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경태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인터뷰
노소영 이혼 소송서 '비자금' 메모 나와
범죄수익은닉법 개정...비자금 환수 목적
"불법수익 반드시 공공의 영역으로 돌려야"
"과거사 책임지는 국가 모델 제시할 것"
[뉴스포스트=이별님 기자]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이혼 소송이 막바지에 이르면서 이른바 '신군부 비자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노태우 비자금'이라고도 불리는 '신군부 비자금'은 최 회장과 노 관장의 지지부진한 법정 싸움에서 비로소 마각이 드러났다.
앞서 서울고등법원은 지난해 5월 최 회장이 노 관장에게 위자료 20억원과 재산분할금 1조 3808억원이라는 거액을 지급하라고 판결한 바 있다. 노 관장 측이 재판부에 제출한 '선경 300억' 등의 문구가 담긴 메모가 결정적 증거로 작용한 결과다. 메모의 작성자는 노 관장의 모친이자 고(故) 노태우 전 대통령 배우자인 김옥숙 여사이다.
하지만 여기서 주목해야 할 것은, 이 사건이 단순한 재산 분쟁을 넘어 신군부 세력의 비자금 의혹과 깊이 맞닿아 있다는 점이다. 해당 메모는 '선경 300억 ' 등 약 900억원 대 비자금에 대한 내용을 함의했고, 제5공화국 실세들의 출처를 알 수 없는 '검은 돈'일 확률이 농후하다. 항소심 재판부는 노 전 대통령의 비자금으로 SK 그룹이 성장할 수 있었다고 판단한 것. '세기의 재판' 결과로 아버지의 범죄 수익이 딸에게 고스란히 천문학적인 금액으로 돌아올 판국이다.
국가 폭력의 피해자와 희생자 유족들은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5·18 민주화운동 관련 단체를 중심으로 '신군부 비자금'을 전액 환수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국가가 과거 범죄 수익을 전액 환수해 피해 당사자들과 공공의 이익을 위해 사용해야 한다는 공론도 확산됐다. 이들의 당연한 요구는 시민사회의 적극적인 지지를 받으며 정치권까지 빠르게 도달했다.
장경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세기의 재판' 약 4개월 후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헌정질서 파괴 범죄자가 사망하거나 공소시효가 만료되더라고 범죄수익을 몰수·추징할 수 있다는 게 골자다. <뉴스포스트>는 지난 22일 장 의원과의 인터뷰를 통해 해당 법안 관련 자세한 내용을 들어봤다.
-지난해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이하 '개정안')을 대표 발의하셨다. 구체적인 내용은 무엇인가.
개정안은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과 같은 헌정질서 파괴범죄자의 범죄수익을 끝까지 환수하기 위한 법적 장치를 마련하는 데 목적이 있다.
현행법에서는 범죄자가 사망했거나 공소시효가 만료된 경우, 비록 불법적으로 축적된 재산이라도 몰수·추징이 어렵다는 한계가 있다. 또한 제3자가 범죄수익을 보유한 경우 몰수는 가능하되 추징은 불가능한 사각지대가 존재했다.
개정안은 헌정질서 파괴범죄에 대해서는 당사자가 사망하거나, 공소제기가 불가능한 상황에서도 몰수·추징이 가능하게 했다. 불법 재산이 개인이나 유족의 몫으로 남지 않도록 한 것이다. 또한 제3자에 대한 추징도 가능하도록 범위를 확장해 한 푼도 남김없이 범죄수익을 환수할 수 있게 했다.
-과거사 청산과 비자금 환수 의제를 다수의 국민들에게 어떻게 설득할 예정인가. 개정안이 통과된 후 신군부 당사자 또는 유족들의 반발도 예상된다.
신군부 세력이 권력을 사적으로 남용해 축적한 비자금은 단순한 부정부패가 아니라 민주주의를 유린한 역사적 범죄의 산물이다. 단순히 '과거 청산'이 아니라, '현재 바로잡기'와 '미래 예방'을 위한 정의의 문제다. 여전히 전두환·노태우 일가의 은닉 자산 의혹이 드러나는 상황에서 환수 요구는 특정 진영의 주장이 아닌 국민적 상식이다.
개정안은 헌정질서 파괴로 얻은 불법적 이익의 사유화를 막고, 공공으로 돌리는 최소한의 조치다. 사실 규명과 공정한 절차, 소명 기회를 보장하면서도 국민이 바라는 것은 복수가 아닌 정의와 공정이라는 점을 분명히 한다. 대화와 설득을 통해 갈등이 아닌 공동의 역사 인식을 만들어 나가야 할 것이다.
