 원하고 바라는 일자리는 굉장히 제한돼 있다. 결론적으로 이 같은 상황이 이어지면서 청년들의 취업난 문제는 상당히 고질적인 구조화돼 있다고 볼 수가 있다.

- 정부에서 시행하고 있는 청년 일자리 정책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고 있나.

청년 취업난 문제가 제기된 것은 2000년대 초반 참여 정부 시절이다. 외환위기 이후 고학력자들이 취업 시장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모습이 문제로 제기되면서 청년 고용 촉진법을 제정했다. 참여 정부 이후부터 현 정부까지 많은 예산을 들여서 나름대로 청년 정책에 공을 들이고 있는 중이다. 그러나 실질적으로 청년 취업난이 개선되거나 해결되지는 못했기 때문에 정책이 성공적이지 못했다는 말을 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청년들의 일자리 문제는 굉장히 구조적인 문제다. 수급 불균형 문제에서부터 일방적인 정책 처방으로는 해결하기가 쉽지 않다. 정부는 정책을 만들어만 놨을 뿐 청년들이 스스로 찾아서 적용해야 한다. 그런 이유로 흘리는 예산이나 정책이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정부는 청년들의 가려운 부분, 그들을 막고 있는 벽이나 장애 등의 원인을 찾고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해야 한다.

영국, 독일 등 유럽에서는 청년 실업자들의 리스트를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있다. 청년들의 심리를 관리할 수 있는 심리 상담, 적성에 맞는 훈련 프로그램 연결, 직장 알선, 사후 관리 등이 촘촘하게 진행한다. 개인별 맞춤형 일자리를 찾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우리도 일방적인 투하형 정책이 아닌 촘촘하게 관리해 줄 수 있는 정책이 필요하다.

덧붙여 지역 청년들의 취업난 문제도 짚고 넘어가야 한다. 한국의 특성상 수도권으로 몰리는 모습인데, 이는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격차 문제 때문이다. 청년들에게 수도권 취업만이 답이 아닐 수 있도록 선택의 폭을 늘려줘야 한다. 지역사회에서부터 맞춤형 직업 훈련, 알선, 상담 등 여러 단계를 촘촘하게 관리할 필요가 있다. 지역에서의 결핍이나 빈곤을 느끼지 않도록 지역 내에서도 충분히 자신의 경제 활동을 설계하고 보존할 수 있게끔 하는 정책이 필요하다.

- 청년들의 취업난은 결혼 기피 현상으로 이어지는 것 같다.

청년들이 결혼, 출산 등을 기피하는 1차 원인은 ‘취업’ 때문이다. ‘커밍 업 쇼트’라는 책에서는 ‘선택의 부재’ 상황에 처해 있는 미국의 ‘노동 계급 청년’ 들의 이야기를 생생하게 들려준다. 책의 내용을 짧게 설명하면 청년들이 느끼는 좌절의 가장 큰 이유가 ‘인간관계’라고 설명하고 있다. 본인 스스로 사회 구성원으로 설 수 있는 자리는 곧 ‘일자리’인데, 일자리가 불안정하거나 수입이 충분하지 않은 환경 속에서는 사람을 만나는 것 자체를 두려워하게 된다는 것이다. 연애는 물론 결혼은 엄두도 내지 못한다. 한국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불확실하고 불투명한 미래는 결혼의 조건을 갖추기 어렵게 만들기 마련이다.

청년들은 부모 세대와는 달리 이행의 어려움을 겪고 있고, 그 원인은 청년에게 있지 않다. 사회 구조가 바뀐 탓이다. 과거에는 학교 졸업 후 취업까지 3~6개월 등 수개월로 끝낼 수 있었다면, 지금 청년세대는 수개월에서부터 수년, 더 나아가 결국 해결이 되지 않는 상황으로까지 간다. 정부는 이행의 어려움을 겪는 청년을 위해 이행의 다리가 되어줘야 한다. 단순히 일자리 지원뿐만 아니라 이행이 길어지는 기간 동안 청년들의 생활을 보장을 해줘야 한다는 얘기다. 그들의 금융부채도 국가적인 차원에서 해결해 주고, 생활 공간을 마련해 주며, 활기를 되찾아줄 수 있도록 문화적인 측면에서의 지원도 필요하다. 이런 정책을 한마디로 ‘유스 개런티(Youth Guarantee)’ 청년 보장정책이라고 한다. 국내에서는 박원순 시장이 도입한 ‘서울형 청년 보장제’가 이에 속한다. 지자체 수준에서 시도를 했고 긍정적인 결과가 나오자 현 정부에서도 ‘청년 기본법’을 제정했다.

문제는 법의 틀은 마련돼 있는데 실질적인 움직임은 없다는 것이다. 각 부처가 협조가 잘되지 않는 등 형식적으로만 운영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를 체계적으로 운영하기 위한 시스템을 어떻게 마련할지 고민이 필요한 대목이다.

- 청년 부채 문제도 심각한데.

빚투, 영끌은 청년층 내에서도 대출이 가능한, 다시 말해 직장이 있는 청년들에게 해당되는 문제라고 생각된다. 그런 이유로 빈곤 가구의 청년들의 문제가 더욱 심각하다고 본다. 부모의 빚, 학자금의 빚 등으로 고학력임에도 불구하고 취업 준비를 전혀 하지 못한 채 알바를 이어가고 있는 청년들이 의외로 많다. 그들이 사회적으로 자신의 자리를 찾을 수 있도록 이들의 부채의 원인을 파악해 해결해 줄 수 있는 대책이 시급하다. 또한 빈곤의 대물림 문제에 대해서는 정부가 좀 개입을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앞서 말한 빚투, 영끌은 본인이 위험 부담을 감수하고 투자하는 것인 만큼 그에 따른 사회적인 책임은 필요 없을 것으로 보인다.

- 마지막으로 하실 말씀이 있다면.

곧 선거이다 보니 청년 정책과 관련된 대책이 발표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청년 정책보다는 MZ 세대에 대한 얘기를 많이 하는데, 그들의 담론에 대해 다룰 때에는 MZ 세대를 특정한 모습으로 일반화시키는 것에 대한 경계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그들이 과거 세대와 다른 독특한 정체성이나 세대 의식, 자율성 등에 대해서는 좀 높이 평가할 부분이다. 다만 인국공 사태 등 사회 약자에 대해서 등한시하거나 자기중심의 사고를 하는 부분 등은 세대 분열이나 갈등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에 경계를 해야 한다. 결론적으로 세대 간 공존이나 연대 방향으로 갈 수 있도록 청년 정책적인 면에서 방법을 같이 찾을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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퐁당퐁당 2021-08-05 13:00:14
잘 읽었습니다. 하나같이 다 공감되는 내용이네요. 청년을 위한 법의 틀은 마련됐지만, 실질적인 움직임이 없고. 빚투나 영끌한 사람들 챙길 필요 없다고 생각합니다. 지들이 선택한 거 감수해야죠. 국가가 어째라 저째라 얘기하는거 웃기지도 않다. 한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