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패트롤

더위 한풀 꺾인 날씨에도 한산한 어린이대공원 “코로나19로 인한 일시적 단절, 동물에겐 긍정적”

[현장] “동물도 숨고 싶어해요”...코로나와 뜻밖의 휴식

2021. 08. 18 by 선초롱 기자

[뉴스포스트=선초롱 기자] 1년 넘게 이어지고 있는 코로나19 여파는 동물들에게 여러 변화를 가져왔다. 흔히 볼 수 있는 개, 고양이 등 반려동물은 주인과 함께하는 시간이 많아졌고, 동물원의 동물들은 관람객 감소로 시선으로부터 휴식을 되찾았다.

지난 12일 서울 어린이대공원 동물원에 아이와 함께 나온 가족이 코끼리를 구경하고 있는 모습. (사진=뉴스포스트 선초롱 기자)
지난 12일 서울 어린이대공원 동물원에 아이와 함께 나온 가족이 코끼리를 구경하고 있는 모습. (사진=뉴스포스트 선초롱 기자)

지난 13일 오전 직접 찾아간 서울 어린이대공원은 한적한 모습이었다. 전날 비가 내려 시원한 날씨 때문인지 아침부터 공원에 나온 이들이 간간이 눈에 띄는 정도였다. 오전 10시. 개장 준비에 바쁜 놀이동산을 거쳐 동물원에 들어섰다.

이제 막 개장을 한 탓인지 관람객은 거의 없었다. 동물원의 입구에 있는 코끼리 우리 근처에는 아이와 함께 온 가족 등 8명 정도가 다였다. 한 시간 정도가 흐른 뒤 몇몇 가족들이 더 오기는 했지만 20명은 넘지 않는 수준이었다.

실제로 어린이대공원 이용객은 2019년 639만 2,836명에서 2020년 539만 3,378명으로 줄었다. 올해 1~5월 누적 이용객은 총 250만 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40만 명 증가하며 회복세를 보이는 듯했으나, 지난달 4차 대유행으로 거리 두기 4단계가 시작되면서 다시 하락세를 나타내고 있는 중이다.

코로나19 여파로 관람객이 큰 폭으로 줄어든 동물원. 동물들은 실제로 어떤 상태일까.

서울어린이대공원 동물복지팀 이지형 과장은 “동물원의 동물들이 완전한 야생동물이 아니기 때문에 인간에게 (야생동물에 비해) 상대적으로 경계심이 덜하다”면서도 “최근 코로나19, 조류독감(AI) 등으로 동물원을 완전히 닫았을 때 동물들이 확실히 편해 보이긴 했다. 식사량도 늘었다”고 설명했다.

지난 12일 서울 어린이대공원 동물원에 있는 얼룩말이 먹이를 먹고 있는 모습. (사진=뉴스포스트 선초롱 기자)
지난 12일 서울 어린이대공원 동물원에 있는 얼룩말이 먹이를 먹고 있는 모습. (사진=뉴스포스트 선초롱 기자)

확실히 좋은 소식도 있었다. 국제적 멸종 위기종의 번식이 이뤄진 것. 코로나19 여파로 문을 닫은 열대동물관에서는 지난 3월 원숭이류인 ‘커먼 마모셋’과 ‘알락꼬리 여우원숭이’ 암컷이 각각 1마리의 새끼를 낳았다.

이지형 과장에 따르면 열대동물관은 특히 어린이들에게 인기가 좋아 줄을 서서 관람하는 곳이었다. 코로나19 이후 5명 정도로 인원을 제한해 관람을 진행하거나 문을 닫는 경우가 많았다. 기자가 찾아간 날에도 문은 열려 있지 않았다.

이 과장은 “이 같은 일종의 단절이 동물 입장에서는 긍정적인 부분이 분명히 있다. 몇 년간 번식이 되지 않던 일반 종들 역시 조류독감 등으로 문을 닫았을 때 (시선으로부터) 자유로워져 번식을 하는 경우가 있었다.

이어 “전시를 당하고 있는 동물 입장에서는 이용객의 시선이 굉장히 불편하다. 그래서 요즘 동물원들은 숨을 권리를 좀 찾아주고 있기도 하다. 불투명 유리를 설치해 이용객들은 작은 공간으로만 관람할 수 있게 한다든지 하는 방식이다. (어린이대공원에는) 아직 적용되지는 않았지만 필요한 부분인 것은 확실하다”고 덧붙였다.

지난 12일 서울 어린이대공원 동물원에 아이와 함께 나온 가족이 코끼리 우리를 거쳐 맹수 지역으로 걸어가는 모습. (사진=뉴스포스트 선초롱 기자)
지난 12일 서울 어린이대공원 동물원에 아이와 함께 나온 가족이 코끼리 우리를 거쳐 맹수 지역으로 걸어가는 모습. (사진=뉴스포스트 선초롱 기자)

다만 동물원에서의 번식이 옳은 것인가에 대한 고민은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이 과장은 “코로나19 여파로 일시적인 단절이 이어지며 동물들이 번식을 하는 등 회복하는 모습은 분명 긍정적이다. 그러나 새로운 생명이 태어났다는 사실에 기쁘다가도, 동물원에서 새끼를 낳는 것이 악순환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는 항상 있다”며 “이미 존재해 온 동물원을 당장 없앨 수는 없겠지만, 과거 전시·오락에 집중했던 동물원을 이제는 종족 보존 등 연구 쪽으로 집중해야 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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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균 2021-08-20 16:43:22
코시국이 지구 환경과 인간 이외 동물들을 살리네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