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포스트=이별님 기자] 현지에서 우리 정부를 도왔던 아프가니스탄 현지인 391명 중 378명이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했다. 탈레반의 수도 카불 함락 후 거주가 어려워진 협력인들을 정부 차원에서 ‘특별공로자’ 호칭을 부여해 국내로 이송했다. 이들은 공항에서 코로나19 검사를 받은 후 음성 판정이 나오면, 충북 진천 국가공무원 인재개발원으로 이동한다.

26일 코로나19 장기화로 한산하던 인천국제공항 입국장은 오후 4시가 되자 부산스러워지기 시작했다. 아프가니스탄 현지인 378명을 실은 공군 다목적 공중급유수송기 KC-330 ‘시그너스’ 1대가 도착했기 때문이다. 수송기는 수도 카불에서 새벽 파키스탄 이슬라마바드 공항을 거쳐 인천으로 도착했다.

공항에 들어선 현지인들의 표정은 다소 어두웠다. 히잡 등 이슬람 전통 의상을 입은 이들은 가족 단위로 붙어있으면서 몰려든 취재진들의 눈을 애써 피했다. 입국자들 중에는 어린아이들도 눈에 띄었다. 아이들은 상황이 이해가 되지 않는지 팔 한가득 인형을 든 채 호기심 어린 눈으로 공항 내부를 둘러봤다.

비교적 차분한 분위기가 이어졌지만, 일부 시민단체 회원이 아프가니스탄 입국자를 환영하는 팻말을 들기도 했다. 활빈단 측은 “아프가니스탄 입국자들은 우리를 도왔기 때문에 우리도 이들을 도와야 한다”고 주장했다.

앞서 정부는 아프가니스탄 현지인 391명을 국내로 이송하기 위해 시그너스 1대와 C-130J ‘슈퍼 허큘리스’ 2대를 현지에 긴급 투입한 바 있다. 슈퍼 허큘리스 2대는 이슬라바마드 공항에 남은 13명의 몸 상태와 현지 상황을 고려해 향후 출발할 예정이다.

입국 대상자는 아프가니스탄에서 한국 정부 활동을 지원해 온 현지인 직원들과 배우자, 미성년 자녀, 부모 등으로 구성됐다. 이들은 한국 대사관과 KOICA, 바그람 한국병원, 바그람 한국직업훈련원, 한국 지방재건팀에서 근무했다.

하지만 이달 중순 무장 세력 탈레반이 카불까지 점령하고, 사실상 아프가니스탄 정부를 무너트리자 이들의 신변에도 문제가 발생했다. 이에 정부는 국제사회의 일원으로서 도의적 책임을 지겠다며 이들을 국내로 이송했다. 다만 난민 신분이 아닌 우리 정부를 도운 ‘특별공로자’ 자격으로 대려왔다.

한편 특별공로자들은 인천공항에 도착한 후 코로나19 바이러스 CPR 검사 등의 방역 절차를 거쳤다. 음성이 확정되면 충북 진천 국가공무원 인재개발원에 마련된 숙소로 이동할 예정이다. 숙소에서 6~8주간 생활한다. 법무부는 이들이 장기 체류할 수 있도록 시행령을 개정하겠다는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