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영국, 컴퓨팅교육 필수 과목 운영···컴퓨팅 사고력 함양 중국, AI교육 주력···AI 시대 선도할 인재 양성 일본, GIGA 스쿨로 맞춤 교육 제공···창의적 인재 양성 최연구 미래학회 이사 “기술이 아닌 교육목표가 중요”

[기획-미래교육]③ ‘인터넷’ 세계 1위지만...코딩을 모르는 나라

2021. 08. 20 by 정성민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코로나19)은 우리 사회와 일상의 전반을 바꾸고 있다. 교육 분야도 마찬가지. 코로나19 이후 원격수업으로 학습격차, 기초학력저하 문제가 해결과제로 떠오르고 있지만 4차 산업혁명에 코로나19까지 겹치며 비대면·디지털 기반의 미래교육이 본격화되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는 IT 강국으로서 명성이 높다. 이에 IT 강국의 이점을 살려 미래교육을 적극적으로, 선제적으로 준비할 때 교육선진국으로 도약할 수 있다. <뉴스포스트>가 미래교육의 어제와 오늘, 그리고 내일에  대해 짚고 전문가의 제언을 들어본다. -편집자 주-

[뉴스포스트=정성민 기자] 주요 선진국은 4차 산업혁명시대 개막과 함께 미래교육 대비의 스타트를 일찌감치 끊었다. 이를 통해 4차 산업혁명기술을 교육에 접목시키며, 미래형 인재 양성에 주력한다. 비록 후발주자이지만 우리나라도 미래교육 대비에 정책의 속도를 올리고 있다. 이에 전문가들은 미래교육정책이 성공하기 위해 정책의 제도화와 현장 착근이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주요 선진국의 미래교육 대비 최신 동향을 살펴보고, 전문가의 제언을 들어본다.

미래교육을 위해 주욮 선진국은 SW교육에 주력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영국이 SW교육의 선두주자로 꼽힌다. (사진=픽사베이)
미래교육을 위해 주욮 선진국은 SW교육에 주력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영국이 SW교육의 선두주자로 꼽힌다. (사진=픽사베이)

영국, SW(소프트웨어)교육 선두주자 명성

영국은 2014년 9월부터 기존 ‘정보통신기술(ICT) 활용 교육’을 ‘컴퓨팅(computing)교육’으로 전환했다. 현재 초·중·고교 전 과정에서 컴퓨팅교육을 주당 1시간 이상 실시한다. 컴퓨팅교육은 알고리즘교육, 프로그래밍교육, 피지컬컴퓨팅교육처럼 SW(소프트웨어)교육이 중심이다. 교육 방법과 내용은 학교가 자율로 정할 수 있다.

영국의 컴퓨팅교육 목적은 컴퓨팅 사고력 함양이다. 컴퓨팅 사고력 훈련을 저학년부터 체계적으로 진행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영국의 초등학교 컴퓨팅 교과서를 보면 1학년 때 샌드위치 제작 방법에 비유, 알고리즘을 배우고 3학년 때 오류 발견과 정보윤리를 배운다. 이어 6학년 때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을 직접 개발한다. 고학년으로 올라갈수록 컴퓨팅 사고력은 자연스럽게 체화된다.

김홍래 춘천교육대학교 컴퓨터교육과 교수에 따르면 영국의 변화는 2011년 에릭 슈미트 전 구글 회장으로부터 시작됐다. 당시 에릭 슈미트 전 회장은 “ICT 교육과정은 SW 사용법을 가르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지만 어떻게 만들어졌는지에 대한 통찰력을 제공하지 못한다”라고 지적했다.

이에 2011년 비영리 기구 Nesta는 ‘high-profile Next Gen’ 보고서에서 컴퓨터과학을 교육과정과 영국의 수학능력시험 GCSE에 추가할 것을 권고했다. 영국은 컴퓨팅교육으로 전환 이전 2013~2014년도 학기부터 중학교 3학년 학생 대상 GCSE에 컴퓨터과학을 포함 시켰다. 또한 대학 진학을 위한 A-level 시험(17-18세 학생)에 ‘컴퓨팅’을 포함 시켰다.

