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력과 개방 중요, 발사장 구축 위한 외교 노력 절실"
"R&D 끌어올려 레버리지 목표, 정부는 공공구매 역할"
"정부 납품 중심의 위성 시장, 민간 주도로 변화 필요"
"저궤도 위성통신 분야에 국내 컨소시엄 고려해야"
[뉴스포스트=최종원 기자] "미중패권경쟁이 우주항공 산업에 옮겨붙어 신냉전 구도로 가고 있는데 우리나라는 선진국 대비 기술력, 글로벌 협력 모두 상대적으로 부족하다. 중요한 건 협력과 개방이다. 민관, 민군, 국제 협력을 강력히 추진해야 한다."
"올해 우주항공청이 9600억 정도 예산을 받았다. 이중 차세대발사체, 한국형 GPS 등 기존 계획된 사업에 대부분이 배정되고, 새로운 것을 하려 해도 여력이 없다. 항공 예산도 371억에 불과해 업계 반발이 크다. 예산을 4~5조까지는 늘려야 한다."
29일 오후 국회의원회관 제2소회의실에서 열린 '국방우주 강국 건설을 위한 정책 세미나'에서 우주항공 업계 관계자들이 작심 발언을 쏟아냈다. 정부가 5대 우주강국으로 도약한다는 포부를 내세웠지만, 현행 규제와 예산으로는 어려움이 많다는 지적이다.
또 우주 분야가 국가 주도의 올드스페이스에서 민간 주도의 뉴스페이스로 변화하고, 육해공과 사이버공간에 이어 제5의 전장이 됐지만 우리나라는 아직 부족함이 많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일례로 스페이스X·원웹·아마존 등 글로벌 기업들이 향후 6G 기술의 핵심이 될 저궤도 위성통신 체계를 독자적으로 구축하고 있지만, 국내에선 초소형 군집위성 등 군사 목적의 B2G(기업과 정부 간 거래) 분야에 그치고 있다. 스타링크나 카이퍼 프로젝트와 같은 민간 개발, 민간 수익 창출과는 다소 거리가 있다고 평가받는다.
권남훈 산업연구원장은 "K-방산의 우수한 성과를 이어가려면 미래 신성장 동력을 꾸준히 발굴해야 한다"며 "위성통신·감시정찰·항법 등 핵심기술을 확보하고 산업 기반을 마련하고 있지만 거버넌스 정립이나 제도 개선, 수요 확보 등 풀어야 할 과제도 많다"고 말했다.
임종덕 국민의힘 의원은 "선진국과 기술격차, 제도적 미비, 전문가 부족 등 과제 속에서 국가가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고 민관연이 화합해야 5대 강국으로 진입할 수 있다"며 "핵심국가전략산업으로 지정하고 관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천호 국민의힘 의원은 "각국이 우주에서 주권, 영토를 확보하는 제5의 전장이 됐고, 우주군 창설로 갈등과 경쟁의 공간이 되고 있다"며 "업계의 제안을 제도로 뒷받침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박찬수 과학기술정책연구원 부원장은 "우주 산업의 치열한 경쟁 속 하나의 방향을 만들 수 있는 정책 플랫폼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이날 정부와 국회를 향한 업계의 요구와 지적을 자유 인터뷰 형식으로 재구성했습니다. 글이 늘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 만연체는 지양하고, 간결하게 정리했습니다.
"중요한 건 협력과 개방…선택과 집중 통한 기술 확보 필요"
■ 안형준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우주공공팀장: 미중패권경쟁이 우주 분야에서도 신냉전이라 할 수 있을 정도로 확산하고 있다. 미국은 스페이스X 등 민간 기업과 협력해서 인프라를 구축하고 있고, 중국은 2035년까지 국제 달 연구기지 구축(ILRS)과 창어라는 달 탐사 위성을 통해 자원을 채취할 포부를 밝혔다. 미국의 유인 달 탐사 아르테미스 프로젝트에는 약 50개국이 참여하고 있고 우리나라도 10번째로 합류했다. 중국의 ILRS도 20개국과 협력 중이다. 진영을 보면 2000년대 이전 냉전 양상을 보는 듯한데, 달 탐사와 우주 개발 역량이 떨어지는 국가들도 참여하는 것은 정치적 논리로 설명할 수밖에 없다.
