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무혁 도로교통공단 선임연구원 인터뷰
배달 건수는 곧 수익…법규 위반 동기부여 높은 구조
도로교통안전 확보…문제·한계 근거로 타협해선 안 돼
전면번호판 부착보다 무인단속장비 고도화 합리적
배달노동자 자격제도 도입 및 교통안전교육 의무화
배달음식은 좋아하지만 라이더는 싫다. 빠르고 신속한 배달은 좋지만 도로와 인도를 넘나드는 오토바이는 적대감이 든다. 배달대행업체가 우후죽순 생기며, 집 앞까지 오토바이에 점령당한 시민과 거리가 일터인 라이더와의 간극이 너무 크게 벌어진 모습이다. 하지만 소비자의 편리가 이 같은 곡예 운전의 대가라는 것을 부정할 순 없을 것. 위험천만한 운전을 야기하는 구조적 문제를 방치하고 라이더만을 질타한다면 배달시장은 노동자들의 핏빛 죽음으로 더욱 붉게 물들어 갈 것이다. 뉴스포스트는 한층 성숙하고 안전한 배달문화를 만들기 위해 풀어야 할 과제들을 짚어본다. -편집자주-
[뉴스포스트=이해리 기자] 약 40만 명이 종사하는 배달 산업은 최근 과도한 업무량에 속도 경쟁까지 벌어지며 사건·사고가 끊이질 않고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오토바이 등 이륜차 사고 사망건수는 2만 1,258건, 사망자는 525명에 달해 전년(2019년)의 2만 898건, 498명에서 크게 늘었다. 사고 건수 대비 사망률은 2.3명으로, 자동차의 1.0명보다 2배 넘게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정부는 지난 2일 불법 이륜자동차 등의 신고 제도 관리 강화, 정기안전검사 제도 도입, 정비 전문성 제고, 폐차제도 도입을 핵심으로 하는 이륜자동차 관리 제도 개선방안을 마련했다.
또한 서울특별시는 ‘필수노동자 보호 및 지원에 관한 조례’와 ‘특수형태근로종사자 권익보호 및 지원을 위한 조례’를 제정하고 지자체 예산 25억 원을 투입해 배달 노동자의 보험료 지원에 나섰다.
바람직한 이륜차 교통 문화 조성을 위해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는 것일까. <뉴스포스트>는 지난 27일 도로교통공단 박무혁 선임연구위원과 이륜자동차 관련 정책을 짚어보고, 교통안전 확보를 위해 풀어야 할 과제 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인터뷰는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서면으로 진행했다.
- 배달 시장의 규모가 수직 상승하면서 신호 위반, 보도 통행 등 배달 노동자들의 행태를 둘러싼 갈등이 떠오르고 있다.
배달노동자의 주요 운송수단인 이륜자동차 관련 교통사고의 증가는 현재 도로교통안전의 핵심 이슈다. 배달노동자의 교통안전은 곧 전 국민의 교통안전으로 직결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이륜자동차 안전에 대한 적극적인 관심이 매우 필요한 시점이다.
- 한국교통안전공단이 지난 7월 발표한 교통법규 준수 실태조사 자료에 따르면 이륜차 10대 중 4~5대는 교통법규를 준수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배달 노동자들의 교통 법규 위반 원인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일반적으로 도로에서 교통법규를 위반하는 원인은 다양하지만, 공통적인 심리적 요인은 설령 교통법규를 위반하더라도 단속되지 않을 것이고 교통사고 발생 가능성도 지극히 낮을 것이라는 나름의 자기 확신이 있다는 것이다. 또한 교통법규를 위반했을 때의 편익이 교통법규를 준수했을 때의 편익보다 더 크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배달노동자가 도로에서 교통법규를 위반하는 원인도 이와 같다. 다만 일반 운전자들과는 달리 사업용 운전자인 배달노동자는 배달에 소요되는 시간이 짧을수록, 배달 건수가 많을수록 높은 수익으로 직결되는 구조이기 때문에 일반 운전자보다 상대적으로 교통법규 위반의 동기부여가 더 높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한편으로는 빨리빨리의 문화 속에서 소비자들은 빠른 배달을 기대하고 실제로 배달노동자에게 이러한 요구가 표출되고 있어, 배달노동자는 직·간접적으로 그 기대에 부응하고자 교통법규를 위반하기도 한다.
- 배달 오토바이 문제가 지속되자 정부는 지난 2017년 ‘이륜차 음식배달 종사자 보호를 위한 안전 가이드라인’을 배포했으며, 지난 9월 오토바이 관리를 자동차 수준으로 강화한 내용을 담은 ‘이륜자동차 관리제도 개선방안’도 내놨다.