중국, AI교육의 미래 향해 전진

이수진 중국 서주의과대학 부교수가 ‘교육정책네트워크(교육부-시·도교육청-교육기관의 연계망)’에 기고한 글에 따르면 중국은 초등학교 수업부터 대학 강의까지 AI(인공지능)교육이 꽃피고 있다.

먼저 중국 교육부는 ‘제13차 5개년(2016년~2020년) 계획’을 통해 교육 정보화 사업을 심도 있게 추진해야 한다는 지도의견을 발표하고 ▲메이커교육 등 신(新)교육모델 모색 ▲학생들의 정보화 의식·혁신 의식·디지털 학습습관 형성 등을 권장했다.

이어 2017년 7월 중국 국무원은 ‘차세대 AI 발전계획’을 발표했다. 중국의 ‘차세대 AI 발전계획’에는 전 국민 대상 AI교육 사업 실시, 초중등학교에 AI 관련 과정 개설, 코딩교육의 단계적 확대 등이 담겼다.

민간과 과학자의 참여를 강조한 것도 주목된다. 이에 민간은 코딩교육 SW를 개발하고, AI 경연대회를 지원한다. 과학자들은 AI 과학지식 보급에 적극 참여한다. 대학의 경우 ‘AI+X’라는 신(新)패러다임의 융합전공을 개설하고 기업과의 협력을 통해 AI교육의 체계를 구축한다.

중국 교육부는 2018년 1월에도 단계별 AI교육 체계를 구축, 초중등학교에 AI교육을 도입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2018년 9월 ‘초중고 AI교육사업’을 발표하고, 교육부 장비센터와 주요 도시 교육과학연구원들이 초중고 AI교육을 위한 연구를 진행했다. 연구 결과 초중고 AI교육장비 배치 방안, AI교육과정 지침(3~8학년), AI교육 교과서(3~8학년) 개발 등이 발표됐다. 이러한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2019년 9월 학기부터 베이징, 우한, 광저우, 시안, 선전 등 지역 초중등학교에서 AI 교재를 도입·활용하고 있다. 중국 교육부는 2019년 ‘교육정보화와 사이버보안 업무 요점’을 발표하면서도 2019년부터 초중고 학생 정보소양평가를 시작하고, 초중등 단계에 인공지능 관련 과정을 설치하며, 점차적으로 코딩교육을 보급할 것을 요구했다. 이에 산동성과 베이징 등 지역은 파이썬(Python) 프로그래밍을 초중등학교 과정에 순차적으로 포함시켰고 장쑤성은 초등학교 단계에서 정보기술 과정을 개설했다.

이수진 부교수는 “인터넷과 빅데이터 정보기술(IT)의 보급과 함께 AI교육은 교육 분야의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면서 “중국에서는 초중등학교의 과학교육과정이 더욱 강화되고 있으며, 정보기술 과목에 코딩교육이 포함됐고, AI를 선택과목으로 채택하는 등 적극적인 움직임이 일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부교수는 “지금 사회는 AI 기술이 우리 삶의 모든 면을 넘나들고 있다. 다가올 AI 시대를 대비하려면 이에 적합한 인재양성을 서둘러야 하고, 이를 위한 교육과정 수립과 교재 마련은 매우 근본적이고도 핵심적인 과제라 할 것”이라며 “초중고 전 교육과정에 AI를 정식으로 포함시켜 미래사회에 대비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그래픽=뉴스포스트 강은지 기자)
(그래픽=뉴스포스트 강은지 기자)

일본, Society 5.0 세대 대상 GIGA 스쿨 추진

일본의 대표 ICT(정보통신기술)교육 정책으로 GIGA 스쿨이 꼽힌다. GIGA 스쿨은 2년의 보정작업 이후 도입됐고 총 4610억 원의 세금이 투입됐다. 한국교육학술정보원(KERIS)은 ‘2021 디지털교육 글로벌 동향 제3호’에서 GIGA 스쿨의 교육목표와 교육법에 대해 주목했다.

KERIS에 따르면 GIGA 스쿨은 society5.0 시대 세대 대상의 학습법이다. 개인별 맞춤 학습으로 창의적 인재를 육성하는 것이 목적. 이를 위해 초중학교에 학생 1명당 1대의 태블릿PC를 배부하고, 학교 내에 고속 통신 네트워크를 구축한다.

