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대선 공약으로 반도체 인프라 지원 논의
기재부 반발에 인프라 100% 지원 지지부진했지만
첨단산업 육성지원·기재부 개혁 맞물려 추진력 강화
기재부도 국비 지원 강화…내년 착공·2031년 준공

용인 처인구 이동·남사읍 반도체 클러스터 국가산업단지 조감도. (사진=용인시)
용인 처인구 이동·남사읍 반도체 클러스터 국가산업단지 조감도. (사진=용인시)

[뉴스포스트=최종원 기자] 삼성전자가 360조원을 투자하는 세계 최대 규모의 반도체 클러스터 '용인 첨단시스템반도체 국가산업단지'가 내년 착공하는 가운데, 더불어민주당이 전력·용수·도로 등 100% 지원에 힘을 싣고 있다.

기획재정부의 보수적 입장으로 전부 지원이 어렵다는 게 중론이었지만, 이재명 민주당 대통령 선거 후보가 최근 반도체 산업 육성 강화와 기재부 개혁 카드를 꺼내며 기류가 변화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기재부 반발 기류…국민의힘도 52시간제 들어 반대


반도체산업 경쟁력 강화 특별법안 등을 심의하는 산업통상자원특허소위원회가 지난달 8일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소속 김원이 소위원장 주재로 열리고 있다. (사진=뉴시스)
반도체산업 경쟁력 강화 특별법안 등을 심의하는 산업통상자원특허소위원회가 지난달 8일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소속 김원이 소위원장 주재로 열리고 있다. (사진=뉴시스)

7일 정치권에 따르면 민주연구원, 정책위원회 등 당내 싱크탱크에서 반도체 인프라 국가 지원을 이 후보의 대선 공약에 포함하기 위한 논의를 하고 있다. 정치권 관계자는 "이 후보가 첨단산업 육성 지원 등 반도체 기업에 힘을 실어주는 공약을 추진 중"이라며 "기재부 개혁과 맞물려 국가가 산업 인프라를 적극 지원하는 형식으로 반영될 것"이라고 전했다.

앞서 기획재정위원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민주당 의원들은 클러스터 내 전력·용수·도로 등 인프라 구축을 정부가 100% 지원하는 방향으로 법안을 추진해 왔다. 

김태년 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반도체특별법(반도체산업 생태계 강화 및 지원을 위한 특별조치법안)'은 지원 강화와 반도체 특구 지원 등 인프라 구축에 국가 책임 강화를 골자로 한다.

여야 간 이견이 덜해 신속한 법안 통과가 전망됐으나 이내 기재부의 반발에 부딪혔다. 김원이 민주당 의원(산자위 간사)은 지난 1월 반도체 산업 간담회에서 "정부와 지자체가 국가 산단을 만들어서 전력, 용수, 도로를 전부 지원하도록 이미 합의했는데 기재부가 반발하고 있어 어떻게 설득할지가 문제"라고 전했다. 

지난 2월에는 국민의힘이 반도체특별법에 주 52시간 적용 예외를 포함해 추진하자고 주장했고, 민주당은 이를 포함한 법안 통과에 반대하면서 관련 논의 자체가 지지부진해졌다.


"정부 적극 지원해야 기업도 투자" "기재부 권한 축소"


이재명 민주당 대통령 선거 후보가 지난달 28일 오후 경기도 이천시 SK하이닉스 이천캠퍼스에서 열린 'K-반도체' AI메모리반도체 기업 간담회에 참석해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재명 민주당 대통령 선거 후보가 지난달 28일 오후 경기도 이천시 SK하이닉스 이천캠퍼스에서 열린 'K-반도체' AI메모리반도체 기업 간담회에 참석해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하지만 최근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과 이 후보가 반도체 산업 등 첨단산업 육성을 강조함에 따라 법안 통과에 파란불이 커졌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반도체 관세 예고로 공장을 자국에 건설하라는 압박이 거세지는 상황에서, 정부가 적극적으로 지원해야 국내 투자를 이어갈 수 있다는 쪽으로 의견이 모아진 것이다.

이 후보는 실제로 최근 SK하이닉스를 찾아 "최근 전력 문제 때문에 고생하는데, 그 문제에 대한 얘기도 들어보고 싶다"며 "반도체를 포함해 첨단기술 생태계 구축에 어떤 준비들이 필요한지 듣고싶다"고 말했다. 지난 3월에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도 만나 "기업이 잘돼야 나라가 잘되고, 삼성이 잘살아야 삼성에 투자한 사람들도 잘산다"고 격려했다.

이 후보는 또 "기재부가 정부 부처의 왕 노릇을 하고 있다는 지적이 상당하다"며 "지나치게 권한이 집중돼 남용의 소지가 있다"고 말하며 기재부 개혁 의지까지 밝혔다. 예산 기능을 분리해 대통령실이나 국무총리실로 이관하는 방안이 거론되는데, 재정 건전성보다 정부의 과감한 지원을 중점에 뒀다. 

민주당도 지난달 반도체특별법을 패스트트랙으로 지정해 추진력을 강화하고 있다. 소관 상임위원회 180일, 법제사법위원회 90일, 본회의 부의 후 60일 등 최장 330일을 거친 뒤 본회의에 자동 상정된다. 민주당은 법안의 소관 상임위원장을 맡고 있는 국민의힘이 해당 법안들 처리에 반대해 왔기 때문에 패스트트랙으로 지정해 처리하겠다는 입장이다.


국비 지원 늘리는 기재부…토지 보상 이후 내년 착공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국가산업단지 조감도. (사진=용인시)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국가산업단지 조감도. (사진=용인시)

기재부도 자체적으로 국비 지원을 늘리겠다고 밝혔다. 지난달 15일 최상목 전 경제부총리 주재로 열린 경제관계장관회의 겸 산업경쟁력강화 관계장관회의에서 이같은 내용을 담은 '글로벌 반도체 경쟁력 선점을 위한 재정 투자 강화 방안'을 발표했다.

기재부는 용인·평택 반도체 클러스터 송전선로 지중화 비용 1조 8000억원 중 기업 부담분에 대해 70%를 분담하기로 했다. 또 첨단전략산업 특화단지의 인프라 국비 지원 비율을 기존 15~30%에서 30~50%로 대폭 상향하고, 투자 규모 100조원 이상 대규모 클러스터의 경우 국비 지원 한도를 500억원에서 1000억원까지 확대하겠다고 설명했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 계획은 지난해 12월 국토교통부가 최종 승인했다. 올해 토지 보상을 착수해 내년 착공하고, 2031년 준공할 계획이다. 삼성전자에서는 2030년 말에 첫 번째 팹의 가동을 추진한다. 클러스터는 용인시 남사읍, 이동읍 일원에 총 728만㎡ 규모로 조성되며, 삼성전자 시스템반도체 팹 6개를 비롯해 최대 150개 규모의 협력업체가 입주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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