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패트롤

‘서울 국제 항공우주 및 방위산업 전시회’ 개막 코로나에도 28개국 440개 업체 참가 역대 최대 규모 화려한 에어쇼와 많은 이들의 노고를 볼 수 있어

[서울 ADEX 2021 참관기] 블랙이글스도 사람의 땀으로 운용된다

2021. 10. 22 by 강대호 기자

[뉴스포스트= 강대호 기자] 대한민국 공군이 펼치는 인상적인 장면이 있었다. 지난 8월 14일 카자흐스탄에 묻혀 있는 홍범도(1868~1943) 장군의 유해를 한국으로 모셔와 8월 15일 대전 현충원에 안장했다. 장군의 유해를 모신 특별수송기가 우리 영공에 진입하자 대한민국 공군이 운용하는 모든 기종의 전투기들이 근접 엄호 비행했다. 

홍범도 장군의 유해를 발굴하고, 봉송하고, 안장하는 모든 과정이 인상적이었지만 우리 공군이 운용하는 수송기와 전투기들이 참여한 장면이 특히 인상에 남았다. 

“조국의 독립을 위해 평생을 헌신하신 홍범도 장군님의 귀환을 모시게 되어 영광입니다. 지금부터 대한민국 공군이 안전하게 호위하겠습니다. 충성!”

전투기 탑승자들의 경례가 뭉클하게 다가왔다. 일제강점기 열악한 병력과 무기로 제국주의 군대와 맞서 싸운 독립군들이 이 장면을 봤다면 얼마나 감개무량했을까 하고 생각했다. 목숨 바쳐 지킨 조국이 전투기까지 만들어 수출하는 나라로 발전했다고 감격하지 않았을까.

(2021. 10. 18) KC-330 다목적 공중급유수송기가 전투기 편대의 호위를 받으며 서울 ADEX 2021이 열리는 서울공항 상공을 비행하고 있다. (사진: 뉴스포스트 강대호 기자)
(2021. 10. 18) KC-330 다목적 공중급유수송기가 전투기 편대의 호위를 받으며 서울 ADEX 2021이 열리는 서울공항 상공을 비행하고 있다. (사진: 뉴스포스트 강대호 기자)

서울 ADEX 2021

홍범도 장군 유해 봉송 시 느꼈던 대한민국 공군의 실제 전력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행사가 열리고 있다. 지난 19일 화요일에 개막한 ‘서울 국제 항공우주 및 방위산업 전시회(이하 서울 ADEX)’에서다. 

서울 ADEX는 1996년 ‘서울 에어쇼’로 시작해 2009년부터 서울 ADEX(Seoul International Aerospace & Defense Exhibition)라는 이름으로 2년마다 열리고 있다. 명칭에서 보듯 공중 전력뿐 아니라 지상 전력 방위산업 분야까지 통합 운영되고 있다.

서울 ADEX는 국내 항공우주산업과 방위산업 생산제품의 수출 기회 확대와 해외 업체와의 기술교류를 꾀하기 위해 열린다. 올해는 28개국 440개 업체가 참가했고, 주최 측에 따르면 역대 최대 규모라고 한다. 

((2021. 10. 21) 서울 ADEX 2021 실내 전시장의 모습. (사진: 뉴스포스트 강대호 기자)
((2021. 10. 21) 서울 ADEX 2021 실내 전시장의 모습. (사진: 뉴스포스트 강대호 기자)

야외 전시장에는 FA-50, KT-1 등 국산 항공기와 K-2 전차, K-9 자주포 등 국산 지상 장비가 해외 국가와의 수출 협의를 위해 전시되고 있다. 공군 특수비행단 ‘블랙 이글스’를 비롯해 다양한 항공기의 축하 비행도 계획되었다. 

서울 ADEX는 10월 19일부터 23일까지 서울공항에서 열린다. 다만 22일 금요일까지는 관련 분야 관계자 대상으로 열리고, 일반인은 23일 토요일 하루만 관람할 수 있다.

창공의 에어쇼와 지상의 전시

서울 ADEX 하면 먼저 에어쇼가 떠오른다. 그래서일까 관련 업계 종사자 외 일반 관람객들의 관심은 하늘을 무대로 펼쳐지는 다양한 항공기의 비행으로 쏠리는 듯했다. 