일본 문부과학성은 2019년 ‘신세대의 학습을 지원하는 첨단기술 활용 추진방안’ 보고서에서 Society 5.0 세대 아이들에게 적합한 학습법에 대해 “AI 등의 기술혁신이 이뤄지는 시대에는 인간만의 강점인 뚜렷한 목표를 가지면서, 혁신과 가치 창출의 원천이 될 비약적인 지식의 발견 창조 등 새로운 사회를 견인하는 능력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를 위해서는 방대한 정보로부터 무엇이 중요한지 주체적으로 판단·질문해 그 해결을 목표로 타인과 협동하면서 새로운 가치를 창조할 수 있는 자질과 능력, 앞으로의 시대를 살아가는 데에 기반이 되는 언어능력과 정보활용능력 활용의 전제가 되는 수학적 사고력, AI 능력 육성으로 이어지는 교육이 필수적이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일본은 GIGA 스쿨 구상에서 차세대 교육현장 항목으로 5가지를 제시한다. 시간 거리 제약 없는 원격 온라인 교육 실시, 개인별 맞춤형 학습 지원을 위한 아이(학생)의 상황 파악, 창의성 육성을 위한 문·이과 통합 및 프로젝트 기반 학습(PBL)에 따른 STEAM교육 실현, 학교 업무의 효율화, EBPM에 의한 공유·생성이 바로 그것.

일본 문부과학성은 전용사이트 StuDX Style을 구축, 지자체와 학교의 실천 사례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또한 StuDX Style 외에 ICT 활용 교육 어드바이저 사이트에서는 GIGA 스쿨 동영상과 ICT 활용 교육 어드바이저 프로필 목록 콘텐츠 등을 제공하고 있다.

KERIS는 “창의적 인재 육성 학습법이란 개인별 맞춤 학습을 의미하는 것으로 학생의 학습능력이나 표현력 등 특성과 격차가 있다면 각각의 능력에 맞는 학습 방법을 제시하고 아이들 개인이 성장하고, 배울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는 것을 의미한다”며 “해결법이 미리 정해진 문제를 풀거나 정해진 절차를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변화를 유연하게 받아들여 아이들이 주체적으로 관여하고 그 과정을 통해 아이들 스스로가 잠재력을 발휘하여 더 나은 사회와 행복한 삶의 만들어 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밝혔다.

영국, 중국, 일본 등 한발 앞선 선진국의 미래교육 육성 현황을 살펴봤다. 다음은 한국의 미래교육에 대한 전문가의 제언이다.

[인터뷰] 최연구 미래학회 이사·부경대학교 겸임교수 “미래교육정책이 현장에 착근되도록 노력해야”

최연구 미래학회 이사·부경대학교 겸임교수
최연구 미래학회 이사·부경대학교 겸임교수

- 주요 선진국은 4차 산업혁명시대 개막과 함께 미래교육을 향한 여정을 이미 시작했다. 선진국의 사례에서 우리가 주목할 점이라면.

“영국은 SW(소프트웨어)교육 제도화가 가장 앞선 나라다. 유치원부터 교육하고 연간 수업시수(교과목의 이수 기간)도 충분하다. 우리나라도 영국을 벤치마킹해 초등학교는 2019년부터, 중학교는 2018년부터 SW교육 의무화가 시행되고 있다. 그러나 연간 수업시수가 얼마 되지 않는다. SW교육 연간 수업시수는 초등학교 17시간, 중학교 34시간이다. 하지만 1년에 20~30시간 정도 배운다고 SW마인드를 가질 수 있겠나. 기초교육 수준에 불과하다. 따라서 현재 우리나라의 SW교육은 미래교육이라고 할 수 없다.”

- 우리나라의 SW교육 수업시수가 적은 이유라면.

“우리나라에서는 수업시수가 교육제도의 한계로 작용한다. 과거에 과학교육도 통합과학이 필요하다며 융합교육을 도입했다. 그런데 우주선을 만든다고 가정하자. 공학만으로 우주선을 만들 수 없다. 공학 내에서도 재료공학, 유체물리학 등 여러 분야가 필요하다. 이에 통합적 사고가 필요하기 때문에 물화생지(물리·화학·생물·지리)의 경계를 허물고, 통합과학을 가르쳐야 한다. 바로 이것이 융합교육이다.

