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상의 ‘중장년 인력관리에 대한 기업실태’ 조사
5060 “정년연장 바라보는 경영자의 인식 대변한 것”
[뉴스포스트= 강대호 기자] 2016년 1월부터 근로자 300명 이상 사업장의 정년이 60세로 늘어났다. 300명 미만 사업장은 2017년 1월부터 의무화됐다. 그 전에는 정년 60세가 의무가 아닌 권고 사항이었지만 ‘고령자고용촉진법’이 개정되어 60세 정년이 의무화됐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정년 60세 의무화 5년을 맞아 지난 8월 9일부터 9월 10일까지 국내 대기업 138개사, 중소기업 162개사 등 총 300개 회사를 대상으로 ‘중장년 인력관리에 대한 기업실태’ 조사를 했다.
조사 내용은 중장년 인력관리 애로, 정년 60세 의무화에 대한 대응조치, 중장년 인력에 대한 인식, 65세 정년연장에 대한 의견, 65세 고용 연장 시 일자리 영향, 60세 이상 계속 고용 실태 등 여섯 분야였다.
조사 결과 분석
이번 응답 기업의 89.3%는 정년 60세 의무화로 중장년 인력관리에 ‘여전히 어려움 겪고 있다’고 답변했다. 그 이유는 높은 인건비(47.8%), 신규 채용 부담(26.1%), 저성과자 증가(24.3%), 건강·안전관리(23.9%) 순이었다.
‘정년 60세 의무화에 대한 대응조치’에 대해 응답 기업의 59.9%가 대상자를 인력관리 조치했다고 답했다. 그 방법은 임금피크제 도입(66.1%), 근로시간 단축이나 조정(21.4%), 조기퇴직 도입(17.5%), 인사제도 개편(16.3%) 순이었다. 이 외에 직무훈련 및 인식전환 교육(15.2%)을 하거나 중장년 적합직무 개발(10.7%)을 했다고도 답했다.
‘중장년 인력에 대한 인식’에 대해서는 응답 기업의 81.6%가 생산성이 젊은 세대와 비슷(56.3%)하거나 낮다(25.3%)고 답변했다. 젊은 세대와 비교해 생산성이 높다는 대답은 18.4%였고 임금은 근속 기간과 연령에 비례한다고 답했다. 생산성은 낮지만 임금은 높다는 분석이다.
‘65세 정년연장에 대한 의견’에 대해서는 응답 기업의 28.3%가 긍정적으로 보았지만 71.7%는 부정적으로 보았다. 부정적 의견을 낸 기업의 40.7%가 “청년실업이 심각한 상황에서 정년연장은 시기상조”라 답했고, 23.7%는 “고용 연장을 하더라도 정년연장 방식은 안된다”라 답했다. 한편 긍정적 의견을 낸 기업의 28%가 “고용 연장은 기업에 맡겨야 한다”고 응답했다.
‘65세 정년연장 시 일자리 영향’에 대해서는 응답 기업의 62%가 “일자리에 부정적 영향이 미칠 것”이라 답했다. 그 이유로 32.3%가 “기존 인력 고용 유지에 악영향 미칠 것”이라 했고, 29.7%가 “신규 채용 규모에 나쁜 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의견을 피력했다.
‘60세 이상 계속 고용 실태’에 대해서는 응답 기업의 43.7%가 “정년 60세 이후에도 계속 고용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그 방법으로 ‘계약직 등으로 재고용(95.4%)’하거나 계열사나 협력사로 이동(8.4%)시켰다. 다만 5.3%만 ‘60세 이상으로 정년연장’을 했다.
정년연장 때문에 중장년 인력관리가 어렵다는데
정년연장과 관련해 상공회의소가 조사한 결과만 놓고 보면 우리나라 기업들은 중장년 인력을 관리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듯하다. 가장 큰 이유로 높은 인건비(47.8%)를 꼽는다. 이 때문에 신규 채용이 영향을 받는다고(26.1%) 한다.
“회사 관점에서 보면 임원 아닌 50세 이상 직원의 임금이 상당합니다. 연봉 조정을 하지만 사실 연공서열에 따르기도 하거든요. 연봉을 낮추더라도 연차가 짧은 직원들과 비교해 많이 받는 건 사실입니다.”
