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드코로나

정익중 이화여자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인터뷰 코로나19 방역 희생양인 아이들, 정작 목소리 못내 등교 중단에 돌봄, 학습, 사회관계에 부정적 영향 긴급 돌봄 정책, 실효성 의문…다수가 혜택 못 받아 돌봄은 사회의 생산성을 높이는 기초...보편성 필요

[위드코로나]⑧ 정익중 교수 “돌봄의 사회적 가치 높여야 공백 사라진다”

2021. 10. 15 by 홍여정 기자

뉴스포스트는 앞선 <팬데믹 줌인> 기획을 통해 코로나19의 그늘에 갇힌 사람들을 만났다. 그들이 바라는 것은 코로나19의 종식이 아니었다. 단지 먹고사는 문제에서 조금 더 자유로울 수 있기를 희망했다. 바이러스가 인류의 동반자로 자리 잡았지만, 그날 벌어 그날 사는 서민들은 무엇을 준비해야 할지 살필 겨를이 없었다. 코로나 이후 찾아올 변화를 제대로 인식하지 않는다면 일상 회복은커녕 오히려 양극화가 심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이에 본지는 우리가 당면한 위드코로나 상황을 진단하고, 나아가야 할 방향이 무엇인지 논의해 본다. -편집자주-

< 글 싣는 순서 >
① 박주헌 동덕여대 경제학과 교수 인터뷰 – 기후위기
② 박남기 광주교육대학교 교수 인터뷰 - 교육
③ 윤동열 건국대학교 경영학과 교수 인터뷰 – 일자리
④ 이윤석 한국금융연구원 박사 인터뷰 – 재정정책
⑤ 홍윤철 서울대 의과대학 교수 인터뷰 - 방역
⑥ 김인만 부동산경제연구소 소장 인터뷰 - 부동산
⑦ 홍선미 한신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인터뷰 – 복지
⑧ 정익중 이화여자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인터뷰 – 아동돌봄
⑨ 김윤 서울대 의과대학 교수 인터뷰 - 백신패스


[뉴스포스트=홍여정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은 우리나라 아동 돌봄 체계의 사각지대를 마주하는 계기가 됐다. 학교가 멈추면서 돌봄 공백이 생겼고 그 부담은 고스란히 각 가정이 떠안았다. 부모가 돌봄을 할 수 없는 상황에 조부모, 이모, 삼촌 등 친족이 돌봄에 동원되기도 했다. 다만 그런 상황조차 안되는 아이들은 돌봐주는 이 없이 집안에 홀로 남겨지는 경우가 많았다.

정익중 이화여자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사진=정익중 교수 제공)
정익중 이화여자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사진=정익중 교수 제공)

방임에 의한 안전사고, 아동학대 등 코로나19 이후 돌봄 공백으로 인한 문제가 발생하자 정부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긴급 돌봄 서비스, 가족 돌봄 휴가 제도 등의 정책을 내놨다. 하지만 돌봄 수요자인 학부모들의 의견은 엇갈린다. 각 가정 상황에 따라 정책의 혜택을 보기도, 보지 못하기도 하기 때문. 이에 전문가들은 코로나19 이후 돌봄 정책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기도 한다. 

코로나와 함께 살아가는 시대를 준비하는 지금, 우리나라 아동 돌봄 체계는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까. 뉴스포스트는 정익중 이화여자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에게 ▲코로나19가 아동에게 미치는 영향 ▲돌봄 공백으로 인해 발생하는 사회 문제 ▲위드 코로나 시대, 돌봄 체계의 방향성 등과 관련해 이야기를 나눴다. 인터뷰는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서면 인터뷰로 진행했다.