트럼프 행정부는 우주 기반 미사일 방어체계 골든 돔 프로젝트 추진 등 공격적 행보를 밝히고 있지만, 동시에 정부의 효율화를 위해 미 항공우주국(NASA)의 과학 프로그램 예산을 절반가량 삭감을 계획하고 있다. 정부효율부(DOGE) 수장인 일론 머스크와의 갈등도 표면화되면서 정책 예측이 굉장히 어려워졌다. 일론은 행정부 인사들과 관세, 화성 탐사 등에서 의견을 대립하고 있어 다시 기업 경영에 전념할 것이라는 뉴스도 나왔다. 우리나라도 동향을 예의주시해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전략이 필요하다.
미국과 EU는 31개 핵심 분야에 10억 달러(약 1428억원) 규모 대출을 보증하고 중국은 하이난성에서 위성 제조 공장 추진하고 있다. 필히 공급망 이슈가 발생하는데, 위성 부품도 우리가 다 생산할 수 없기 때문에 관리가 매우 중요하다. 중국의 희토류 등 자원도 굉장히 중요한 만큼 우리도 여러 가지 정책을 통해 공급망을 다원화할 수 있는 전략이 필요하다.
우주산업이 미국 주도로 재편되면서 유럽연합(EU)에서 발사체 자주권 등을 주의 깊게 관찰하고 대응하고 있다. 유럽이 발사체 시장의 절반 이상을 가져가다가 스페이스X에게 상당 부분을 내주게 됐는데 이에 대항 중이다. 인도나 일본도 공동 달 탐사를 하고 있고, 제3국가들이 동맹을 맺는 현상도 일어나고 있다. 기술 협력으로 비용 줄이고 성과 높이는 양상이다. 우리나라도 미국 외에 사우디아라비아와 유인 우주 및 위성 개발에 있어 협력하기로 했고, 중동 및 남미와 동맹을 넓히는 행보다.
세계 5대 우주강국이 목표라면 방향성에 대해 근본적인 고민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미국·유럽·인도·일본·러시아 등 GDP 강국이 우주 강국인데 위성, 발사체, 탐사, 항법 등 모두 하고 있는 국가들이다. 여기에 캐나다 같은 나라도 기술역량이 우리보다 높고 우크라이나도 발사체 기술이 우수하다. 우리는 세컨티어에서 선도국 정도다. 지리적으로도 땅이 좁고 위도가 높아 불리하다. 위성이 상공을 지나가는 시간이 짧아 영상 촬영 등을 여유롭게 할 수 없어 상업 경쟁력이 뒤처지게 된다. 적도 국가에 발사장을 지을 수 있게 외교적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예산 측면에서 현 1조 정도의 우주항공 예산을 최소 4~5배 가까이 올려야 한다. 물론 우주개발 예산만 올리는 건 형평성에 어긋나 어려운 부분도 있다. 결국 등수가 중요한 게 아니라 구체적 고민을 해야 한다. 우주 분야에서도 단순히 선진국 추격이 아니라 국가 전략이라는 총체적 시스템 관점에서 바라봐야 한다. 또 중요한 건 산업 분야다. 그동안 국가 R&D(연구개발)로만 해왔지 산업 측면에서는 미흡했다. R&D도 늘리고 GDP도 끌어올리는 레버리지 관점을 생각할 수 있다. 연계도 중요한데, 우주항공 기업 수가 절대적으로 부족하고, R&D 집약도도 상대적으로 떨어진다. 우주개발을 다하는 나라가 될 것이냐 선택과 집중을 하는 나라가 될 것이냐를 생각하면 미국은 다분야를 하면서 협력적, 개방적이고 민간협력도 잘 돼 있다. 우리나라는 반면 선진국 대비 시장이나 R&D 개방도에 있어 폐쇄적이다.
자동차, 반도체 산업처럼 시장이 중심이 되고 정부는 선제적 R&D 외에 공공구매자 역할만 하는 방향도 좋은 방안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협력과 개방이다. 민간 협력, 민군 협력, 국제 협력 추진과 정책적 노력이 중요하다. 우주항공청 설립에도 진흥법은 2005년에 머무르는 등 다소 오래된 법 제정도 필요하다. 관계 부처 협의와 국민적 공감대 형성도 중요한데, 국회에서도 많은 관심을 두고 추진해야 제도가 만들어지고 개방과 협력이 이뤄질 수 있다.