대기업에서 수출을 담당하는 A 전무(56세)의 말이다. 그가 속한 사업 부문에 50대 팀장급 직원이 여럿이라고. 대기업 분위기상 임원 아닌 50대 직원이 버티고 있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고 A 전무는 덧붙였다.
“우리 회사에서 꼭 필요한 인재이니까 계속 쓰임을 받는 겁니다. 보통 50대 즈음 되면 다른 선택을 하곤 하는데 그때 회사에서 붙잡는 인재가 있습니다. 그런 분들은 평범한 임원보다 오히려 생명이 깁니다. 정년이 있으니까요. 임원은 언제 잘릴지 모르는 계약직일 뿐입니다.”
한편 정년 60세 의무화가 모든 50대 직원을 보호하지는 않는다. 55세 B씨는 대기업에서 해외 영업 전문가로 자리 잡은 부장급 직원이었다. 그에게 수년 전 위기가 닥쳤다.
“회사 분위기가 50대 부장급 직원들을 정리하는 분위기였어요. 제게는 20년 넘게 신뢰를 쌓아온 해외 고객이 많았는데 그런 점들을 강력히 어필했죠. 물론 나가서 관련 일을 시작해도 됐지만 그래도 회사 보호망에 있는 게 여러모로 좋잖아요. 하지만 회사도 사정이 있는지라 계열사로 옮기는 것으로 합의했습니다.”
대기업 계열사에서 계속 직장인의 길을 걷게 된 B씨는 그나마 행운일 것이다. 이번에 상공회의소 조사에 응답한 59.0%의 기업들이 정년 60세 의무화에 대응해 인력을 관리한다고 했고, 그중 3.9%를 계열사나 협력사로 이동시키는 대응을 한다고 답했다. B씨가 여기에 속한 것이다.
“처음에는 불만이 많았죠. 계열사라 해도 모회사와는 여러모로 처우가 달랐고 업무 관행도 달랐으니까요. 하지만 지금은 만족합니다. 그때 회사를 나가 사업을 벌인 옛 동료들만 보면 직장인인 지금의 모습에 만족합니다. 물론 정년까지 어떻게 될지 아직 모르지만요.”
정년이 60세로 법에 못 박혀 있어도 회사가 중장년 인력 관리에 부담을 느끼는 한 정년이 다가오는 직원들은 눈치를 보며 회사 생활을 할 수밖에 없는 듯했다.
경영자 입장만 반영한 조사는 아니었을까
대한상공회의소의 ‘중장년 인력관리에 대한 기업실태 조사’만 놓고 보면 우리 기업들은 큰 문제를 안고 있다. 무엇보다 정년 60세 의무화 이후 중장년 인력관리에 어려움을 겪는 데다 중장년 인력의 임금은 생산성에 비해 과도한 수준이라는 것이다.
이에 상공회의소는 65세로 정년을 연장하는 것은 시기상조라 제언하고, 임금을 합리화하기 위한 제도 개선이 선행되어야 한다고도 주장한다. 상공회의소로서 할 말을 한 것이다. 하지만 관점을 바꿔서 본다면 어떨까.
“상공회의소가 보내온 문항들을 보니 이미 답이 정해져 있었습니다. 상공회의소가 누구를 대변하겠어요? 회사 오너들이죠.”
이번에 대한상공회의소의 조사에 참여한 어느 중소기업 C 부사장(56세)의 말이다. 정년연장이 당장 재무제표에 영향을 끼치는 회사의 대표들에게 가려운 구석을 긁어주는 조사였다고 한다. 다른 한편으로는 취업난을 겪고 있는 MZ 세대와의 대립 구도를 형상화하려는 의도도 보였다고.
한편 상공회의소의 조사 결과를 본 50대 커뮤니티의 반응은 대체로 다음과 같다. 정년을 앞둔 직원들에게 ‘생산성 낮은데 임금은 높고 젊은이들의 기회를 빼앗는 걸림돌’이라는 프레임을 씌우려는 의도가 아닐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