제일 먼저 ‘KT-1’이 먼저 하늘을 날았다. 국내 최초 우리 기술로 만든 훈련기이다. 2000년에 공군에 1호기가 인도된 KT-1은 고등훈련기인 ‘T-50’ 개발의 밑거름이 되었다.

(2021. 10. 18) 시범 비행을 펼치는 T-50. 저속에서도 안정적인 기동을 할 수 있다. (사진: 뉴스포스트 강대호 기자)
(2021. 10. 18) 시범 비행을 펼치는 T-50. 저속에서도 안정적인 기동을 할 수 있다. (사진: 뉴스포스트 강대호 기자)

T-50도 하늘을 날았다. 우리 자체 기술로 개발한 국내 최초의 초음속 항공기다. 현재 고등훈련기로 활용되고 있고, 2011년에 인도네시아로 수출돼 세계 여섯 번째 초음속 항공기 수출국이 되었다. 이 항공기는 전투 입문 훈련기인 ‘TA-50’과 경공격기인 ‘FA-50’으로 개량할 수 있다.

이어 공군의 다양한 항공기가 축하 비행을 펼쳤다. FE-737 조기경보기와 KC-330 다목적 공중급유 수송기가 전투기 편대의 호위를 받으며 서울공항 상공을 지나갔다. 언뜻 홍범도 장군 유해 봉송 때 보았던 광경을 떠오르게 한다. 

(2021. 10. 18) FE-737 조기 경보기가 전투기 편대의 호위를 받으며 서울공항 상공을 비행하고 있다. (사진: 뉴스포스트 강대호 기자)
(2021. 10. 18) FE-737 조기 경보기가 전투기 편대의 호위를 받으며 서울공항 상공을 비행하고 있다. (사진: 뉴스포스트 강대호 기자)

대한민국 공군 특수비행팀 ‘블랙 이글스’가 피날레를 장식했다. 블랙 이글스는 T-50을 곡예비행에 적합하게 개조한 항공기다. 정확한 기종은 ‘T-50B’이고, 흰색과 검은색 그리고 노란색으로 도색한 모습이 푸른 하늘과 잘 어울린다.

말 그대로 곡예비행이었다. 대형을 갖춰 나란히 비행하는 것은 기본이고 아찔한 교차 비행을 여러 차례 선보였다. 전투기가 지나간 후에야 들리는 엔진음이 그 속도를 실감하게 해주고 온몸을 꿰뚫는 듯한 굉음이 그 위력을 느끼게 해주었다. 

(2021. 10. 18) 대한민국 공군 특수비행티 '블랙 이글스'의 비행. (사진: 뉴스포스트 강대호 기자)
(2021. 10. 18) 대한민국 공군 특수비행티 '블랙 이글스'의 비행. (사진: 뉴스포스트 강대호 기자)
(2021. 10. 18) 대한민국 공군 특수비행티 '블랙 이글스'의 비행. (사진: 뉴스포스트 강대호 기자)
(2021. 10. 18) 대한민국 공군 특수비행티 '블랙 이글스'의 비행. (사진: 뉴스포스트 강대호 기자)

에어쇼가 펼쳐지는 아래에는 대한민국 공군과 미국 공군 항공기들이 전시되었다. 주최 측에 따르면 68종 79대의 항공기가 야외 전시장에 펼쳐졌다. 

거기에는 1953년 우리 공군 주도로 개발한 최초의 군용기인 ‘부활호’와 6·25 때 우리 공군의 주력기로 활약한 일명 ‘무스탕’, ‘F-51D’도 전시되어 있었다. 지금의 초음속 전투기와 비교하면 빈티지한 모습이지만 우리 공군의 주력으로 호령하던 시절이 있었을 것이다. 

이외에도 F-4E, F-5E, KF-16, F-15K, F-35A 등이 대한민국 공군이 운용하는 전투기들도 전시되었다.