아울러 5.18 기념재단과 국가폭력범죄를 통한 부정축재 재산 환수를 위한 국회 토론회를 기획하고 있다. 비자금 환수에 대한 여론을 환기하기 위해 올해 11월 국회 토론회를 준비하고 있다. 5.18 피해자 및 유가족, 학계, 시민사회와 함께 공론을 확장해 불법 수익은 반드시 공공의 영역으로 돌려야 한다는 점을 국민께 말씀드릴 것이다.
-개정안이 현재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언제쯤 본회의에서 처리될 거라고 예상하나. 목표 날짜가 있다면 언제인가.
향후 정기국회에서 비자금 환수 문제가 본격 다뤄지면서 논의가 진전될 것으로 보인다. 저는 지난 정성호 법무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도 "노태우 등 신군부 비자금을 끝까지 처벌하고 국고로 환수하는 것이 5·18 정신"이라며 "비자금이 제대로 환수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달라"고 촉구한 바 있다. 앞으로도 비자금 환수를 위한 의정활동을 지속할 예정이다.
한편 지난해 9월 국민의힘 박준태 의원님이 '독립몰수제' 관련 형법 개정안을, 지난 7월 민주당 박균택 의원님이 범죄수익 은닉 규제법 개정안을 발의하셨다. (박균택 안은) 반인권적 국가범죄를 범한 자와 그 상속인 등이 국가범죄로 취득한 불법재산에 대해 독립 몰수·추징할 수 있도록 했다. 비슷한 취지로 법안을 발의한 여야 의원님들과 함께 최대한 빠른 시기 내에 법안을 통과시킬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개정안의 국회 본회의 통과 후 '신군부 비자금' 환수까지 얼마나 걸릴 거라고 예상하나.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비자금을 환수하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한가.
실제 환수까지는 철저한 수사 과정을 통해 비자금의 규모와 조세포탈 혐의를 규명하는 절차가 선행돼야 한다. 시급한 것은 전두환·노태우 일가의 조세포탈 혐의에 대한 면밀한 조사다.
손자 전우원 씨가 "아직 밝혀지지 않은 '전두환 비자금'이 최소 수백억 원은 될 것"이라고 폭로한 바 있다. 노태우 전 대통령의 딸 노소영 씨 이혼 소송에서는 (모친인) 김옥순 여사의 '선경 300억' 비자금 관련 메모가 공개됐다. 전두환·노태우 일가의 숨겨진 비자금의 실체가 점점 밝혀지고 있다. 국세청과 검찰이 신속히 조사에 착수해 실체를 규명하고, 조세포탈 여부를 밝혀내는 것이 환수의 출발점이 돼야 한다.
-'신군부 비자금'을 환수한 후 환수액은 어떻게 사용해야 하나.
'신군부 비자금'은 본래 불법적으로 형성된 재산이므로, 마땅히 국고로 환수돼야 한다. 환수된 재원을 어떻게 사용할지는 단순한 재정 문제를 넘어 역사 정의 실현과 사회적 치유의 관점에서 신중히 논의할 필요가 있다.
5·18 민주화운동과 관련해 아직 해결되지 못한 과제들이 많고, 희생자·피해자 및 유가족이 겪어온 고통과 생활상의 어려움이 존재한다. 환수액을 이들의 피해 보상과 명예 회복에 활용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는데, 이러한 방향도 검토할 수 있다.
-개정안을 통해 '신군부 비자금' 환수 외에도 어떤 효과를 기대하나. 다른 국가범죄 사건에도 적용이 가능한가.
개정안은 특정 인물만을 겨냥한 것이 아니라, 헌정질서 파괴범죄 전반의 환수 체계를 마련한 것이다. 다른 국가범죄 사건의 불법 자금에도 적용할 수 있는 포괄적 장치다. '권력으로 축적한 불법 자산은 끝내 책임을 피할 수 없다'는 메시지를 둬 불법적 부의 대물림을 차단하고, 반부패 정책과 권력 감시에 강력한 예방 효과를 가져올 것이다.
-개정안이 시행된다면, 과거사 정의 회복과 역사 교육 측면에서 어떤 긍정적인 영향이 있을 거 같나.
개정안 시행은 단순한 환수를 넘어 국가가 과거사에 어떻게 책임지는지를 보여주는 모델이 된다. 정의 구현이 제도에만 머무르지 않고, 시민 의식과 역사 교육으로 확산될 수 있다. 역사 속 '헌정질서 파괴'가 오늘날 법적 책임과 재산 환수로 이어진다는 점을 보여줌으로써 미래 세대가 민주주의의 원리와 공적 책임의 가치를 배울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