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개발 혹은 중소규모 개발, 세운상가 주변 개발에 대한 관점
보존 혹은 재현, 근대건축물을 둘러싼 이견

[뉴스포스트= 강대호 기자] 올 초봄 무렵 시작한 〈도시탐구〉 연재가 한겨울을 맞이했다. 주로 강남 도심과 강북 도심의 옛 흔적을 찾거나 한강 인근의 변화를 다뤘다. 때로는 전차나 전당포 같은 도시문물을, 때로는 평양냉면이나 순댓국처럼 도시인들이 즐겨 찾는 먹거리를 탐구해 보기도 했다. 

지난 연재를 살펴보니 도시탐구의 과정은 도시 개발의 흔적을 찾아가는 여정과도 같았다. 땅값 비싸기로 유명한 강남 지역이 원래는 농촌이었다는 사실과 고급 아파트와 고층 건물로 둘러싸인 잠실이 원래는 한강의 섬이었던 사실을 다룬 게 그렇다. 그러고 보면 서울은 지금도 개발 중이다. 

서울 곳곳을 다니다 보면 건물이나 아파트가 새로 올라가는 곳이 많다. 혹은 개발이 예정된 곳도 많다. 청계천 인근 종로와 을지로가 특히 그렇다. 하지만 여러 의견이 부닥치는 충돌의 현장이기도 하다.

(2021. 10. 22) 서울 청계천 인근. 개발이 진행 중이다. (사진: 뉴스포스트 강대호 기자)
(2021. 10. 22) 서울 청계천 인근. 개발이 진행 중이다. (사진: 뉴스포스트 강대호 기자)

청계천 인근을 둘러싼 개발 이슈

오세훈 서울시장이 낙후된 지역을 바라보는 그의 시각을 잘 보여주는 말을 했다. 지난 11월 “세운지구를 보면 피를 토하고 싶은 심정”이라고 했다. 또한 “10년 전 계획대로만 실행했다면 서울은 지금 상전벽해로 바뀌었을 것”이라고도 말했다. 지난 임기(2006~2011) 중 마련한 ‘세운재정비촉진계획’에 미련이 남아있는 듯한 발언이었다.

그 계획은 종묘 앞부터 퇴계로까지 1km에 달하는 세운상가군과 주변의 낙후된 지역을 재개발한다는 계획이었다. 오시장은 또한 “종로, 청계천, 을지로, 퇴계로의 미래를 향한 계획을 내년 상반기까지 세우겠다”고 밝혔다. 시장이 결심했으니 서울시 공무원들은 이미 준비에 들어가지 않았을까. 아마도 2022년 중에 재개발 계획이 나올 전망이다.

오시장의 청계천 개발 계획은 그의 전임이었던 이명박 시절부터 구상된 것이다. 이 지역을 통으로 개발해 현대식 건물들로 채우려는 계획이었다. 그들은 여의도와 같은 현대식 업무시설로 가득한 도심을 기대했다.

하지만 실핏줄처럼 퍼져 있는 골목의 수많은 점포만큼이나 많은 지주의 의견을 모으기도 어려웠고, 한편으로는 지가 상승을 부추기는 투기 세력만 불러들였다.

(2021. 10.22) 서울 종로 세운상가의 연결 보도. (사진: 뉴스포스트 강대호 기자)
(2021. 10.22) 서울 종로 세운상가의 연결 보도. (사진: 뉴스포스트 강대호 기자)

이러한 도심 대규모 개발 패러다임은 박원순 시장 재임 시절에 바뀌었다. 박시장의 서울시는 ‘통개발’을 포기하고 중·소규모 개발 계획을 진행했다. 세운상가군을 유지하는 방향으로 도시재생사업을 실시했다. 

덕분에 청계천과 을지로 일대가 젊은 사람의 감성을 자극하는 곳으로 변했다. 노포를 활용한 레스토랑과 카페 등이 입소문이 났고 을지로는 ‘힙지로’라는 별명까지 얻었다. 물론 옛 구조를 그대로 두고 겉모습만 바꾸는 도시재생을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시각도 있다.

