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커힐 빌라 비우며 SNS에 심경 토로 글 게시…양측의 공방 재현 조짐
1심 후 '비자금 300억'에 흔들린 민심, 또다시 '내조·모성' 카드 꺼내들어
시민단체 "신군부 비자금 세대 승계 용납 못해...법치 실현 국가적 과제"
'범죄수익은닉법 개정 발의' 장경태 의원 "불법수익, 국고로 환수돼야"
8년의 이혼소송에 대중 피로감도 누적…"이제는 법리로 다툴 시간" 지적
[뉴스포스트=선초롱 기자]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이 최근 자신의 SNS에 "시집온 집에서 떠나게 됐다"는 글을 남기며 다시금 화제를 모았다. 법조계에서는 최태원 SK그룹 회장과의 이혼 소송 대법원 판결 이후 별다른 입장을 보이지 않던 노 관장이 파기환송심을 앞두고 행보를 재개함에 따라, 다시 한번 양측의 여론전이 재현되는 것 아니냐는 시각이 제기된다.
12일 재계에 따르면, 노 관장은 지난 6일 인스타그램에 웨딩드레스와 자녀의 어린 시절 그림을 함께 게시하며, 돌아가신 시부모님과 결혼한 두 딸, 막내아들과의 추억을 회상하고 떠나는 소회를 밝혔다.
대법원 판결 이후 잠시 침묵했던 노 관장이 다시 SNS를 활용해 대중의 감성을 자극하는 것과 관련, 일각에선 과거 1심 이후의 대응 패턴과 유사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당시 노 관장이 감성적 호소로 재판 구도를 흔들면서 양측의 장외 여론전이 점입가경의 양상으로 흐른 바 있다.
노소영 측 1심 사실상 패소 후 감성 전략?
앞서 이혼소송 1심에서는 노 관장이 사실상 패소했다. 당시 재판부는 최태원 회장이 보유한 SK 주식을 재산분할 대상에서 제외하고 현금 665억원만을 인정했다. 노 관장 측의 요구액 1조 3600억원의 대부분이 기각된 셈이다.
판결 직후 노 관장 측은 항소를 제기하며 법률대리인단을 전면 교체·보강하는 한편, 언론 인터뷰와 SNS 등의 활동에도 적극 나섰다. 2023년 1월 법조 전문 매체(법률신문)와의 단독 인터뷰에서는 가사소송 보도금지 원칙을 깨고 판결 내용을 언급하며, "가정과 여성의 가치를 무시한 판결"이라고 비판했다. 이후 노 관장의 지인으로 알려진 사회 각계 인사들이 쓴 유사한 논조의 칼럼이 잇따랐다.
노 관장 측은 유책 배우자인 최 회장의 도덕성을 겨냥한 공세도 이어갔다. 최 회장의 동거인을 상대로 30억 원대 위자료 청구 소송을 제기하며 이를 언론에 대대적으로 알렸다. 또한 SK이노베이션이 계약 종료 후 아트센터 나비 퇴거를 요구하자, 이를 '축출 이혼' 프레임으로 연결해 자신이 피해자라는 이미지를 부각시키기도 했다. 자녀들이 항소심 재판부에 제출한 탄원서가 언론에 공개되며 대중의 심리를 자극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노 관장 측이 재판부와 여론을 동시에 겨냥한 고도의 감정전을 펼치자, 최 회장 측도 매번 해명 입장과 반박 자료를 내는 등 맞대응하며 법정 밖의 싸움이 점점 더 고조됐다.
양측의 공방은 노 관장의 측근 인사들이 공개적으로 "최태원 회장이 동거인에게 1000억원을 썼다"는 등의 주장을 하면서 이전투구로 이어졌다. 최 회장 측은 방송에서 해당 발언을 한 노 관장 측 변호사, 유튜브 등에 동거인에 대한 비방성 허위 주장을 반복 게시한 노 관장 측근 박영숙 유엔미래포럼 대표를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하기도 했다. 현재 해당 변호사는 검찰에 송치, 박 대표는 검찰 조사 후 재판에 넘겨진 상태다.
'비자금 300억' 초강수로 2심 승소…여론은?
여론 공방 속에 노 관장 측은 '노태우의 숨겨진 비자금'을 스스로 드러내는 초강수를 두게 된다. 부친 노태우 전 대통령의 비자금 300억 원이 SK에 유입됐다며, 그 자금이 SK 성장의 토대가 됐으니 본인의 기여가 인정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이를 일부 받아들여 노 관장의 손을 들어줬지만, 대법원은 이를 완전히 뒤집었다.
대법원은 "설령 300억 원이 유입됐다 하더라도 불법적으로 조성된 자금은 민법상 불법원인급여에 해당해 재산분할 대상이 될 수 없다"고 판시했다. 그런 돈이 실제로 있었는지와 관계없이 부친의 비자금은 법적 보호 가치가 없다고 본 것이다. 법조계에서는 "부친의 불법 자금을 근거로 삼은 전략이 결국 자충수가 됐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그동안 도덕적 비난의 화살 대부분이 최 회장을 향해 있었는데, 노 관장이 비자금 카드를 꺼낸 순간 여론의 방향이 바뀌었다. 2023년 영화 '서울의 봄' 흥행과 맞물려 12·12 군사쿠데타와 5·18 민주화운동에 책임이 있는 과거 신군부에 대한 반감이 고조된 가운데 드러난 '노태우의 비자금'에 대해 노씨 일가의 은닉재산 환수를 촉구하는 여론에 불이 붙었다.
