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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양 오지에 숨은 ‘죽파리 자작나무숲’…언택트 여행 가볼까

2021. 08. 16 by 김혜선 기자

[뉴스포스트=김혜선 기자] 코로나19로 사람 많은 관광지를 찾기 어렵다면 깊은 오지 속에 숨은 순백의 자작나무숲으로 떠나보는 것은 어떨까. 휴대폰도 터지지 않고, 그 흔한 편의점 하나 없다. 그렇게 깊은 산자락으로 한 시간 이상 걷다 보면 눈부시게 흰 자작나무 숲이 여행객을 반겨준다.

15일 경상북도 영양군 수비면 검마산 자락에 위치한 자작나무숲. (사진=뉴스포스트 김혜선 기자)
15일 경상북도 영양군 수비면 검마산 자락에 위치한 자작나무숲. (사진=뉴스포스트 김혜선 기자)

지난 15일 경상북도 영양군 수비면에 위치한 죽파리 자작나무숲을 찾았다. 서울에서 광주원주 고속도로와 중앙 고속도로를 달려, 36번 국도를 타고 영주와 봉화군을 지나면 비로소 영양군으로 들어가는 31번 국도를 만날 수 있다. 죽파리는 영양군에서도 더 깊은 검마산 자락으로 들어가야 한다. 영양군은 국내에서 섬 지역을 제외하고 가장 인구수가 적은 오지 중 오지로, 그 중에서도 수비면은 국제밤하늘협회가 아시아 최초로 ‘국제밤하늘보호공원’으로 선정할 정도로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는 지역이다.

죽파리 자작나무숲은 천혜의 자연이 그대로 보존된 만큼 찾아가는 길도 쉽지 않다. 네비게이션에 ‘죽파리 자작나무숲’을 검색하면 죽파리 마을 입구를 지나 숲 입구까지 안내해준다. 숲으로 이어진 길은 차단막이 길을 막고 있고, 약 15대의 차량을 댈 수 있는 작은 공터가 있다. 여기서부터는 3.2km의 임도를 통해 걸어 들어가야 한다.

차단막으로 막혀 있는 길. 여기서부터 3.2km를 걸어 들어가야 자작나무 숲을 만날 수 있다. (사진=뉴스포스트 김혜선 기자)
차단막으로 막혀 있는 길. 여기서부터 3.2km를 걸어 들어가야 자작나무 숲을 만날 수 있다. (사진=뉴스포스트 김혜선 기자)

임도는 넓고 평탄하게 정비돼 있고, 경사도 크지 않아 걷기에 편하다. 하지만 돌멩이가 가득 깔린 길이라 슬리퍼나 밑창이 얇은 신발로는 걷기 불편하기 때문에 운동화나 등산화를 신는 것을 추천한다. 자작나무 숲으로 들어가는 길에는 계곡이 흐르고 있어 즐겁게 산책하듯 걸을 수 있다. 숲으로 진입하는 순간 휴대폰 신호는 완전히 끊겨버려 자연에 집중할 수 있게 된다.

길가에 종종 숨은 적송을 찾아내며 걷다 보면, 1km마다 자작나무 숲길 위치를 알리는 이정표를 발견할 수 있다. 이날은 영양에만 비소식이 있어 일부 여행객은 우산을 들거나 우비를 입었다.

15일 죽파리 자작나무숲을 찾은 관광객들. (사진=뉴스포스트 김혜선 기자)
15일 죽파리 자작나무숲을 찾은 관광객들. (사진=뉴스포스트 김혜선 기자)

임도를 따라 걷다 간이 화장실을 지나면 비로소 자작나무숲이 눈앞에 펼쳐진다. 왼쪽에는 자연림이, 오른쪽에는 흰 자작나무숲이 대비를 이뤄 아름다움을 더해준다. 산림청은 지난 1993년부터 이곳에 자작나무를 심기 시작했다. 현재는 축구장 40여개 면적과 맞먹는 30㏊ 규모의 숲이 조성됐고, 강원도 인제 자작나무숲보다 5배 큰 면적으로 자랐다.

왼쪽은 자연림, 오른쪽은 흰 자작나무숲이 대비되어 인상적이다. (사진=뉴스포스트 김혜선 기자)
왼쪽은 자연림, 오른쪽은 흰 자작나무숲이 대비되어 인상적이다. (사진=뉴스포스트 김혜선 기자)

이달 ‘국민의 숲’으로 지정된 죽파리 자작나무숲은 아직 정식 개장 전이지만 입소문으로 여행객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지난 6월에는 국가지정 국유림 명품 숲에 지정됐다. 조금씩 사람 발길이 닿는 탓인지, 일부 여행객이 나무를 훼손한 흔적을 볼 수 있었다.

껍질이 벗겨진 자작나무. (사진=뉴스포스트 김혜선 기자)
껍질이 벗겨진 자작나무. (사진=뉴스포스트 김혜선 기자)

작은 개울을 건너 더 깊은 숲속으로 들어가면, 자작나무가 더욱 빼곡해지는 신비로운 느낌을 경험할 수 있다. 이정표에 적힌 대로 숲길을 천천히 걷다 보면 ‘인생 사진’을 찍을 수 있는 평평한 땅도 보인다. 비가 내린 탓인지 촉촉하게 젖은 자작나무 껍질이 더 창백해 보였다.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보면 연둣빛 나뭇잎에 퍼지는 빛이 찬란하다. 

죽파리 자작나무숲 여행을 결심했다면 인근 국제밤하늘보호공원에서 반딧불이와 별을 보고, 근방에서 하루 묵어가는 것을 추천한다. 죽파리 자작나무숲 인근은 편의시설이 없고 숙소도 찾기 힘드니 동선을 고려해 숙소를 찾아야 한다.

죽파리 자작나무숲. (사진=뉴스포스트 김혜선 기자)
죽파리 자작나무숲. (사진=뉴스포스트 김혜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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