도로교통법 관련 법령에서는 이륜자동차를 자동차와 사실상 다를 바 없는 동일 범주에 포함하고 있다. 이번에 마련된 이륜자동차 관리 제도 개선방안 중 일부는 기존에 시행 중인 정책을 강화하는 내용도 담겨있다. 특히 자동차에만 실시하던 정기 안전검사를 새롭게 도입해 이륜자동차의 물리적 안전성을 확보한 점, 폐차제도를 도입해 무단 방치되고 있는 이륜자동차의 효율적 관리를 강화하려는 점은 이륜자동차의 안전 여건 마련에 적실한 방안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 일각에서는 플랫폼 구조 자체의 변화가 없다면 문제 상황 개선은 어려울 것이라고 보고 있다. 하지만 기업 특성상 이를 손보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새로운 제도를 도입하거나 법적 의무를 부여하는 등 개인의 권리를 다소 제한하는 정책의 경우 도입 초기에는 항상 논란이 있었다. 사업용 자동차인 택시, 버스, 화물차 등의 경우도 그랬다. 그러나 국민의 안전을 위한 규제는 인권을 침해하거나 재산권을 과도하게 제약하는 등의 경우가 아니라면 그 규제를 더 강화할수록 장기적으로는 반드시 이익으로 귀결된다. 도로에서 일반 운전자보다 더 많이 운전하고, 도로에서 수익을 창출하는 ‘프로 운전자’ 또는 ‘프로 업종’이라는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
도로에서의 교통안전 확보 여부는 국민의 생명권 보장과 직결되기 때문에 여러 현실적 문제나 한계를 근거로 결코 타협을 해서는 안 된다. 이번에 도입된 개선방안은 물리적 요소에 집중해 이륜자동차에 대한 교통안전 확보를 위한 필요조건의 출발에 불과하다. 이제는 이륜자동차 운전자 인식을 근본적으로 변화 유도할 수 있는 인적 요소에 대한 대응 방안도 조속히 마련해야만 한다.
- 오토바이는 의무 보험 가입 대상이지만, 높은 보험료 등으로 인해 가입률이 저조한 상황이다. 서울시 조사 결과 보험 가입(종합보험)을 하지 않은 이유로 배달노동자 10명 중 7명(71.6%)이 보험료가 비싸 부담이 된다고 답했다.
손해보험사에서 보험료 산정 시 핵심 기준이 되는 것은 손해율이다. 이륜자동차는 자동차 등 여타 운송수단 대비 사고가 많다는 이유로 손해율이 높다. 공동 부담이라는 특성상 부담할 보험료도 높게 책정된다. 실제 배달노동자들은 연간 수백만 원에서 일천만 원을 상회하는 보험료로 인해 종합보험 가입을 주저한다. 높은 보험료를 다소 낮추는 방법은 사고 발생 시 자기부담금을 높이는 것이 대안일 수 있지만 현실적이지는 않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배달노동자 단체를 중심으로 ‘배달 이륜자동차 공제조합’을 설립하자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정부+업체+배달노동자들이 기금을 모아, 사고가 났을 때 손해를 배상하자는 내용이다. 정부 역시 배달노동자의 유상운송용 보험료가 일반용 보험료보다 11배나 높아, 이에 대한 개선이 필요하다고 봤다. 현재의 높은 보험료를 대체할 근본적 대책이라고 할 수 없지만 나름 현실적 대책이 아닐까 생각한다.
- 실제로 일부 지방자치단체에서는 라이더 전용 보험을 만들었다. 서울시는 배달 라이더의 보험료 전액을 납부하고, 사고 발생 시 서울시가 가입한 상해보험사가 보험금을 지급한다. 관련 예산은 연간 25억 원으로 책정됐다.
서울특별시가 예산을 투입해 배달노동자를 위한 사회안전망을 구축한 것은 매우 긍정적이다. 이는 배달노동자가 이륜자동차 등을 운전하다가 사망하거나 다쳤을 때 일종의 산업재해보험 및 실손보험료를 지원하는 기능을 하게 될 것이다. 다만 이번 보험료 지원은 배달노동자의 이륜자동차에 의해 피해를 입은 피해자의 신체 상해 및 대물피해에 대한 보험 등 이른바 종합보험료에 대한 것은 아니다. 다만 이번 보험료 지원은 배달노동자의 이륜자동차에 의해 피해를 입은 피해자의 신체 상해 및 대물피해에 대한 보험 등 이른바 종합보험료에 대한 것은 아니다.