■ 심순형 산업연구원 안보전략산업팀장: 국방우주 분야를 열심히 육성하고 있지만 매출은 상당히 미미한 수준이다. 우주기기제작 매출액이 약 8850억원 정도인데 방위산업 전체 매출의 20조원 정도에 비하면 매우 적은 수준이다. 우주기기제작 기업체 분포도 매출 10억 미만이 167개로 대다수다. 국내 국방우주 기술수준도 미국을 100으로 봤을 때 70 수준에 그친다. 시장을 선도하기 보다 선진국을 따라가는 단계다. 민간기술의 레버리지를 최대한 활용해서 국방우주 육성을 기반으로 전력화, 자립화해 우주사령부 기능을 수행하는 게 3단계 목표다. 이를 통해 타국에 수출하는 게 궁극적 목표다. 한국형 발사체, 차세대 중형위성 등 핵심 국방우주기술을 확보하는 방안도 생각할 수 있다. 추후 하이브리드용 발사체(고체 및 액체), 차세대 소형위성 등도 고려할 수 있다. 시장 초기 단계인 만큼 규모의 경제를 확보하고 선진국을 따라가야 하는 과제가 있다. 국방 분야의 독자적인 우주 역량 구축이 결국 중요하다.
"예산 4~5조원까지 늘리고 정부가 마중물 역할해야"
■ 김민석 한국우주항공산업협회 부회장: 우주대항해 시대가 본격화되고 있다. 불과 25년 뒤인 2050년에는 우주택배가 달과 소행성 위주로 활성화된다고 한다. 우주발사체가 저렴하게 올라가고 있기 때문이다. 누리호의 우주수송비용은 1kg당 3만달러이지만 스페이스X의 팰컨은 1500달러에 불과하다. 스타십 상용화되면 100달러 이하로 떨어진다고 한다. 스페이스X는 위성 1대 발사 비용을 몇억원 정도 수준으로 절감시켰다. 스타링크 프로젝트도 현재 8000기 수준에서 42000개까지 늘리는데, 가격이 2~3억 달러(약 2860~4260억원) 밖에 안든다는 것이다.
우리도 PC 만들 듯이 우주산업을 할 수 있다. 엄청난 투자를 해야 하는데 우주청 예산이 9600억원에 불과하다. 이 예산도 차세대발사체, 한국형 GPS 등 하는 데만 거의 다 들어가고 새로운 것을 하려 해도 여력이 없다. 항공 예산은 371억인데, 항공산업 매출액이 우주 산업 3배쯤 된다. 우주항공 동시에 하는 기업의 매출 기반도 항공에 있지, 우주에서 이윤은 거의 없다. 그런데 항공에 적은 예산을 배정한 데 대해 반발이 크다. 사천, 진주에 있는 항공 기업 매출액만 7조원에 달하고 법인세만 7000억을 낸다. 우주산업은 항공 기반 기업이 잘 할 수 있다. 내년에는 최소한 2조원 이상이 돼야 뭘 할 수 있다.
■ 서현석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상무: 발사체 수송 비용이 kg당 수달러 수준까지 떨어진다고 한다. 스타링크로 서비스 영역이 더 확장돼서 고해상도의 영상을 주고받는 데이터 서비스가 보편화되고 있는데, 위성을 1500km 중대형으로 바꾼다고 한다. 미국이나 유럽에서 통합혁신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고 스타트업을 지원하는데, 결국 누가 더 빠르고 효율적으로 체계를 구축하는지가 관건이다. 그런데 산업체에 종사하면서 느낀 건 우리는 민간과 군이 개별적으로 가고 있다는 점이다. 통합적으로 운영해야 더욱 성장할 수 있다. 일례로 위성 단가를 낮추려면 기업이 자유롭게 위성을 쏠 수 있어야 하는데, 현 규제로는 기업이 스스로 검증하고 데이터를 제공하지 않으면 시장에 진출하지 못한다. 일본 같은 경우 자국 내에서 생산하는 반도체 업체들을 모아 위성을 발사시켜 실제 검증까지 해주는데, 우리도 이렇게 운영하면 진입장벽이 있는 산업에 새로운 의미가 생성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현재 시장의 70%가 저궤도 위성 통신 사업이다. 선택과 집중을 통한 사업 진흥을 도모하지 않으면 어렵다. 저궤도 등에 선택과 집중을 통한 정책이나 제도가 마련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 권현준 우주항공청 우주항공정책국장: 우주 분야는 막대한 비용이 들어가기 때문에 국내 민간 수요만 가지고 사업의 타당성을 찾기가 굉장히 어렵다. 가령 30분마다 한반도 상공 전역을 관측하는 사업은 위성 수십개가 필요하다. 어렵다는 의견이 많았지만 국방부, 해경, 과기부 등 기관이 같이 하면서 예타면제를 결국 받았다. 이것도 군에서만 쓰겠다는 수요만으로는 어렵다. 민간 쪽도 R&D단계에서 벗어나야 하고 산업이 커져야 한다. 나로호, 누리호에 이어 차세대 발사체까지 쏘겠지만 10년에 한 번씩 정부에 납품하는 구조로는 어떤 기업도 발사장, 클린룸, 검증 시설 구축, 인력 유지할 만한 유인이 없다. 결국 기술 개발 수준을 벗어나야 한다. 국방의 수요가 이제 서비스 분야로 바꿀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정찰, 정보수집 같은 경우 미국은 상업 위성들이 있으니 위성 이미지를 1년에 몇백만달러로 사주겠다고 약속함으로써 기업들도 투자할 유인이 생긴다.