세운4구역은 개발 중

〈도시탐구〉는 지난 11월 철거를 앞둔 ‘세운4구역’을 찾았었다. 당시 이 지역 곳곳에는 ‘11월부터 철거 예정’이라는 플래카드가 붙어 있었다. 이미 다른 곳으로 이전한 점포도 많아 비어있는 건물들도 많았다. 하지만 골목 곳곳에는 아직 영업하는 점포들도 여럿 있었다. 그들은 시행사 측과 합의가 끝나기 전에 점포가 철거될까 봐 불안한 마음을 내비쳤었다. 

(2021. 12. 29) 서울 종로 세운상가 옆의 아세아상가. 지난 11월만 해도 문을 연 점포가 많았지만 지금은 모두 다른 곳으로 이전했다. (사진: 뉴스포스트 강대호 기자)
(2021. 12. 29) 서울 종로 세운상가 옆의 아세아상가. 지난 11월만 해도 문을 연 점포가 많았지만 지금은 모두 다른 곳으로 이전했다. (사진: 뉴스포스트 강대호 기자)
(2021. 12. 29) 서울 종로 세운상가 옆의 점포들. 지난 11월만 해도 문을 연 점포가 많았지만 지금은 모두 다른 곳으로 이전했다. (사진: 뉴스포스트 강대호 기자)
(2021. 12. 29) 서울 종로 세운상가 옆의 점포들. 지난 11월만 해도 문을 연 점포가 많았지만 지금은 모두 다른 곳으로 이전했다. (사진: 뉴스포스트 강대호 기자)

12월 마지막 주에 찾은 세운4구역의 건물들과 점포들은 아직 철거되지 않았다. 다만 지난 11월과 비교해 바뀐 점들이 있었다. 당시 영업하던 곳들 모두 문을 닫았다. 내려진 셔터에 붙은 안내를 보니 인근에 자리한 다른 상가, 개발이 예정되지 않은 곳으로 이전했다. 

바뀐 점은 하나 더 있었다. 골목 입구들이 모두 철제 펜스로 막혀 있었다. 11월에는 골목 곳곳이 연결되어 있었지만 이제 더는 지나다니지 못한다. 당시 촬영한 사진들이 어쩌면 온전했던 이 지역 건물들의 마지막 모습이 아닐까. 

​(2021. 12. 29) 세운4구역 골목 입구에 철제 펜스가 처져있다. 지난 11월에는 골목을 지나다닐 수 있었다. (사진: 뉴스포스트 강대호 기자)
​(2021. 12. 29) 세운4구역 골목 입구에 철제 펜스가 처져있다. 지난 11월에는 골목을 지나다닐 수 있었다. (사진: 뉴스포스트 강대호 기자)
(2021. 12. 29) 세운4구역 골목 입구에 철제 펜스가 처져있다. 지난 11월에는 골목을 지나다닐 수 있었다. (사진: 뉴스포스트 강대호 기자)
(2021. 12. 29) 세운4구역 골목 입구에 철제 펜스가 처져있다. 지난 11월에는 골목을 지나다닐 수 있었다. (사진: 뉴스포스트 강대호 기자)

2021년의 세운4구역과 2022년의 세운4구역은 확연히 다른 모습일 것이다. 조만간 이 지역은 헐리고 땅을 파헤칠 테니. 그러다 조선 시대의 유구나 유물이 발굴될지 모른다. 바로 옆 세운상가 자리에서도 조선 시대 유적이 발견돼 보존 전시되고 있다. 현재 개발이 진행 중인 종로2가에서도 금속활자 등 조선 시대 유물이 발견돼 발굴 및 보존 작업이 진행 중이다. 

조선 시대 내내 중심가 역할을 했으니 종로와 그 인근은 땅밑에서 유적과 유물이 나올 확률이 높다. 한편 청계천 인근은 조선 시대뿐 아니라 근대 유적도 많은 지역이다. 

