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제일모직-삼성물산 부당합병 혐의로 기소
"검찰 수집 증거 위법" 대법원서 최종 무죄 확정
2심 무죄 후 M&A 3차례 단행…반도체 위기 돌파할까
[뉴스포스트=최종원 기자]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부당합병' 혐의로 기소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최종적으로 무죄를 선고받았다. 이 회장은 2015년 두 회사의 합병 과정에서 경영권 승계를 위해 부정거래와 시세조종에 관여했다는 혐의를 받았다. 이번 선고로 약 10년 간 이어진 사법 리스크를 떨쳐내게 됐다.
대법원 3부는 17일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행위·시세조종, 업무상 배임 등 혐의로 기소된 이 회장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대법원은 "원심 판결에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고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해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자본시장법, 외부감사법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고 밝혔다.
"제일모직-삼성물산 1:0.35 합병, 경영권 승계 위한 것" 최종 무죄
이 회장은 삼성그룹 부회장을 맡았던 2015년 당시 진행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불법을 저질렀다는 혐의로 2020년 9월 기소됐다. 이 회장은 제일모직 지분 23.23%를 가진 최대 주주였다.
제일모직은 삼성생명 2대주주(19.34%)로 삼성그룹 지배구조의 핵심 회사였지만, 삼성전자 지분을 갖고 있지 않았다. 대신 삼성물산은 삼성전자 4.06%를 보유하고 있었는데, 제일모직과 1:0.35(삼성물산) 비율로 합병되면서 이 회장은 삼성전자에 대한 지배권을 갖게 됐다.
엘리엇·ISS 등의 반대에도 삼성물산 지분율이 낮은 총수 일가의 경영권 승계를 위해 이뤄졌다는 의혹으로 기소가 이뤄졌고, 동시에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분식회계 의혹에도 경영권 승계 목적이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재판이 4년 간 공전을 거듭한 끝에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지난해 2월 이 회장이 받고 있는 혐의 전부를 무죄로 판시해 이 회장을 비롯 삼성그룹 임원진 전부에게 무죄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당시 두 회사 합병이 이 회장의 승계나 지배력 강화만을 목적으로 한다고 볼 수 없다며, 합병 비율 또한 불공정해 주주들에게 손해를 끼쳤다고 인정할 만한 근거가 없다고 판결했다.
검찰은 항소 과정에서 2144건에 달하는 추가 증거를 제출하고, 지난해 8월 '2015년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회계처리에 문제가 있었다'고 판단한 서울행정법원의 판결을 근거로 이 회장의 분식회계 혐의 관련 예비적 공소사실을 추가하며 공소장을 변경하기도 했다.
2심 재판부(서울고등법원 형사13부)도 검찰이 확보한 회사 백업 서버와 임원진의 핸드폰 등 메시지 상당수 증거가 위법하게 수집돼 증거로 인정할 수 없다는 판단을 내리면서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추측이나 가정에 의해 형사책임을 인정할 수 없다는 게 법원의 판단"이라며 "검사의 항소 이유에 관한 주장에 이유가 없다"고 판단했다.
M&A 잇따라 단행…반도체 위기 타파할 대책 나올까
이번 대법원 선고로 이 회장의 사법 리스크가 완전 해소되면서 삼성전자의 M&A와 이 회장의 현장경영이 더욱 탄력을 받을 수 있다. 삼성전자는 이 회장의 2심 무죄 선고 이후 4월 미국 마시모의 오디오 사업부를 5000억원에, 5월에는 독일 공조업체 플렉트를 2.4조원에 인수하면서 하만 인수 이후 부진했던 M&A(인수·합병)를 잇따라 단행했다.
이달 초에는 미국 디지털 헬스케어 회사 '젤스' 인수 계약도 맺었다. 올해 초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만난 뒤 일본 출장도 소화했고, 한국을 방문한 샘 올트먼 오픈AI CEO와 손정의 소프트뱅크그룹 회장과 면담하기도 했다.
최근 미국에서 글로벌 재계 사교 모임인 '선밸리 콘퍼런스'에 참석해 인공지능(AI) 등 신성장 동력을 모색하기도 했다. 앞서 노태문 삼성전자 DX부문장 직무대행 사장은 9일(현지시간) 뉴욕에서 열린 '갤럭시 언팩' 후 진행된 기자 간담회에서 "올해 말까지 약 4억대의 갤럭시 기기에 '갤럭시 AI'를 탑재하며 모바일 AI 대중화를 선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반도체 사업 부진에서 벗어날 현장 경영을 단행할지 주목된다. 삼성전자는 지난 8일 올 2분기 매출 74조원, 영업이익 4.6조원의 잠정 실적을 발표했는데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0.09%, 영업이익은 55.94% 감소해 시장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 회장은 반도체 현장경영 행보로 평택 파운드리 설비 반입식, 화성사업장 반도체연구소, 중국 시안공장, 네덜란드 ASML 본사 등을 방문한 바 있다.
앞서 이 회장은 지난 3월 전 임원 세미나에서 "삼성이 삼성다운 저력을 잃었다. '사즉생(죽으려고 하면 살 것이다)'의 각오로 위기에 대처해야 한다"며"경영진부터 통렬하게 반성해야 한다. 중요한 것은 위기라는 상황이 아니라 위기에 대처하는 자세"라고 강도 높게 지적한 것으로 전해진다. 또 "당장의 이익을 희생하더라도 미래를 위해 투자해야 한다"고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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