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생지원금 신청·지급 약 97% 완료
9월 22일부터 2차 민생지원금 지급
20~60대 남녀 국민 5인에게 묻다
상위 10% 선별 지원 두고 갈등 예상

새 정부가 집권 초부터 과감한 정책을 내세웠다. 전 국민을 대상으로 최소 15만원에서 55만원까지 소비쿠폰 형태로 민생회복지원금을 지급했다. 고물가와 경기 침체로 시름하던 소비자들과 자영업자·소상공인들에게는 반가운 소식이지만, 일각에서는 정책 효과와 실효성에 대한 의문도 제기되고 있다. 단순한 일회성 공약으로 끝날지, 아니면 보다 효과적이고 지속 가능한 '기본 사회' 구축의 시작점이 될 수 있을지. 재정 안정성을 확보하면서도 민생을 실질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방향성을 모색해 본다. -편집자 주-

(사진=뉴시스)
(사진=뉴시스)

[뉴스포스트=이별님 기자]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지난 13일 기준 '민생회복 소비쿠폰(이하 '민생지원금')' 신청자는 4893만 명으로, 지급 대상자의 96.7%를 기록했다. 신청 마감일은 내달 12일까지지만, 국민 대다수가 민생지원금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급액은 총 8조 8619억원이다.

'민생지원금'이 전국 곳곳에서 활발하게 사용되면서 정책에 대한 다양한 분석들이 나왔다. 전문가들은 공통적으로 민생지원금 지급으로 단기적인 내수 진작 효과를 일어났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포퓰리즘을 기반해 현금 또는 현금성 쿠폰 지급을 남발해서는 안 된다고 입을 모았다.

다만 세부적인 사안에 대해서는 이견을 보였다. 민생지원금 지급 방식에 대해 '선별적 지원'과 '보편적 지원'이 맞섰고, 선별적 지원 방식 역시 기준과 과정에 따라 다양한 논의가 나왔다. 재정건전성 문제에 대해서도 의견이 갈라졌다. 전 국민에 지급하면서 재정건전성 악화가 우려된다는 주장과 해당 우려가 과장된 측면이 있다는 반박이 맞섰다.

민생지원금의 정책 효과에 대해 결론이 나지 않은 가운데, 관련 논의는 더욱 활발하게 진행될 것으로 전망된다. 다음 달 22일부터 소득 상위 10% 제외한 나머지 국민들이 10만원을 추가로 지급받을 예정이다. <뉴스포스트>는 새로운 논의에 앞서 전문가가 아닌 평범한 국민들의 의견을 통해 정책을 되돌아봤다. 20~60대 사이 남녀 국민 5명에게 민생지원금에 대해 물어봤다.

40대 여성 김지원(가명) 씨는 '민생지원금'으로 가족과 값비싼 참치 요리 전문점에서 외식을 즐겼다. (사진=독자 제공)
40대 여성 김지원(가명) 씨는 '민생지원금'으로 가족과 값비싼 참치 요리 전문점에서 외식을 즐겼다. (사진=독자 제공)

 


"온라인에서도 사용했으면"


<뉴스포스트>가 만난 대한민국 국민 5명 대부분은 식비에 민생지원금을 사용했다. 40대 여성 김지원(가명) 씨는 값비싼 참치 요리 전문점에서 가족과 외식을 즐겼다. 20대 남성인 이무혁(가명) 씨는 식비 외에도 평소 마음에 들었던 브랜드 운동화를 구매했다. 청소년기 자녀를 둔 50대 남성 최성학(가명) 씨는 민생지원금으로 부담스러운 사교육비를 해결했다.

영유아 자녀를 둔 30대 여성 정미연(가명) 씨는 5명 중 유일하게 민생지원금을 사용하지 못했다. 그는 "9개월 아기를 키우다 보니 평소 소비가 대형마트 배달앱 위주로 이뤄지고 있는데, (민생지원금) 사용처는 전통 시장과 음식점 등으로 한정돼 있어서 사용할 기회가 없었다"고 토로했다.

