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업 부진에 식료품 소비마저 위축
관세 충격에 경제사령탑 공백 '비상'

현대차 울산공장 수출선적부두. (사진=현대차)
현대차 울산공장 수출선적부두. (사진=현대차)

[뉴스포스트=최종원 기자] 한국 경제가 1분기 역성장을 기록한 충격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고물가 지속과 건설업 등 경기 부진으로 소비 여력이 감소하는 가운데, 미국 관세와 공급망 불확실성 등 리스크도 상존하고 있다. 최상목 경제부총리 사퇴로 컨트롤타워 공백까지 이어지며 올 2분기도 저성장 국면을 걱정해야 할 처지다.

 


'투자 부진·소비 위축' 저성장 국면 심화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월 25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 본관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월 25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 본관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사진=뉴시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실질 GDP는 지난해 4분기 대비 -0.2%였다. 1분기 성장률은 한은이 지난 2월에 내놓은 전망치(0.2%)보다 0.4%포인트나 낮았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충격이 반영되지 않은 수치라 향후 저성장이 더욱 심화될 수 있다.

건설투자가 3.2% 줄어드는 등 불황이 길어지면서 역성장의 주요 원인으로 작용했다. 설비투자도 반도체 제조용 장비 등 기계류 위주로 2.1% 쪼그라들었다. 순수출 성장 기여도 역시 0.3%포인트로 집계돼, 한국 경제를 지탱하는 수출 시장에도 적신호가 켜졌다.

민간 소비도 부진하다. 마트·시장 등에서 식재료 구매와 식당에서 외식이 동시에 줄었다. 통계청에 따르면 음식료품 소매판매지수와 음식점업 생산지수는 2023년부터 감소하고 있다. 

식료품은 소득에 관계 없이 소비해야 하는 필수재로 꼽힌다. 경기 부진으로 가계 구매력이 약해지고, 쿠팡·네이버 등 온라인 쇼핑이 활성화되면서 오프라인 시장에도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된다. 

올해 1분기 음식료품 소매판매도 1년 전보다 0.3% 줄었다. 음식점업 생산은 3.4% 줄며 2023년 4분기(-4.7%) 이후 가장 큰 폭으로 감소했다.


관세 충격에 경제사령탑 공백…불확실성 커진다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지난달 23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을 통해 미국 워싱턴D.C.로 출국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지난달 23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을 통해 미국 워싱턴D.C.로 출국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관세 충격 본격화로 지난 4월 대미 수출은 6.8% 감소했다. 미 정부가 예고한 25%의 자동차 품목 관세는 지난 3일 부과가 시작됐다. 1위 수출품목인 반도체와 의약품도 고율관세가 예고돼 있고, 최근에는 미국으로 수출되는 영화까지 100% 관세를 매기겠다고 밝혔다.   

수출 여건 악화 속에 통상 협상을 지휘해야 할 경제 사령탑마저 공석이 됐다. 민주당이 이재명 대선 후보의 대법원 파기환송 판결이 나오자 한 달 반 동안 묵혀 둔 최상목 전 경제부총리 탄핵소추안을 꺼내 들었고, 국회 표결 직전 최 전 부총리가 사퇴했다.

이에 금융·외환시장 협의체인 거시경제·금융현안간담회(F4 회의) 체제에 타격이 예상된다. 최 전 부총리가 회의를 주재하며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와 공조했던 체제지만, 사퇴로 상당 부분 기능을 잃게 됐다. 

이주호 교육부총리가 대통령 권한대행이 돼 약 한달 간 국정 전반을 총괄하게 됐지만, 경제 운용 경험이 없는 만큼 통상 협상을 유리하게 이끌 여력이 더욱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최 전 부총리 사퇴 이후 경제·금융당국 수장들은 "24시간 비상점검·대응체계를 지속 가동하겠다"고 의견을 모았다. 김범석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직무대행은 2일 오전 서울 은행회관에서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김병환 금융위원장,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등 참석자들과 "증대된 정치적 불확실성이 금융·외환시장에 주는 부정적 영향이 최소화될 수 있도록 'F4 회의'를 중심으로 24시간 비상점검·대응체계를 지속 가동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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