그러나 실제 학교현장의 교과목 운영과정에는 물화생지가 각각 25%씩 반영된다. 단순히 과목을 묶어 놓는다고 융합이라고 생각하는 건 잘못이다. 가령 에너지 문제도 에너지가 물리냐, 화학이냐, 생물이냐를 따지는 순간 융합과학이 아니다. 경계를 허물고 새로운 관점에서 바라봐야 하는데 현장에서 잘되지 않는다. 제도를 잘 설계하는 것이 중요하지만, 제도가 취지나 목적에 맞게 현장에서 착근((着根·옮겨 심은 식물이 뿌리를 내림이란 뜻으로 어떠한 것이 기반을 잡음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해 운영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사실 코로나가 없었다면 원격수업이나 에듀테크가 가능했을까. 우리나라의 교육풍토에서는 원격수업 자체를 꺼려왔다. 코로나 상황 때문에 원격수업 등이 전격적으로 시행됐지만 진작 그런 방향으로 가야 했다.”

- 비록 우리나라가 후발주자이지만 정부가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고 보는데.

“트렌드에 맞춰 정책은 많이 도입한다. 그러나 앞서 지적했듯이 현장에서의 착근이 어려운 상황이다. 제도와 교육정책을 만드는 것과 현장에서의 착근이 시차가 발생하는데, 이것이 최대 문제라고 본다.

사례를 살펴보자. 교육부는 기존 SW선도학교 지원사업을 현재 AI선도학교 지원사업으로 변경, 추진하고 있다. 트렌드에 따라 정책은 빨리 바뀐다. 하지만 내실 있게 운영되지는 않는다. 가령 SW교육을 위해 학교에 1000만원씩 지원하면 상당 부분 예산이 컴퓨터 구입에 사용된다. SW교육이라고 할 수 없는 것이다. 기본 인프라는 갖추고 시작한 뒤 지원 예산은 콘텐츠에 투입되는 것이 맞다. 또한 정부는 메이커스페이스 구축을 지원하고 있다. 역시 대부분의 지원금이 인프라 구축에 사용된다. 3D프린터와 레이저 커터 등 장비를 구입하고 인테리어를 꾸민다. 콘텐츠 투입 예산은 적다. 이처럼 정부 정책과 현장에서 ‘갭’이 발생한다.”

-우리나라는 IT 강국으로 꼽힌다. 이러한 점이 선진국과의 경쟁에서 도움이 되지 않겠나.

“우리나라가 IT 강국, IT 선진국이라고 하지만 통신망이나 인프라를 말하는 것이지 SW 측면은 강국이라고 하기 어렵다. IT를 교육에 활용하는 것이 에듀테크다. 하지만 여러 가지 통계나 자료를 보면 코로나 이전 우리나라 학교 교육에서의 에듀테크 활용은 선진국에 비해 뒤처진다. 에듀테크 인프라도 잘 갖춰져야 하지만 그에 맞게 교육콘텐츠나 모바일 콘텐츠가 중요하다. 그런 것이 선진국에 비해 부족하다.

영국에서는 유치원부터 SW교육을 도입, 코딩이나 컴퓨테이셔널 씽킹 (Computational Thinking·컴퓨터적 사고)을 가르친다. 컴퓨테이셔널 씽킹은 알고리즘 사고다. 인과관계를 따져 논리적으로 사고하는 방식을 가르치는 것이다. 제도권의 SW 공교육은 프로그래머, 엔지니어를 양성하는 교육이 아니다. 알고리즘을 통해 논리적으로 사고하는 방식을 배우는 것이 SW교육을 학교교육에 도입한 목적이다.“

-선진국의 사례에서 귀감이 될 만한 사례가 또 있다면.

“선진국에서는 무학년제를 시행하는 사례도 있다. 기존 우리나라 교육의 맹점은 대부분 지식전달 교육이었다는 점이다. 교육과정대로 진도를 정하고, 표준화된 틀에 따라 1학년 때 배울 것과 2학년 때 배울 것 등이 미리 정해져 있어 유연하지 않다.

