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패트롤

추석 앞둔 ‘신장전통시장’, 재난지원금 지급에도 한산 “물가 상승 손님도 상인도 부담, 추석 대목은 없을 듯”

[르포] 전통시장 상인들 “4% 경제성장률? 우린 포함 안 됐겠죠”

2021. 09. 09 by 선초롱 기자

[뉴스포스트=선초롱 기자] “재난지원금에 기대를 걸고는 있지만 거리 두기 4단계가 유지되는 이상 올해 추석 장사도 쉽지 않을 거예요.” 경기도 하남에 위치한 신장시장에서 떡집을 운영하는 박 모 씨(41)가 꺼낸 말이다.

9일 하남 신장전통시장에서 손님들이 반찬가게에서 물건을 구입하고 있다. (사진=뉴스포스트 선초롱 기자)
9일 하남 신장전통시장에서 손님들이 반찬가게에서 물건을 구입하고 있다. (사진=뉴스포스트 선초롱 기자)

9일 오전 11시경 뉴스포스트 취재진이 방문한 신장시장은 한산한 모습이었다. 한 시간여 동안 시장 곳곳을 돌아다니며 상황을 살폈지만, 물건을 진열하고 정리하는 상인이 더 많은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손님으로 보이는 이들은 20여 명 정도가 다였다.

‘재난지원금 지급에도 전통시장을 찾는 고객은 없느냐’고 묻는 기자의 질문에 과일가게를 운영하는 김 모 씨(45)는 “지난해 코로나 이후부터 손님의 발걸음이 급격히 떨어지기 시작했습니다. 위생적이지 않다는 인식이 여전한 탓이죠. 저희 나름대로 방역도 철저히 하고는 있지만 쉽지 않네요. 재난지원금 지급에 기대를 하고는 있지만, 작년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 같습니다”라며 씁쓸한 웃음을 지었다.

올해 추석 차례상차림은 전통시장에서 준비해야 비용을 절약할 수 있다는 기사에 대해 설명했지만, 이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상인은 많지 않았다. 김 씨는 “코로나19 여파로 가족들이 모여 추석을 보내지 않는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어요. 백신 접종자가 포함되면 8명까지 모여도 된다고는 하지만 조심스러울 것 같아요. 저부터도 그렇고요”라고 말했다.

수산물을 판매하는 장 모 씨(56)도 비슷한 입장이다. 그는 “재난지원금을 추석 상차림에 사용할 것 같지는 않아요. 사용처도 다양하고. 지금 이 시국에는 음식 배달에 주로 사용되지 않겠어요?”라며 반문했다.

최근 한국은행은 올해 연간 경제성장률이 목표치인 4.0%에 근접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지난 7월부터 시작된 코로나19 4차 대유행에 대해서도 소비 충격이 제한적이고 수출 회복세를 보여, 전반적인 경제 성장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이 같은 경제 상황을 전통시장 상인들도 공감하고 있을까.

떡집을 운영하는 박 씨는 “뻔히 보이잖아요. 안 그래도 전통시장은 발길이 줄고 있고, 코로나 이후 더 타격을 받고 있어요. 저런 경제성장률에는 우리 같은 자영업자들은 포함되지 않은 것 같네요”라고 말했다. 거리 두기 4단계 이후 더욱 상황이 안 좋아졌다는 말도 덧붙였다.

9일 하남 신장전통시장에서 수산물을 판매하는 가게 앞에 손님이 주문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포스트 선초롱 기자)
9일 하남 신장전통시장에서 수산물을 판매하는 가게 앞에 손님이 주문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포스트 선초롱 기자)

특히 물가 상승은 상인들의 발목을 잡고 있었다. 올해 폭염, 집중호우, 조류인플루엔자·아프리카돼지열병 등 악재가 물가 상승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8일 기준 쌀(20kg) 소매가격은 5만 7,580원으로 1년 전(5만 620원) 대비 12.0% 올랐고, 계란(특란 30개)의 소매가격은 6,586원으로 1년 전(5,606원)보다 14.8% 증가했다. 상추(4kg) 소매가격도 7만 2,380원으로 1년 전보다 54.9% 상승했다. 이 같은 물가는 추석을 앞두고 재난지원금도 지급된 상황이라 더욱 오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시장 내 반찬가게에서 만난 전 모 씨(35)는 “급격히 오른 물가 때문에 장 보는 것도 겁이 나요. 재난지원금을 생활비에 보태고는 있지만, 최대한 아껴서 써야 할 것 같아요. 물가 상승은 상인분들한테도 부담일 것 같네요”라고 말했다.

손님들의 우려처럼 상인들의 얼굴에는 근심이 가득했다. 채소가게를 운영하는 권 모 씨(48)는 “물가가 전반적으로 다 올랐어요. 추석을 앞두고 있어서 더 오르는 것 같네요. 손님들의 부담이 커지니 저희도 덩달아 힘이 듭니다”라고 말하며 쓰게 웃었다.

전통시장 상인들은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인한 거리 두기 상향 조치가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고 입을 모았다. 권 씨는 “거리 두기 4단계가 (전통시장에) 더욱 타격을 줬습니다. 깔끔하게 정비도 했지만, 이곳을 찾는 이들은 뜸하죠. 코로나가 풀리기 전까지는 계속 비슷할 것 같네요”라고 덧붙였다.

9일 하남 신장전통시장의 한산한 모습. (사진=뉴스포스트 선초롱 기자)
9일 하남 신장전통시장의 한산한 모습. (사진=뉴스포스트 선초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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