- 코로나19는 아동에게 어떤 영향을 줬나.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학교를 가지 못한 부분이 가장 영향이 컸다. 학습 외에도 돌봄, 친구나 교사와의 사회적 관계 등에 있어서 많은 어려움을 겪게 됐다. 끼니를 챙기지 못하는 아이들도 있었다. 이런 어려운 상황일수록 공공기관은 끝까지 열었어야 했다. 그러나 모범을 보인다면서 제일 먼저 닫았고, 그로 인한 부정적인 영향을 아이들이 가장 먼저 받고 있다. 지금 피해를 입은 집단들은 집단행동을 통해 목소리를 내고 있지만 아이들은 그러지 못하고 있다. 목소리를 내지 못한다고 피해가 적은 것이 아니라, 피해는 가장 컸을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한다.

- 돌봄 공백으로 인해 발생하는 사회 문제는 어떤 것이 있나.

돌봄 공백은 가정이나 국가에서 행하는 학대라고 생각한다. 방임도 학대다. 가정 내에서 돌봄이 이뤄지지 않은 것, 국가를 통해서 돌봄이 제공되지 않은 것도 학대로 볼 수 있기 때문에 그런 의미에서 아이들이 학대에 준하는 피해를 받지 않았을까.

- 정부는 아동 돌봄 공백 해소를 위해 아동 돌봄 쿠폰, 긴급돌봄(보육), 가족 돌봄 휴가 등의 정책을 내놨다. 코로나 이후 정부 정책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는가.

코로나19로 돌봄은 온전히 가정으로 내맡겨졌다. 아이를 가정에서 돌볼 수 있는 여력이 되는 가정에서는 심각한 문제가 아니었을 수 있다. 차라리 관계가 더 좋아지는 계기였을 수도 있다. 코로나19로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같이 얘기하고 식사하는 자리가 늘어났으니까. 그런 사람은 굉장히 소수일 것이다. 반면 갑자기 돌봄을 떠맡게 되면서 제대로 돌봄을 제공하지 못하거나, 스트레스로 인해 학대로 이어지는 등의 문제로 연결됐던 사례가 더 많지 않을까 생각이 된다. 그로 인한 피해는 아이들이 고스란히 지는 셈이다.

돌봄 정책의 혜택을 받은 사람과 받지 못한 사람 중 어디가 더 많을까. 재택근무, 가족 돌봄 휴가를 사용할 수 있는 직업을 가진 일부의 사람들만이 혜택을 받았을 것이다. 일용직이나 자영업을 하시는 분들은 아예 생각조차 할 수 없는 거다. 정책의 실효성이 없을 뿐만 아니라,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사람이 소수였다.

코로나19의 확산으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시행되면서 유치원 등원 인원도 축소됐다.  사진은 기사내용과 무관함 (사진=뉴스포스트 홍여정 기자)
코로나19의 확산으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시행되면서 유치원 등원 인원도 축소됐다.  사진은 기사내용과 무관함 (사진=뉴스포스트 홍여정 기자)

- 코로나19로 인한 돌봄 공백으로 취약계층이 힘들었다는 보도가 많았다.

가정에 있는 아이들, 시설에 있는 아이들, 한 부모 가정의 아이들 모두 피해를 봤다고 생각한다. 거의 모든 가정이 학교나 돌봄 기관을 통해서 돌봄의 일부를 제공 받아왔다. 일명 사회적 돌봄이 제공됐는데 이게 무너지다 보니 생활이 불편해지고 아이들도 상처를 입는 등 돌봄 위기가 발생한 것이다. 돌봄 공동체가 남아있었다면 이 정도까지 문제가 크지 않았을 것이다. 이런 팬데믹 상황에서 사회적 돌봄이 이뤄질 때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고민하지 않았기 때문에 문제가 더 커진 것으로 생각한다.