이제 우리나라에서도 선진국처럼 무학년제 등 교육혁신을 고민하고 있다. 특히 미래에는 개인마다 역량이나 지식의 수준 차이가 있기 때문에 교육이 점점 맞춤형으로 갈 수밖에 없다. 학습은 자기주도적으로 하고, 학교에서는 토론하거나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방식으로 학교 교육이 달라질 것이다. 지금까지는 교육과정에 의해 지식을 전달하는 표준화된 평가를 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면 미래에는 필요한 소양과 역량을 정해놓고, 개별적으로 학습·평가하고, 역량을 키워주고, 모니터링하는 방식으로 바뀔 수밖에 없다. 그렇게 되면 교사의 역할도 바뀌고, 학생들의 학습 방법도 바뀐다. 그 기반은 결국 디지털이다. 그래서 클라우드가 필요하고, LMS(Learning Management System·원격학습 시스템)가 필요하다.”

-지금 세대, 나아가 미래세대는 디지털 네이티브(digital native·스마트폰과 컴퓨터 등 디지털 기기를 원어민처럼 자유자재로 활용하는 세대)에 속한다. 디지털 네이티브가 살아갈 세상을 위해서도 미래교육이 중요하다고 보는데.

“이전 세대에서는 아날로그와 디지털이 공존하거나 대립되었다. 아날로그와 디지털이 각각 별개로 존재한 것이다. 예를 들어 카메라의 경우 아날로그 카메라가 있고, 디지털 카메라가 있다. 그런데 지금 세대 입장에서보면 아날로그 카메라는 없다. 모든 것이 디지털이다. 일찍이 ‘디지털 전도사’ 니콜라스 네그로폰테 MIT대 교수는 ‘기존 세대는 모든 것을 물질(원자) 기반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 세상의 기반은 비트(디지털)’라고 말했다.

디지털 기반의 사회에서는 컴퓨터나 디지털 없이 할 수 있는 것이 없다. 따라서 기존 방식의 교육으로는 새로운 인재를 길러낼 수 없다. 지금 우리 아이들은, 그리고 앞으로의 아이들은 디지털 네이티브 관점에서 세상을 바라볼 것이다. 그렇게 되면 교육방식도, 교과서도, 학교 교실의 형태도 모두 바뀔 것이다.”

-디지털 기반 사회에서는 어떤 역량이 중요하다고 보나.

“사회 변화에 맞춰 인재상도 변한다. 과거 산업화시대 인재나 교육 개념은 지금과 다르다. 공교육은 산업혁명 때 만들어졌다. 산업혁명 시절에는 공장 근로자를 원활하게 수급하기 위해 읽고, 쓰는 역량이 필요했다. 그래서 읽기, 쓰기 능력이 기본이었다. 그리고 산술능력이 추가됐다.

디지털 기반 사회에서는 디지털 마인드가 가장 기본이다. 다음으로 디지털 리터러시(digital literacy)가 필요하다. 리터러시는 글을 읽고 쓸 줄 아는 능력이며 디지털 리터러시는 디지털 기술 이해와 활용 능력을 의미한다. 나아가 디지털 마인드와 디지털 리터러시를 기반으로 디지털 컴피턴시(digital competency)를 길러야 한다. Competency는 역량을 뜻하며 digital competency는 디지털 기술과 정보를 전문적으로 잘 다루는 역량을 뜻한다. 사실 리터러시는 기본소양이다. 목표는 리터러시 교육이 아니라 컴피턴시, 즉 역량 교육이다. 글을 읽고, 쓰는 것을 배우는 것은 리터러시고 글을 잘 쓰고, 잘 표현하는 것을 배우는 것은 컴피턴시다. 미래교육의 기본 방향은 지식 자체보다 역량을 키워주는 교육이다.”

-일각에서는 100% 비대면이 이뤄질 것으로 전망하는데.

“대면과 비대면을 구분하는 것은 아날로그와 디지털을 구분하는 것이다. 관점 자체가 잘못됐다. 아날로그와 디지털은 따로 구분되는 게 아니라 서로 연결된다. 아날로그는 디지털 기반으로 운영되고, 온라인과 오프라인은 자연스럽게 서로 연결된다. 이것이 4차 산업혁명의 본질이다. 그래서 이를 CPS(Cyber physical systems, 사이버 물리 시스템)이라고 부른다.