정씨는 "(민생지원금 정책이) 자영업자 및 소상공인 지원이 목적이라는 것을 알고 있지만, 어린아이를 혼자 돌보는 제 입장에서는 사용처에 대한 아쉬움이 있다"며 "오프라인에서 이용하는 게 힘든 국민들을 위해 민생지원금 사용 방법을 더욱 다양화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60대 여성 박정은(가명) 씨는 배달앱으로 음식을 시킨 후 대면 결제로 '민생지원금'을 소진했다. 20대 남성 이무혁(가명) 씨는 '민생지원금'으로 평소 눈여겨 보던 운동화를 구매했다. (사진=독자 제공)
60대 여성 박정은(가명) 씨는 배달앱으로 음식을 시킨 후 대면 결제로 '민생지원금'을 소진했다. 20대 남성 이무혁(가명) 씨는 '민생지원금'으로 평소 눈여겨 보던 운동화를 구매했다. (사진=독자 제공)

앞서 정부는 민생지원금 사용불가 업종에 쇼핑몰과 배달앱 등 온라인전자상거래를 포함했다. 연 매출액 30억원 이하의 자영업과 소상공을 살리기 위한 조치이지만, 소비자들은 온라인에서도 민생지원금을 사용하기를 바라고 있다. 40대 여성 김씨는 "책 같은 경우 대기업 외에는 살 수 있는 곳이 거의 없는데, 인터넷에서 사용이 안 됐던 게 불편했다"고 말했다.

다만 배달앱의 경우 모바일로 음식을 주문하더라도 가맹점 자체 단말기를 사용해 배달 기사와 대면 결제하면 민생지원금 사용이 가능하다. 은퇴 후 가정주부로 지내는 60대 여성 박정은(가명) 씨는 평소에 자주 사용하던 배달앱의 카드 결제 시스템을 통해 민생지원금을 소진했다.


2030 vs 5060, 정책 만족도 달랐다?


민생지원금 정책에 대한 국민 5명의 전반적인 만족도는 세대별로 나뉘었다. 20대 남성 이씨는 "민생지원금에 대해 전반적으로 부정적이다"라며 "저소득층과 취약 계층 중점으로 정책이 진행됐으면 더 좋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 국민에게 최소 15만원이 지급되는 것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을 개진했다.

30대 여성 정씨는 코로나19 사태 당시 문재인 정부가 시행했던 긴급재난지원금과 민생지원금을 비교했다. 그는 "과거 재난지원금처럼 특수한 상황에서 소비 침체를 살리기 위한 것이라면 보편적 현금 지급 정책이 필요하다고 보는 입장"이라면서도 "이번 민생지원금은 현재 내수 침체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기 때문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반면 50대 남성 최씨는 민생지원금 정책에 대해 "소상공인과 서민들을 지원하는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지지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민생지원금을 빠르고 신속하게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지원금 역시 증액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수도권에 거주하는 최씨는 현재까지 15만원을 지급받았다.

60대 여성 박씨 역시 민생지원금 정책에 만족했다. 그는 "생활이 빠듯했는데 민생지원금 쿠폰을 받고 이번 달은 조금은 여유 있는 생활을 할 수 있게 됐다"며 "서민들의 생활에 도움이 되는 듯 하다"고 말했다. 정책에 아쉬운 점이 있냐는 질의에는 "소액의 지원금이라도 지원해 줘서 불만 없이 없다. 전반적으로 만족한다"고 답했다.

그 밖에도 40대 여성 김씨는 "외식비의 비중이 올라가는 여름에 시행돼 개인적으로 도움이 많이 됐다. 주변에 개인사업자 분들도 가시적으로 매출이 올라서 좋다고 하시는데, 추후에 정부 재정에 부담으로 오지 않을지 걱정이 된다"며 "주민센터에서 카드로 발급받을 경우 일부 사업장에서 IC카드 인식이 안돼 거부하는 일이 종종 있었다. 이를 미리 고지하고 개인 신용카드 포인트로 받는 것을 추천하면 좋을 거 같다"고 의견을 전했다.

내달 22일부터 소득 상위 10% 이상을 제외한 나머지 90%에게 10만원이 추가 지원되는 것에 대해도 의견이 갈렸다. 20대 남성 이씨는 상위 소득자에게 지원금 지급을 제외해야 한다면서도 선별 기준과 과정에 대한 논란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40대 여성 김씨와 60대 여성 박씨는 소득 상위 10%에게 추가 지급을 하지 않는 조치를 대체로 동의했다.

30대 여성 정씨는 예산 문제가 우려된다며 2차 지급 자체에 부정적인 입장을 전했다. 그는 "2차 지급을 굳이 진행해야 하는지 모르겠다"며 "추가경정예산을 어디서 채울 것인가에 대한 우려가 더 크다"고 말했다. 반면 50대 남성 최씨는 "세금을 내는 모든 국민들을 평등하게 대해야 한다"며 차등 지급에 대해 정면으로 반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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