시설에 있는 아이들의 경우 예전 같으면 자원봉사자가 오거나 다른 외부 기관을 방문해 체험하는 기회가 많았는데 그런 것들이 다 불가능해진 상황이다. 코로나19 방역 조치는 아이들이 희생양인 셈이었다. 아이들이 방역에 소홀할 것이라는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아이들은 마스크를 안 쓰고 손 안 씻고 하면 큰일나는 줄 안다. 어른들보다 잘한다. 그런 건 가르치면 될 문제였다. 그런데 그냥 못 오고, 못 이용하게 만든 것이다. 이제는 아이들의 문제부터 해결해야 한다.

이외에도 돌봄을 제공하는 사람들도 굉장히 힘들었다. 지역아동센터 교사, 방과 후 돌봄 교사 이런 직업들. 이분들은 돌봄으로 생계를 유지하는데, 도대체 어떻게 버텨냈을까. 이런 부분을 생각하면 학교는 문 닫지 말고 유지하는 게 좋지 않았을까 생각이 든다.

- 돌봄 공백을 잘 대응했던 해외 사례가 있다면.

해외의 경우 학교 자체를 닫아버리는 사례는 거의 없었다. 또한 학교를 닫았을 경우 시행되는 긴급 돌봄을 의료진 등 필수 노동자 자녀를 중심으로 이용하게 했다. 그 외의 사람들은 재택근무로 아이를 돌볼 수 있게 했다. 사회적 돌봄이 어렵다면 그런 식으로 진행한 것으로 알고 있다.

- 초등학교 저학년 돌봄 공백이 문제가 되기도 했다. 이 나이대의 자녀를 둔 학부모들의 가장 큰 걱정은 방과 후다. 지금처럼 사교육으로 돌봄 공백을 해소하는 대안밖에 없는 것인가.

코로나19로 학교는 문을 닫았는데 학원은 유지가 됐다. 교육 격차가 커질 수밖에 없는 구조를 만들어버린 셈이다. 어떤 아이들은 글도 제대로 못 읽지만, 어떤 아이들은 선행 학습을 미친 듯이 한다. 일부는 이 시기가 학습 진도를 뺄 수 있는 좋은 시기라고 생각하기도 한다.

학교를 다닌다는 것만으로도 교육적인 효과가 있는 것인데 그럴 상황이 아니었다면, 도움이 필요한 아이들만이라도 지원을 하면 좋지 않았을까 생각이 든다. 지도가 필요한 아이들만이라도 학교에 나올 수 있게 해야 한다. 교육계에서 이런 부분에 대한 고민을 해야 한다.

- 외벌이 가정이어서, 고소득이란 이유로 공적 돌봄 서비스를 못 받는 아이들도 있다. 돌봄을 차별하면 안 된다는 의견도 있는데 이에 대한 생각은.

‘보편 돌봄’으로 하는 게 맞다. 그러나 지금까지는 돌봄과 관련된 내용들이 부족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기준을 둘 수밖에 없었다. 그러다 보니 어떤 아이들은 이용하면서 창피함을 느끼기도 한다. 소득 기준이 있었기 때문에. 이런 부분들을 해결하기 위해 보편 돌봄이 필요하다. 급식의 경우 필요한 사람을 지원하는 것에서 지자체마다 다르지만 의무 급식으로 변했다. 돌봄이 필요하다면 모든 사람에게 제공되어야 한다.

- 돌봄 수요에 비해 공급이 적다는 지적이 많다. 그 이유는 무엇인가.

돌봄에 대한 사회적 가치가 너무 낮기 때문이다. 지금의 구조는 돌봄의 많은 부분을 여성이 하고 있고, 여성이 모여 있어 임금이 낮다. 가장 낮은 임금을 주고 땜질하는 것처럼 진행하고 있다. 이를 교육 영역처럼 국가가 나서서 모범 고용주로서 역할을 충실히 해야 한다.