1947년에 지어진 건물을 보존하는 방법

서울 중구 입정동에는 역사가 오랜 철공소 골목들이 있다. 흔히들 청계천 공구상가 혹은 을지로 공구 골목으로 알려져 있다. 그곳에 ‘역사도심기본계획’에 따라 외관은 물론 구조까지 보존해야 하는 ‘대진정밀’로 알려진 건물이 있다. 맛집으로 유명한 을지면옥과 조선옥 인근이다. 

(2021. 12. 29) 서울 중구 입정동의 대진정밀 건물. 1947년에 건축됐다. (사진: 뉴스포스트 강대호 기자)
(2021. 12. 29) 서울 중구 입정동의 대진정밀 건물. 1947년에 건축됐다. (사진: 뉴스포스트 강대호 기자)

서울시의 ‘역사도심기본계획’은 문화재나 한옥에만 한정되었던 역사문화자원 범위를 건조물이나 도시시설물까지 확대한 방침이다. 그 결과 근현대 건축자산이나 생활 유산도 관리 대상이 되었다. 여기에 대진정밀 건물이 해당한다.

1947년에 지어진 이 건물은 빨간 벽돌을 쌓아 올린 2층짜리 건축물로 이 골목을 상징한다. 건축할 당시 이런 양식의 건물은 드물었고 보존 상태도 양호해 근대건축자산으로 분류됐다. 하지만 원형대로 보존되지 않을 전망이다.

이 지역을 개발하는 시행사가 대진정밀 건물의 전면부만 떼어 내어 새로 짓는 고층 건물 하단부에 붙일 계획이라고 한다. 게다가 도로 확장 때문에 이 건물은 철거할 계획이라고. 그러니 현재 대진정밀 외부 벽돌 일부만 새 건축물에 외벽 일부로 남게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보존’이 아니라 ‘재현’에 불과한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현재 이 지역은 보존과 관련해 시행사 측과 시민단체 간의 의견 대립이 있다. 의견이 첨예하게 맞서는 한편에서는 이주가 진행되고 있고 바로 옆에서는 높은 건물이 올라가고 있다. 이 골목도 2022년에는 많은 변화가 있을 게 분명하다.

(2021. 12. 29) 서울 중구 입정동의 대진정밀 건물. 1947년에 지어진 이 건물은 어쩌면 원형이 사라질 지 모른다. (사진: 뉴스포스트 강대호 기자)
(2021. 12. 29) 서울 중구 입정동의 대진정밀 건물. 1947년에 지어진 이 건물은 어쩌면 원형이 사라질 지 모른다. (사진: 뉴스포스트 강대호 기자)
(2021. 12. 29) 서울 중구 입정동의 대진정밀 건물. 1947년에 지어진 이 건물은 어쩌면 원형이 사라질 지 모른다. (사진: 뉴스포스트 강대호 기자)
(2021. 12. 29) 서울 중구 입정동의 대진정밀 건물. 1947년에 지어진 이 건물은 어쩌면 원형이 사라질 지 모른다. (사진: 뉴스포스트 강대호 기자)

2022년 〈도시탐구〉는

지난 2021년의 〈도시탐구〉 연재를 돌아보니 거의 서울만 다뤘다. 성남과 일산 등 인근 경기도 도시도 다뤘지만 서울이라는 도시의 연장선에서 바라봤다. ‘도시’라는 키워드가 무색할 지경이다. 

연재에서 다룬 지역들도 기사가 나간 이후에 변화가 생긴 곳도 있다. 일부에서는 취재 당시에 알지 못해 다루지 못한  사실도 있다. 지적할 게 한두 개가 아니다. 

2022년에는이런 반성들을 담아 아직 다루지 못한 서울의 다른 곳을 찾아갈 예정이다. 여건이 된다면 서울에서 먼 다른 도시들로도 범위를 넓힐 계획이다. 또한, 도시에서 파생되는 여러 키워드도 발굴해 〈도시탐구〉 소재의 스펙트럼도 넓히려 한다. 

올해 사용한 취재 수첩의 메모들을 보니 도시들이 가진 현재의 모습이 변하기 전에 담아 놓아야 할 게 너무나 많다. 2022년에 〈도시탐구〉가 감당해야할 소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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