따라서 긍정적 외부효과를 기대하려면 ▲ 예산 범위내 일정 비율 종합보험료에 대한 지원 ▲ 시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것이 최우선 과제라는 합의 ▲ 지자체 보험 가입 이후 1년간 교통법규 위반 및 교통사고 감소 등이 선행돼야 한다.
- 세금이 들어가는 시정인만큼 형평성의 문제 등 불편한 시선도 있다.
지자체나 정부는 국민의 교통안전을 위해 다양한 목적과 방법으로 필요한 정책을 기획하고 집행할 수 있으며 예산 역시 마찬가지다. 실제 특정 주거 단지를 위해 도로 등의 기반 시설을 갖추고 지하철 역사를 신설하거나 특정 기업에 예산을 지원해 여러 목적을 달성하고 있다. 생계가 곤란한 국민에게 기초적인 생활 보장을 위해 생활비를 지원하는 식으로, 국가의 정책과 예산은 여러 목적과 수많은 방법을 동원해 국민 다수 또는 일부에게 사용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을 종합적으로 감안한다면 배달노동자 보험료 지원 등의 예산 지출에 대한 형평성 문제는 더 논란의 여지가 없었으면 한다.
- 이륜차는 무인 단속에 어려움이 있어 자동차처럼 전면번호판을 달아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전면번호판 부착 찬성 측은 무인단속장비 등으로 효과적으로 단속할 수 있어 교통법규 위반을 최소화할 수 있게 하자는 것이다. 반대 측은 이륜자동차의 특성상 교통사고 발생 시 이륜자동차 운전자뿐만 아니라 상대방에게 큰 피해를 줄 수 있는 등 효과적이지 않다는 입장이다.
이륜자동차에 전면번호판을 부착해 무인단속장비로 단속을 한다고 하더라도 우리의 도로상에서 이륜자동차의 교통법규 위반 현실을 바꾸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또한 이륜차 운전자와 다른 여타의 선의의 피해자들의 안전 문제가 있다. 따라서 기존의 무인단속장비가 이륜자동차 후방에 있는 번호판을 단속할 수 있게끔 고도화 내지는 새로운 무인단속장비 개발과 설치 등의 작업을 우선시하는 것이 더 합리적이라고 본다.
- 이외에도 안전한 배달 문화를 만들기 위해 풀어야 할 과제들은 무엇이 있는가?
이륜자동차는 일반 자동차와 비교해 교통사고 가능성도 중상 피해 가능성도 높지만, 특정 자격 기준이나 별도의 교육 없이도 원동기장치자전거 등의 면허만 있으면 누구라도 배달노동자가 될 수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렇기에 ‘배달노동자 자격제도’를 도입해 배달노동자 자격요건을 명확히 함과 동시에 교통안전교육 의무화로 도로에 준비된 배달노동자가 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으로 본다.
또한 배달노동자와 소비자 모두가 여유를 가지는 안전한 배달 문화가 조성돼야 한다. 이를 위해 도로교통공단은 이륜자동차 등 배달노동자의 교통안전을 위해 다양한 교통안전 교육과 홍보 활동을 펼치고 있다. 또한 서울특별시, 경기도 등 지자체와 함께 배달노동자의 특성을 반영한 맞춤형 실습교육을 구성해 이륜자동차 안전운전을 위한 교통안전교육을 연내 진행할 예정이다.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이륜자동차는 일반 자동차에 비해 교통약자지만 보행자보다는 교통강자이기 때문에 이륜차 운전자는 자동차 운전자보다 교통법규를 더 잘 준수해야 한다. 또한 교통사고를 대비해 보호장구를 반드시 착용하고 운전하는 것이 중요하다.
처벌의 확실성과 엄격성을 높이고 다양한 제도적 장치를 도입하는 것은 교통법규 위반의 동기를 최소화하고 교통사고의 가능성도 억제할 수 있다는 점에서 직접적인 대책은 될 수 있으나 근본적인 대책은 아니다. 이륜자동차 운전자의 특성을 감안하면 교통안전교육 강화를 통해 교통법규를 위반하면 이익보다 손해가 훨씬 크다는 것을 인식할 수 있게 해야 하고, 교통법규 위반은 곧바로 교통사고로 이어진다는 점을 체감하게 해야 한다.
※ 박무혁 도로교통공단 선임연구원 약력
현 도로교통공단 교통과학연구원 선임연구원
전 도로교통공단 대전충남지부 강의교수
전 지방직공무원 필기시험 출제위원
전 지방직공무원 면접시험 심사위원
전 지자체 교통분야 자문위원
전 언론사 교통분야 칼럼니스트 등