​(2021. 10. 18) C-130J 수송기. 아프가니스탄 특별기여자들을 구조한 미라클 작전에 다녀온 항공기다. 사진의 군인은 조종사 김동준 대위로 미라클 작전에 참여했다. (사진: 뉴스포스 강대호 기자)
​(2021. 10. 18) C-130J 수송기. 아프가니스탄 특별기여자들을 구조한 미라클 작전에 다녀온 항공기다. 사진의 군인은 조종사 김동준 대위로 미라클 작전에 참여했다. (사진: 뉴스포스 강대호 기자)
(2021. 10. 18)  C-130J 수송기의 승무원인 (왼쪽부터) 최성오 중사와 강동준 상사. 아프가니스탄 특별기여자들을 구조한 미라클 작전에 다녀왔다. (사진: 뉴스포스트 강대호 기자)
(2021. 10. 18) C-130J 수송기의 승무원인 (왼쪽부터) 최성오 중사와 강동준 상사. 아프가니스탄 특별기여자들을 구조한 미라클 작전에 다녀왔다. (사진: 뉴스포스트 강대호 기자)

미디어의 카메라들과 관람객의 눈들이 공중의 에어쇼와 지상의 전투기로 향했을 때 상대적으로 관심을 덜 받는 커다란 항공기들이 있었다. 전투기들 맞은편에 전시한 수송기들이다. 그중 한 항공기가 눈에 익었다. 아프가니스탄 특별기여자 구조 작전에 투입된 ‘C-130J 슈퍼 허큘리스(Super Hercules)’였다. 

“전시된 이 수송기가 아프가니스탄에 다녀온 그 항공기입니다. 저희도 그 작전에 참여했습니다.”

조종사와 승무원들이 관람객들에게 항공기에 관해 설명해 주고 있었다. ‘미라클 작전’에 관해 물어보니 수송기 조종사와 승무원들의 얼굴이 자부심으로 가득하다. 눈으로 직접 본 수송기는 백 명 정도를 태우기는 좁아 보였다. 그래서 공군의 노고가 더욱 크게 와닿았다.

(2021. 10. 21) KC-330 다목적 공중급유수송기. (사진: 뉴스포스트 강대호 기자)
(2021. 10. 21) KC-330 다목적 공중급유수송기. (사진: 뉴스포스트 강대호 기자)

허큘리스 옆에는 ‘시그너스(Cygnus)’라는 별칭으로도 불리는 ‘KC-330 다목적 공중급유 수송기’도 전시되어 있었다. 홍범도 장군 유해 봉송과 미라클 작전 때 이용한 항공기와 같은 기종이다.

“보통 공중급유기로 알려져 있는데요. KC-330은 MRTT(Multi-Role Tanker Transport)입니다. 급유기로도 쓰이지만 ‘미라클 작전’처럼 수송기 용도로도 쓰입니다. 

이번 전시회에 참여한 조종사 조두산 대위와 정비사 김동우 중사의 말을 종합했다. 이들은 지난 7월 코로나19에 집단 감염된 청해부대원들을 후송한 ‘오아시스 작전’과 지난 9월 하와이에서 6·25 전사자 유해를 봉송하는 임무에 참여했다고 한다.

현장 군인들의 노고를 볼 수 있는 전시회

서울 ADEX는 항공기 등 공중 전력뿐 아니라 지상 전력 관련 방위산업 전시회이기도 하다. 그래서 야외 전시장 한쪽에는 육군이 보유한 국산 장비들도 전시되어 있다. 

(2021. 10. 18) K-9 자주포. (사진: 뉴스포스트 강대호 기자)
(2021. 10. 18) K-9 자주포. (사진: 뉴스포스트 강대호 기자)
(2021. 10. 18) K-2 전차. 일명 '흑표'. (사진: 뉴스포스트 강대호 기자)
(2021. 10. 18) K-2 전차. 일명 '흑표'. (사진: 뉴스포스트 강대호 기자)

세계 최고 수준의 기동력과 충격력을 가졌다는 K-2 전차는 흑표라는 별칭처럼 용맹스럽게 생겼다. K-9 자주포도 실물을 직접 보니 그 위용이 대단하다.

이외에도 31종 34대의 지상 장비가 전시되었다. 특별히 이 장비들을 운용하는 부대에서 파견 나온 장병들이 직접 설명을 해준다.

언론과 관람객의 관심은 어쩌면 창공을 나는 전투기들에 쏠리고 있는지 모른다. 하지만 국민의 의무를 위해 혹은 신념을 지키기 위해 군인이 된 젊은이들이 묵묵히 임무에 임하는 모습도 많이 볼 수 있는 전시회이다. 첨단 무기와 장비도 사람의 땀과 눈물로 만들어지고 운용된다는 것을 알 수 있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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