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S와 거대언어 개발, '믿음'은 소형언어 공략
한국형 AI도 MS의 'Phi'와 '코파일럿' 활용
리벨리온·모레 등 투자와 우수인재 채용 강화
'챗GPT'와 '딥시크'로 대표되는 미국-중국 간 인공지능(AI) 패권 경쟁이 점입가경이다. 저비용 AI 시장 발전이 촉진될 수 있다는 보랏빛 전망과 동시에 AI 인프라 구축에 미중 외 국가 기업들이 소외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된다. 한국형 LLM(거대언어모델)을 육성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가운데, 국내 기업 중 데이터를 많이 보유한 통신 3사의 LLM 및 AI 전략을 살펴본다. -편집자주-
[뉴스포스트=최종원 기자] 김영섭 KT 대표이사는 2023년 9월 취임 이후 인공지능(AI) 기술을 통해 통신 회사라는 한계를 넘어서야 한다고 강조해왔다. KT가 가지고 있는 통신 사업에 정보기술(IT)과 AI를 더한 'AICT', AI 전문 기업으로 거듭나자는 포부다.
KT는 올해 자체 LLM '믿음'의 고도화와 'GPT-4o' 기반 한국형 AI 모델을 출시해 기업·소비자 대상 AI 서비스 강화에 나설 방침이다. 동시에 협력 중인 마이크로소프트(MS)에 대한 AI 기술 의존, 효율적인 인력 재배치·인재 확보 등의 과제도 떠안게 됐다.
MS와 LLM 협력 가속화…MS 의존도 심화 우려
KT는 자체 LLM '믿음'의 기술 고도화를 위해 MS와 협력하고 있다. 김 대표가 지난해 6월 사티아 나델라 MS CEO(최고경영자)와 미국 MS 본사에서 만나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은 게 시작이었다. 같은해 9월엔 한국형 '챗GPT'와 AI 에이전트를 구축하기로 하는 등 협력이 구체화됐다.
이 과정에서 LLM 전략도 수정됐다. 거대언어는 MS와 협력해 개발하고, 믿음은 소형언어모델(sLM) 공략으로 선회했다. 김 대표는 같은해 10월 기자간담회서 "수백조원 이상을 쏟는 구글, 아마존웹서비스(AWS) 등 빅테크를 제칠 수 없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오승필 KT기술혁신부문장(부사장)도 "믿음은 초거대 모델과 결쟁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당초 '믿음'은 경량 모델부터 초대형 모델까지 기업 규모와 사용 목적에 따라 맞춤형으로 사용할 수 있었던 LLM이었다. 파라미터 모델을 직접 만들 여유가 없고, '자주권' 차원에서도 빅테크에 데이터 종속 우려가 있는 기업에 '믿음'을 개방해 LLM의 B2B 사업화를 추진하는 것이다.
다만 메타, 구글 등 빅테크의 생성형 AI 기술과 국내 통신업계의 동맹이 이어지면서 KT 단독 개발보단 MS와 협력 전략으로 선회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경우 '자체 파운데이션 모델'을 지향했던 과거 전략과 상이한 만큼 MS에 데이터 종속 우려가 존재하며, AI 기술 의존도 또한 높아질 수 있는 상황이다.
KT는 GPT-4o, Phi 등을 활용한 '한국형 AI'도 올해 상반기 출시를 목표로 개발 중이다. 다만 Phi(파이)도 MS의 sLM인 데다, AI 비서 서비스 개발도 MS와 협력하기로 한 만큼 의존도는 높아지는 추세다. KT 서비스 전반에도 MS의 AI 비서 '코파일럿'을 활용하고 있다.
앞서 조원우 한국MS 대표는 기자간담회서 "2년차에 접어든 MS의 AI 전략이 모든 고객사·산업군 별로 침투하는 데 속도를 내고 있다"며 "한국형 AI는 실질적으로 글로벌 전략과 일맥상통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어 "한국을 통해 고도화된 AI 솔루션은 MS의 글로벌 확장 뿐만 아니라 KT의 시장 경쟁력에도 큰 강점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KT 홍보실 관계자는 "투트랙 전략을 통해 자체 LLM을 경량화해서 산업별로 특화된 AI 서비스 출시를 준비 중에 있다"며 "MS 협력을 통해 시장 저변도 넓힐 계획"이라고 밝혔다.
AI 관련 스타트업 투자·우수인재 채용
AI 우수 인재 확보도 과제다. 앞서 글로벌 빅테크들은 AI 인재 확보를 위해 회사를 인수하는 '애크 하이어(acq-hire)'에 나서고 있다.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스타트업 창업 기조 확산으로 인재 품귀가 가속화되자 기업들이 시작한 방식이다. 페이스북의 인스타그램, 구글의 딥마인드가 대표적인 애크하이어 사례다.
MS는 앞서 생성형 AI를 개발하는 무스타파 슐레이만 인플렉션AI 공동창업자를 자사 AI 사업 최고책임자로 영입하며 직원 70명의 대부분을 함께 채용했다. 구글도 자사 엔지너였던 노암 샤지어 캐릭터AI 창업자를 데려오는 과정에서 대니얼 드 프레이타스 및 소속 AI 연구자들을 같이 채용했다.
KT가 글로벌 빅테크처럼 애크 하이어에 나서긴 어렵지만 AI 반도체 기업 리벨리온과 LLM 기업 '업스테이지', AI 인프라 솔루션 기업 '모레'. AI 교육 앱을 만든 콴다 등 스타트업에 투자를 지속하고 있다. 자사 클라우드 서비스에도 리벨리온(반도체)과 모레(소프트웨어)를 활용하고 있다.
인력 효율화를 통한 조직 내부 혁신 의지도 내비치고 있다. 김 대표는 지난해 5월 한 간담회에서 "AICT를 위해서는 필수 인력이 필요한데 자사는 50대 이상 직원이 60%대라 다른 차원에서 해결책을 마련하기 위해 대화 중"이라고 밝혔다.
KT는 이에 작년 10월 희망퇴직 시행을 통한 인력 재배치 계획을 노사 간 최종 합의했다. 자회사 전출·희망퇴직 등을 통해 상반기 기준 1만8617명인 직원 30% 가량을 감축하는 것이 핵심이다. 감축한 인원의 상당수는 AI 인재로 채용할 방침이다.
앞서 KT는 이달 9일까지 'AICT 혁신 우수인재'를 채용 중이다. ▲AI·클라우드·IT 사업 개발·컨설팅 ▲AI·클라우드·IT 사업 이행 ▲AI·클라우드·IT 영업 등 부문이다. 미래 AI 혁신을 이끌 'KT디지털인재장학생'도 19일까지 모집 중이다. 최대 4학기 등록금 전액, AI 실무 경험 등의 혜택을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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