좁은 국토 문제로 발사장이 어렵다. 마중물 역할을 국방 쪽에서 해주면 민간도 크게 활성화될 수 있다. 저궤도 위성통신 등 협력할 수 있는 분야도 많다. 스타링크도 2번째 단계에선 B2C를 챙겨 유선으로 직접 통화할 수 있게 한다. 통신 시장도 군과 민간이 같이 해야한다. 일례로 2023년에 미국 ERBS 위성이 한반도에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이때문에 인천국제공항까지 봉쇄했다. 그런데 상황 종료 이후에도 4시간 동안 공항이 봉쇄됐다. 이를 군과 협력해서 미리 알았다면 봉쇄 시간이 줄어들었을 것이다. 군 레이더도 우주를 관측할 수 있는 측면이 있다. 인천공항 마비라는 문제 해결이 가능했는데 협력이 안 됐다. 군과 민간 협력은 필수적인데, 보안문제 때문에 굉장히 어려운 측면도 있다. 그럼에도 군과 민간 협의회, 정보 교류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 안재명 KAIST 항공우주공학과 교수: 타국과 글로벌 우주동맹 등 전략적 접근이 필요하다. 국가군을 나눠 보면 러시아나 중국처럼 고립돼 개발하는 국가, 유럽과 일본처럼 협력에 있어 개방적인 국가, 여기에 고립과 협력을 다하는 미국을 생각하면 우리나라는 더 많은 고민이 필요하다. 물론 국방의 특수성을 고려하면 협력이 쉽진 않았다. 우주영역인식, 우주정보지원은 협력을 할 수 있겠지만 우주통제, 우주전력투사는 쉽지 않을 수 있다. 그럼에도 협력이 필요한 분야를 찾아야 한다. 혼자만의 힘으로 할 필요가 없다. 군과 민간이 협력해서 갖출 건 갖추되 국제적 경쟁력이 있는 것은 살렸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든다.
■ 김동영 메이사 대표: 현재 정책 방향성이나 제도에 있어서는 하드웨어 중심 목표로 포진돼 있다. 소프트웨어와 관련된 목표가 있더라도 하드웨어 중심 사고가 녹아 있는 것이다. 용역형이나 일회성 구축에 그치고 레버리지로 해외 사례를 만들어 내는 형태도 부족하다. 국내에서 나눠먹기 식의 성장은 한계가 있을 것 같다. 글로벌 시장의 경쟁력을 갖춘 기업의 성장이 뉴스페이스라면 이를 위한 정책적 방향성이 갖춰져야 한다. 국방부가 기술을 내재화하는 역량, 국방과 민간의 기술을 합치는 하이브리드 역량, 그리고 민간 서비스를 활용하는 기업도 있어야 한다. 팔란티어도 미 국방부에 위성 영상 솔루션을 공급하면서 수십조 매출 단위의 회사가 됐다. 하이브리드 정책 혜택을 받은 기업을 레버리지 삼아 해외로 나가는 경우를 생각할 수 있다. 이런 기업들이 글로벌 생태계를 구축할 수 있도록, 정부 납품 중심의 위성 시장을 민간 주도로 옮겨갈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 김민석 한국우주항공산업협회 부회장: NASA에서 우주정거장에 공급할 위성 물량 30회분을 스페이스X에 할당하면서 스페이스X가 커진 측면이 있다. 스스로 클 수 없는 산업이다. 정부가 마중물 역할을 해야 한다. 저궤도 위성 통신도 영국이 원웹이라는 기업을 만들어서 전 세계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는데, 한국도 통신 산업과 자율주행 산업이 발전했다. 우리도 영국처럼 저궤도 위성 통신 사업을 못할 게 없다. 저궤도 위성 1000개 쯤 올린다고 국내 기업들 컨소시엄 만들면 산업이 엄청나게 성장할 것이다. 그렇지 않고는 우주 기업체의 3분의 2가 연매출 10억원 이하인 상황에서 뭘 할 수가 없다. 정부가 이끌 수 있는 산업을 만들어야 하고, 컨소시엄을 꾸리도록 국회도 노력할 수 있다. 그래야만 우리가 5대 우주강국으로 도약할 수 있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