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 경쟁력 강조해온 이 회장, 경영진에 "반성하라"
"삼성다움 실종, 사즉생 각오로 위기 대처해달라"
19일 주주총회 개최, 사외이사로 반도체 전문가 낙점
[뉴스포스트=최종원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임원들에게 "사즉생 각오로 위기에 대처해달라"고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세간에서 제기되는 '삼성 위기론'에 맞서 쇄신 의지를 다지고, 정기 주주총회에 앞서 조직 기강을 잡기 위한 의도로 해석된다.
"경영진 통렬히 반성하라" "1등 안이함에 빠진 것 아니냐"
17일 재계에 따르면 이 회장은 최근 전 임원 세미나에서 "삼성이 삼성다운 저력을 잃었다. '사즉생(죽으려고 하면 살 것이다)'의 각오로 위기에 대처해야 한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 회장은 "경영진부터 통렬하게 반성해야 한다"며 "중요한 것은 위기라는 상황이 아니라 위기에 대처하는 자세"라고 강도 높게 지적했다. 또 "당장의 이익을 희생하더라도 미래를 위해 투자해야 한다"고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부 전문가들도 세미나에서 "실력을 키우기보다 '남들보다만 잘하면 된다'는 안이함에 빠진 게 아니냐" "상대적인 등수에 집착하다 보니 질적 향상을 못 이루고 있는 것 아니냐" 등 의문을 드러낸 것으로 전해진다.
이같은 메시지는 삼성전자 정기 주주총회를 2일 앞두고 나온 터라 더욱 눈길을 끈다. 주총은 19일 오전 9시 경기 수원시 영통구에 위치한 수원컨벤션센터에서 개최된다. 감사·영업·내부회계관리제도 운영실태를 보고한 뒤 재무제표 승인과 사외·사내이사 및 감사위원회 의원 선임 안건을 회부한다.
시장 우려 잔존, 사외이사로 반도체전문가 낙점
앞서 이 회장은 삼성그룹 부회장을 맡았던 당시 경영권 승계와 그룹 지배력 강화를 위해 지난 2015년 진행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과정에 위법하게 관여한 혐의 등으로 2020년 9월 기소됐지만, 지난달 초 항소심에서도 무죄를 선고받은 바 있다. 사법리스크가 상당 부분 해소된 이 회장이 곧 메시지를 낼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반도체 실적을 일정 부분 회복했지만 시장의 우려는 불식되지 않고 있다. PC·스마트폰 등 고객사의 재고조정이 이어지는 추세인 데다 미국의 중국 HBM 수출통제 확대에 따른 위험 부담도 존재한다. 미국 상무부가 작년 12월 발표한 이 통제 방안은 'HBM2' 이상 제품에 적용되며, 구형 제품 수출 비중이 높은 삼성전자가 영향을 많이 받는 상황이다.
이 회장은 이같은 위기론에 맞서 그동안의 침묵을 깨고 회사에 강도 높은 변화를 주문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사회 내 변화도 이뤄지고 있다. 올해 이사회에 김한조 전 하나금융지주 부회장이 빠진 후 새 사외이사 후보로 이혁재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교수가 발탁됐다.
이 교수는 컴퓨터 구조와 반도체 설계 분야를 연구해온 전문가다. 금융이 아닌 반도체 전문가를 새롭게 낙점한 데는 기술력 복원에 힘을 쏟겠다는 회사 차원의 의지로 해석된다.
"첫번째도 두번째도 세번째도 기술" "타협할 수 없는 자존심"
이 회장은 지난 2022년 11박 12일의 유럽 출장을 마치고 귀국하는 길에서 "첫 번째도 기술, 두 번째도 기술, 세 번째도 기술"이라며 기술의 중요성을 강조해왔다. 전영현 삼성전자 DS부문 부회장도 지난해 사과문에서 "기술과 품질은 우리의 생명이다. 결코 타협할 수 없는 삼성전자의 자존심"이라며 "세상에 없는 새로운 기술, 완벽한 품질 경쟁력만이 삼성전자가 재도약하는 유일한 길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세미나는 삼성인력개발원이 주관해 경기 용인 소재 인력개발원인 호암관에서 오는 5월까지 개최된다. 국내외 임원 2000여명이 20여개 차수로 나눠 하루를 골라 참석하는 방식으로 진행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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