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 CDU, 최대 냉각 용량 650kW로 고발열 대응 적합"
"통합 에너지 솔루션 지향…구독·유지·서비스 사업 키울 것"
"AI가 온도, 이산화탄소 농도 자동 조절…공기 순환해 효율↑"
"전기료 저렴한 밤에 얼음 생산해 낮에 녹여 찬 공기 공급"
[뉴스포스트=최종원 기자] 8일 오후 서울 강서구에 위치한 LG사이언스파크. 부지 규모만 축구장 24개 크기인 17만㎡(약 5만4000평)에 달하는 국내 최대 규모 융복합 연구단지다. 연면적은 111만여㎡로 여의도 총면적의 3분의 1이며, 서쪽 끝인 W9동에서 동쪽 끝 E13동까지 도보 12분이 걸릴 정도로 거대한 규모를 자랑한다.
사이언스파크에는 LG전자를 포함해 LG디스플레이, LG이노텍, LG화학, LG에너지솔루션, LG생활건강, LG유플러스 등 계열사 연구개발(R&D) 조직과 협력사, 스타트업 등을 포함해 총 2만5000여명이 근무하고 있다.
LG전자는 올해 초 사이언스파크 내 연구동을 증설하며 서울 소재 단일 회사 기준 최대 규모의 R&D센터를 갖게 됐다. LG전자 연구동은 10개(W1~W10)이며 R&D 인력 약 1만명이 집결해 여러 시너지를 창출하고 있다.
LG전자의 주력은 가전·TV 등 하드웨어 사업이지만, 논하드웨어에 해당하는 솔루션 사업도 적극 키우고 있다. 올해 신설된 ES사업본부는 냉난방공조(HVAC) 솔루션을 글로벌 시장에 공급할 포부로 이곳 사이언스파크에서 연구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매출 비중은 아직 13% 정도지만 시장보다 2배 이상 빠르게 성장한다는 전략이다.
HVAC는 에어컨·공기청정기·제습기 등의 가정용 제품을 넘어 중앙공조시스템 등 산업 범용으로 범위가 확장하고 있다. 특히 인공지능(AI) 발전으로 미래엔 데이터센터 수요가 더욱 폭증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데이터센터 발열을 잡을 냉각 솔루션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CDU 및 구독 사업 축으로 시장보다 2배 빠르게 성장"
LG전자는 이날 LG사이언스파크에서 열린 HVAC 사업 기자간담회에서 데이터센터 냉각의 핵심인 CDU(냉각수 분배 장치)를 전시했다. 창원 LG전자 공장에서 해당 CDU를 활용하고 있는데, 이날 전시를 위해 창원에서 사이언스파크까지 직접 조달했다는 후문이 들렸다.
LG전자가 개발한 CDU는 최근 준공을 확정한 울산 AI데이터센터 등 하이퍼스케일(초대형) 데이터센터에 적합한 수랭식이다. 수랭식은 아마존, 엔비디아 등 인프라와 호환이 쉽고 CDU와 연동도 용이하다. 최대 냉각 용량은 650kW로 고발열 대응에 적합하고, 가상센서 기반 제어인 ASL과 AI 기반 발열 예측도 가능하다. 창원 공장에 해당 솔루션을 적용하는 등 현장 적용성도 뛰어나다는 평가다.
소형 데이터센터에 적합한 액체 냉각도 소개한 가운데, 버티브·슈나이더 등 경쟁 기업 대비 진입이 늦은 만큼 시장보다 빠르게 성장한다는 복안이다. 이재성 ES사업본부장은 "액체 냉각 솔루션 R&D에 박차를 가해왔고 거의 개발이 마무리돼서 하반기에는 신뢰성 검토를 마치고 상용화를 끝낼 것"이라며 "내년엔 고객사 공급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궁극적으로는 모든 과정을 관리하는 통합 에너지 솔루션을 지향해 다양한 고객·지역에서 요구하는 맞춤형 제품과 서비스를 출시한다는 포부도 밝혔다. 이 본부장은 이 본부장은 "컴프레셔(압축기), 열교환기, 팬, 모터, 인버터 등 5대 코어테크 기술에 LG전자는 AI, 냉각 솔루션 기술을 포함한 7대 코어테크 기술로 북미·유럽 주거 환경에 맞는 현지 완결형 전략을 구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비하드웨어 영역인 구독, 유지, 서비스 사업도 더욱 키울 방침이다. 이 본부장은 "칠러(냉방기)는 비싼 가격때문에 구매가 망설여질 수 있는데 유지·보수까지 연계하는 구독 판매를 할 수 있다"며 "고장나기 전에 예지하는 것도 중요한데 회사는 이런 부분을 챙겨 판매보다 많은 매출을 유지·보수에서 창출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이언스파크에 HVAC 솔루션 적용 "2030년 매출 20조원 목표"
사이언스파크의 HVAC 시스템을 체험하는 일정도 진행됐다. 김승협 LG전자 책임은 통합관제실에서 "심장이자 두뇌인 이 관제실에서 건물에 공기, 온도, 조명을 사람 개입 없이 자동으로 조절할 수 있다"며 "에너지 사용 빈도를 AI가 분석해 외부에서 공기가 들어오면 차갑게 식히고, 일부 공기는 순환시켜 에너지 효율을 높여 연간 수십억원을 절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책임은 또 "더운 날씨에 바닥부터 시원한 공기를 공급하는 대신 천장 등 사람이 닿지 않는 구간은 냉방을 하지 않고, 미세먼지는 위로 올라가게 하는 친환경적인 제어가 가능하다"며 "외기주화기에 신선한 외기를 공급해 실내에 필요한 이산화탄소 농도를 맞추고 실내 공기도 재순환시키고 있다"고 덧붙였다.
최준원 LG전자 책임은 기계실에서 에너지 효율이 13% 개선된 자사 냉동기를 소개했다. 최 책임은 "열 교환기 내부로 냉수가 순환되고 차가워진 공기를 실내에 공급하며, 온도가 높아진 냉수는 다시 순환시키는 원리"라고 설명했다. 냉동기마다 압축방식의 차이는 있지만 냉수를 생산해 바람을 불어주는 공기조화기로 실내를 차갑게 하는 방식은 비슷하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전기료가 비교적 저렴한 밤에 얼음을 생산해 저장하고, 전기료가 비싼 낮에 해당 얼음을 녹여 냉방하는 스크류 냉동기도 소개했다. 최 책임은 "22시부터 다음날 8시까지 축열조 내부에 얼음을 얼려서 축적되면 주간시간대에 펌프 설비가 실내에 찬 공기를 공급한다"고 설명했다.
이날 LG전자는 궁극적으로 엔비디아 등 빅테크 기업에 해당 솔루션들을 공급해 2030년 매출 20조원을 달성하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이 본부장은 "데이터센터 분야에선 엔비디아가 강자고 자사도 인증 절차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며 "엔비디아를 넘어 칩, 서버 제작 업체까지 공급을 생각 중이며 마이크로소프트(MS) 등 빅테크와도 기술협력을 진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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