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인구 절반은 아파트에 살고 있다. 아파트 문제에 여론의 촉각이 곤두서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현상이다. 특히 아파트 주차난 문제는 오랫동안 거주민들을 괴롭혀왔다. 아파트가 오래됐거나 인구 밀도가 높으면 주차난은 일상 속 작은 불편을 넘어 전쟁에 가깝다. <뉴스포스트>는 케묵은 아파트 주차난 해소 방법을 알아본다. -편집자 주-

지난 7일 서울 소재 구축 아파트 지상 주차장이 퇴근 시간대인 오후 6시가 넘자 만석이 됐다. (사진=뉴스포스트 이별님 기자)
지난 7일 서울 소재 구축 아파트 지상 주차장이 퇴근 시간대인 오후 6시가 넘자 만석이 됐다. (사진=뉴스포스트 이별님 기자)

[뉴스포스트=이별님 기자] 평일 퇴근 시간 아파트 단지는 전쟁터를 방불케 한다. 자택으로 돌아오는 차량들이 주차를 하기 위해 단지 내를 어슬렁거리고 있다. 주차 공간은 이미 만석. 외부 차량의 주차를 금지하는 경고문이 단지 곳곳에 시뻘건 색으로 그어져 있다. 하는 수 없이 정해진 공간 이외에도 차량을 주차한다. 서울 지역 구축 아파트에서 흔히 벌어지고 있는 풍경이다.

지난 7일 <뉴스포스트>는  서울 강남 지역 아파트 3곳을 돌아봤다. 주차난으로 유명하다는 A아파트는 퇴근 시간이 얼마 지나지 않았음에도 주차 공간이 남아있지 않았다. 자택으로 돌아오려는 차들이 주차 공간을 빙빙 돌며 헤매고 있는 장면을 쉽게 목격할 수 있었다.

단지 내 마련된 주차장이 아닌 곳에서도 차량이 줄지어 정차하고 있었다. 일부 차량은 주차된 차 앞을 가로막은 채 정차하기도 했다. 외부 차량의 주차금지를 알리는 표지판이나 현수막이 단지 내 곳곳에서 발견됐다.

총 3522가구 규모의 대단지인 A아파트는 1~3차로 조성돼 있다. 1970년대 말 지어진 구축 아파트다. 주차 공간이 확보된 3차를 제외한 1~2차의 경우 주차난이 극심하다. 주민들 사이에서는 ‘A아파트에 거주하면 운전실력이 좋아진다’는 우스갯소리도 나온다.

가장 규모가 큰 1차는 무려 2100세대가 거주하고 있다. 이곳의 총 주차대수는 2100대다. 두 번째로 큰 2차는 1302세대가 거주하고 있으며, 총 주차대수는 1302다. 1차와 2차 모두 각각 세대당 주차대수는 1대다. 한 집 당 한 대의 주차 공간이 확보된 것이다.

공동주택 주차장 설치 기준 대통령령인 ‘주택건설기준 등에 관한 규정’에 따르면 세대당 주차대수가 1대 이상이 되도록 해야 한다. 세대당 전용면적이 60㎡ 이하인 경우에만 0.7대 이상이다. 다만 인구 밀도를 고려해 지역별로 차이가 있다. 서울시 기준은 전용면적 85㎡ 이하일 경우 75㎡당 1대, 85㎡ 초과 시 65㎡당 1대의 주차 공간이 마련돼야 한다.

지난 7일 서울 소재 구축 아파트 단지 내 도로가 주차된 차들로 가득찼다. (사진=뉴스포스트 이별님 기자)
지난 7일 서울 소재 구축 아파트 단지 내 도로가 주차된 차들로 가득찼다. (사진=뉴스포스트 이별님 기자)

A아파트는 1, 2차 모두 전용면적이 85㎡를 초과했으므로 65㎡당 1대의 주차 공간을 확보해야 한다. 전용면적을 최소치로만 잡아도 세대당 법정 주차대수는 1.3대가 넘는다. 한 집에 한 대만 주차 공간을 마련해서는 법정 주차대수에도 미치지 못하는 상황이다.

인근 B아파트의 사정은 더욱 심각하다. 주차 공간을 찾지 못한 차량들이 단지를 넘어 갓길에 차량을 정차했다. 지어진지 30년이 넘은 838세대 규모의 B아파트는 총 주차대수가 430대다. 세대당 0.51대에 불과하다. 전용면적이 60㎡ 이하 기준인 0.7대에도 못 미친다. 해당 아파트의 세대당 전용면적은 60㎡가 넘는다.

운영차량수 증가·별도 주차공간 부재

구축 아파트의 주차공간이 모자라는 원인은 크게 두가지다. 지하 주차장이나 별도의 공간이 마련되지 않은 데다, 세대당 차량 보유 대수가 증가했기 때문이다. 인근 부동산 관계자는 “지하주차장이 없는 구축 아파트의 주차 문제는 고질적이다”라면서 “주차장이 지상에만 있을 뿐 아니라 한 사람당, 세대당 운영하는 차량 대수가 1대가 넘는 것도 원인”이라고 전했다.

실제로 주차 공간이 마련된 구축 아파트의 경우 사정이 달랐다. 1980년대에 지어진 구축 아파트라고 해도 C아파트는 주차난이 다소 양호했다. C아파트는 1356세대가 살고 있는데, 총 주차대수는 1492대다. C아파트의 세대당 주차대수는 1.1대로 법정 주차대수는 다소 미치지 못한다. 하지만 지하 주차장이 마련된 데다, 인근에는 구청이 운영하는 공영주차장도 있어 주차난 해소가 가능했다.

한편 지방자치단체에서도 주차난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대책 마련에 나섰지만, 아파트 주차전쟁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서울시는 다가구·다세대주택 등이 밀집한 주택가의 고질적인 주차난 완화를 위해 올해 총 3005면의 주차장을 추가 확보할 예정이다. 하지만 아파트는 주차 공간이 갖춰져있다는 이유로 대상에서 제외됐다. 구축 아파트의 반복되는 주차전쟁을 해소하기 위한 또다른 대책이 필요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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