5·18 기념재단 등 시민단체는 노 관장을 비롯한 노 전 대통령 일가를 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박강배 5·18 기념재단 상임이사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단순히 개인의 비자금에 그치지 않는다. 헌정질서 파괴범들은 지위를 이용해 거액의 부정축재 재산을 형성했다. 이들 재산은 국민의 고통과 희생 위에 쌓인 불의의 산물이며, 은닉 및 세대 승계가 되는 것을 결코 용납할 수 없다"며 "전두환·노태우 비자금 문제는 반드시 신군부 전체의 부정 축재 재산 환수로 확대돼야 한다. 정의와 법치 실현, 그리고 역사적 책임을 위해 국가가 반드시 해결해야 할 과제"라고 강조했다.
또 국회에서는 '전두환·노태우 비자금 몰수법' 및 범죄수익 환수를 위해 형법상의 독립몰수제 도입을 골자로 한 법안들이 발의되기도 했다. 장경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신군부 비자금'은 본래 불법적으로 형성된 재산이므로, 마땅히 국고로 환수돼야 한다"며 "'권력으로 축적한 불법 자산은 끝내 책임을 피할 수 없다'는 메시지를 둬 불법적 부의 대물림을 차단하고, 반부패 정책과 권력 감시에 강력한 예방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말했다.
다시 꺼낸 '내조'와 '모성' 카드…일반 정서와 괴리 지적도
비자금 주장과 논리가 무너지면서 노 관장 측이 다시 꺼낸 카드는 '무형적 기여'다. '비자금 300억 원 유입'이라는 '유형적 기여'가 인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노 관장이 내세울 수 있는 '무형적 기여'는 혼인 기간, 시부모 봉양, 자녀 양육과 같은 내조의 영역 및 여성의 가사노동 가치 등을 내세우는 것으로 압축된다. 이 같은 움직임은 비자금 주장으로 인해 촉발된 부정 여론을 잠재우는 효과도 의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번 SNS 글 역시 "시집온 집에서 쫓겨나는 며느리" 이미지를 강조하려는 성격이 짙다는 평가도 나온다. 실제 거주 기간은 약 9년이지만, 노 관장은 "37년 전 시집온 집"이라 표현했다. 혼인 기간 전체를 상징적으로 언급한 표현으로 보이지만, 일각에서는 장기간 시부모를 모신 '현모양처' 이미지를 부각하며 동정 여론을 자극하려는 의도로 풀이한다.
다만 노 관장의 거주지가 서울 광진구 워커힐호텔 내 고급 빌라로 월 7000천만원 대의 숙박비가 책정된 곳이고 그간 20억 원 가까운 체납 논란까지 알려지면서, '축출당한 며느리'라고 호소하기에 대중의 일반적인 정서와 괴리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법조계 "대중 피로도 한계" 지적
법조계에서는 노 관장이 향후 언론 인터뷰나 공개 발언 등을 통해 감성 호소 전략을 이어가면서, 법정에서는 '무형적 기여'를 최대한 강조할 것으로 보고 있다. 최 회장 측이 이에 강력 대응할 경우 다시 한번 구태가 반복되는 소모전이 예상된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노 관장의 최근 SNS 글은 그간 양측이 벌여온 언론플레이가 다시 되풀이되는 신호탄처럼 보인다"며 "8년 넘게 이어진 장외전과 비방으로 대중의 실망감은 한계에 다른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수년 간 450평의 고급빌라를 혼자 썼으면서도, 마지막은 마치 쫓겨나는 모습을 연출하고 싶었던 것 같다"라며 "그들만의 세상에서 이뤄지는 일을 일반인에 공개하는 것에 대중의 피로감이 커지고 있다"라고 말했다.
법조계 안팎에서는 "양측이 모두 여론을 통해 상대를 압박하려는 모습이 이제는 피로감을 넘어 무관심으로 흐르는 양상"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처음엔 재벌가의 이혼소송이라는 점에서 대중의 관심을 모았지만, 8년 넘게 이어진 장외 여론전으로 이제는 '그들만의 싸움'이란 냉소적 시각도 늘어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가사 전문 변호사는 "감정과 이미지로 흐르던 장외전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고, 남은 쟁점은 결국 법정 안에서 법리로 가려질 수밖에 없다"며 "양측이 사회 지도층 답게 볼썽사나운 공방을 멈출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노 관장, 집 떠나면 어디로?
노 관장이 워커힐 고급 빌라에서 나온다고 해서 당장 옮길 집이 없는 것이 아니라는 점도 대중의 피로감을 더하는 모양새다. 노 관장은 한남동에 130평 저택을 자가로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 한남동 한남대로에 보유한 단독주택은 130평(430㎡) 대지에 지상 2층, 지하 1층의 77평(254㎡) 건물과 주차장, 정원 등으로 구성돼 있다.
현재 시세는 이 저택의 60~70억 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이곳은 유명 웨딩스튜디오가 임차해 사용하고 있다. 인근 시세를 비춰볼 때, 월세가 2000만원 수준으로 추정된다. 노 관장이 이미 워커힐 빌라의 월세를 납부하지 못한 정도로 재산이 없는 것이 아니라는 지적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