돌봄에 대한 인식도 변해야 한다. 일반 국민들도 본인이 돌봄을 할 때는 굉장히 힘들다고 이야기하면서, 돌봄을 큰 비용을 주고 한다면 부정적으로 본다. 한 명이 아니고 여러 명의 아이를 돌보는 전문가다. 이에 맞는 월급과 처우를 지급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능력 있고 좋은 분들이 진입할 수 없고, 인력이 없으니 유지가 어렵고, 자꾸 새로운 사람들이 들어오니 질 낮은 돌봄이 제공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변화를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 위드코로나를 준비하는 시점이다. 돌봄 영역에서 정부가 해야 할 역할에 대해 제언을 한다면.

정부도 이제 돌봄이 중요하다고 인식하고 있다. 그래서일까. 보건복지부, 교육부, 여성가족부 등 다양한 부처가 돌봄에 관여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부처별로 제각각이다. 가뜩이나 돌봄 기관이나 인력의 수도 부족한데 이걸 효율적으로 운영하지 못하다 보니 여러 문제가 발생하는 거다. 그래서 돌봄의 통합, 연계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부처를 넘어서서 지자체 단위에서 통합돼 조정될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어느 부처에서 얼마의 예산이 나오는 게 중요한 것이 아니다. 조례나 법률을 만들어 지자체별로 우리 지역에 돌봄이 필요한 아이들이 얼마나 되고, 그런 아이들에게 충분한 돌봄을 제공하기 위해 예산을 합쳐서 사용하는 등 제대로 운영되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2007년부터 나온 의견이지만 여전히 부처를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 우리는 그런 경험이 없기 때문이다. 각각 정산 구조이기 때문에 부처를 넘어서서 협업이 잘 안된다. 그걸 넘어서야 한다. 각 지역의 수요와 공급은 그 지역에서 결정하고 부처에서 나오는 돈 다 합쳐서 한 파이에서 운영할 수 있는 구조가 필요하다.

- 돌봄에 대한 부모들의 부담이 많다. 이 시대의 돌봄은 가정이 100% 다 책임져야 할 일인가.

가정에서 돌봄이 안 되는 것도 이상한 일이다. 하지만 지금은 가정에서 돌봄을 다 맡는 것이 불가능해졌다. 그렇다면 사회적 돌봄과 같이 가야 하는 것이 맞다. 처음에 보육도 각 가정에서 다 담당했다. 그러나 지금은 국가와의 공동책임이다. 돌봄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돌봄에 대한 부담은 결국 출산율 저하로 이어졌다. 예전에는 아이를 낳으면 직장을 그만두는 사람들이 많았지만, 지금은 초등학교 1학년 때 퇴직하는 사람이 많아졌다. 이 시기에 돌봄 공백이 생기기 때문이다. 여성의 경력단절은 성 평등 문제 등 여러 가지 파급효과를 가져온다. 이런 해묵은 현안을 해결하기 위해서 돌봄 문제 해결이 시급하다. 돌봄의 사회적 가치를 높여 아이를 믿고 맡길 수 있는 곳을 만들어야 한다. 그렇다면 일과 가정의 양립이 이뤄지고 사회의 생산성은 더 높아질 것이다.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돌봄이 부담이 되면 안 된다. 돌봄은 누구한테 떠맡기면 부담이지만 나눠서 진다면 부담이 아닐 수 있다. 가정과 국가가 같이 돌봄을 할 수 있는 구조가 필요하다. 가정에서 돌봄이 이뤄지기 위해서는 사회적 돌봄이 잘 갖춰져 있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국가의 돌봄도 굉장히 중요하다. 돌봄은 사회가 더 생산적이게 되는 기초라는 점을 정책 담당자나 국민들이 잘 안다면 긍정적인 방향으로 변하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


※ 정익중 이화여자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약력

학력
서울대학교 사회과학대학 사회복지학과 학사/석사
Ph.D. University of Washington (사회복지학)

경력
現 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現 법무부 여성아동정책심의위원회 위원장
現 한국청소년상담복지개발원 이사
前 여성가족부 정책자문위원회 위원
前 국가인권위원회 아동인권전문위원회 위원
前 국무조정실 아동정책조정위원회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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