CPS를 통해 사이버상의 행동이 물리세계에서 구현된다. 예를 들어 앱에서 주문하면 배달도 오고, 택시도 온다. 아날로그냐 디지털이냐, 온라인이냐 오프라인이냐의 구분 자체가 의미 없다고 본다. 사실 100% 비대면이 어디 있겠나. 비대면으로 하지만 컴퓨터라는 디바이스가 있어야 하고, 사람이 앉아 있어야 한다.

대면, 비대면보다 소통의 방식과 깊이가 더욱 중요하다. 대면을 해도 인터랙션(interaction·상호 작용)이 없으면 의미가 없다. 비대면으로 하더라도 깊이 있게 소통·토론하면 훨씬 의미가 있다. 교육도 마찬가지다. 토론도 안 하는데 모여 있으면 뭐 하나. 결국 어떤 방식으로 학습과 인터랙션이 이뤄지는지가 중요하다. 교육의 목적이 무엇인가에 초점을 맞춰야지, 어떤 도구를 사용하느냐에 초점을 맞추면 문제의 본질이 흐려진다.”

-마지막으로 강조하고 싶은 바가 있다면.

“지식에는 유효기간이 있다. 학교에서 배운 지식, 지금 알고 있는 지식으로 평생 살 수 없다. 따라서 미래 사회에서는 평생교육이 더욱 강조될 것이다. 학교 졸업하면 끝이 아니고, 새로운 기술을 배워 역량을 쌓기 위한 교육이 계속 필요하기 때문이다. 특히 기술이 발전하면 인공지능이나 기계와 함께 살아야 한다. 따라서 지금 우리 아이들이 직장을 구할 때는 더욱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드라마를 하나 봤다. 드라마에서 보험회사가 AI 상담사를 도입하면서 인간상담사의 90%를 해고했다. 이런 시대가 다가온다. 지금 아이들이 미래에 직업을 구할 때는 자연스럽게 회사에서건, 사회에서건 인공지능과 함께 살고 경쟁해야 한다. 인공지능이 할 수 있는 일을 굳이 사람이 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인공지능이 할 수 없는, 자신만의 경쟁력을 가져야 한다. 첨단기술 발전과 함께 기술격차와 양극화가 심화 될 수밖에 없다. 정보사회에서는 정보격차가 심화되며, AI사회에서는 AI격차가 심화된다. 반면 창의적인 사람들은 더욱 많은 기회를 가질 것이다. 바로 이런 관점이 교육에 녹아 있어야 한다. 우리 아이들이 양극화된 미래 사회에서 살아가기 위한 경쟁력을 길러주는 것이 지금 교육의 목표여야 한다.”

※ 최연구 미래학회 이사·부경대학교 겸임교수 약력
서울대 사회학과, 프랑스 마른 라 발레 대학 국제관계학 박사
전 한국과학창의재단 과학문화협력단장
전 한국외국어대학교 문화콘텐츠학과 겸임교수
현 미래학회 이사
현 부경대학교 겸임교수
※ 저서
<문화콘텐츠란 무엇인가(살림)>
<4차산업혁명시대 문화경제의 힘(중앙경제평론사)>
<미래를 보는 눈(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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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리앙 2021-08-22 10:02:07
디지털 격차가 발생하기전 우리나라의 디지털역량강화가 미래 성장동력이 될것 같아요^^좋은 글 감사^^
김재호 2021-08-21 13:35:37
인터뷰 잘 읽었습니다!
57 2021-08-21 13:33:06
기사 보니 우리 아들이 걱정입니다. 미래교육이 코딩이나 소프트웨어교육 인공지능과 경쟁해야하는데 저희는 맞벌이 하느라 아이의 조기교육을 사실 못하고 있어요. 우리가 정부서 미래 교육 준비를 체계적으로 하면 안될까요? 정말 아이들 교육 앞날이 컴컴합니다
최준란 2021-08-21 11:10:01
아날로그와 디지털은 따로 구분되는 게 아니라 서로 연결된다는 글에 적극 동감합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다음호 한국 사례 도 기대됩니다.
홍현우 2021-08-20 16:34:21
다들 코딩만 하면 소는 누가 키우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